유료 구독자 25000명 모은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장 비결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 퍼블리는 이렇게 ‘그로스’ 한다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 세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콘텐츠 플랫폼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입니다. 퍼블리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해 꾸준히 성장 중인데요. 누적 투자액 50억 원을 넘겼고, 최근 유료 회원 2만 5천 명을 돌파했습니다.

단단하게 성장해 가고 있는 퍼블리는 과연 어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지금까지 왔을까요? 그 이야기를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그로스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김민우 그로스 리드에게 EO가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5월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는 법>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인터뷰가 진행된 2019년을 기준으로 현재형으로 서술됐으나, 인터뷰가 수년 전 진행되었기에 인터뷰이의 소속 및 직무, 그리고 상황이 현재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리는 바입니다.

前 퍼블리 그로스 리드 김민우 인터뷰

前 퍼블리 그로스 리드 김민우 인터뷰

Q. 퍼블리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그로스 리드를 맡고 있는 김민우입니다. 퍼블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지식 콘텐츠를 공급하는 회사예요.

저는 퍼블리가 시드 투자 단계일 때 합류했는데, 당시만 해도 온라인 콘텐츠에 돈을 낸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때였어요.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기 전이라 특정 콘텐츠의 흥행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하던 시기였죠.

그 시기를 지나 퍼블리 멤버십이라는 유료 구독 모델을 만들었고, 지난 2019년에는 38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습니다. 최근 구독자 1만 명을 확보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는데, 빠르게 성장했다기보다 ‘시장 안에서 단단하고 의미 있게 성장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前 퍼블리 그로스 리드 김민우

Q. 민우 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로스 해킹은 무엇인가요?

그로스 해킹은 원칙과 프로세스, 팀과 전술 시스템에 따라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설을 세운 뒤 테스트하며 일하는 거죠. 스타트업을 한다면 당연히 갖춰야 할 태도이자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가설을 세워야 하는가?’인 것 같아요. 좋은 가설도 있고 나쁜 가설 혹은 덜 좋은 가설도 있을 수 있는데, 경쟁사나 다른 회사가 시도해서 좋을 결과를 냈기 때문에 꼭 좋은 가설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저는 고객을 이해하는 데서 좋은 가설이 나온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상 고객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해요. 관련 데이터를 보는 건 물론이고,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통해 정성적으로 고객을 이해해야 해요. 이 부분을 많이 간과하는데, 그로스를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그로스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르기도 해요. 어떤 분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판매를 이루어내는 게 그로스라고 해석하고 거기에 집중해요. 또 어떤 분들은 당장의 성과는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시고요.

개인적으로는 브랜드를 해치면서까지 판매에만 집중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사업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고, 고객이 봤을 때도 불쾌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테스트하는 게 필요하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으로만 테스트를 하진 않아요. 퍼블리 멘토분들이 많이 하셨던 이야기도 “지금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어렵다”는 거였어요.

Q. 퍼블리에서 시도했던 사례를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멘토분들의 말씀을 듣고 ‘가격 테스트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퍼블리의 월 멤버십 가격이 21,900원인데*, 이게 적정한 수준인지, 가격을 낮출 때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기로 했죠.

* 퍼블리는 2020년 9월, 매월 정기 결제 기준 가격을 16,900원으로 한 차례 인하한 바 있다.

그때 3가지 가격 포인트를 정했어요. 일종의 A, B, C 테스트인데, A 그룹에는 기존과 같은 가격 21,900원을 제시하고, B 그룹에는 17,900원, C 그룹에는 14,900원을 제시했어요. 3가지 가격 포인트로 2주 정도 테스트를 돌렸죠.

서로 다른 사용자를, 서로 다른 페이지에 보내서 어떤 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가입이 일어나는지 실험했는데, 신기하게도 가격이 낮다고 많이 가입하지 않더라고요. 물론 낮은 가격에서 조금 더 많이 가입하긴 했지만, 가격을 상쇄시킬 만큼의 매출이 나오는 증가는 아니었어요.

퍼블리 고객층은 유료 콘텐츠 이용이라는 장벽을 이미 넘은 분들이기 때문에, 가격 자체가 큰 이슈는 아니더라고요. 반대로 유료 콘텐츠라는 심리적 장벽을 넘지 못한 분들은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퍼블리가 대상으로 하는 고객에 대해 이해하게 된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로스 해킹을 도입할 때 고민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로스에는 중요한 4가지 요소가 있어요. 원칙, 프로세스, 팀 그리고 전술입니다. ‘A/B 테스트를 했더니 얼마가 올랐다’라고 하는 건 전술에 해당해요. 그 전에 어떤 원칙에 따라 테스트를 할 것인지, 어떤 프로세스로 수행할 것인지, 팀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해요.

퍼블리에서 저는 제품팀에 속하는데, ‘그로스를 위해선 테스트를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각 테스트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라는 원칙이 있어요.

스프린트라는 프로세스로 약 3주에 한 번씩 어떤 실험을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어떤 실험이 가장 효과적일지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그에 따라 실행하는 과정을 거치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팀 전체가 성장을 위한 아이디어 구체화에 함께 한다는 점이에요. 최종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이를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가 구현하는 방식인데, 기획자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모든 단계에 참여하는 겁니다. 퍼블리는 늘 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前 퍼블리 그로스 리드 김민우 인터뷰

Q.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를 하다 보면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퍼블리에서는 뭔가를 시도했을 때 실패하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잡혀 있어요. “안 좋은 소식은 빨리 알리자. 혼자 수습하려 하지 말자”는 말을 많이 하죠. 시도했다가 안 되는 경우는 늘 생기잖아요. 예산을 써서 시도했는데 중간에 ‘이건 아니구나’ 깨닫는 거죠.

‘빨리 손절하고 지금까지 비용만 쓰고 끝낼 것인가? 아니면 더 끌고 가서 어떻게든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판단을 내릴 때, 우선 팀에 빨리 알려야 해요. 팀원들이 여기서 끝내는 게 좋겠다고 하면 끊어야 하고요. 일을 되게 하겠다고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 안 될 때는 빨리 끊을 줄도 알아야 해요.

이렇게 테스트를 중단할 때는 일종의 회고 혹은 포스트 모템이 중요합니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그 이유를 면밀하게 회고하면서 분석해 문서로 남기는 일이 중요하거든요.

다른 조직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前 퍼블리 그로스 리드 김민우

예를 들면 ‘처음에 어떤 가설을 세워서 이런 결과를 예측했는데, 지금 보니까 생각했던 가설이 어디에서 틀렸다’라거나 ‘어떤 역량이 부족해서 가설을 실행할 수 없었다’ 같은 것들을 전부 문서로 남겨요.

물론 거기에 대해 팀원들이 뭐라고 하진 않아요. 일을 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다들 이해하니까. 하지만 실패에서 배우는 게 없거나 실패를 숨기려 하는 태도, 그리고 다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팀에서 싫어할 수밖에 없어요.

前 퍼블리 그로스 리드 김민우 인터뷰

Q. 그로스 해킹이 특별한 기법이라기보다 일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사실 그로스 해킹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데는 마케팅에서 데이터를 강조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해요. 또 지금은 그로스 해킹이라는 단어가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래도 해킹이라고 하면 천재 해커 한 명이 뭔가를 해내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사업의 성장이라는 게 대단한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사업의 성장은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로 시장에서 고객에게 얼마나 통하는지에 따라 대부분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로스 해킹보다 그로스 또는 그로스 마인드셋이라고 이야기하는 편이죠.

그로스 또는 그로스 마인드셋은 특정 분야의 기술이 아니에요. 원칙과 프로세스, 팀과 전술이라는 시스템에 따라 일하는 것, 가설을 세워 테스트하면서 일하는 것, 데이터를 보면서 일하는 것이 그로스예요. 스타트업을 할 때 당연히 가져야 하는 태도죠.

지금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니까 그로스 해킹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전달했지만,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저처럼 명함에 그로스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을 이상하게 볼 거예요. 일할 때 모든 사람이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쓰는 것처럼 그로스 사고방식으로 일하는 게 당연해질 거라고 봅니다.

데이터 분석가나 그로스 해커만 데이터를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각자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를 보면서 일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곧 오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그로스 개념에 대해 알아두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로스 마인드셋으로 유료 구독자 25,000명까지 끌어모은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의 前 그로스 리드 김민우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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