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기획자를 거쳐 여행 스타트업 CEO가 되기까지


초개인화 맞춤 여행 플랫폼, 트리플 김연정 공동대표

올해 초, 관광 역사상 최악의 해를 극복하고 200억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은 여행 앱이 있습니다. 누적 투자금 620억 원을 달성한 트리플인데요. 트리플은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의 전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여행 플랫폼입니다.

트리플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김연정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트리플의 CEO를 맡고 있는데요. 일잘러 회사원이었던 김연정 대표는 어떻게 창업을 결심했을까요? 서비스를 기획하며 플랫폼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과 플랫폼에 대한 김연정 대표의 인사이트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트리플 김연정 대표 인터뷰

Q. 트리플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트리플이 지향하는 건 초개인화 여행 플랫폼이에요. 본인의 여행 일정이나 여행 경로, 방문했던 장소나 예약 같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의 모든 지점에서 여행자를 돕는 서비스입니다. 지금까지 시리즈 A, B 브릿지 투자를 통해 총 6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Q. 그간의 커리어 여정이 궁금합니다. 네이버에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셨죠?

대학생 때부터 굉장히 바쁘게 살았어요. 광고 회사 인턴도 오래 했고, 취업보다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건지에 초점을 두고 지냈던 것 같아요.

대학생 시절에 IMF를 겪었는데 그 시기에 많은 서비스가 웹으로 전환됐어요. 서비스 변화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IT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서비스 기획자로 성장해야겠다 싶어서 웹 에이전시에서 서비스 기획 UX 리서치 역할을 맡았습니다.

일을 하면 일할수록 유저들과 소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이버에 입사했고요. 네이버에서 맨 처음 만들었던 기능이 네이버 메일의 ‘내게 쓰기’ 기능이었어요. 당시 네이버 메일의 순위가 4~5위였거든요. 다음 메일의 후순위라 다음 메일을 따라잡으려면 뭘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데이터를 보니까 보내는 사람의 메일 주소와 받는 사람의 메일 주소가 똑같은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나 중요한 기록을 메일에 많이 적는구나 싶었죠.

작은 차이지만, 내게 쓰기 기능으로 많은 유저분들께서 ‘네이버 메일은 사용자를 생각해준다’라고 느끼신 것 같아요. 그때부터 유저들이 네이버 메일을 사용자와 가까운 서비스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덕분에 네이버 메일이 1위에 올라갈 수 있었고요.

Q.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니다가 여행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 20대는 매체의 전환을 목격한 시기였어요. 오프라인 매체에서 웹으로, 웹에서 모바일로 바뀌는 3번의 전환을 목격했거든요. 그런 변화를 직접 보면서 모바일 퍼스트인 회사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카카오로 이직했습니다.

카카오에서는 신규 소셜 서비스의 TF를 모두 갖고 있는 총괄 임원이었어요. 다양한 TF가 있었는데, 여행 서비스에 대한 TF는 채택이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트리플의 공동 대표인 최휘영 대표님께서 같이 창업해볼 생각이 있냐고 연락을 주셨어요.

최휘영 대표님은 네이버에서 만났는데, 제가 사원이던 시절에 대표님이셨어요. 당시에 대표님께서 서비스의 중요한 변경을 처리하라고 하신 걸 제가 안 바꾸겠다고 대들었던 적이 있거든요? 유저는 충분히 좋아하는 기능인데 왜 바꿔야 하냐고 대들어서 불려갔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연락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제안을 받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괜찮을지부터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고생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어려운 시간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걱정보다는 설레는 감정이 들었죠.

무엇보다, 이 서비스는 누구보다 내가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누구보다 자신이 있으니까 내 이름으로 만들고 싶더라고요. 작더라도 내 이름으로 만들어서 유저들을 설득해가며 서비스를 성공시켜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Q. 처음 트리플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셨나요?

다들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여행을 준비할 때는 네이버 검색부터 해요. 네이버 검색 결과를 엑셀에 정리해서 여행하는 거죠. 이렇게 엑셀 파일이나 가이드북을 들고서는 여행이 편해질 수 없겠다 싶었어요.

여행을 좋아해서 자주 떠나고 싶은데, 타인의 경험에 맞춰진 여행만 하다 보니까 여행을 왜 이렇게 힘들게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봤고요. 그런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능숙하지 않은 언어와 낯선 환경 속에서는 여러 변수가 생기는 만큼, 여행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서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의 전 과정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게 저희의 가설 검증 단계였어요.

플랫폼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제가 네이버와 카카오를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카카오도 카카오톡으로 많은 유저를 확보한 후에 카카오 게임을 런칭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거든요.

결국 중요한 건 많은 유저가 트리플을 사용하고 사랑하도록 만드는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트리플이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가설 검증의 숫자를 100만 명으로 굉장히 높게 잡았죠. 11명이 오사카에서 3박 4일 동안 정말 빡세게 필드 테스트를 했는데, 테스트 결과가 다 실망스러운 거예요. 결과를 보고 다들 “이렇게 하면 우리 망할 거 같은데?”라고 말할 정도였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충분히 괜찮은 결과였거든요. 개발 버전이라는 걸 알고 갔을뿐더러, 사실 트리플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도 전부 사용자였잖아요. 완성도 높은 서비스만 써왔기 때문에 쉽게 만족하기는 어려울 거란 말이죠. 팀원들에게 이 사실을 상기시켜주면서 으쌰으쌰 하기 위해 특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했던 게 바로 이거라고, 이게 맞다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비전이 이 서비스에 담겨있다고 팀원들을 설득했어요. 그게 도움이 되면서 더 촘촘하고 멋진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서비스를 오픈하고 9개월 만에 1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고, 300만 명을 달성했을 때 여행 상품을 예약할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Q. 여행 상품도 다양하지만, 여행 장소나 추천 일정 같은 관련 콘텐츠가 굉장히 풍부하더라고요.

유저들이 트리플 앱을 사용하게 만드는 데 콘텐츠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저희는 마중물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물을 부어줘야 하잖아요. 그게 콘텐츠라고 생각해서 여행 장소 DB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죠.

기본 데이터만 보여주는 건 별로 도움 안 된다고 생각해서 SNS에 올라오는 맛집이나 관광지가 얼마나 언급되는지 확인해 최대한 직접 가보려고 노력했고, 현지 가이드북을 사서 직접 번역해서 보기도 했어요.

방콕 여행을 떠났다고 하면, 유명 맛집에 가서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결정하기 어렵잖아요. 자체 콘텐츠를 통해 가격이 얼마인지, 왜 맛있는지 알려주면 쉽게 이해하고 주문할 수 있는 거죠. 대표 메뉴 사진을 보여주거나 영상에 나오는 메뉴를 보여주면서 주문하는 것처럼요.

또 ‘방콕에서 이건 꼭 보셔야 해요. 그래야 돈이 안 아까워요’라며 주요 관광지를 소개해주면 유저에게 딱 필요한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여행자를 돕는 다양한 콘텐츠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실제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어야 유리한 점이 있거든요. 여행자가 어떤 마음으로 우리 앱을 쓰는지 알아야 하니까. 그래서 3년 이상 근속자는 트리플이 서비스하는 도시 중 한 곳에서 한 달간 거주하며 근무할 수 있는 트리플 노마드 제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트리플의 구성원들

Q.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을 꼽자면 단연 여행업계일 텐데요. 어떻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게 기억이 나요. 바로 전 달에 거래액 150억 원을 찍었는데, 전부 취소 금액으로 돌아오더라고요. 하루 매출이 0이 아니라 마이너스로 내려갔어요. 정말 순식간에.

코로나 시국이 힘든 건 열심히 할 게 없다는 거예요. 금전적으로도 힘들었지만,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인 만큼, 이 사람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모르고 굉장히 집중해서 준비한 서비스가 있었어요. 기존의 항공 예약 서비스가 굉장히 복잡하고 시스템도 노후화돼서, 항공 예약 시스템을 잘 개발해야 유저가 편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자체 기술을 개발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해외 항공권을 예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다행히 국내 여행 사업을 준비한 게 있어서 국내 여행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전국을 커버할 수 있도록 오픈했어요. 국내 항공권도 예약할 수 있도록 빠르게 오픈했고요. 유저들이 국내 여행으로 트리플을 사용해보면 나중에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 그걸 좋은 기회로 삼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코로나19가 끝났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어떤 설문조사건 모두 여행이라고 답하세요. “코로나만 끝나면 제일 멀리 여행 갈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의 해외여행에 대한 준비를 아주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트래블 버블 서비스는 이미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자가격리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에 대한 데이터와 도시들은 이미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트리플 김연정 대표

Q.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로서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선택이 빠른 편이에요. 인간이 하는 고민의 60%는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민해봤자 어쩔 수 없는 일이거나, 일어나도 그렇게 리스크가 크지 않을 이벤트에 대해서는 오래 고민하지 않아요.

유저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서비스라면 보통은 리뷰가 오염되는 일을 고민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도 저는 “그 정도면 우리 서비스 대박 난 거 같은데?”라고 이야기해요. 쓸데없는 고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성향이 빠른 결정에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서비스를 만드는 메이커들은 다른 사람보다 반보 빨라야 하거든요. 반걸음 빠르게 우리 기술을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움직이면서 얻은 유저 행동이 서버,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그걸 잘 보면서 서비스를 기획해야 하고요. 트리플을 만들 때도 결국 가장 중요했던 건 유저들이 만들어낸 데이터였어요. 여행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봤거든요.

또 아무리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도 유저들이 쓰지 않으면 더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유저들이 어떤 문제를 왜 불편해하는지 알려면 질문을 잘 던질 줄 알아야 하고요. 질문을 잘못하면 이상한 답이 나올 수 있거든요.

저 역시 CEO가 된 후에도 ‘왜 이걸 하는 거지? 이 문제는 왜 나온 거지?’ 같은 질문을 더욱 잘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트리플 김연정 대표

Q. 끝으로 향후 트리플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머지않은 시기에 해외여행 제한이 풀리고 더 많은 사람이 트리플을 사용한다면 여행 카테고리에서 무조건 1등이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지금은 이 목표를 함께 이룰 분들을 찾고 있고요. 서비스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지향적인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트리플의 문화는 신뢰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는 문화예요. 어디까지 결론을 낼지 회의의 목적을 정하고 의사결정자를 정하죠. 의사결정자는 늘 저인 건 아니에요. 팀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선택할 수 있는 문화를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가는 건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거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여행을 막 다녀왔을 때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어요. 그런 가치 있는 경험을 많은 사람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때 트리플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여행 갈 때 ‘얘랑 가면 믿을 만하다’라고 느껴지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트리플도 여행자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내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 아이가 자라서 사회생활을 할 때 제가 겪었던 것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길 바라거든요. 그러려면 지금 내가 무언가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8월 공개된 <네이버와 카카오 기획자를 거쳐 여행 스타트업 CEO가 되기까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기획자를 거쳐 여행 스타트업 CEO가 된 트리플 공동대표, 김연정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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