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300억 투자 유치’ 요즘 잘나가는 번개장터의 영업 비밀


불가능한 차별화를 만드는,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요즘 여의도 일대를 마비시킨다는 더현대서울에 주말이면 300여 명씩 줄을 서는 매장이 있습니다. 번개장터가 새로 오픈한 스니커즈 리셀숍, 브그즈트 랩(BGZT Lab)입니다.

베인앤컴퍼니와 빙글, 티몬을 거친 이재후 대표는 성장이 정체된 번개장터에 CEO로 합류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재후 대표가 더현대서울에 중고매장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이 자리 잡은 중고거래 시장에서 어떻게 번개장터만의 차별화를 만들어냈을까요?

취향이 반영된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며 불가능해 보였던 차별화를 만들어낸 이재후 대표의 인사이트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왼쪽부터) 네스트컴퍼니 신재식 대표,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번개장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후라고 합니다. 번개장터의 파운더는 아니고요. 2020년 1월부터 대표직을 맡았습니다. 그전에는 티몬에서 사업 전략과 배송 상품 총괄을 거쳐, 대표 이사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번개장터에 합류하기 전 외부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번개장터는 어떤 회사였나요?

아주 좋은 원석인데, 좀 많이 깎아야 할 원석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확신은 있었어요. 깎아서 보석이 될 수도 있고, 막상 깎아 봤더니 아무것도 아닌 돌멩이일 수도 있잖아요. 번개장터는 보석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어요.

2020년에 개발 리더분들을 모셔왔는데, 그분들 반응도 대부분 비슷했어요. 처음엔 “다 되어있는 것 같은데 제가 가서 뭘 하나요?”라고 하셨지만, 보면 볼수록 아니거든요. 점차 반응이 ‘번개장터가 MVP(Minimum Viable Product)* 위에 MVP 위에 MVP로 만든 서비스네요’라고 바뀌시더라고요. (웃음)

*최소 기능 제품.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

(왼쪽부터) 네스트컴퍼니 신재식 대표,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정말 많은 걸 의미하는 표현이네요.

그동안 굉장히 린(lean)하게, 그 시점에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술 부채가 계속 쌓였고 리스크 관리도 미처 고민할 여력이 없었던 거예요. 첫인상은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내가 정리할 게 참 많네?’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럼에도 제가 번개장터를 원석이라 확신한 이유는 번개장터가 주도하는 트렌드 때문이었어요.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고거래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었거든요.

보통 40대 이후 분들은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도 남이 사용했던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어요. 그런데 젊은 고객들에게는 중고거래가 비싼 물건을 경험해보는 수단이거든요. 어설픈 신상을 사느니, 중고거래여도 확실한 브랜드를 사는 소비패턴인 거예요. 그 트렌드가 번개장터에 이미 있었어요.

다른 분들도 애정을 가지고 번개장터를 살펴보면서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점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합류하신 분들에게 각자의 기업가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미 잘되고 있는 서비스에 합류하는 게 아니라 잘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관여해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이 우리 회사에 모이신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네스트컴퍼니 신재식 대표,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중고거래 마켓에서 번개장터의 컬러감은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실 텐데, 어떤 분들은 번개장터가 미국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해요.

그렇게 보실 수 있어요. 내부적으로는 포쉬마크와 디팝(Depop)의 중간 지점을 지향하는 것 같아요. 디팝은 중고거래를 거의 인스타그램처럼 만들어놨고, 포쉬마크는 조금 더 커뮤니티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죠.

번개장터의 서비스 경험은 디팝과 조금 더 비슷한데, 지금 디팝은 콘텐츠가 너무 정제돼 있거든요. 디팝 피드를 보면 정말 예쁜 사진이 아니고서는 올리기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번개장터 역시 콘텐츠에 취향을 담지만, 그만큼의 허들을 둘 생각은 크지 않습니다.

번개장터와 유사한 해외 서비스 ‘포쉬마크’

번개장터와 유사한 해외 서비스 ‘디팝’

Q. 요즘 국내 중고거래 마켓에서는 스니커즈 중심의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내부에서 크림 이야기는 너무 자주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웃음) 저는 고객으로서 크림도 굉장히 잘 쓰고 있어요. 너무 잘 만든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서비스인 동시에 콘텐츠도 정말 잘 보여주거든요.

번개장터가 더현대서울에 스니커즈 매장, 브그즈트 랩을 만들 때의 각오는 꿈을 팔자는 거였어요. 결국 유통은 꿈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꿈을 판다는 건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실제로 구현해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진 않았지만, 크림 정도의 완성도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미 좋은 서비스가 있는데 똑같은 걸 그대로 만드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번개장터가 내린 답은 최고의 현장감이었어요. 최고의 현장감을 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차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죠.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브즈그트 랩’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브즈그트 랩’

보통은 구매하기 전에 물건을 만져보지 못하게 하거든요. 그런데 갖고 싶은 물건은 한 번쯤 만져봐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상품은 보는 맛보다 체험하는 맛이고, 가장 큰 재미는 직접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브그즈트 랩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보는 제품 경험과 즉각적인 구매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런 점이 고객분들에게 잘 통했는지 아직도 하루에 1,000명씩은 꼬박꼬박 브그즈트 랩을 찾아주세요. 1년이면 30평 공간에 30만 명이 방문하시는 거예요. 저는 이분들이 브그즈트 랩에서의 경험을 기억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시점에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는 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브그즈트 랩처럼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길만한 요소를 같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번개장터가 그걸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요.

어디서 새로운 영역을 찾을지는 계속 고민해야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업계 파트너들은 다 좋은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네스트컴퍼니 신재식 대표,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처음 브즈그트 랩을 보고 어떻게 번개장터가 오프라인에 스니커즈 매장을 만들었는지 궁금했어요. 기존 번개장터의 DNA에는 없던 시도라고 느껴졌거든요. 대표님이 합류하셔서 기획하신 건가요?

많은 고객분들이 인기 브랜드 상품을 합리적으로 거래하기 위한 수단으로 번개장터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 부분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해 브그즈트 랩을 만들었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 전략을 세울 때 고객들이 이미 활용 중인 70~80%의 영역을 제외하고 아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면 차라리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중고거래로 브랜드 제품을 거래하는 게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라고 하는데, 그게 꼭 MZ고객만의 트렌드는 아니거든요.

제 나이 또래분들을 만나서 좋아하는 브랜드를 물어보면 처음에는 대부분 취향이 없다고 말씀하세요. 다시 “애플 안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애플은 좋아하죠”라고 답하시거든요. 연령층에 상관없이 다들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긴 있는 거예요. 다만 거래를 진행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거죠.

이제는 모든 사람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자기도 모르게 본인만의 취향 콘텐츠를 보는 거예요. 커머셜 콘텐츠도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번개장터는 이미 브랜드를 공유하고 거래하던 곳이니까 앞으로도 지속해서 잘 이어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네스트컴퍼니 신재식 대표,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현재 번개장터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년 연말에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을 인수했고 올해는 중고 골프채 마켓 플레이스인 프라이스골프를 인수했습니다. 특히 프라이스골프 안에 좋은 콘텐츠가 정말 많아요. 내부적으로는 고객이 기대하는 UX 경험과 기술력이 잘만 결합하면 빠르게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실행을 준비 중인데, 아무래도 회사의 우선순위가 있다 보니까 더 속도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뛰어난 개발자분들과 프로덕트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시는 PO 디자이너분이 오시면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일할 때 이런 기회가 봤다면, 바로 와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을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듣고 그런 마음이 드는 분들이 오시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사실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 때 대다수가 겪는 경험은 둘 중 하나예요. 돈을 많이 쓰거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껍데기를 만들어두고 누군가 와주기를 바라는 거죠. 그런데 누군가 와주길 바라는 과정은 또다시 돈이 들어가요. 어쨌든 계속해서 돈이 필요하다 보니까 버티질 못해요.

좋은 아이디어가 세상에 등장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이유는 기다리는 시간을 못 버티기 때문이거든요. 보통 목업(mock-up)을 그리면 그대로 될 거라고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안 돼요. 껍데기를 만들어 둔다고 콘텐츠가 들어오는 건 아니거든요. 치열한 운영과 실행이 바탕이 있어야 하고 숙성 기간도 필요해요.

오프라인 중고거래 시장을 보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고군분투하신 분들이 카테고리별로 있어요. 저희는 계속해서 그분들을 파트너로 만나고 있어요. 이분들을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해야 하는데, 그건 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중고시장이 새로운 가치가 형성되는 시장, 물건의 밸류에이션이 정직하게, 냉정하고 솔직하게 결정되는 마켓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중고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고객이 정하는 물건 가격을 확실히 느껴요. 요새 넥타이 안 매잖아요. 예전에 면세점에서 산 좋은 넥타이를 7~8만 원에 내놔도 아무도 안 사요. 반면에 나이키 윈드러너는 프리미엄 상품이 아닌데도 금세 팔리죠.

지금 이 시기에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고거래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네스트컴퍼니 신재식 대표, 번개장터 이재후 대표

Q. 10년 후의 번개장터는 어떤 회사일까요?

10년 후의 번개장터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발굴하는 시작점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취향이 계속 바뀌잖아요. 취향이 변할 때마다 늘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나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보물창고가 됐으면 해요. 세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사회적으로 큰 틀에서 최소한의 물질적 풍요는 있다고 봐요. 하지만 개인이 꿈꾸는 바를 객관적 관점에서 달성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어디서 가치를 찾아야 할까?’라고 생각해보면 결국 자기만의 보물, 제3의 보물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 같아요. 그게 결국 컬렉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어떤 분들은 스니커즈에서 찾고, 어떤 분들은 캠핑에서 자기만의 보물을 찾아가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영역 안에서 분위기 전환도 하고 소비도 해보고요.

각자 찾는 영역이 다를 뿐이지 자기만의 보물을 찾으려는 분들은 점점 늘어날 거라고 보고, 번개장터가 그 곁에서 자기만의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창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브즈그트 랩’

개인적으로는, 저는 삶에 낙천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분을 만나잖아요. 한 분, 한 분 만날 때마다 참 재밌어요. 다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본인이 만들고 싶은 가치가 있고, 그렇게 발현하는 에너지가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면서 지금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제가 자그마하게나마 공헌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하고 싶습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8월 공개된 <요즘 잘나가는 번개장터의 영업 비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번개장터 대표, 이재후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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