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인 건축가의 디자인 관점


관계를 짓는 건축가, 디자인 건축 스튜디오 SOAP 권순엽 대표

iF 디자인 어워드는 우수한 디자인의 가능성과 역할을 알리기 위해 1953년 독일에서 제정되었습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DEA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라고 불립니다. 심유진 대표가 수상한 인테리어건축 부문 외에도 UI/UX, 서비스, 패키지, 커뮤니케이션, 제품 등 다양한 부문의 디자인 가치를 평기하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SOAP는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의 해솔 숲에 설치한 ‘오솔(OSOL)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iF DESIGN AWARD 2021’ 건축 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인 건축 스튜디오를 이끌기까지, 권순엽 대표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요?

권순엽 대표가 말하는 건축과 디자인의 관점부터 다양한 문화예술 영역에 속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방식까지,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SOAP 권순엽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인 건축 스튜디오 SOAP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가 권순엽입니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1 건축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SOAP의 프로젝트 ‘오솔(OSOL)’

Q. 지난 4월,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iF DESIGN AWARD 2021’ 건축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셨습니다. 프로젝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솔(OSOL) 프로젝트로 디자인 부문 금상을 수상했고, 화성시 역사박물관으로는 그래픽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받았습니다.

오솔 프로젝트는 화성시 궁평이라는 곳에 설치한 오래된 해송과 바다가 함께하는 장소에 세워진 작은 쉼터인데요. 그런데, 이 장소는 사람들에게 잊혀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공간이에요. 궁평이라는 아름다운 공간마저도 사람들 사이의 연결 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공간이 존재하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을 통해 이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어요. 해송 숲과 바다가 주민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SOAP 권순엽 대표 인터뷰

Q. 어릴 적부터 건축가를 꿈꾸셨나요?

할아버지가 대목수셨어요. 예전의 대목수는 직접 설계하고 건물을 짓는 직업이었어요. 시골에 살면서 한 번도 교육받지 않으신 할아버지가 직접 집을 지으셨죠. 그 집에서 제가 굉장히 오랫동안 지냈어요. 할아버지 집에서 보낸 시간 동안 건축에 대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쌓인 것 같습니다.

학부 시절의 SOAP 권순엽 대표

Q.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모범 학생이면서도 불량한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건축을 계속하면서도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어요. 낯선 건축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려면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답을 찾을 때까지 학교에 안 가고 작업실에서 친구들과 같이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죠. 건축 이외의 분야는 별로 생각해 본 적 없기도 했고요.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작업실이라는 환경이 저를 굉장히 안으로 파고들게 만든 것 같아요.

Q. 그러다 하버드 건축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셨는데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4학년 1학기에 졸업 설계를 마치고 처음으로 캠퍼스 의자에 누워봤어요. 밝은 하늘에 구름이 떠가고 있더라고요. 구름을 보는데, 이제는 나도 세상을 향해서 밖으로 떠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보스턴에 처음 도착해서 봤던 풍경은 캠퍼스 벤치에서 봤던 구름 같은 느낌이었어요. 정말 커다란 세상처럼 느껴졌거든요. 다양한 전공을 배우고 있는 7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매일 밤 자신의 작업에 대해 얘기하고 고민하는 환경이었어요. 그런 환경 자체가 굉장히 크고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하게 해줬던 것 같아요.

Q. 이 경험을 바탕으로 첫 건축설계사무소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첫 사무소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보스턴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서 친구와 건축설계사무소를 시작했는데요. 둘 다 건축에 대한 열정 하나로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일을 수주하려고 노력했어요. 공모전에도 굉장히 많이 참가했고요. 돌이켜 생각해봐도 참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가 왜 함께해야 하는지’ 비전과 목표에 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더라고요. 첫 건축사무소가 오래갈 수 없었던 이유는 ‘어떻게 함께 해나갈 수 있는지’라는 질문을 통한 관계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SOAP 권순엽 대표

Q.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SOAP 설립에 도움이 되었나요?

한 번의 실패 이후 어떤 설계사무소를 만들어야 하는지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건축 안에서 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연결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간이라는 주제로 연결할 수 있는 다른 디자인 분야와의 연결 관계를 경계 없이 만들어 나감으로써 새로움을 찾아보는 시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구성원들과 함께하고 있는 SOAP 권순엽 대표

Q. SOAP는 어떤 회사인가요?

SOAP는 일반 건축사무소와는 다르게 경영을 전공한 전략가, 그래픽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환경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모여 작업하는 스튜디오입니다.

저희는 SOAP라는 환경을 ‘디자인 냄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크리에이터들이 던져주는 아이디어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릇 안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뒤섞이다 보면 하나의 결과물로 탄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기존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결과물들이 나와요.

Q. 짓다가 포기한 찜질방을 개조해 건축한 ‘소다미술관(SoDA, 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소다미술관도 ‘이게 미술관인가? 카페인가?’라는 식으로 헷갈리게 만든, 기존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결과물의 일종인 거죠. 고품격 키즈카페라고 보시는 분도 있어요. SOAP라는 그릇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뒤섞다 보면 이렇게 모호한 경계를 다루는 공간의 결과물이 탄생해요.

SOAP 권순엽 대표

Q. 앞서 이야기해주셨던 것처럼, SOAP만의 정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항상 외치는 구호가 있어요.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예요.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인데요. 구성원 각자가 다른 디자인 영역에 있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저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그래픽 디자인 영역에서 만들어진 로고를 보고 건축물 형태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죠.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각자의 영역이 다르더라도 결국 하나에 이르는 과정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고, 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요.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일에는 늘 불안하고 낯선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죠. 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 힘이 되어주고, 함께하고,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다면, 우리가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SOAP 권순엽 대표

Q.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면, 무척 다양한 디자인이 오가요. 작업 과정에서 완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하고,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도 많죠. 작업자들 서로 간의 불협화음들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저희의 작업을 세상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해요.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 세상에 받아들여지고, 가치를 인정받을 때 우리의 가치 또한 인정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의 전략과 관점이 의미 있다는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건축가란 어떤 사람인가요?

건축가는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의미 있게 지속하려면 직업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일에 대한 의미를 찾고, 일을 통해서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관계를 계속해서 맺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이 일을 의미 있게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라는 직업은 극단적인 창의력을 요구하고, 창의력을 위해서 집요하게 질문해야 해요.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많이 괴롭혀요. 괴로움의 끝에서 작업을 이끌어가는 거죠.

제가 건축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집을 짓는 건축가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이라는 전문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하나의 어휘로 만들어내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SOAP 권순엽 대표

Q. 건축가이지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의 고민도 다를 것 같습니다. 경영자로서 추구하는 가치가 있나요?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리더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많아요.

회사를 지속하려면 건축가의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역량이 아니라, 회사 팀원들이 우리가 함께하는 일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공유된 가치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OAP 권순엽 대표 인터뷰

Q. 좋은 건축가,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건축가 혹은 디자이너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자아라는 내 안의 세상에서 시선을 돌려 바깥을 바라볼 때, 이 일을 의미 있게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디자인과 건축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내 안의 세상에서 바깥으로 시선을 향했을 때 이 일을 의미 있게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1년 8월 공개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인 디자이너의 관점>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iF DESIGN AWARD 2021’ 건축 부문 금상을 수상한 스튜디오 SOAP의 권순엽 대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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