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을 잡아낸 한국의 AI 스타트업


카메라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AI 영상인식 전문기업, 알체라 황영규 대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카메라를 마주할 일이 참 많습니다. 잠금 해제부터 은행 이체까지 다양한 분야에 AI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되고는 하는데요.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AI 기술로 카메라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인공지능 영상인식 전문 스타트업 알체라(alchera)입니다.

알체라는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12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스노우 카메라, 하나은행, 신한카드 등 국내외 여러 기업의 서비스에 알체라의 기술이 쓰이고 있죠. 또, 산불 감지 기술을 개발해 미국의 산불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알체라의 황영규 대표는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알체라의 CTO를 거쳐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황영규 대표가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를 이끄는 기업가로 거듭나기까지 이야기,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알체라 황영규 대표 인터뷰

Q. 알체라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알체라 대표 황영규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 알체라는 영상인식 AI를 개발하는 재미있는 회사입니다. 안면인식 기술을 출시해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고 있고, 카메라가 있는 모든 곳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 중입니다.

Q. 알체라의 기술은 주로 어떤 분야에 활용되고 있나요?

현재는 스노우 같은 카메라 앱과 은행 등 결제 서비스 등에 알체라의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카운티에서도 저희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산불 감시 AI 기술을 활용해 산불을 미리 감지할 수 있습니다.

Q.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요.

미국의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NIST)가 주관하는 ‘안면인식 성능 테스트(FRVT, Face Recognition Vendor Test)’라는 평가가 있는데요.

2018년에 이어 2021년에도 얼굴 노화 인식, 출입국 심사대 촬영 사진 인식 부문에서 국내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알체라의 얼굴 인식 기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미국 유학 당시의 알체라 황영규 대표

Q. 창업 전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셨는데요.

저는 원래 수학교육과 출신이에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 수학 선생님이 된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른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려면 과를 바꿔야 하잖아요. 어디로 가야 쉽게 바꿀 수 있는지 찾아보니 미국으로 가야겠더라고요. 미국에서 공부를 이어가던 중에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삼성종합기술원 채용 기회가 있더라고요. 바로 이력서를 내고 취직했습니다.

알체라 황영규 대표

Q. 그곳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삼성종합기술원의 미션은 5년 뒤, 10년 뒤를 바라보는 기술을 개발하는 거예요. 사실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하다’라는 것은 아무도 정해주지 않잖아요. 저희가 정하는 게 미래가 되는 것이죠. ‘이 기술을 개발하면 사용자에게 이런 이득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성을 정하는 식으로 일했어요.

알체라 황영규 대표

Q.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참 어려웠어요. 엔지니어는 바로 구동이 되는 것을 주로 개발하려는 성향이 있거든요. 완벽한 것을 원하고요.

그런데 미래는 알 수 없잖아요. 바로 확인할 수 없이 어떤 방향성만을 내다보고 일하하는 방식이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느껴져서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속으로 ‘이게 기술이야, 뜬구름이야’ 막 이러기도 했고요.

한 3~4년 정도가 지나니, 삼성종합기술원의 방식이 장점으로 느껴졌어요. 머신러닝이나 AI 기술로 영상 인식을 계속 연구하면서도, 기술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인근 하드웨어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다 다뤄볼 수 있었거든요. 그것 자체가 엄청난 장점이었어요.

알체라 황영규 대표 인터뷰

Q.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SNOW)’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되셨습니다. 어떻게 연이 닿은 것인가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일하다가 SKT에서 이직 제안이 와서 미래기술원이라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었어요. SKT에서는 AI를 적용한 얼굴 인식 알고리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했고요.

SKT에 다닐 때, 스노우의 김창욱 대표님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그 당시는 미국에 ‘스냅챗’ 앱이 막 출시되어서 한창 핫할 때였고, 스노우는 초기 단계인 상황이었는데요. 대표님께서 “스냅챗에 있는 기능을 구현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자문을 해드렸고, 이 일을 계기로 인연이 맺어져서 SNOW 대표님께 창업을 권유받았습니다.

Q. 바로 창업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으신 건가요?

처음엔 저도 거절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 이게 기회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회사의 방향이 아닌 나의 방향을 가볼까 싶었죠. 그 상태로 회사에서 나왔어요. 그 후로는 그냥 달린 거예요.

창업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 내린 결정의 흔적을 남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SNOW로부터 투자받아 2016년 6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처럼 방향성이 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당시의 저한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냥 창업해보자는 마음만 있었어요. 성공의 개념이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성공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초창기에 스노우에서 저희 회사를 인큐베이션해 준다고 자리를 마련해주셨어요. 사무실에 가기 위해서 첫 전철 시간에 맞춰 일어났죠. 새벽에 일어나서 집을 찬찬히 둘러봤는데, 와이프랑 아이들이 자고 있더라고요. 제가 애가 셋이거든요.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지금 뭘 했지?’ 싶더라고요.

스노우 오피스에 도착할 때까지 딱 한 가지 생각만 했어요. ‘변해야 산다’는 생각이요.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변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마음을 다지면서 출근했던 것 같아요.

알체라 초기의 얼굴 인식 기술

Q. 기술 스타트업이다 보니, 초창기에는 고객을 파악하고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스노우의 인큐베이팅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막막하더라고요. 스노우 카메라 외에 다른 고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막연했어요.

기술 개발은 하면 돼요. AI도 쉽고 다 쉬워요. 그런데 고객 입장은 ‘이 서비스가 나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로 판단해 서비스 이용을 결정하거든요. 어떻게든 소비자를 만족시켜 나의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Q. 개발자 마인드에서 기업가 마인드로 시선을 전환하는 계기가 된 에피소드가 있다고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한동안 사업 아이템이나 가능성을 판단할 때,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지, 아닌지’로만 판단했어요.

그러다 2019년에 미국에 있는 VC 앞에서 알체라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알체라의 고객은 누구이며, 그 고객의 고충은 무엇이고, 너희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얘기해보라”는 질문을 받았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앞에서 “우리 회사 기술이 좋다”는 얘기만 하고 내려왔어요. 그랬더니 한 분이 “알체라는 아무것도 아니네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너무 충격적이었죠. 그때 ‘아, 세상을 바꿔야겠구나.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기업가구나. 기업가가 되자’라고 생각을 바꾸게 된 것 같아요. 기업가가 돼서 세상에 변화를 주겠다는 목표가 생긴 거죠.

생각을 바꾸고 나니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 같은 회사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줌(ZOOM)’도 마찬가지고요. 링크 하나로 화상 통화를 가능하게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잖아요. 편리함 하나로 시장을 만든 거예요.

이런 사소한 것 하나를 해결하는 것으로도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런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됐어요.

Q. 앞서 이야기 주신 것처럼 알체라의 AI 기술은 미국 산불 감지에도 쓰이고 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VC를 만나며 기업가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됐고, 또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도 했어요.

미국에 가보니 산불이 난리도 아닌 거예요. 캘리포니아는 특히 산불로 인해서 정전이 많이 나는 곳이에요. 정전의 피해 규모가 1년에 170조원이나 될 만큼 어마어마하죠. 이 문제를 저희 기술로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미국의 카메라 회사를 컨택해서 데이터를 다 가져왔어요. 저희의 얼굴인식 기술을 산불에 적용해 피어오르는 연기를 감지하는 데 사용하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산불이 발생한 후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20분이에요. 20분이 지나면 그 불은 끄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번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산불을 미리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어요.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카운티에서 저희 제품을 쓰고 있어요. 기존에 있는 시스템보다 저희가 10분 정도 먼저 연기를 찾아서 사업을 따냈죠. 지금은 산불 감지와 관련한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쓰기 편하도록 제품군이 다양해졌고요.

Q. 이를 계기로 산불 감지, 안면인식으로 방향을 좁혔는데요.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스타트업의 추세와는 반대입니다. 어떤 장점이 있나요?

초창기만 하더라도 여러 회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산불 감시 기술을 만든 이후로는 싹 다 정리했어요. ‘지금은 산불만 하자’는 결론을 내렸죠. 그다음에는 얼굴인식만 하고요. 나머지는 다 버리자는 상태였습니다. 그 과정의 성과가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이죠.

새롭게 뛰어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속도를 내야 하잖아요. 고속화할 수 있는 방법은 선택과 집중이에요. 우선순위를 나누고, 우선순위가 낮은 일은 하지 않는 게 목표에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알체라 황영규 대표

Q. 그동안 개발을 해오던 입장에서, 개발을 관두고 경영에 전념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개발하던 사람이다 보니까 개발에서 손을 떼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제가 잘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회사가 커지니, 마케팅도 알아야 하고 세일즈도 알아야 하고 HR도 알아야 하더라고요. 적당히 물러서고 다양한 분야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이때, 각 영역에 우수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알체라를 이끌고 있는 저의 중요한 미션이기도 하고요.

알체라 황영규 대표

Q. 앞으로 기업가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나요?

창업가로서 회사라는 자식을 낳으면, 내가 낳았다고 해도 내 것이 아니에요. 아이에게는 본인만의 인생이 있으니까요. 저 없이도 아이가 독립적으로 잘하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쳐서 큰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업가가 되고 싶어요. 세상에 큰 영향을 주고 좋은 영향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고요.

Q. 그렇다면 알체라가 꿈꾸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무 같은 회사가 되고 싶어요. 열매는 우리 고객사들이 쫙 가져가고요.

저희 사무실 이름이 오케스트라인데요. 기업가는 지휘자 같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지휘자는 혼자 지휘하면 이상한 지휘자가 됩니다. 바이올린 잘하는 사람은 오케스트라에 참여해도 되고 독주회도 가능해요. 그런데 지휘자는 혼자 지휘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2021년 알체라의 팀원들

Q. 함께 일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겠네요. 알체라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는 어떤 모습인가요?

알체라에는 창업가가 꿈인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기업가는 어디든 영향을 주고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거든요. 알체라를 키우는 데 흔적을 남기면 좋겠습니다. 계속해서 알체라를 키우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흔적을 남기고 또 다른 데 가서 크게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알체라는 그런 분들로만 채워져 있고요. 알체라 오세요!

* 본 아티클은 2021년 6월 공개된 <개발자에서 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바뀐 것>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개발자에서 AI 영상인식 스타트업 기업가로 성장하기까지, 알체라 황영규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