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의 어긋남이 곧 1km의 어긋남이다” – 트리플 김연정 대표 10문10답


유튜브 포스터

트리플 김연정 대표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먼저 만나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아티클로 만나보세요.

78억 전 세계 인구의 발이 꽁꽁 묶이다 못해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든 2020년이었고, 2021년이다. 사람이 아닌 산업 단위로 봐도 어디나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 특히 여행 업계는 통째로 박살이 났다.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화물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에어비앤비는 근교 여행을 장려하는 등의 액션으로 실적을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물론, 버틸 여력이 없는 회사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문을 닫으며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초개인화 여행 플랫폼을 지향하는 트래블-테크 스타트업 트리플은 어땠을까? 트리플 역시 코로나19 이전까지 220여 개의 해외 도시를 서비스해오며 해외 위주의 비즈니스를 전개했기에 대전환을 해야만 했다. 이들이 클릭한 테마는 ‘국내’였는데, 최근 들어 올 1월 대비 거래액 2,100%, 상품 조회 사용자 수 400%, 상품 예약 건수는 16배 증가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띠고 있다.

아직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고난 속에서도 인상적인 스텝을 보여준 만큼 영상에 담기지 못했거나 같은 내용이어도 반복해서 담을 만한 트리플 김연정 대표의 몇 가지 답변을 더 추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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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앱스토어 투데이에 소개된 트리플 김연정 대표 (출처: 애플코리아)

#1 Travel

Q. 여행을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는, 들려줄 만한 개인적인 일화 같은 게 있을까?

김연정(이하 생략)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단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있어서 여행을 갈 수 없어’같이 제한적인 생각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이들을 위해서도 비행기, 에메랄드 빛 바다 등을 책으로만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백만 원씩 하는 책 전집을 아이들에게 사준 적이 없다. 그 돈으로 여행을 데려가곤 했다. 그 정도로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네이버 재직 시절의 트리플 김연정 대표=

#2 Shift

Q.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계열의 대기업 PM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큰 변화를 겪고 CEO로 새로운 페이즈에 랜딩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나?

대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과 창업을 하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일단 이전에도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성과 평가도 좋아서 인센티브도 두둑하게 받았다. 그러면서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역할도 있다 보니 야근을 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으면서도 워라밸을 많이 신경 썼었다.

물론, 창업을 한 지금이라고 워라밸이 깡그리 무너진 건 아니다. 단, 근무 시간이 따로 없어진 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에 올라오는 내용을 시시각각 전부 확인할 정도로 24시간 트리플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단적으로, 예전에는 직장에서 가끔 스트레스받는 상황일 때 어떠냐고 물어보면 “아, 그래도 애 키우는 것보다는 쉬워요”라고 답했다. 지금은 만약 누군가 똑같이 물어보면 “창업이 애 키우는 것만큼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얘기한다. 아이를 낳고서 잠깐 엄마 역할을 안 하겠다고 하면서 아이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처럼 창업과 CEO도 마찬가지다.


트리플 김연정 대표 인터뷰

#3 Decision

Q. 결정이 빠른 편이라고 들었는데, 매사에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기에 가능한 부분인 거 같다. 그러한 성향 덕분에 뛰어난 실무자에서 위기 속에서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창업가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확실히 많은 고민을 안 하려고 하는 거 같다. 인간이 하는 고민의 60%는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고민해봤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문제가 생겨나도 그렇게 큰 리스크가 있지 않거나, 아니면 문제가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구성원이 찾아와서 어떤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거 지금 고민할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실제로 안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런 문제가 일어나면 우리 정말 대박 난 거야’라는 식으로 답하곤 한다.

창업 자체만 놓고 본다면, 개인적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은 다들 똘끼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한다고 하면 보통 주변에서 하지 말라면서 말리기 때문이다. 이건 이래서 안 될 것 같고, 저건 저래서 안 될 것 같고, 그건 또 어떤 게 리스크이고 등 나를 도와주려고 내놓는 이런저런 의견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창업을 한다는 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 모든 리스크를 다 제쳐두고라도 ‘이건 내가 만들고 싶어’, ‘내가 해보고 싶어’라는 게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창업을 하는 건데, 그게 곧 내 DNA인 거 같다.


구성원들과 논의 중인 트리플 김연정 대표

#4 Why

Q. 위치가 달라지면서 바뀐 일에 대한 가치관이랄 게 있을까? 장기적인 비전을 그리는 건 어쨌든 대표가 되면서 좀 더 하게 됐을 것 같은데.

한창 일을 하던 실무자일 때는 어쨌든 무엇을 만들어낼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What,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뭘 만들어낼 것인지가 중요했고, 더 어렸을 때는 How가 더 중요했다. CEO가 되고 나서는 일 자체만 봤을 때 왜 내가 이걸 하려는 거고, 이 문제는 왜 생겨난 건지를 더 생각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경영자가 되면서는 Why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생각법인 것 같다.

실제로 멤버들에게 Why만 얘기한다. 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관해서 얘기해주면 멤버들이 What이나 How를 고민해주기 때문이다. 그 What이나 How에 대해서는 많이 터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이 Why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질문을 잘하려고 노력한다. 질문을 잘못하면 이상한 답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게 ‘이거 만들어’라고 하면 그냥 시키는 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하면 멤버들이 잘 안 움직인다. ‘이렇게 만들어’라고 하는 건 더 문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보다는 왜 만들어야 하는가, 왜 사용자들이 이 문제를 불편해할까, 이 질문들을 잘 던져야 하는 거 같다.


구성원들과 논의 중인 트리플 김연정 대표

#5 Recruit

Q. 초기 팀 빌딩 때는 IT 계열의 대기업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고 알고 있다. 이후 구성원이 지금처럼 100명에 가까워지기까지, 채용에 있어 대체로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자 했나?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내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 많이 오는 것 같다. 그만큼 정해진 일보다 내 일을 내가 직접 찾아내고, 실제로 내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또, 커뮤니케이션 능력, 뛰어난 책임감, 긍정적인 마인드를 중점적으로 본다. 반대로 비관적이고 독선적이어서 커뮤니케이션하기 힘든 사람들은 일을 잘한다고 해도 뽑지 않으려 한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모든 질문에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면접에서 일부러 2개의 의도가 섞인 복합적인 질문을 하는 편이다. 짧은 시간 안에 각 질문에 섞인 의도를 파악하고, 또 어떤 지점에서 답을 해야 하는지를 캐치해내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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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채용 페이지 내 기재된 혜택 및 복지

#6 Welfare

Q. 채용 과정을 모두 거친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트리플만의 특별한 복지라면 어떤 게 있을까?

2019년부터 여행 관련 복지인 ‘트리플 노마드’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근속년수 3년마다 다음 3년이 되기 전까지 한 달을 해외에서 일할 수 있다. 트리플에서 서비스 중인 220여 개의 도시 중 한 곳에서 근무하며 한달살이를 하는 셈이다. 월급은 당연히 나오고, 최소 항공권과 식비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지원금 300만 원도 나온다.

왜 이런 복지 제도를 운영하냐면, 순수한 복지 차원에서의 목적도 있지만 해외에 나가봐야 실제로 여행자가 우리 앱을 어떻게 쓰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 필요할 거 같은데?’라는 이야기가 사내에서 나왔을 때, 사무실에서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거 같다고 얘기하다가도 여행지에 가서 체감하고 나면 필요한 거 같다면서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7 Tech

Q. 트리플은 IT-트래블 스타트업이다. 여행이라는 테마와 테크라는 수단 혹은 도구를 어떤 식으로 결합해나가고 있는가?

서비스를 쓰게 만드는 모든 부분은 테크다. 트리플은 이 테크를 여행자를 바라보며 활용한다. 그저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기술을 고도화하기보다 여행자 한 명 한 명이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끔 공급단에서부터 생겨나는 이슈를 해결하려 했다. 그래서 여러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여행사)와 항공사에서 받은 상품을 간편한 UX와 결제로 연결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했다.

좀 더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트리플 사용자는 수십 개 화면에서 각자 천차만별의 랭킹을 접한다. 두 사람이 같은 여행지에 관해 살펴보더라도 이전까지 트리플을 어떻게 썼는지에 따라 여행 타입을 구분하고, 보여주는 정보의 순위가 다르다. 누누이 말했듯 초개인화 여행 플랫폼이기에 내부의 빅데이터, AI 분석 기술을 통해 사용자에게 딱 맞는 상품, 장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트리플 김연정 대표 인터뷰

#8 Grip

Q.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보여줄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는가?

‘그립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여행 정보는 백과사전처럼 ‘우리 정보 이렇게 많아요’도 안 되고, 너무 간단해서 읽어봤자 별로 도움되지 않아도 안 된다. 서비스를 만들 때 내게 1cm 어긋난 것은 사실상 1km 어긋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딱 좋거나 완전 아니거나 결국 둘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트리플은 여행하는 사람이 여행지에서 앱을 열었을 때 필요한 정보만 보고, 빨리 앱을 닫고, 맛집에 가서는 음식을 먹고, 관광지에 가서는 눈으로 관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비 소식이 있는 오전에 앱을 열면 비 올 때 갈 만한 장소가 추천되어야 한다. 관광지에 간 정오에 앱을 열었다면 그 주변 점심 식사 장소를 추천되어야 하고. 여행자의 맥락을 읽어서 딱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좋은 그립감이다. 그로써 여행자는 웹과 앱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볼 시간을 아끼고, 여행지의 풍경과 냄새를 더욱 한껏 느낄 수 있다.


#9 Comparison

Q. 종합해서 보면 트리플의 경쟁 상대는 여행 가이드 북 혹은 검색 포털 정도로 봐야 할까?

어느 정도는 맞다. 초기에 생각했던 경쟁 상대는 해외여행 갈 때 얼리어답터들이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던 트립 어드바이저 정도였다. 하지만 트립 어드바이저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로컬라이제이션이 된 서비스가 아니라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비교해서 이야기해보자면, 가령 오사카에 여행 갈 때 트립 어드바이저가 추천하는 1위 음식점은 항상 똑같다. 햄버거집이다. 왜냐하면, 트립 어드바이저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트리플은 현재 기준으로 한국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기에 오사카 맛집 1위로 이찌란 라멘을 추천했던 바 있다.


트리플 김연정 대표 인터뷰

#10 Global

Q. 마켓 사이즈를 고려하다 보면 글로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해외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 트리플 혹은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이 쓸 수 있는 트리플같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 2019년에 시리즈 B 투자를 받을 때 투자계획서에도 써넣었는데, 원래는 2020년에 트리플 대만 버전을 내는 게 목표였다. 대부분 트리플 사용자인 한국 사람들은 한국어를 쓰고, 거의 한국에만 모여 산다. 그런데 이런 환경이 생각보다 많다. 태국어를 쓰는 사람들도 태국에 모여 살고, 일본어를 쓰는 사람들도 일본에 모여 산다. 중국어를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중국과 대만에 살고.

이 국적의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가면 어딜 가든 다 외국어 천지다. 외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사람 소수를 제외하면 여행지에서 손해 보지 않고 유창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갈 때 트리플이 충분하게 도움 되고, 쓸모가 있었다면 트리플 대만 버전, 트리플 일본 버전을 내서 그 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 갈 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만을 첫 번째 타깃 국가로 생각한 건 트리플에서 ‘노 노 재팬’ 시즌 전까지 다뤄온 도시의 20~30%가 일본 쪽이었다. 대만은 인구가 한 2,300~2,400만 명 정도 되는데, 그중 1,800만 명이 해외여행을 가고, 또 그중에 80%가 일본에 간다는 데이터를 접했다. 일본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는 트리플이 대만 버전을 내면 대만 사람들이 해외여행 갈 때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대만에서도 해외여행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그 프로젝트를 다 홀딩해놨지만, 해외여행이 다시 활발해지면 재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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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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