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기업가치 평가받은 국산 앱 마켓의 생존 전략
구글, 애플의 독과점에 맞서기 위해 통신 3사가 힘을 합쳐 만든 국산 앱 마켓, 원스토어
최근,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독과점 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개발사에 인앱 결제 수수료를 30%씩 부과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앱 개발사와의 상생을 표방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산 앱 마켓이 있습니다. 바로 원스토어인데요.
원스토어는 2016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해 통신 3사(SK텔레콤, KT, LG U+)가 힘을 합쳐 만든 국산 앱 마켓입니다. 2020년에는 설립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2021년 하반기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 받기도 했죠.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독과점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하는데요. 과연 원스토어의 생존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의 원스토어를 만드는 데 일조한 여러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Q. 원스토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재환(원스토어 대표, 이하 재환) 이제는 많은 분이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의 일상을 앱으로 시작해서 앱으로 마무리합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앱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앱 라이프’ 시대가 온 거죠.
원스토어는 이런 니즈에 맞춰 모바일 앱, 게임, e-Book, 모바일 관련 기기 등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회사입니다.
저희가 만드는 서비스인 원스토어는 안드로이드 OS 기반 휴대폰을 쓰시는 분들이 구글플레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앱 마켓인데요. 애플의 앱스토어를 한국 버전으로 만들었다고 보시면 더 이해가 편하실 것 같아요.
원스토어 이재환 대표 인터뷰
Q. 원스토어는 2016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해 출범한 회사인데요.
재환 저 역시 대표를 맡아 원스토어를 이끌기 전까지는 SK텔레콤에서 분사한 SK플래닛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은 SK텔레콤이라는 큰 우산 안에서 여러 사업을 왔다 갔다 했었죠.
Q. 앱 마켓 서비스를 구상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재환 한국 IT 시장의 특수성에서 출발했던 것 같아요. 전 세계 검색 시장은 구글이 평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네이버가 자리를 잡고 있어요.
메신저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이 미국 회사에서 만든 앱을 사용하지만, 한국은 카카오톡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죠.
이처럼 네이버, 카카오가 만든 성공 사례를 보면서 저희도 구글,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분야가 바로 앱 마켓이었습니다.
사업 구상을 회사에 보고하니, “네가 할 수 있으면 해 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모바일 기기 사용 환경 자체가 급속도로 변화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 상황은 어땠나요?
재환 스마트폰 이전에 출시된 핸드폰을 피처폰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때도 바둑 등 게임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이때에는 오직 가입한 통신사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통신 3사의 개별 앱 마켓 ‘T스토어’, ‘올레 마켓’, ‘U+ 스토어’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앱 서비스가 급속도로 증가했는데요. 통신 3사에서도 ‘T스토어’, ‘올레 마켓’, ‘U+ 스토어’ 앱 마켓 서비스를 각각 출시했습니다.
KT 모바일마켓사업부 나찬희 차장 인터뷰
나찬희(KT 모바일마켓사업부 차장, 이하 찬희) 카카오톡이 생기면서 문자 메시지 사용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당시 카카오톡 출시는 업계에 엄청난 파장이었는데요. 카카오톡 외에도 다양한 생활형 앱이 출시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신사별 로컬 앱 마켓이 생겨났고, 생활형 앱이나 게임 앱을 조금씩 들여와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했었죠.
Q. 지금은 구글 플레이가 앱 마켓 시장의 흐름을 지배하는 상황인데요. 앱 마켓 서비스의 흐름이 본격적으로 구글로 넘어간 시기는 언제인가요?
재환 ‘월드 가든(Walled Garde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울타리가 쳐진 정원’이라는 뜻인데요. 이전에는 누구든 사용할 수 있었던 정원에 담장을 치면서 사용자를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구글이 앱 마켓 시장 대부분에 울타리를 쳐서, 기존 통신 3사가 갖고 있던 정원을 거의 모두 점령한 것이죠. 힘의 흐름이 기존 통신사 앱 마켓에서 구글로 완전히 넘어간 것입니다.
캐주얼 모바일 게임 <애니팡>
다르게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애니팡’이라는 게임이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당시 애니팡은 국민 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유저가 무척 많았습니다. 대부분 카카오톡으로 친구 초대를 했는데, 게임을 다운로드하려고 초대 링크를 누르면 구글 플레이로 연결됐어요. 그러면서 구글 플레이 이용이 잦아진 거죠.
순식간에 시장 점유율이 역전되었고, T스토어를 비롯한 나머지 로컬 앱 마켓은 점점 위축되었습니다.
Q. 구글의 독과점 이후, 커다란 위기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재환 어떤 산업이든 독과점이 일어나면 반드시 피해가 발생해요. 독과점 시장에서 사업하는 회사, 함께 일하는 파트너사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요.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고요.
기업도 소비자도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독과점한 앱 마켓의 눈치를 보면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구글플레이는 글로벌 회사잖아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앱 정책을 각 나라의 입장과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요.
코로나 19 사태가 막 발생해서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었던 당시, 코로나와 관련된 앱이 다양하게 출시됐는데요. 그런데 그 앱을 구글 플레이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언급한 예시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요.
저는 이러한 독과점 형태가 계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구글이나 애플이 미워서 그런 건 아니고, 독과점 구조 자체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Q. 이를 배경으로 통신 3사가 앱 마켓 시장에서 힘을 모아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군요. 그런데 통신사끼리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환 구글이 공급하는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에는 통신사와 상관없이 구글 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T스토어를 비롯한 통신사가 운영하는 로컬 앱 마켓의 규모는 아주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 자체부터 구글과 경쟁해 밀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게임 등 앱 개발사 내부에서 구글 플레이에 앱을 공급하면 되니, 로컬 앱 마켓에 앱을 공급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고요.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더는 빠져나갈 길이 없었어요. 로컬 마켓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마지막 시도’라는 생각으로 KT와 LG U+를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Q. 설득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재환 협의에만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단통법이라는 게 만들어질 정도로, 통신 시장 경쟁은 굉장히 치열한데요. 셋이서 같이 뭘 해보자는 제안이 몹시 어색하게 들렸을 거고, 의심스럽기도 했을 거예요.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거절당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전략을 세웠습니다. 두 회사를 동시에 공략하지 말고, 한 회사부터 먼저 설득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로 협의를 시도했습니다. 한 회사랑 먼저 이야기를 끝내놓고, 다른 회사에 가서 “우리 둘은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더니 마지막 남은 회사도 마침내 긍정의 의사결정을 내렸고요.
Q.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찬희 T스토어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듣고, 처음에는 ‘통신 3사가 그렇게 해도 되나?’ 싶었어요. 아시다시피 통신 3사는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거든요. 공정경쟁 이슈, 담합 이슈 같은 문제점이 생겼을 때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부터 수많은 고민이 있었고요.
그런데도 통합을 선택한 이유는, 앱 수급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게임을 올레 마켓, T스토어, U+ 스토어에 올려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에는 앱 마켓마다 빌드를 다르게 만들어서 올려야 했어요. 그리고 각각의 버전 관리도 필요했고요.
그런데 3사가 함께하면 한 곳에만 올리면 되거든요. 한 곳에 올리면 세 곳의 앱 마켓에 상품이 전시되니, 개발자들이 편리하죠. 편리성 때문에라도 앱 마켓 창구를 하나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Q. 그러다 결국 원스토어를 구심점으로 앱 마켓을 하나로 통합하게 된 것이군요.
재환 2014년에 통신 3사와 네이버가 각각 운영하고 있었던 앱 마켓을 하나로 통합해서 함께 운영하자는 얘기를 시작했고, 2016년도에 비로소 원스토어로 분사해 힘을 합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원스토어 이재환 대표 인터뷰
Q. 분사 후 독립할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요?
재환 분사라는 게 어떤 거냐 하면, 몇천 명이 다니던 회사에서 백몇 명이 따로 나와 일하는 거예요. 그 당시 SK플래닛은 임직원 규모가 1천 명이 훨씬 넘는 큰 규모의 회사였습니다. 제 기억에는 그중 127명을 설득해서 분사했었던 것 같아요.
당시 구성원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선택해서 들어왔는데 갑자기 스타트업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비즈니스가 성공할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에서 회사 임직원 수부터 급격히 줄어들게 된 것이죠.
그래서 구성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이 사업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면서 설득했어요. 저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직원들 표정을 보니, 떨떠름하더라고요. 앞에 SK라고 하는 브랜드도 안 달려있으니 그럴 만했어요. 당연히 예상한 반응이었죠.
분사해서 나가면 겪을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해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은행 대출 조건이 바뀐다거나, 아이를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게 된다거나 하는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인지 저 역시도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나왔는데, 이 사업이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 싶었죠. 그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를 분사했습니다.
원스토어 게임마케팅팀 고수진 매니저 인터뷰
Q. 수진 님은 어떻게 원스토어에 합류할 결심을 하셨나요?
고수진(원스토어 게임마케팅팀 매니저, 이하 수진) 제 동료 중에도 분사를 두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사업적으로는 분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거든요. 분사에 긍정적이었죠.
SK플래닛은 조직이 크고,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였는데요. 그런데 사실 T스토어는 다른 서비스와 성격이 다르다 보니, 큰 조직보다는 오히려 슬림한 조직이 더 맞겠다고 판단했어요.
사실 제게 중요했던 포인트 중에 ‘하는 일에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도 있었거든요. 변화가 없다는 확신만 있으면 분사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조직이 작아지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력이 커지잖아요. 분사 이후에는 ‘내가 정말 잘해야 한다. 내가 흐리멍덩하게 일하면 이 회사의 수명이 몇 년 당겨질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책임감도 생기더라고요.
원스토어 이재환 대표
Q. 하지만 분사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재환 회사를 합치면 굉장히 잘될 줄 알았어요. 근데 각각의 스토어를 운영했을 당시의 점유율을 합친 거보다 점유율이 줄어들더라고요. 서서히 죽어가는 ‘슬로우 데스(Slow Death)’라는 개념이 떠올랐어요. 이렇게 두면 존재감을 잃고 사라지겠구나 싶었죠.
저는 사실 사업에 실패한 게 처음이 아니었거든요. 미국에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나갔는데, 그 사업이 잘 안돼서 회사를 정리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해고통지서를 ‘핑크 슬립(Pink Slip)’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핑크색 종이를 들여다보면 ‘언제까지 준비해서, 언제까지 나가라’는 조건이 쭉 나와요. 저도 그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핑크 슬립을 건넬 수밖에 없었어요.
‘그걸 또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니 아찔하더라고요. 저희에게는 사업이 잘 안 되면 모회사로 돌아간다는 조건도 없었거든요. 절박함 때문에 반드시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Q. 돌파구를 찾는 중, 발견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나요?
재환 게임 소싱도 잘 안 되는 상황인 데다가, 매출도 잘 안 나오는 상황이어서, 게임을 만들거나 앱을 만드는 회사들 입장에서 원스토어에 출시해야 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수진 게임 개발사를 움직일 때는 레퍼런스가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원스토어에는 레퍼런스가 없었죠. 아무리 미팅을 열심히 하고, 저희 서비스를 설명해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유저가 없는 마켓에 입정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거죠. 회사 안에서조차 가망이 없다는 분위기였어요. ‘구글에 다 있는데, 굳이 우리를 왜?’라는 거죠.
Q.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제 수수료율을 20%로 인하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재환 ‘슬로우 데스를 할 것인가, 아니면 최후의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승부를 걸지 않으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수수료를 20%만 받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어요.
앱 마켓 사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수수료입니다. 결제가 이뤄진 금액의 30%는 앱 마켓이 가져가는 게 오래전부터 굳어진 하나의 룰이었어요. 그걸 바꾸기로 한 거죠.
사실 게임을 만드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운영하는 부분에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만든 게임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예요. 그런 상황에서 내 수입만 챙겨간다면 같이 균형을 이루면서 공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 보면 앱 산업 생태계 안에서 쭉 지켜오던 룰을 저희가 처음으로 깨는 도전을 한 거죠. 우리는 20%만 받고 공급자에게 80%를 주는 방식을 시도하고, 우리 방식의 결제가 아닌 개발사가 원하는 결제 방식으로 입점하는 것도 허용하고요. 특히 이 경우에는 수수료를 5%만 받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어요.
원스토어 게임마케팅팀 고수진 매니저 인터뷰
수진 결국 게임사가 돈을 벌어야 저희도 수익이 나기 때문에, 이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찬희 원스토어 측에서 수수료 인하 정책을 제안해왔을 때,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어요. ‘셀러들한테는 어떻게 여겨질까?’, ‘소싱이 더 잘 될까?’ 등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고요.
재환 규모가 커지지 않으면 매출이 줄어드니까 수수료를 낮추기로 한 건데, 그런다고 해서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까지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시장이 반응할까?’, ‘호응이 있을까?’에 대해서 끊임없는 회의감도 들었고요.
하지만 남한테 얘기할 때는 무조건적인 확신을 갖고 얘기하지 않으면 설득할 수 없잖아요. ‘될 거야’라고 끊임없이 암시를 걸었어요.
대표이사라는 자리는 다양한 의견을 열심히 들으면서도, 최후의 의사결정은 외롭게 해야 하는 자리거든요.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니까요. 제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주주는 물론이고 같이 사업하고 있었던 KT, LG를 설득해야 했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결국 설득에 성공했고요.
원스토어 이재환 대표
Q. 수수료 인하 결정 직후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나요?
수진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단번에 있진 않았어요. 사실 초창기만 해도 저희 쪽에 먼저 연락하는 회사가 적었어요. 어렵사리 연락처를 받아도 미팅까지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문의가 늘어나긴 하더라고요.
재환 수수료율 인하 발표 이후 다음날 연락이 쇄도하는 꿈을 꿨지만, 사실은 그렇게 되기 쉽지 않잖아요. 노심초사하며 ‘어디 뭐 연락 온 데 없어?’라고 반응을 계속 물어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두 달 지나면서 시장의 반응이 나타났어요. 바뀐 원스토어를 직접 경험하면서 장점을 느낀 거죠. 규모가 작은 중견 게임사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매출이 더 나오는,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는 마켓이 끌리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원스토어에 대한 니즈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겠다고 확신했습니다.
위메이드 김정훈 사업실장 인터뷰
Q.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도 수수료율 인하의 장점을 체감하셨나요?
김정훈(위메이드 사업실장, 이하 정훈) 대형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임은 개발에 적게는 3년, 길게는 4~5년 정도가 소요돼요. 개발 인력 역시 100명 이상 투입되고요. 개발 비용으로 몇백억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거죠.
마켓과 유저는 한정되어 있는데, 게임은 워낙 많다 보니 경쟁이 정말 치열해요. 완전한 레드오션 시장이죠. 출시한 게임 중에 성공하거나 유의미한 성과는 내는 게임은 10% 이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스토어가 수수료율을 인하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게임 생태계에서 상생의 길을 걷고자 하는구나 싶어서 굉장히 반가웠죠.
Q. 이후 원스토어는 위기를 딛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찬희 수수료가 20%가 아니었던 시점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지금은 잘 알려진 게임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이러한 게임 앱을 통해서 매출 성장세가 계속 보였고요.
재환 원스토어에 게임이나 앱을 출시한 회사라면, 구글 플레이보다 10% 더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산 과정에서 특히 저희의 이점을 느끼셨을 거예요.
구글에서 앱 매출 순위를 매기는데요. 수수료 인하 전에는 구글의 상위 20위 안에 있는 게임이 원스토어에는 2~3개 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10개 이상입니다. 게임이나 앱 회사들 입장에서는 원스토어를 구글플레이와 함께 출시해야 하는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니까 앱 개발사와 한 회사처럼 긴밀하게 같이 고민할 수 있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다운로드를 늘릴 수 있을까?’,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까?’ 등 여러 문제를 상의하는 거죠.
KT 모바일마켓사업부 나찬희 차장 인터뷰
정훈 매일 개발진들끼리 100통이 넘는 메일로 내용을 논의하며 서비스를 같이 구축해나가고 있어요.
장애가 발생해서 연락을 드리면 이른 아침이든, 밤늦은 새벽이든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대응해주시고 버그를 고치기 위해 노력해주셨고요. 크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원스토어 담당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Q. 2020년 처음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요약한다면요?
재환 분사 후 2년째 까지는 몇백 억대의 적자였는데요, 작년에 처음으로 당기 순이익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분기까지 합쳐보니, 11분기 연속으로 거래액이 성장했더라고요. 2021년, 올해는 상장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추진 중인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계획하고 있고요.
Q. 구글, 애플의 독과점을 깨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재환 많은 나라에서 구글과 애플의 독점을 깨려고 법을 만드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한국도 그런 움직임이 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규제와 법, 또는 소송만으로 독과점을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경쟁을 활성화하면 독과점의 폐해는 사라질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앱 마켓 시장도 공정하고 활발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원스토어 이재환 대표 인터뷰
Q. 원스토어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수진 아직 원스토어를 이용하는 게이머보다, 이용하지 않는 게이머가 더 많아요. 한 편으로는 그만큼 남은 시장이 크다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성장할 요소와 시간이 많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재환 지금 커리어가 마지막일지 또 다른 커리어가 저한테 열릴지 모르겠지만, 제가 원스토어에 있는 동안 글로벌 컴퍼니와 경쟁해서 의미 있는 성장을 거두고 싶어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비즈니스로 성장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많은 분이 ‘아, 이런 좋은 사례도 있구나’라고 원스토어를 생각해주신다면 더 없이 영광이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1년 6월 공개된 <1조 기업가치 평가받은 국산 앱마켓의 생존 전략>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 대응해 통신사 3사가 힘을 합쳐 만든 국산 앱 마켓, 원스토어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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