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살에 퇴사해서 5년 만에 업계 1위 달성한 워킹맘 CEO
아이돌봄 연결 플랫폼 맘시터를 만드는, 맘편한세상 정지예 대표
5년 만에 전국 맘카페를 뒤흔든 서비스가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누구나 아이를 맡기고, 돌볼 수 있는 아이돌봄 연결 플랫폼, 맘시터입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정지예 대표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한 미래라고 생각했습니다. 밤을 새우며 일하던 어느 날, 존경하던 선배가 회사 화장실에서 아이와 통화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육아와 커리어를 동시에 꾸려나가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죠.
아이를 키우는 모든 사람이 더는 육아 문제로 힘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창업을 결심했지만, 곧 주변의 수많은 우려를 마주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보는 게 맞다는 말부터 육아 시장은 돈이 안 된다는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서비스를 만들어 온 정지예 대표와 맘시터 팀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맘편한세상 정지예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이돌봄 연결 플랫폼, 맘시터를 운영하는 맘편한세상 대표 정지예입니다. 맘시터는 우리 동네에 어떤 아이돌보미, 즉 시터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시터분들의 프로필과 인증, 후기 정보를 보면서 우리 아이와 잘 맞는 시터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누적 회원 90만 명을 달성하며 총 30만 건의 매칭을 만들어냈는데요. 2020년 한 해 동안 맘시터로 연결된 아이돌봄 비용이 1,300억 원으로 추정될 만큼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육아 산업에 더 많은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육아 시장이 참 쉽지 않은 영역인데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업을 결심한 시점은 29살이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한 달에 한두 번은 우는 소리로 집에 전화하는 선배들을 봐왔거든요. 결정적인 계기는 같이 일하던 너무나 멋진 여자 선배님이셨어요. 굉장히 중요한 보고가 있어서 밤늦게까지 일하던 날이었는데, 선배님께서 화장실에 가시곤 한참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찾으러 가봤더니 화장실에서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울고 계시더라고요.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게 어렵다고 들었지만, 그때까지 제대로 체감한 적은 없었거든요. 일도 굉장히 힘들 텐데 가정까지 신경 쓰느라 얼마나 힘들지, 선배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현실을 제대로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몇 명의 여자 선배가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골라야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당시 남자친구이자, 지금의 남편이 “누군가의 필요에 끌려다니지 말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해줬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육아 시장에 뛰어들자고 결심했어요. 물론 초반에는 주변의 우려가 컸어요. 육아 시장은 돈이 안 된다거나 맘카페에 소문 한번 잘못 나면 사장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가장 동의할 수 없었던 의견은 ‘아이를 돌봐주는 중요한 사람을 누가 온라인에서 찾겠냐’라는 이야기였어요. 저희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이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가 조금씩 성행하던 시기였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온라인에서 찾는 트렌드의 변화가 아이돌보미를 온라인에서 구하는 일로도 연결된다고 봤어요.
그런 시각에서 보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또 어려울 거라는 반응이 많을수록 ‘육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줘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됐죠.
Q. 맘시터를 통해 해결한 기존 육아 시장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우선, 소수의 공급자, 즉 시터가 소수이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이 크다고 봤어요. 지인 소개나 인력소개소를 통해서 소개받는 소수의 5060 풀타임 베이비시터분들이 주로 활동하며 높은 급여를 받는 시장이어서, 아이 키우는 많은 보호자분들이 할머니의 도움을 받는 실정이죠.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초등학교 2~3학년이 될 때까지, 자녀 수와 부모 출퇴근 시간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돌봄 니즈가 섞여서 바뀌기 때문에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보호자는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주는 것 외에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되기를 원해요. ‘아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아이를 좋아하면서 영어 놀이를 할 수 있는 20대 시터도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보호자의 여러 니즈를 충족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베이비시터로 일하기도 했고요. 저를 고용하신 어머니는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이 단절된 분이었어요. 경력이 끊겨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차에 일주일에 한 번씩 지방으로 강의하러 갈 기회가 생겼던 거예요.
어머니가 강의하러 가시는 금요일에 5시간 정도 제가 아이를 돌봤는데 아이도 행복해하고 저도 굉장히 리프레시가 되더라고요. 어머니는 본인이 원하는 일을 시작하셨고요. 모두에게 윈윈인 구조라는 걸 직접 경험하면서 전공과 특기가 명확한 대학생 시터를 시장에 연결해서 아이돌봄 시장에 충격을 주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생 시터를 모집하기 위해 대학교 화장실마다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는데 200장을 붙이니까 150명 정도가 지원하더라고요. 그 뒤로 꾸준히 바이럴이 일어났어요. 먼저 부모님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시터가 많이 모여야 이들을 만나려는 보호자도 자연스럽게 모일 거라는 제 가설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은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20대부터 60대까지, 아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꼭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또 그렇게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수요만큼 각 가정의 다양한 니즈에 꼭 맞는 돌봄을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어요.
Q. 대표님도 맘시터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셨다고 들었는데 고객으로서의 경험은 어땠나요?
창업하고 10개월쯤 지났을 때 임신을 했어요. 창업 후 1년 반 정도 지나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까 맘시터를 직접 써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더라고요. 한 명의 고객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흥미로운 점이 많았는데, 일단 그전까지 저는 시터분들의 사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비스도 사진 중심의 인터페이스로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니까 사진보다는 좋은 후기를 받은 분, 자기소개를 굉장히 성실하게 적은 분에게 마음이 가는 거예요.
얼굴도 모르는 분인데 만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이런 감정과 경험을 팀에 공유하고 함께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시터 선택에서 사진이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 후로 시터의 자기소개와 관련 경험이 돋보이도록 서비스를 개선했습니다.
맘편한세상 정지예 대표
Q. 2019년부터 맘시터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2019년에 저희 플랫폼이 정말 많이 활성화됐어요. 연초에 회원이 10만 명 정도였는데, 연말에는 48만 명까지 모이면서 4배 이상 성장했거든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저도 같이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다른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친구들과 만나서 이렇게까지 힘들게 성장할 필요가 있냐고 이야기할 만큼 많은 고난을 겪었어요. 보통 한 달에 두 번 정도 큰 파도가 오는데, 지금은 ‘이게 이번 달 첫 번째 파도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조직이 점점 커지면서 구성원이 10명일 때와 20명일 때 조직 내의 역학이 굉장히 달라진다는 걸 느껴요. 엄마로서도 아이가 1살일 때와 4살일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거든요. 아이가 커가면서 매달, 매년 필요한 육아방식과 정보가 달라지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과 회사를 관리하는 두 과정이 그런 면에서 참 닮은 것 같더라고요.
어떤 기준과 가치관으로 아이를 키울지 결정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어떤 자율과 권한의 범위 안에서 팀원과 팀이 함께 성장하는 훌륭한 회사로 만들어갈지 고민이 필요하죠.
팀원들이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나누고, 어떻게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동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아이의 엄마이자 기업의 대표로서 두 가지를 다 챙겨야 하니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걸 깨달으며 계속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
Q. 안전한 돌봄 시스템을 만드는 맘시터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감사하게도 맘시터는 지난 4년 반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회원분들이 맘시터를 이용하지만, 정말 소중한 우리 아이를 돌봐주실 분을 구하는 일이다 보니 이용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안전한 돌봄을 이어나가기 위해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사이에 걸레질 한 번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하실 수 있는데, 아이를 돌보는 동안에는 아이의 안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거든요. 부모님과 시터분들께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정리한 규정을 전달드리고 있어요. 또 돌봄활동과 관련된 약속을 부모님이나 시터님 모두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재가입 불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또 직접 만난 분들끼리 서로에게 남기는 솔직한 후기와 등초본인증, 자격증인증은 물론, 건강인증과 인성인증까지 다양한 인증 정보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를 드리고 있어요. 특히 인·적성 검사는 아이돌봄 전용으로 맘시터에서 직접 개발했어요. 지금도 끊임없이 리스크를 줄여나가며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데 가장 원동력이 되는 건 맘시터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인 것 같아요.
맘편한세상 정지예 대표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분이 있는데, 원래 모터사이클을 즐길 정도로 굉장히 활동적인 분이셨어요. 모유 수유를 하면 계속 아이 옆에 있어야 하고 잠도 못 자니까, 우울증이 와서 굉장히 힘든 생활을 하셨더라고요. 그러다 맘시터에서 좋은 시터를 만나서 아이를 맡기고 정말 오랜만에 모터사이클을 타러 나가신 거예요.
나를 위한 인생은 이제 끝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터님께 아이를 맡기고 다시 모터사이클을 타러 나간 순간, 내 생활이 다시 시작되는 출발점을 본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직접 후기를 남겨주셨죠. 그런 후기를 읽으면 정말 감동받고 가슴이 뛰어요. 이런 고객 경험을 팀과 공유하며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채용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어서 인터뷰할 기회가 많거든요. 요즘은 이렇게 맘시터를 이용하며 얻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진 분들이 많이 오세요. 아무도 공감하지 않았던 문제를 이제는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같이 풀어간다는 게 참 행복해요. 먼저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고민해주고, 진정성 있게 일하는 팀을 보면 뿌듯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육아 시장은 비영리 서비스가 많은 영역이에요. 비영리 공공시스템으로 운영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시장의 니즈에 맞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요. 결국 낙후된 시스템 때문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보호자와 아이들이고요. 그래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혁신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육아 시장도 수익이 날 수 있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기존 육아 산업의 편견을 깨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며 일하려고 해요.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맡기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육아와 관련된 문제는 정말 많거든요. 부모님이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을 믿어요. 부모님이 자신을 위한 시간과 기회를 육아로 인해 포기하지 않도록, 또 포기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죄책감을 덜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아이가 더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까지 고민해 온 것처럼 계속 고민할 계획입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4월 공개된 <29살에 퇴사해서 5년 만에 업계 1위 달성한 워킹맘 CEO>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육아 시장을 혁신하며 더 나은 육아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맘편한세상 대표, 정지예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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