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창업 800억 매출 업계 최고 인테리어 플랫폼이 되기까지
원스톱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만든,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덧붙일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서비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창업자 이승재 대표입니다.
2020년 10월 기준으로 한 달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한 버킷플레이스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버티컬 스타트업이지만, 서비스를 처음 구상한 2013년부터 지금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숱한 실패와 투자 거절을 경험했는데요. 한국 인테리어 산업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혁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오늘의집 성장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테리어 서비스, 오늘의집을 만들고 있는 이승재라고 합니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의 시작과 끝을 돕는 원스톱 플랫폼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버티컬 서비스 중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1,000만 명이 넘는 회원분들이 서비스를 이용해주셨고, 대략 1조 원이 넘는 금액의 가구 소품이 오늘의집에서 거래됐습니다. 2019년에 시공 전문가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이제는 한 달에 약 1,000억 원 규모가 거래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Q. 최근 기업 가치가 20배 가까이 증가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역사는 꽤 오래됐다고 들었습니다.
2013년이 시작이었어요. 지인의 집에 우연히 방문하면서 집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 있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처음 집에 들어서는 순간과 집의 장면이 지금도 선명해요. 한쪽에는 자전거가 놓여있고 다른 쪽에는 책이 가득했죠. 부엌 한쪽에는 맥주병과 와인병이 놓여있었고요.
어떤 사람의 취향이 굉장히 잘 드러나는 공간이었는데, 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때까지 제가 살았던 아파트나 주변 친구들이 살던 원룸은 대부분 건설사에서 공동주택 형태로 만든 공간이었거든요. 처음 만들어진 형태 그대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다 보니 집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본 거예요. 누군가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있었던 거죠. 평생을 그렇게 살다가 우연히 지인의 집에 가서야 ‘집도 이렇게 바꿀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낀 거예요. ‘왜 나는 이걸 몰랐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들면 수많은 집들이 조금씩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변화시킨 집에서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죠.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부터 정말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인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달 내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2013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3명의 공동 창업자를 만나기까지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요.
버킷플레이스의 공동창업자 3인
초창기 멤버들 모두 콘텐츠나 커머스, 인테리어 전공자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회사를 제대로 다닌 경험도 없었죠. 경험이 없다 보니 겪어야 할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든 것에 새롭게 질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 시도할 때마다 ‘다른 곳은 왜 이렇게 하지?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었지만, 더 좋은 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 나가는 과정을 통해 오늘의집을 좀 더 좋은 모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인테리어 콘텐츠로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사업 초반에는 매출이 전혀 없었다고요.
당시에는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도 본인이 어떤 집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였어요. 그 문제부터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정했던 서비스가 콘텐츠였죠. 물론 시작은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고, 전문가의 인테리어 사례를 소개하는 서비스였어요.
그런데 전문가의 인테리어를 실제로 따라하기는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사용자를 꾸준히 관찰해보니까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꾸민 집을 보면서 더 좋아하고 열광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용자의 실제 인테리어 사례를 공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확실히 반응이 더 좋아졌어요.
그렇게 2년 정도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매출은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가지고 있던 돈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요. 저희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가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면 비즈니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순수한 믿음으로 시작했는데 참 쉽지 않더라고요.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다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 서른 군데가 넘는 투자사를 만났는데 다 거절당했어요. 당시 저희가 20대였던데다 뚜렷한 경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심지어 그때는 매출도 없었으니까요. 팀과 서비스를 믿고 투자하시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미뤄두었던 커머스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투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디자인 소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이틀 만에 1,000만 원이 넘는 판매가 일어나더라고요. 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하기만 하면 굉장히 빠르게 구매가 일어날 거라고 확신하며 서비스를 오픈했죠.
결과적으로는 실패에 가까웠어요. 오픈 후 일주일 동안 제대로 된 매출이 0이었거든요. 그때 저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정말 당황했어요. 예상했던 결과와 너무 달라서 비상이 걸렸죠. 투자자분들에게 당시의 처참한 결과를 메일로 공유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Q. 어떤 계기로 커머스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건가요?
도대체 어떤 계기로 커머스가 잘 된 건지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어떤 한 가지의 특별한 기능과 실행으로 갑자기 천지가 개벽하는 상황이 벌어진 건 아니었어요.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가지의 노력이 꾸준히 모여서 매달 마주하는 문제를 개선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건 데이터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에 몇 명이 접속하는지, 그분들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조회하고 얼만큼의 구매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 과정을 통해 어느 페이지에서 사람들이 이탈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죠.
왜 이탈이 일어났는지 고민하면서 가설을 세우고, 세운 가설을 서비스에 적용하면서 구매 전환율이 더 높아졌어요.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분석하면서 더 많은 분이 계속해서 구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오늘의집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또다른 비결이 있을까요?
저희는 공간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는 믿음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데요. 저는 많은 혁신이 우리 주변에서부터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소비자로서의 제 경험과 일상에서 발견했던 문제에서 오늘의집을 처음 시작한 것처럼요.
지금 우리가 보는 수많은 혁신적인 프로덕트들도 대부분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해 혁신에 도달한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2014년에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작은 변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조명 하나만 바꿔도 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린 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작지만 직접적인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이용해 집을 바꿔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고객분들께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곳인가요?’라는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굉장히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일단 집을 꾸미려면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던 분이 집을 꾸미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고민하고 방에 실현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인테리어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자, 자신에게 투자하는 중요한 시간과 경험임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고객분들이 이런 변화의 경험을 주변에 알리면서 오늘의집이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2018년 구글 플레이에서 올해의 베스트앱 대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 누적 거래액 1,000억 원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버킷플레이스가 추구하는 7개의 핵심 가치
Q. 혁신적인 조직문화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회사가 작았을 때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조직문화였던 것 같아요. 특별하게 조직문화라고 규정한 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30명까지 팀원이 늘어나고, 본격적인 확장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러서는 오늘의집이 추구하는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오늘의집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총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1)고객에 대한 집착, 2)오늘의집을 짓는 마음, 3)임팩트 지향, 4)빠른 실행과 빠른 학습, 5)탁월함에 대한 추구, 6)충돌과 헌신 그리고 7)열린 소통입니다.
연차나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어떤 조직보다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로부터 배우면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기 위해 설정한 가치들인데요. 임팩트 지향을 예로 들면, 스타트업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의견이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서로 다른 의견이 생길 때 좋은 의견이 이기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좋은 의견과 그렇지 않은 의견을 칼로 자르듯이 나눌 순 없어요. 하지만 좀 더 좋은 토론을 만들 수는 있죠. 좋은 토론으로 위해 중요한 게 임팩트예요. 어떤 프로덕트 기능을 개발한다고 할 때 무작정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개발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고 어떤 가치를 느낄지 이야기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어떤 수치가 개선되는지 같은 임팩트에 관해 생각해보고, 목표, 기대효과, 데이터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토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엇이 더 좋은 의견인지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회의를 진행 중인 이승재 대표와 버킷플레이스의 구성원들
Q.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향후 오늘의집의 목표를 말씀해주시죠.
감사하게도 오늘의집은 최근 몇 년간 매년 2배 혹은 3배 규모로 성장해왔습니다. 우리가 이뤄온 성장과 결과에 굉장히 빨리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의집을 시작할 때는 한 달에 1억도 거래가 되지 않는 마켓플레이스였거든요. 그때의 우리라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성장을 이뤘을 때는 굉장히 감격스럽고 뿌듯해요.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기쁨은 잠시 미뤄두고, 그 지점을 베이스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합니다. 매주, 매달 좋은 성장을 이루더라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성장에 과하게 기뻐하는 마음은 접어두고 이다음에는 무엇을 할지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
지금까지 라이프스타일과 홈 영역은 기술에 의해 잘 혁신되지 않았던 영역이었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오늘의집이 콘텐츠와 커머스라는 두 개념을 잘 엮어내면서 산업을 빠르게 혁신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영역은 앞으로도 계속 디지털화가 진행될 거라고 봐요. 가구나 인테리어 공사일 수도 있고 주택이나 건설 같은 부분일 수도 있죠. 오늘의집은 로컬 기반으로 남아 있는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디지털화로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오늘의집이 지향하는 바는 ‘NO.1 라이프스타일 테크 컴퍼니’가 되는 거예요. 집을 꾸미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살아가면서 삶의 취향을 계속 발전시키고 가꿔나가는 동안 필요한 모든 콘텐츠와 상품, 서비스를 어떤 곳보다도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오늘의집이 지향하는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3월 공개된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버티컬 스타트업 ‘오늘의집’ 성장 이야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요즘 집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오늘의집 창업자, 버킷플레이스 대표 이승재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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