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서 거래액 1조 3천억을 만든 네이버, 쿠팡 출신 기획자


동대문 패션 B2B 플랫폼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딜리셔스 장홍석 부대표

동대문 패션 도매 시장과 국내·외 소매 사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요즘 동대문 사장님들의 필수앱, 국내 1위의 동대문 B2B 플랫폼 신상마켓입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딜리셔스의 부대표 장홍석 님인데요. 네이버와 쿠팡, 마이리얼트립에서 제품 관리자와 기획자로 일한 후 지금은 딜리셔스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한 신상마켓의 성장 비결과 기획자로서의 노하우를 EO가 담아봤습니다.

딜리셔스 장홍석 부대표 인터뷰

Q.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국내 1위 패션 B2B 플랫폼,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딜리셔스의 장홍석이라고 합니다. 신상마켓은 동대문 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플랫폼을 통해 동대문 도매 시장과 패션 소매 사업자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신상마켓을 통해 동대문 도매상인분들은 더 많은 소매 사업자에게 옷을 판매할 수 있고, 소매 사업자분들은 직접 동대문 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동대문의 상품을 탐색하고 주문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신상마켓 주문액이 전년보다 25.8% 성장해 4,180억 원을 기록했고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Q. 딜리셔스 이전에는 쿠팡과 마이리얼트립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일하셨어요. 기획 업무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기획은 문제 해결인 것 같아요. 문제 해결은 ‘문제’와 ‘해결’로 나뉘거든요. 기획자의 코어 업무는 결국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를 뜯어보면 현상이 있고, 현상에서 생각되는 문제가 있어요. 여기서 현상은 객관적, 문제는 주관적이거든요. 기획자는 이게 진짜 문제인지, 현상인지 파악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도 정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드는 게 기획자의 역할이에요.

로켓배송이 없던 시절에 쿠팡으로 이직해서 겨우 하나였던 물류 센터가 20개가 될 때까지 다양한 일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지금이야 모두가 쿠팡을 알지만, 제가 네이버에서 쿠팡으로 이직할 때만 해도 ‘쿠팡 같은 작은 회사에 왜 가냐?’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마이리얼트립에 합류할 때도 아무 기반이 없을 때였고요. 앱도 없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지금 하는 일이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 없이 이직을 결정했던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 중에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데, 지금 하는 일이 점이라면 미래에 이 점이 어떻게든 선으로 연결된다고 믿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는 많이 고민하지 않고 무대포로 결정했던 것 같아요. 실패할 거라면 빨리 실패하자는 마음을 갖게 된 거죠.

딜리셔스 장홍석 부대표

Q. 그건 스타트업 운영에도 적용되는 중요한 마인드인 것 같아요.

그렇죠.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실패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을 때 그동안 쌓아온 실패가 성공으로 연결돼 있거든요. 스타트업은 굉장히 도전적인 미션을 실행하는 곳이라 기본적으로 성장에 대한 열망이 있는 분들이 모여요. 하지만 스타트업에는 이를 뒷받침할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게 갖춰져 있지 않고,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각 구성원의 맨파워와 색깔이 굉장히 중요하고 구성원들이 하나로 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게 결국 문화인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의 문화는 이렇습니다”라고 말만 한다고 문화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는 처음부터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해야 한다는 문화를 다져왔어요. 실패를 기본값으로 놓고 빠르게 실행해서,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계속 학습해나가는 거죠. 저도 늘 구성원분들께 “우리가 만드는 사업이나 아이템 중에 100점짜리는 없다. 70~80점이 되면 일단 고객에게 보여드리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씀드려요.

Q. 사업 초기에는 동대문에서 직접 전단을 돌리셨다고요.

아마 전단을 돌리며 고객을 모은 스타트업은 저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플랫폼을 홍보하기 위해 전단을 만 장 정도 찍었어요. 그걸 들고 동대문 시장에 가서 직접 상인분들께 홍보했습니다.

그 시기에 저희와 비슷한 모델의 스타트업도 있었고, 어떤 곳은 상품을 업로드하고 정보를 확인하는 것에 과금을 했다고도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식의 운영은 플랫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상마켓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에 그대로 가져온 부분에는 과금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고객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실 때예요. 소매 사업자분들 중에 동대문에 직접 방문하거나 사입 삼촌을 통해 물건 받는 걸 어려운 하는 분들이 있어서 저희 물류 팀에서 직접 처리하는 사입 대행 서비스, 신상 배송을 제공합니다. 주문한 물건을 구매자에게 바로 보내려는 고객을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로 대행해드리고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실 때만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습니다. 저희는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면서 수익 모델을 하나씩 갖춰 나갔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2020년까지 누적 거래액 1조 3,000억 원을 돌파했고, 총투자금도 255억 원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대문 패션 B2B 플랫폼 ‘신상마켓’

Q. 딜리셔스의 미션이 ‘고객의 사업을 쉽고 즐겁게’인데 늘 고객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딜리셔스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대표님이 대화 중에 ‘고객’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쓰셨어요.

보통 B2C 비즈니스는 어떤 가설로 제품을 만든 후에 ‘이 제품에 효용을 느끼는 분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고객을 찾아다녀요. 고객을 찾으면 그때부터 성장한다는 느낌으로 비즈니스를 키우는 거죠. 반면에 B2B는 이미 고객이 정해져 있어요. 저희 고객은 이미 사업 활동을 하고 계시는 사업자분들이고요.

딜리셔스의 그로스팀은 데이터 분석과 유저 리서치가 한 팀으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이에요. 보통은 두 조직이 나뉘어 있지만, 저희는 한 팀에 모여 있어요. 한 팀에서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을 하는 형태죠. 물론 데이터를 통해 많은 걸 알 수 있지만, 데이터가 설명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팀에서 장바구니에 몇백 개씩 상품을 담아두는 고객분들을 확인했지만, 데이터로는 왜 몇백 개씩 담아두는지 답을 얻지 못했어요. 그냥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는 사실밖에 확인이 안 되는 거죠.

결국 유저 리서처 담당자들이 출동해서 저희 고객을 직접 만나봤어요. 만나서 여쭤보니까 “팔고 싶은 상품도 있고, 팔았는데 재주문이 들어오는 상품도 있어요. 상품 관리에 대한 니즈가 있는데, 지금 신상마켓에서 가능한 도구는 장바구니밖에 없습니다”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데이터를 아무리 열심히 봐도 고객의 이런 니즈를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직접 만나서 여쭤보니까 해답을 찾을 수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얻은 해답으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들과 논의 중인 딜리셔스 장홍석 부대표

Q. 딜리셔스가 꾸준히 성장하는 또다른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는 회사 구성원분들께 최대한 자율적인 환경을 제공해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대기업처럼 조직이 큰 경우는 절차가 잘 짜여 있잖아요. 어떤 분이 어떤 역할을 하든지 일이 잘 돌아가는 형태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반면에 스타트업은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과 영향력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최대한 넓은 자유를 드리기 위해 미션 형태로 업무를 요청하는 편이에요. 지시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방법을 제안하시게끔 일합니다. “고객이 이런 불편함을 겪고 있으니 해결책을 찾아주세요”라고 말씀드리죠. 큰 회사에 다니다가 딜리셔스에 오신 분들은 이런 식으로 업무를 요청하니까 처음에는 좀 당황하시더라고요.

성공하지 않더라도 성과는 있을 수 있잖아요. 실패에서 배움을 얻을 수도 있고요. 결국은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정답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실행해보면서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만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딜리셔스 장홍석 부대표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동대문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온라인으로 최대한 전환해, 동대문의 가치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동대문 시장 같은 도매시장이 전 세계에 몇 군데 있지만, 패스트 패션에서는 동대문 시장이 압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보통 소매 사업자분들은 낮에 일하시기 때문에 도매 시장에는 밤에 방문하세요. 그래서 동대문 시장은 밤에 활발합니다. 시장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죠.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3일 이내에 가능한 곳은 전 세계에 동대문 시장뿐이에요. 이런 강점을 잘 살려, 세계 시장으로 동대문 시장의 가치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회사가 있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어요. 사업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하는 일 자체로 사회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 조직 구성원이 건강한 문화를 가진 회사죠. 딜리셔스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좀 더 나은 회사를 만들며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3월 공개된 <쿠팡 물류센터 14개까지 만든 기획자의 노하우ㅣ딜리셔스 장홍석 부대표>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동대문 패션 사업을 더 쉽고, 즐겁게 만드는 딜리셔스의 부대표 장홍석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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