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8000% 달성한 친환경 신발 이야기


22년 차 디자이너가 만든 에코 스타트업, 플림스 이수경 대표

2015년 미국에 등장한 친환경 신발 브랜드, 올버즈는 저탄소와 친환경을 핵심 가치로 빠르게 성장해 유니콘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지만, 환경을 생각한 소비를 하고 싶어도 세련되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난감한 경험이 있으셨을 겁니다.

삼성패션, 금강제화, 데상트코리아 등 유수의 신발 브랜드에서 22년간 일하며 느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친환경 신발 브랜드, 플림스를 창업한 이수경 대표는 패션성과 친환경을 결합한 새로운 브랜드로 와디즈 펀딩 8,980%를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었는데요.

새 신을 신고 새로운 길로 걸어가는 신발 브랜드, 플림스의 이수경 대표를 EO가 만나봤습니다.

(왼쪽부터) 플림스 이수경 대표, EO 김태용 대표

Q.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환경 자원을 활용해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에코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데요. 오늘은 2020년에 선발된 에코 스타트업 중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플림스의 이수경 대표님을 만나보려 합니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플림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수경입니다. 저는 패션업계에서 22년간 근무했는데요. 삼성패션에서 신발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금강제화에서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습니다. 데상트코리아에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만큼의 신발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일했고, 퇴사 후 플림스를 창업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던 시절의 플림스 이수경 대표

Q. 잠깐 들어도 상당한 커리어를 쌓으신 것 같은데, 탄탄대로를 걷다가 창업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국내 패션 업계는 일본의 상품 기획이나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디자이너가 마음껏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요. 또 큰 브랜드일수록 이익을 창출하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까, 제가 책임자인데도 마음대로 못 하는 것들이 있었죠.

또 대기업에서 계속 일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왜 모든 브랜드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따라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들이 한발 앞서가면 우리는 반 발자국이라도 따라가기 위해 애써야 했거든요.

나이키가 출범한 이후 무려 50년 동안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경쟁했어요. 그 경쟁 속에서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죠. 그 덕분에 소비자들은 혜택을 누렸지만, 한편으로는 신발이 과도하게, 너무 많이 생산되는 문제가 생겼어요. 실제로 신발을 만들면서 ‘이 정도까지 기능과 부품이 많이 들어가야 할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요즘은 환경 문제나 탄소 저감 같은 이슈에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 보니까 여기에 발맞춘 신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꿈을 꾸던 차에 에코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2020년 9월에 창업하게 됐습니다.

Q. 실제로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봐서 합격하신 건데, 사업계획서 쓰는 게 굉장히 어렵잖아요. 과제명은 뭐라고 적으셨나요?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신발과 패키징’이었어요. 사실 신발은 몰드나 장비 투자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에요. 여성 사이즈의 런닝화를 만든다고 하면, 사이즈 5개를 제작하는 데 2,000~3,000만 원의 몰드 비용이 들어요. 남성 사이즈까지 만들려면 신발 제작에 몰드비만 1억 원 가까이 드는 거죠.

그러니까 신발로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넘어선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신발 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경쟁이 무모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콘셉트가 친환경 신발이었고요.

최근 미국의 올버즈나 프랑스의 베자 같은 친환경 신발 브랜드가 성장세를 가져가고 있잖아요. 그런 브랜드들이 편하고 친환경적인 소재로 사랑받고 있지만, 또 다른 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봤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패션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가 많은 환경에서는 더더욱이요.

사업계획서에도 기존 친환경 신발 브랜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패션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내용을 분명히 했습니다. 패션성과 친환경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죠.

플림스에서 출시한 친환경 신발

Q. 합격 이후에는 어땠나요? 데상트코리아나 금강제화에서는 최소 억 단위의 프로젝트를 많이 하셨을 텐데, 작년에 지원금이 3,500만 원이었어요.

험난했죠. 지원금에 개인 자금을 더해 총 5,000만 원으로 시작해서 와디즈에 처음 론칭했습니다. 기존에는 신발을 기획하면 1년 반~2년 정도 진행했거든요. 그런데 브랜드 상표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다 보니까 지원 사업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어요. 시작부터 고난이었죠.

디자인을 시작해서 작업지시서 넘기고, 공장에서 패턴사와 패턴을 보면서 변리사와 상표 등록을 진행했어요. 거기다 아이템도 패키지라 일이 더 많았죠. 구성품인 가방과 나무 패키지도 개발해야 했거든요. 저희가 진행하는 걸 보면서 관련 업계나 공장에서 기적의 스케줄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사실 큰 브랜드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 직급에 올라간 후로 거절당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면서 철저히 정신무장을 했어요. ‘이제부터는 다를 거다. 그전의 나는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일했지만, 아쉬운 이야기도 하고 부탁하고 사정해야 하는 눈물의 과정이 있었죠.

결국은 다 해냈어요. 제품 개발도 잘 마무리했죠. 그런데 선발되고도 스케줄 맞추는 게 너무 어려워서 포기도 생각했어요. 혹시 제가 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는 거잖아요. 그럴 때마다 기술원의 연구원님, 같이 사업했던 대표님, 저희 직원들이 정말 많이 용기를 줬어요.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 같이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Q. 주변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네요. 함께 일하던 분께 처음 창업을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후배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보면서 먼저 브랜드 스토리를 설명해줬어요. 제가 스케치했던 아이템 아이디어와 패키지 스케치를 보여주면서 이런 걸 해 보고 싶다고 말했죠. 다 듣고 나서 후배가 했던 첫 마디가 이거였어요. “너무 재밌겠어요!” 그렇게 합류해서 함께 힘든 시기를 이겨냈습니다.

플림스에서 출시한 친환경 신발

Q.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한 끝에 3달 반 만에 브랜드가 완성됐는데, 제품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플림스의 신발 안쪽은 생분해성 헴프 소재로 이루어져 있고, 바깥쪽은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폴리에스터 소재예요. 천을 고정하는 웨빙 테이프나 무늬가 들어간 신발 끈, 슈레이스 같은 부자재도 전부 재생 폴리에스터를 사용했습니다.

신발 깔창 같은 경우도 에코 브랜드로 유명한 오솔라이트 깔창을 사용했어요. 보통 깔창보다 4~5배 정도 비싸서 기존 브랜드는 잘 사용하지 못해요. 신발에 들어가는 보형물도 대개는 플라스틱이 많은데, 저희는 이런 부분을 공정 축소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다 드러낸 상태고요.

흔히 런닝화는 발의 뒤틀림을 잡아 주고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바 같은 걸 넣거든요. 그 바에 이름을 붙여서 마케팅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다 플라스틱이에요. 바를 만들기 위한 몰드와 본딩하기 위한 과정, 이 소재를 받치는 자재가 또 들어가죠. 플림스 신발에는 이런 플라스틱 보형물이 빠져 있습니다.

사실 공정을 축소하거나 환경 지향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어도 모르면 할 수 없거든요. 우리 팀의 강점은 그게 가능하다는 거예요. 저희가 직접 일을 하면서 체득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보형물이 빠진 디자인으로 제한할 수 있는 거죠. 그건 정말 우리 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플림스의 와디즈 펀딩 페이지

Q. 플림스 신발 보면 편해 보이는 예쁜 신발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올버즈 같은 경우는 딱 보기에도 환경에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인지 와디즈 펀딩 결과도 굉장히 좋았어요.

처음 론칭하면서는 우리 제품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이었어요. 처음이니까 업그레이드할 수 있잖아요. 안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업그레이드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는 각오로 시작했는데, 오픈하고 나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되는 거예요.

오픈한 첫날, 거의 24시간 만에 3,000% 가까이 펀딩을 달성했고 곧 8,000%를 넘겼어요. 사실 3,000% 정도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목표를 소극적으로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어서 잘 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플림스 이수경 대표, EO 김태용 대표

Q. 이제 창업한 지 반년을 넘기셨는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신가요?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해 보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일단 ‘대표는 다 해야 한다’라는 점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플림스를 창업하기 전에 오랫동안 디자인과 상품 담당으로만 일했는데, 대표가 되니까 영업부터 생산, 마케팅까지 다 해야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한 건 시작의 시작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어떤 모습으로 가져갈지, 이미 나온 아이템은 어떤 유통으로 풀어서 전개할지, 후속은 무엇으로 할지 등 생각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끝이 아니라 지금이 시작이라는 거 자체가 저희한테는 어려운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플림스 이수경 대표 인터뷰

Q. 반대로 플림스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재미도 있으실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또 작지만 성과가 나는 걸 경험하는 것도 너무 즐겁고요. 예전에도 제가 만든 제품을 신거나 입은 분들을 우연히 만나면 너무 반가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요즘 ‘유통 비용을 줄여서 고스란히 제품에 투자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디자이너와 자주 나누거든요. 예전에 일할 때는 해보고 싶은 게 있어도 제대로 못 해봤거든요. 제 마음에 드는 박스는 예쁜 만큼 비싸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해볼 수 있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만족감이 크고 너무 재밌어요.

물론 이렇게 재밌지만, 앞으로의 계획이나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책임감이 생겨요. 구입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보니까 제품력에 대한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플림스 이수경 대표 인터뷰

Q. 2020년에 선발된 기업으로서 에코 스타트업에 지원하려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해주실 만한 팁이 있을까요?

저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다거나 어떤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한 발을 내디딜 수 없었는데 지원 사업을 통해 첫걸음을 뗄 수 있었어요. 환경과 관련해서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진심이 있으시다면 꼭 지원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업비 지원도 있지만,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도 많이 열려 있어요. 제가 회사를 오래 다녔어도 상표나 지식재산권 부분은 관리하는 부서는 따로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게 많았거든요. 실패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부분을 사전 교육을 통해 미리 배울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어요.

또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장 테스트를 빨리 해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던 것 같고요. 필요한 분들이 많이 지원해보시면 좋겠습니다.

Q. 진정성 있는 브랜드,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영되고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응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플림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한 최초의 가치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고, 그 가치를 잘 지켜나갈 때 비로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게끔 하는 게 목표입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3월 공개된 <22년 차 디자이너가 안타까운 마음에 만든 브랜드>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가장 처음의 가치를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내며 건강하게 성장하길 꿈꾸는 플림스 대표, 이수경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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