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한국인을 사로잡은 1 티어 개발자의 새로운 아이디어


블록체인 게임 엔진으로 새로운 게임 패러다임을 만드는, 플라네타리움 김재석 대표

언제부터인가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포인트나 쿠폰을 적립하는 태블릿 PC가 놓여 있기 시작했습니다. 포인트 적립 서비스, 도도 포인트인데요.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도도 포인트를 만든 개발자, 김재석 대표입니다.

당시 2,000만 명이 사용했던 도도 포인트를 만든 스포카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였던 김재석 대표는 중학생 시절부터 게임 덕후였습니다. 고전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나름 네임드 유저였죠.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하며 누구나 참여해 모드를 만드는 오픈 소스 서버리스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플라네타리움을 창업한 것도 게임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요. 모바일 게임 이후의 새로운 게임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김재석 대표의 여정을 EO가 담아봤습니다.

플라네타리움 김재석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재석입니다. 20대 초반에 스포카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해서 카페나 음식점에서 한 번쯤 써보셨을 도도 포인트라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그 후에는 라인에서 블록체인 메인넷을 개발했고, 지금은 서버리스 게임을 만드는 기술과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플라네타리움의 CEO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실 세계도 일종의 규칙을 기반으로 한 가상 세계의 일종이라고 보거든요. 돈이 있고, 보상이 있고, 제도들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현실의 나보다 오래 사는 가상 세계를 만든다는 게 굉장히 큰 동기가 됩니다. 저와 함께 이런 세계를 만들어갈 분을 찾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

Q. 서버리스 게임과 플라네타리움의 서비스를 조금 더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통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게임 회사가 중앙 서버를 하나 운영하고 사용자들, 클라이언트가 붙어서 게임을 하는 형태잖아요? 만약 게임 회사가 서버를 종료하고 회사를 폐업하면 더 이상 그 게임을 즐길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플라네타리움이 만든 기술을 사용하면 원래 중앙 서버에서 보관하던 게임의 논리 구조나 데이터베이스를 블록체인을 이용해 분산 저장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끼리 게임 월드의 히스토리를 공유하고, 서버가 없더라도 계속 역사가 이어지는 게임이 되는 거죠. 그게 서버리스 게임이에요.

저희가 만든 서버리스 멀티플레이 게임 엔진, 립플래닛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면 게임 회사는 유니티로 싱글 게임 만들듯이 게임을 만들어 이 기술을 붙일 수 있어요. 그러면 자동으로 서버리스 멀티플레이 게임이 되는 거죠.

Q.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용돈을 모으면 PC 패키지 게임을 많이 샀어요. <삼국지>나 <대항해시대>, <영웅전설> 같은 게임을 하면서 커뮤니티 활동도 많이 하다 보니 직접 게임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나중에라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일이니까 부모님께서도 그냥 하라고 하셨죠.

제가 만든 모드를 공개하고 사람들이 그 버전을 즐기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약간 관심종자였던 것 같아요. 사실 창업은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20대 초반에 스포카를 창업한 것도 ‘창업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계기는 2017년 초에 샀던 암호화폐였어요. 블록체인을 이해하기도 전에 암호화폐를 샀는데, 가격이 너무 요동치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한 회사의 CTO로 오래 일했는데,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암호화폐를 덥석 샀다는 게 좀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제대로 이해한 후에 더 사든지, 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까 블록체인이 암호화폐에 쓰이고 있지만, 사실은 자료 구조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이터의 위변조를 쉽게 검출하고 방지할 수 있는 자료 구조라고 본다면 뭐든 담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 개념이 줄곧 혼자 생각해오던 아이디어와 딱 연결이 된 거예요. 서버 없이 돌아가는 MMO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였죠. 그때가 병역 특례를 위해 스포카를 그만뒀을 때라 여가 시간이 많아서 집중적으로 초기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Massively Multiplayer Online) 게임으로 하나의 게임 세션에 수백, 수천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다.

Q. 초기 모델을 공개했을 때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과 관심이 엄청났어요.

기본적으로 관심은 되게 원했던 것 같아요. 혼자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무도 관심 없으면 좀 그렇잖아요. 이 프로젝트를 흥미롭게 바라봐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귀여운 생각은 물론 있었죠. 막상 초기 모델을 여러 게임 커뮤니티와 블록체인 기술 애호가가 모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는데 반응이 엄청 좋더라고요.

대외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기도 해서 ‘이 정도면 내가 원하는 걸 이루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병역 특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기서 더 개발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다행히 당시에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던 서기준 공동 대표가 본인이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 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일단 그 당시에는 블록체인 엔진을 바닥부터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별로 없었고, 게임 산업의 트렌드가 넘어가는 전환점이었어요. 게임 시장이 굉장히 큰데, 그 안에서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는 때가 몇 번 있었거든요. PC게임이 온라인 게임으로 넘어가던 때가 있었고, 그다음에는 모바일로 이동하는 변환점이 있었죠.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전환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과거에 성공한 게임사들이 다음 패러다임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적은 편이거든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아예 신생 회사들이 훨씬 더 큰 산업을 리딩하는 경우가 많죠.

저희가 만들고 있는 기술이 앞으로의 새로운 게임 패러다임을 여는 데 핵심적인 기술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Q. 서버리스 게임이 제시하는 솔루션은 무엇인가요?

현재 상업 게임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어요. 대작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수백억 원의 마케팅 자금을 투자해서 흥행성을 즐기고 수익을 내는 패턴이죠. 그런데 이게 게임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그렇게 좋은 방향은 아니거든요. 리스크도 굉장히 큰 편이라 게임사 역시 게임을 경험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저는 2차 창작의 가능성을 넓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예를 들면 <마인 크래프트>나 <GTA> 같은 게임은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상위권에서 계속 판매되거든요. 그런데 그 게임사들이 새로운 걸 계속 만드는 게 아니에요.

일단 모드가 굉장히 많고 게임 내에서 디자인상으로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플레이어들이 콘텐츠를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계속 즐기는 거죠. 단기적인 관점으로 게임을 만들고 마케팅 투자를 크게 해서 흥행을 만드는 게임과는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거예요.

사실 게임사들도 이런 창발성 있는 게임 제작에 관심이 많은데, 국내 상위권의 게임들은 전부 MMO 게임이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MMO 게임은 기술적으로 창발성을 넣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MMO 시장과 2차 창작이 가능한 게임 시장이 양분된 경향이 있는 거죠.

플라네타리움의 기술을 사용하면 MMO 게임에 창발성을 더할 수 있는 오픈 소스의 서버리스 게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플라네타리움 김재석 대표

Q. 게임 제작비가 만만치 않은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비를 확보하셨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기술만 만드는 거로 시작했어요. 기술을 만들면서 게임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검증되지 않은 게임 엔진을 처음 쓰는 게 굉장히 큰 부담이라고 다들 어려워하셨어요. 실제로 게임 엔진의 역사를 보면 각 기술을 대표하는 게임이 하나씩 있잖아요. 둠 엔진이나 언리얼 엔진도 마찬가지죠.

저희도 게임이 필요했어요. 바로 성공작을 만드는 건 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데모 수준으로는 안 되니까, 그 중간 정도의 레퍼런스 게임을 타깃으로 잡았어요. 이 게임이 유의미한 사용자 규모를 형성해서 사람들이 서버리스 MMO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게임사들도 관심 있게 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게임 개발에 필요한 제작비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게임 저작권을 미리 판매하거나 VC에 투자받는 형태로 확보하는데, 저희는 좀 다르게 진행했어요. 게임의 핵심 자산인 골드를 선판매하는 방법으로 제작비를 확보한 거죠.

게임 규칙에 의해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골드를 많이 가질수록 게임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요.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면 게임 플레이의 직접적인 이점인 동시에, 나중에 이 게임이 잘 됐을 때 훨씬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거라는 기대감도 있고요. 기존 방법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적인 규모의 재원 확보가 가능했습니다.

저희는 5억 원을 조달했는데, 좀 더 명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팀이라면 훨씬 더 큰 재원도 확보할 수 있다고 봐요. 그 후 창업한 지 1년이 안 된 시점에 게임 제작 및 유통 회사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유비소프트와 협력하면서 기술을 굉장히 많이 고도화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플라네타리움 김재석 대표

Q. 수백억을 투입하는 대작 게임사와의 경쟁이 어렵지는 않나요?

스포카에서 일할 때도 대기업 카피가 많이 나왔어요. 대기업에서 저희 제품을 카피해서 무상으로 막 뿌리니까 굉장히 긴장되던 때가 있었죠. 기업 가치가 거의 1조 원이 넘는 회사였는데, 크게 투자해서 한 번 딱 무료로 깔아보더니 바로 접더라고요.

그때 배웠던 건, 결국 저희가 경쟁하는 건 큰 회사의 부서라는 거예요. 저희는 회사 전체가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데, 경쟁사는 1조 원이 넘는 회사여도 해당 부서에서 받은 예산을 다 쓰면 그냥 끝이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대부분의 경쟁이 할 만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아요.

특히 저희는 어떤 회사를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2차 창작이 활발한 게임 중에서도 훌륭한 게임이 많고 MMO 게임 중에서도 훌륭한 게임이 많잖아요. 기존 게임 모두가 저희 경쟁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플라네타리움 김재석 대표 인터뷰

Q. 인터뷰 서두에 “플라네타리움에서 함께 일할 분을 찾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하셨어요. 플라네타리움의 기업 문화와 앞으로의 비전을 소개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네이버, 위벤처스, 어니스트벤처스 등 복수의 기관 투자사로부터 약 21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2020년부터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에 회사가 오래 갈 수 있는 엔진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오픈 소스가 기본이라는 점도 큰 특징이에요. 일반적인 회사는 클로즈드 소스가 기본이고 몇 가지만 선별적으로 오픈 소스로 공개하잖아요? 저희 회사는 만들고 있는 대부분의 기술이 오픈 소스이고, 기업 문화 전반에 이 부분이 녹아 있습니다.

립플래닛 엔진 같은 경우도 2020년 초부터 오픈 소스로 시작해서, 여태까지 30명이 넘는 외부 기여자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패치를 10개 넘게 올려주시기도 했어요. 개발 중인 기술임에도 그런 식으로 기여를 받을 수 있는 게 저희도 신기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같이 개발해가면서 소통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건 전부 영어로 해요. 물론 모두 나이스한 영어를 쓰는 건 아니지만, 대화가 통하더라고요. 현재 82개국에서 참여해 개발하고 있거든요. 정말 재밌습니다.

사실 이 과정이 개발함에 있어서 난해한 게 많아요. 골 빠지는 것도 많고요. 무지 어려운 도전이고, 아마 저희가 꽤 열심히 해도 잘 안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무엇보다 꿈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업계 최고의 연봉을 드립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게임 세계를 만드는 데 낭만이 있는 분들이라면 저희 회사에서 정말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꿈과 낭만을 가진 분들이 플라네타리움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아티클은 2021년 1월 공개된 <2000만 한국인을 사로잡은 천상계 개발자의 새로운 아이디어>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오픈 소스 서버리스 게임으로 새로운 게임 패러다임을 만드는 플라네타리움 대표, 김재석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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