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CEO가 35억 투자받은 AI 회사를 만들기까지


350만 명의 친구가 되어준 챗봇 라마마의 제작자,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

여러분은 외로울 때 어디에 의지하시나요?

사는 게 외롭고 힘들다고 느꼈던 띵스플로우의 이수지 대표는 친구 손에 이끌려 타로를 보러 갑니다. 타로를 빌미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은 이수지 대표는 이 경험을 모바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위로가 필요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직감한 것입니다.

문과 출신 CEO가 개발자 없이 챗봇 스타트업을 창업해, 35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기까지 띵스플로우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요? 이런 성과를 이뤄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이수지 대표의 이야기를 EO가 들어봤습니다.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띵스플로우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띵스플로우 대표, 이수지입니다. AI 캐릭터인 타로 챗봇 ‘라마마와 친구들’이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헬로우봇 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헬로우봇은 챗봇들의 메신저이기도 하고 채팅형 콘텐츠 플랫폼이기도 한데요. 외롭고 심심하고 우울할 때 타로를 본다거나, 심리 진단을 받고 간단한 잡담을 나누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시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누적 다운로드 350만 건을 넘겼어요. 챗봇과 사용자가 주고받은 메시지가 10억 건을 돌파했고, 최근에 28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했습니다.

Q. 대학에서 첫 창업을 시작하셨는데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나서서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는 ‘내가 드라마를 만들면 굉장히 잘 만들 것 같다’라는 생각에 드라마 PD를 꿈꿨죠. 그러다 앱의 시대가 오면서, 앱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발한 게 여기까지 온 거예요.

시작은 대학교 4학년 때 들었던 수업이었어요. IT 공모전과 결합된 수업이었는데, 그게 삼성 SDS 특채 인턴십과 연계된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인턴십을 시작했고 그 후에는 삼성에 입사할 기회가 생겼죠.

그런데 입사는 3년 이내면 언제든 괜찮다는 거예요. 그래서 한 학기만 휴학하고 우리 아이디어를 실제 앱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죠. 그 아이템이 ‘밥 먹다 신촌 편’이라는 앱이었어요.

수익 모델이 상위 노출 광고라서 식당 사장님을 영업해 25명에게 2만 원씩 받았어요. 합하면 50만 원이잖아요. 사업하면 돈을 많이 벌 줄 알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강렬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우리 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첫 번째 아이템은 그렇게 접었습니다.

Q.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은 매각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떤 서비스였나요?

두 번째 아이템은 ‘커플 플레이리스트’라는 버킷 리스트 유틸리티이자, 데이트 정보 제공 앱이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10만 이상의 팔로워를 만들고 다운로드도 10만 건 이상 늘려나가던 중에 팀 인수를 제안받았어요.

3번 정도 거절하니까 커플 시장보다 더 큰 결혼 시장으로 가보자고 구체적인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조건을 수락하면서 처음으로 대표와 팀원 사이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았어요. 팀장으로서의 고충과 어려움을 많이 느끼다 보니까, 정말 사는 게 힘든 거예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괴로움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누구나 사는 게 참 힘들 때가 잖아요. 저도 그런 시기였는데, 그때 가까운 친구가 용한 데가 있다면서 타로 집에 저를 데려간 거예요.

타로를 100% 믿지 않는 사람이인 데도 사주나 타로라는 도구를 명분 삼아서 나에 관해 이야기 해주니까, 저도 모르게 하소연을 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뭔가 풀리는 게 있더라고요. 그때 ‘이런 경험을 모바일로 옮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또 한 번의 창업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회사가 인수되면 2~3년 정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기간이 있잖아요. 마침 그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대표님이 먼저 다음 스테이지에 함께 갈 건지 확실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때 제가 딱 29살이었거든요. 잃을 게 없을 때였죠. 그래서 ‘지금 내가 가진 선택지 중에 가장 어려운 걸 골라보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세 번째 창업을 결심했죠.

창업 멤버는 저를 포함해서 3명이었어요. 제 동기이자 마케팅 이사인 슬기 님과 캐릭터 디자인을 해주시는 디자이너님과 창업을 했어요. 개발자 없이 창업한 거죠.

개발자가 없어서 처음에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시작했어요. 페이스북에 챗봇을 만들 수 있는 빌더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 빌더를 통해 타로카드를 해설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죠. 오늘의 운세나 연애 고민 카드를 한 장 뽑으면 이를 해설해주는 타로 챗봇, 라마마였어요.

Q.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계기가 있었다고요.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우선 홍보를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페이스북 광고로 만 원을 집행하고 친구들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그런데 저녁을 먹으러 갈 때부터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알림이 쉬지 않고 오는 거예요. 계속 핸드폰이 울렸어요.

‘광고가 이렇게 효율이 좋을 수가 있나?’ 싶어서 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몇십 명 정도가 반응했다고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핸드폰에서 울리는 건 천 단위가 넘어가는 것 같은 거죠. 그 순간,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사용자의 욕구와 딱 맞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두 달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라마마를 이용했고, 그 계기로 프리 시리즈A 6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팀을 꾸렸고, 헬로우봇을 오픈해서 3년 가까이 운영하게 된 거예요.

Q. 라마마에 머신러닝을 적용해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하신다고요.

처음에는 라마마가 사용자의 말을 거의 못 알아들었어요.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듣냐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쌓이는 시점에 ‘사용자들이 라마마에게 무언가 더 기대하고 질문했을 텐데’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머신러닝 AI 엔지니어를 찾아보기 시작했고요.

지금은 사용자들이 했던 질문을 파악하는 엔진을 만들어서, 입력한 문장이 어떤 문장인지 의미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답변을 제공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저희는 AI 캐릭터 봇 친구들이 정말 사용자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보이스 AI 시대에는 음성으로, VR이나 AR, 3D 시대에는 실물 로봇의 모습으로 친구처럼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보이스 AI로 캐릭터 봇 친구들을 만나려면 클로바나 구글 홈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면 되고, 제페토처럼 3D 월드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에서는 라마마가 좌판을 깔고 타로를 직접 봐주고 있어요.

요즘은 AI 유튜버도 있고,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에스파도 있잖아요. 비즈니스와 기술은 사람들이 원하는 분야에서 가장 먼저 발전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AI의 발전은 필연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Q.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시는데 콘텐츠 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콘텐츠를 서비스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 부분은 신선하거나 재미있는 콘텐츠예요. 계속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면 무뎌지거든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원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3년 정도 운영을 해보니까 시즌과 상황에 맞는 콘텐츠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새해에는 새해 운세를 보고, 시험 기간에는 시험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주는 콘텐츠를 찾거든요. 또 계절적으로는 가을이나 겨울에 이별이 많아요. 그 시즌의 특유한 감정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거죠.

어떤 콘텐츠를 추천했을 때 위안을 얻고, 위로를 받는지 데이터가 점점 쌓이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스테디한 콘텐츠를 서비스하면서, 신선하거나 특정 상황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아요.

직원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

Q. 솔직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도 콘텐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띵스플로우는 아주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문화가 있어요. 제가 최근에 받은 솔직한 피드백은 이런 거예요.

4개월 안에 투자를 못 받으면 회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팀원들에게 말했더니 “그렇게 말하니까 불안해서 일을 할 수가 없고 회사에서 일하는 게 사기가 떨어진다”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반응을 들으면 물론 걱정도 되는데, 그럼에도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사람들이 정말 위로받고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띵스플로우의 목표를 이루려면, 솔직한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다 좋아요. 너무 예쁩니다. 귀엽습니다’라는 식으로 피드백하면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 수 없어요.

실제로 처음에는 아쉬웠던 아이디어가 솔직한 피드백을 받은 후에 바이럴을 타고 구매까지 이어진 경험을 했거든요. 그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까 솔직한 피드백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인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또 다른 이유는, 저희가 공공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켜야 하는 적정선이 있잖아요. 솔직한 피드백을 통해 그 선을 넘지 않도록 내부에서 제동을 걸어줄 수 있어요. 피드백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문제를 모든 팀원이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로 설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만 그 과정에서의 겪는 어려움이나 힘듦, 자금 부족 같은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띵스플로우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사용자분이 저희 회사로 직접 방문하신 적이 있어요. 본인이 힘들 때 헬로우봇이 정말 큰 위로가 됐다면서 과자라도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팀원들이 정말 감동 받았고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제작자로서 ‘가볍게 위안이 필요한 순간부터 정말 괴로울 때도 우리 서비스를 찾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사용자분 중에 40대 주부나 더 연세가 있는 분들도 계신데, 조금 더 다양한 연령대에 위로를 주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지금은 운세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지만, 좀 더 전문적인 심리 콘텐츠와 채팅형 콘텐츠로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음성 챗봇 서비스나 VR, AR 등 다양한 포맷으로 헬로우봇의 AI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미래에는 1가구, 1라마마가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집에 인형들이 있지만, 미래에는 라마마와 친구 로봇들이 집에 살면서 오늘 하루 어땠는지 대화하면 좋겠어요. 좀 더 높은 차원의 대화가 가능한 로봇 친구들이 사람과 함께 사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1년 2월 발행된 <문과생 CEO가 35억 투자받은 인공지능 회사를 만들기까지>의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350만 명의 친구, 챗봇 라마마를 만든 띵스플로우의 대표 이수지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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