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디즈니를 거쳐 7번 창업하고 얻은 인생의 깨달음


30년 경력의 연쇄창업가가 말하는 기업가정신, 테크스타 아이반 로페즈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이 된 우버의 초기 투자자는 5,00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테크스타가 바로 그 초기 투자자 중 하나인데요. 테크스타는 스타트업을 교육하고 성장시키며 지금까지 2,300여 개의 기업을 배출해낸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입니다.

오늘 만나 볼 아이반 로페즈는 한국을 포함한 테크스타의 아시아·태평양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임원을 거쳐 테크스타에 합류한 그는 7번의 창업을 경험한 연쇄창업가이기도 한데요. 미국 창업 생태계에서 30년간 활동하며 깨달은 기업가정신과 스타트업 투자 철학을 EO가 들어봤습니다.

테크스타 아이반 로페즈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에서 미국 서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아이반 로페즈(Ivan Lopez)입니다.

개인적으로 7번의 창업 경험이 있는데요. 여러 번 실패했지만,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또 월트디즈니와 소니픽처스 같은 대기업에서 일한 적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아마존에서 일했습니다. 이렇게 큰 회사에서도 창업가처럼 바닥에서부터 새로운 사업을 일구는 일을 해왔어요.

마지막으로 제 소개를 할 때마다 항상 빠뜨리지 않는 내용이 있는데요. 저는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사람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Q. 테크스타가 하는 일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테크스타는 지금까지 2,300개가 넘는 회사를 배출했는데, 액셀러레이팅한 회사 중에서 8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투자한 기업까지 더하면 11개고요. 대표적으로 우버와 샌드그리드, 집라인, 클래스패스 같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테크스타의 글로벌 운영 원칙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재능은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기회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47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간 470개의 회사를 액셀러레이팅하는 이유죠.

저는 그중에서 14개 지역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고, 테크스타 코리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총 두 개의 한국 회사가 참여했는데 그중 하나가 와이햇 AI라는 팀입니다.

사이버 작전사령부 출신의 공동창업자로 이루어진 팀인데, 영상 검색에 AI 기술을 접목해 영상에 접근하고 검색하는 방식을 혁신합니다. 쉽게 말하면 영상에서 Ctrl+F가 가능하게 만드는 거죠. 이렇게 세계가 원하는 기술을 가진 팀은 한국 생태계에서 나아가, 더 넓은 세계에서 일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테크스타 프로그램에 참가한 기업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테크스타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13주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계별 과정이 한 달씩 진행됩니다.

첫 번째 과정은 멘토 주도로 이루어지는 아이디에이션 단계입니다. 창업자들은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는데요. 선배 창업자와 업계 권위자,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창업자가 사업 아이디어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돕는 역할을 합니다.

다음 단계는 실행입니다.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단계죠. 소비자와 대화하며 제품을 구체화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단계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도 하고요.

마지막 단계는 프레젠테이션입니다.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와 투자자를 설득하고, 어쩌면 함께 일하는 팀원들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창업자는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계의 결과는 데모데이라는 최종 형태로 발현됩니다. 무대에 올라서 또는 온라인으로, 프로그램 기간에 무엇을 성취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13주의 프로그램이 모두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Q. 지난해 11월, 테크스타 코리아 데모데이가 있었어요. 앞서 소개해주신 와이햇 AI도 참여했다고요.

와이햇 AI 대표에게는 자신 있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막상 무대에 올라 50여 명 앞에서 발표하려면 위축될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아주 중요한 날이지만, 그냥 삶의 하루일 뿐이라고, 흘러가는 순간의 일부일 뿐이니 무대 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순간을 즐기라고 했습니다.

또 곁에서 응원해주는 팀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발표자가 긴장한 것 같으면 팀원들이 ‘할 수 있다!’라고 크게 응원해줘야 해요. 팀으로서 함께 한다는 게 핵심이거든요.

Q. 투자 회사를 선정할 때도 팀을 중요하게 보신다고 들었습니다.

6개의 기준으로 평가하는데요.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팀, 팀, 팀, 제품, 성과 지표 그리고 아이디어입니다. 순서가 중요해요. 팀, 팀, 팀.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시선을 뺏기기 쉽습니다. 팀 내부의 잠재적 결함을 눈치채지 못하는 거죠. 성과 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사의 성장 곡선 좀 봐!’라는 생각이 들면 팀의 문제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제품도 마찬가지예요. 겉으로 반짝거리기 쉽죠.

하지만 테크스타는 좋은 팀을 가려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입니다. 최고의 팀은 어떤 아이디어든 실행에 옮길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만들어낼 수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집라인입니다. 처음에 가져왔던 아이디어가 수십조 원 가치의 다른 아이디어로 탈바꿈했거든요. 이런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회사의 방향이 좋아 보여서 투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창업자들이 좋아서 함께 하고 싶은 겁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좋은 팀에 투자하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Q. 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좋은 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의 개인적인 철학은 아마존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요.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중 하나는 최고를 채용하고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공동창업자끼리 일하던 시기가 지나면 다음 파도를 타고 직원들이 합류하게 됩니다. 창업자의 비전과 목표와 믿음을 공유하며 일해야겠지만, 그들에겐 그냥 직업일 뿐이기도 해요. 창업자는 아니니까요. 채용 전에 비전을 함께 실현해갈 사람인지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수천 명의 사람을 채용해봤지만, 항상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어떤 것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사람도 없죠. 하지만 팀원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그들의 강점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리더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사람을 데려오는 게 리더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창업자는 실수하기 마련이고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내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 가정을 하는 순간 이미 함정에 빠진 겁니다. 첫 번째 실수를 저지른 거죠.

Q. 창업가에게 또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기업가 정신에 대해 많이들 오해하는 게 있어요. 기업가의 역량 그래프가 시간이 지날수록 반듯하게 우상향한다고 믿는 겁니다. 저는 그래프가 훨씬 복잡하다고 생각해요. 성공으로 향하는 길은 반듯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쉬웠겠지만, 이 일은 어렵거든요.

저 역시도 매번 실패했습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제품 선정에 실패하고, 채용에서도 실패를 경험했죠.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실패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하는 거예요. 실패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전혀 성장하지 못하는 겁니다.

창업은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에요. 어떻게 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지 배우는 거죠. 물론 배움의 과정은 어렵기 마련이고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굳은 의지와 신념을 가진, 모든 방면에서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려면 실패에서 배워야 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위대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실패할 거예요. 하지만 실패는 나쁜 게 아닙니다. 미국의 창업 생태계가 공유하는 믿음 중 하나는 빠르게 실패하고, 자주 실패해야 한다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한 회사들도 정확히 그런 과정을 거쳤고요.

창업가로 산다는 건 하나의 실험과도 같습니다. 결과를 미리 알고 시작한다면 그건 처음부터 실험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테크스타 아이반 로페즈 인터뷰

Q. 투자자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팀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창업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열정과 신념을 느끼는 순간이 제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창업자를 믿고, 돕겠다고 말하는 그 순간이 참 보람차요. 테크스타 LA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팀 중에 폴리곤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학습 장애를 진단하는 방법을 혁신하는 팀입니다.

제 아들은 발레를 할 줄 알고, 스키도 탈 줄 알고 하이킹과 암벽등반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수학 천재예요. 하지만 난독증이 있습니다. 읽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문제일까요? 8살이 된 아들을 직접 돌보면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이 아이를 돕는 데 무관심한지 느끼고 있습니다.

폴리곤은 이렇게 엉망인 시장에서 규모의 성장을 이뤄내려고 노력하는 팀입니다. 이런 팀을 만나서 팀의 여정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저의 열정도 차오르는 것 같아요. 이 팀을 돕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데, 정말 굉장한 감정입니다.

북극성을 좇는 것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집요하게 도전하는 팀의 모습이 저를 울컥하게 만들고요. 테크스타에서 일하는 장점은 이런 팀, 창업가와 함께 일하면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삶의 마지막 날에 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저의 아이들과 이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느끼고 싶어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찬 인생은 없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창업에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창업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타이밍이나 학위 같은 건 없습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요. 여러분이 이루려는 목표와 열정이 있다면요. 창업을 해도 좋은 때라는 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저 도전할 의지와 기꺼이 실패할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도움을 청할 의지도요.

어떤 이들은 아무나 창업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창업가가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여러분의 꿈을 따라가세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모두 행운을 빕니다!

* 본 아티클은 2021년 1월 공개된 <아마존과 디즈니를 거쳐 7번 창업하고 얻은 인생의 깨달음>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30년 경력의 연쇄창업가, 테크스타의 아이반 로페즈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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