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온 여자 셋이 만든 언택트 성병 검사 키트


복잡한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해 성병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

여성의 질염은 10명 중 7명이 경험할 정도로 감기만큼 흔한 병입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문제를 겪고 있는데도 입에 자연스럽게 올리기 힘든 질병이 성병인데요. 영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박지현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성병 검사 키트 ‘체킷’을 한국에 도입해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알리고 있는데요.

아직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즉 의사를 통해서만 성병 검사 결과 전달 및 안내가 가능하다는 의료법 상의 규정이 있기 때문인데요. 박지현 대표는 이 어려움을 뚫고 계속해서 버텨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 그리고 김준혁 제품 총괄 이사의 도전기를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현 안녕하세요, 저는 쓰리제이 대표 박지현입니다. 저희는 비대면 성병검사 서비스 체킷을 만드는 팀입니다. 쓰리제이는 원래 친구였던 세 명의 여자들이 함께 시작한 회사인데요. 지금은 멤버의 변화가 생겨 바이오 인력, 마케팅 인력, 개발 인력 등 총 다섯 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쓰리제이에서 개발한 비대면 성병검사 키트 ‘체킷’

Q. 기존 성병 검사의 방식을 비대면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지현 우리나라는 0.7%만이 성병 검사를 해요. 검사 절차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병원에 잘 가지 않습니다.

산부인과 의자를 일명 ‘굴욕 의자’라고 부르기도 하잖아요. 의자에 올라가서 다리를 벌리면, 의사 선생님이 긴 쇠막대를 넣고 검사 샘플을 채취하는 절차가 있는데요. 이 과정이 본능적으로 무섭고 두려울 수밖에 없거든요.

저희는 기존에 성병 검사를 하기 위해서 겪어야 했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비대면 성병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장소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고, 보내기만 하면 돼요.

Q. 서비스 아이디어를 영국에서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신 건가요?

지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진로 준비 자체를 안 했어요. 뭘 할지 잘 몰랐던 거죠. 중학생 때 혼자 영국에 갔거든요. 음악 장학생으로 밴드 활동도 하고 그랬는데요.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했어요. 엄청 잘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대학은 좋은 곳에 갈 만큼이요.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 진학해서 통계학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다들 금융권이나 은행 쪽으로 많이 가더라고요. 저는 졸업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니 뭔가 새로운 걸 자꾸 주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우연히 스타트업 박람회가 있다는 걸 보고 무작정 거길 가봤어요.

대표님들이 나와서 회사 소개를 하시는데 그중 제일 똑똑하게 말씀하시는 대표님이 괜찮은 분 같더라고요. 박람회가 끝나고 그분께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하고 이력서를 드렸고, 점심 한 번 먹은 다음에 대표님이 운영하는 회사로 바로 출근했어요.

3개월만 해보자 하고 일을 시작했다가, 2년 반 정도를 일했어요. 온갖 잡일과 온갖 분야의 일을 다 했던 것 같아요. 개발과 투자 유치 두 개 빼고 그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간접적이지만 주인의식을 가지고 노력해본 경험이 있으니까 나름 개인적인 욕심이 생겼죠.

저도 제 것을 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 사회에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체킷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Q. 성병 검사 솔루션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현 특히 여자들은 친한 친구와는 이런 대화를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나 요즘 질염에 걸렸다”, “어디 산부인과에 가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여자분이냐, 소개해달라” 같은 이야기요.

일상에서 얘기를 많이 하는 중요한 주제잖아요. 제가 어머니께 체킷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거 문란한 사람들이나 걸리는 거 아니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당황했어요. 그만큼 한국의 인식이 느리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Q. 그러니까요. 한국에서는 성병이라는 단어 자체를 말하는 것조차 쉬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지현 통계적으로도 여성은 일생에 한 번쯤 걸리는 게 질염이고, WHO에서 발표한 게 성병에 걸리는 인구가 하루 100만 명 정도 된다고 해요. 정말 많거든요.

영국에서는 검사 키트를 그냥 받아볼 수도 있고 검사도 쉽고 수월하고 민망하지 않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검사 자체뿐 아니라 증상이 발생한 것마저도 쉬쉬하기 때문에 발병이 이미 되고 나서야 검사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한국도 성생활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절대 안 하진 않잖아요. 더군다나 한국의 성교육 안에는 피임과 성폭력에 대해서는 가르치는데, 성병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성병 검사는 성생활을 하는 모두가 해야 되는 검사거든요. 6개월에 한 번씩이요.

이건 정말 문제다 싶었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와 2명의 공동창업자

Q. 나머지 공동창업자 두 분은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지현 민주는 영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한국에 놀러 왔는데 제가 “민주야, 이거 정말 문제지 않니. 한 번 사는 인생 우리 같이 이 문제 풀어보자”라고 했더니 민주도 ‘재밌겠다. 정말 열정을 불태울 무언가가 있다’ 해줬어요. 그리고 은정이도 매력을 느껴서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와중에 저희 팀에 합류했고요.

Q. 바이오 전공자없이 창업한 거군요. 주변의 우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지현 초기에는 주변에서 ‘너네가 그걸 어떻게 하냐, 의사도 없고 바이오 전공자도 한 명도 없는데 어떻게 해’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어렵죠. 그렇지만 저희는 되게 명확한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에 굳이 제가 의사나 바이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고객의 입장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물어 물어가면서 어떻게든 찾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무식하지만 용감하게 시작한 거죠.

그렇게 셋이 모여서 주변에서 바이오 하시는 분을 엄청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어느 한 분이 저희 팀에 과외를 해주러 몇 번 오셨어요. 이틀에 한 번 오시다가, 어느 날은 하루에 한 번 오셔서 1시간 계시다가, 또 어느 날은 하루 종일 계시고는 했는데 어느새 저희 이사님이 되셨습니다.

쓰리제이 김준혁 제품 총괄 이사 인터뷰

Q. 정말 자연스럽게 합류하신 거군요. 김준혁 제품 총괄 이사님은 이 팀에 어떻게 확신을 갖게 되셨나요?

준혁 처음에는 사업 아이템이 성병이라고 해서 ‘과연 이게 시장성이 있을까’ 싶었죠. 사실 실제로 성병검사를 받아본 사람이나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만난 적이 없었거든요. 저 역시도 성병 검사를 받아본 적은 없었고요.

그런데 팀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팀원들이 제게 알려주는 게 많아질수록 성병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문제점을 함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코로나 이후 비대면 원격 의료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잖아요. 호르몬이나 유전자 검사들을 원격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굉장히 크게 성장하고 있거든요. 이 시장 역시 성장 가능성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팀에 합류하게 됐고, 함께 시범적으로 체킷 서비스를 운영해보게 되었습니다.

Q.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을 때 고객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요.

지현 네, 저희 고객님들은 서비스를 한 차례 진행했었을 때 너무 좋다고 해주셨어요. 민망할 수 있는데도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해주시고요. 그렇게 고객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보통은 20대 여성분들이 많은데요. 하루는 어떤 아주머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남자용과 여자용을 같이 구매를 하셨습니다. 성병이라는 게 옮는 거잖아요. 전염되는 거고 혼자서만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저희 키트를 통해 남편 분을 설득하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되게 뿌듯했죠.

Q. 헬스케어 분야는 아직도 규제가 많습니다.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지현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니까 법이나 규제적인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어요. 성병 검사 결과 자체는 병원에서 의뢰하는 검사센터에 동일하게 의뢰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전혀 개입을 하지 않아요.

저희는 단지 전달만 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요. 결과를 전달하는 역할 자체도 의사 선생님만이 검사 결과를 전달해줄 수 있는 거예요.

Q. 어떤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나요?

지현 저희가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검사 결과는 의료인이 직접 전달해드리는 형태로 진행해야 하더라고요. 최근 의사들과 함께 협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구축했고, 그 방향으로 사업을 피벗했습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비뇨기과의사회와 산부인과의사회를 소개받으면서 사업에 대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고요.

처음에는 합류한 의사 분들께서도 혹시 이 사업이 불법성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더라고요. 이 시장이 새로 개척한 비대면 서비스 시장이니까요. 체킷 서비스를 통해 특정 의사에게 환자가 더 몰릴 수 있으니, 어쩌면 그게 알선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했어요.

사업을 이어가려면 규제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당당히 말씀드려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법률 해석이 필요했습니다. 누가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답변해줄 수 있는지 찾으려고 보건복지부에도 연락을 해보다가, 규제 샌드박스 신속 확인 제도도 활용해보다가, 김앤장까지 찾아가서 검토를 받았는데 답변이 명확하게 오지가 않아요.

안 되면 왜 안 되는 건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답을 찾는 과정에 있습니다. 아직은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어요. 정확한 해결책을 찾는 게 언제가 될지 좀 답답한 마음이에요.

회의 중인 쓰리제이의 구성원들

Q.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현 저희가 발견한 문제는 정말 명확해요. 그리고 풀 수 있는 방법을 알아요. 그리고 해외에서도 좋은 스타트업들이 다 풀고 있어요.

‘이 서비스는 절대 안 된다 거의 안 될 거다’라는 식의 말을 들었을 때 난생 처음 우울했어요. 솔직히 굉장히 힘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 문제는 정말로 풀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시범 서비스에 참여하셨던 분들 중에는 “언제 다시 하나요, 빨리 해보고 싶어요”라고 계속해서 연락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위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 인터뷰

Q. 계속해서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현 저희뿐만 아니라 애매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분들이 좀 더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문제가 명확하면 이건 풀려야 하는 것이고, 도전하는 사람이 없으면 문제는 풀리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사실 가진 게 이 팀밖에 없어요. 아주 작은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같이 으쌰으쌰 하는 데서는 누구보다 뒤지지 않아요. 제가 이 팀의 대표를 맡고 있지만 제가 제일 많이 혼나요. 저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기다리는 고객님들이 있으셔서 존버 해야죠. 버티는 건 잘하죠. 버티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2월 공개된 <영국에서 온 여자 셋이 만든 성병 솔루션>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비대면 성병검사 솔루션을 만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쓰리제이 박지현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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