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아이언맨 슈트 조립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현실에서 아이언맨의 슈트를 조립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플라잎 정태영 대표

태권도 선수 출신에서 로봇 연구자로, 로봇에 적용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플라잎의 대표 정태영 님의 바뀌어도 너무 확 바뀐 삶의 경로입니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듯 그는 이후로 쭉 소위 ‘공돌이’의 삶을 살아오고 있는데요.

플라잎은 그의 또 다른 과감한 도전을 상징합니다. 그는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해오다가 가슴 뛰는 삶을 살기 위해 함께 스터디를 하던 멤버들과 함께 창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는데요. 현실에서 아이먼맨의 슈트를 조립하는 로봇에 들어갈 소프트웨어를 만들 그날을 향해 달려가는 정태영 대표님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플라잎 정태영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플라잎의 대표 정태영입니다. 플라잎은 ‘Planning AI For’의 약자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AI화 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요. 사업 자체는 기술 전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컴퍼니 빌더 퓨처플레이와 자동차 부품 대기업인 만도가 함께한 미래 자동차 분야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테크업플러스>에 선발되고, 퓨처플레이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회사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플라잎은 사물 인식 AI와 로봇 행동 AI, 이렇게 두 개의 AI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걸어가고 있으면 바닥에서 로봇 팔이 나와서 아이언맨의 슈트를 입히거나 벗기잖아요.

저희는 그때 사용되는 로봇 팔을 만들려고 해요. 토니 스타크가 어떤 제품이라고 가정한다면 제품이 쭉 이동할 때 로봇 팔이 나와서 조립을 하는 거죠. 이전까지는 조립을 하기 위해 엔지니어가 모든 과정을 프로그래밍했는데요. 저희는 제품의 팔 부분, 다리 부분 각각에 무엇을 부착시킬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로봇을 구현하려는 거예요.

지금 당장 연구하고 있는 건, 어떤 박스 안에 껌, 아몬드, 버터 세 종류의 제품이 들어 있다고 가정해서 설명해 볼게요. 저희 인공지능 로봇은 그 박스에서 무엇이 껌이고, 아몬드이고, 버터인지를 인식하고, 각각을 집어서 다른 박스에 알맞게 놓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늦어도 1년 반, 2년 안에 현장 상용화를 해낼 예정입니다.

플라잎 정태영 대표 인터뷰

Q. 사업을 하시기 전에는 어떤 커리어를 밟아오셨나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태권도 선수였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메달도 따고 촉망받는 선수였죠.

그때 <카이스트>라는 드라마가 방영했는데요. 드라마 속 로봇이 축구를 하는 장면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그 영향으로 메카트로닉스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석사를 졸업하면서는 로봇 축구로 논문을 썼고요. 석사 졸업 이후에는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회사에 약 4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에 키넥트(Kinect)라는 것을 부착해서 대통령상과 장관상을 휩쓸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로보게임스 2012라는 전 세계적인 대회에서 지능형 부분 종합 우승을 했던 팀의 리더도 했었고요.

당시에 밤낮으로 일을 했는데요. 어느 순간 ‘내가 뭐 하려고 이렇게까지 개발을 하는 거지?’ 싶고, 개인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케바*코리아에 지원해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 케바 AG는 1968년 설립된 오스트리아 회사로, 산업, 금융, 서비스 및 에너지 자동화 분야를 위한 자동화 솔루션의 국제 개발사이자 제조업체다.

하지만 기대와는 조금 달랐어요. 케바 본사는 역사가 오래됐지만, 케바코리아는 이제 막 한국에서 창립된 회사였거든요. 저는 그걸 몰랐어요. 회사에 딱 갔더니 사무실에 아무것도 없고, 영업망도 구축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대표님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테스트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영업할 수밖에 없었죠. 굉장히 많이 고생했습니다.

플라잎 정태영 대표

Q. 그 이후에 어떻게 창업을 하시게 된 건가요?

힘들게 일을 계속 하다 보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즐거운지 싶었습니다. 계기가 되어준 건 어떤 플래카드였는데요. 3~4년 전부터 현재 팀원들과 함께한 딥러닝 스터디를 강남으로 다녔는데요. 가는 길에 걸려 있던 ‘가슴 뛰는 삶을 살련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한 2~3달 동안 계속 봤어요.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너는 지금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냐고. 대답이 떠올랐어요. 언젠가는 대기업도 로봇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할 거고, 로봇과 AI를 접목할 것 같으니까 빨리 시작해야겠다고요. 그 생각 그대로 케바코리아를 나와서 지금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플라잎 정태영 대표

Q. 지금은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심장이 뛰다 못해 배 밖으로 튀어 나올 정도로 굉장히 긴장하면서 살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요. 스터디 가는 길에 봤던 플래카드의 글귀 그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엔지니어로만 10여 년 정도 근무하면서 주로 했던 일이 프로그래밍인데요. 이게 아니면 저거, 저게 아니면 이거 이런 식으로 경우의 수를 프로그래밍해 왔어요.

케바코리아에 다닐 때는 필드 엔지니어로 근무했는데요. 어떤 제품이 이동하는 벨트에서 흘러나오면 그 물건을 다시 집어다 박스로 포장하는 작업 프로세스 등을 전부 프로그래밍했어요. 환경이 달라지면 그 다른 환경에 맞게 프로그래밍하고요.

문제는 자동 생산을 하다가 오류가 발생하면 매번 필드 엔지니어가 투입되어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 문제가 제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줬는데요. 로봇 설치가 끝나고 나서 복귀했다가 로봇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회사에서는 무조건 저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했거든요.

제가 멕시코에도 로봇을 많이 설치했는데요. 멕시코가 우리나라 거의 정반대편에 있으니까 그쪽에서 일하는 시간이 한국에서는 새벽 시간이잖아요. 새벽에 멕시코에서 계속 연락이 오는 거예요. 근데 또 한국에서 멕시코 현장까지 가려면 16시간 정도 걸리는데, 막상 방문해보면 5분도 채 안 되어서 문제가 해결되더라고요.

그런 저에게 스스로 학습해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머신러닝은 무척 획기적이었습니다. 머신러닝을 활용한다면 기존의 프로그래밍 방식이 확 바뀌겠다 싶더라고요. 제조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단순 반복적인 일을 많이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Q. 로봇에 AI를 접목함으로써 세상이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보시는거네요.

그렇죠. 로봇을 AI에 적용하면 가장 크게 변화하는 건 직업 부분일 텐데요. 아마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거고, 또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거라고 예상해요. 실제 제조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좀 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연구 중인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한다면 어떤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까요?

저희는 제조 현장 분야에서 기술을 구현하려고 하는데요. 현재는 산업용 로봇에 치중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현재는 사람이 치킨을 튀기지만, 저희 소프트웨어를 로봇에 적용해서 로봇이 치킨을 튀길 수도 있는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분에 AI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눈으로 보고, 팔을 휘젓는 등 모든 종류의 행동을 저희 소프트웨어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는 어느 정도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국내에는 로봇에 AI를 접목시키는 업체가 아직 없고, 해외 경쟁사들도 사실상 시작한 지 몇 년이 안 되었어요. 2015년부터 이 흐름이 생겼고, 저희는 2017년부터 스터디를 했는데요. 현장 경험이나 노하우와 같은 면에서 저희가 경쟁사들보다 조금 더 앞선다고 생각해요.

플라잎의 구성원들

Q. 현재 플라잎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팀원으로는 어떤 분들이 있나요?

말씀드린 딥러닝 스터디 팀원들과 함께 팀 빌딩을 했고요. 현재 저를 포함해서 풀타임으로 4명이 일하고 있고, 1명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멤버들 모두 스터디를 할 때부터 머신러닝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같이 오게 되었어요.

플라잎의 구성원들

Q. 현재 단계에서 걱정이나 고민은 없나요?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도 있지만, 거기에 어떻게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도 큰 것 같아요. 팀원들이 저를 믿고 동참했는데, 돈이 다 떨어지면 다음 달은 어떻게 하나 막연한 걱정이 있어요.

저희가 구현하려는 기술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 인력이 필요한데요. 그래서 현재는 돈을 벌 방법이 투자밖에 없어요.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결국 팀원들이 더 고생해줘야 해서 고민이에요.

하지만 저와 저희 팀원들이 열심히만 한다면 국내에서 이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계에 나가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요.

플라잎 정태영 대표

Q. 그 경지에 이르려면 직원들이 계속 함께해줘야 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을 위한 문화나 시스템을 꾸려가고 있나요?

현재 회사에서 추진 중인 것 중 하나가 매주 금요일은 5시에 무조건 퇴근을 장려하는 겁니다. 원래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12시 퇴근이었는데요. 그게 잘됐을 때, 매주 금요일 12시에 퇴근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저희 팀원들이 금요일 5시가 됐는데도 퇴근을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나는 대표로서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저녁 시간에는 제2의 삶을 살기 위해서 평일에는 무조건 6시에 강제 퇴근하고, 마찬가지로 금요일에는 5시에 그렇게 해보자고 제안을 했고요.

그랬더니 한 팀원이 눈치 보느라 6시 이후에 퇴근하는 게 아니고 본인이 잘 못 해서 6시 이후에 퇴근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럼 준비가 됐을 때 알려달라고 직원들에게 제안해놓은 상태입니다.

플라잎 정태영 대표 인터뷰

Q. 앞으로 플라잎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운동을 오래 해서인지 제가 승부욕이 굉장히 강한데요. 제 개인의 목표는 플라잎의 기술로 국내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고요. 회사로서는 돈을 많이 벌어서 저희 팀원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면서 회사 생활을 하는 게 꿈입니다.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지난 6개월간 저희 플라잎은 많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우선, 구성원이 5명에서 8명으로 늘었고요. 세계 스타트업 페스티벌 ‘SLUSH 2020’ 글로벌 탑 100, 광주과학기술원이 뽑는 ‘2020년 예비창업 패키지 지원사업 특화분야(AI분야)” 최우수 스타트업,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지원(팁스)에 선정됐습니다.

또한, 효원과 AI 델타로봇 개발 MOU를 체결하고, 혁신창업리그 결선에 진출했으며, 신용보증기금 4.0 창업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플라잎 정태영 대표

Q. 마지막으로, 창업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학도 중 어떤 사람에게 창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공돌이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제가 연구하고 개발했던 것이 어떤 성과를 냈을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만약 현재 하고 있는 연구개발로 본인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못 느끼신다면 창업을 강력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실제 창업 전까지는 두려웠지만, 지금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해내는 것처럼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니까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9월 공개된 <세계 로봇 대회 우승자가 만든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아이언맨의 슈트를 조립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플라잎의 대표 정태영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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