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택시를 타기 위해 8시간을 기다린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호를 위해 힘쓰는 비영리 스타트업,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최재영 이사

여러 택시 앱이 나오면서 이제 우리가 목적지에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남짓입니다. 하지만 이 기다림이 모두에게 평등한 것은 아닙니다. 교통약자용 택시는 평균 75분을 기다려야 하고, 심하면 저녁 8시에 부른 택시가 새벽 4시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유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이유)은 이런 기다림이라는 속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힘쓰는 비영리 스타트업입니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호를 위해 챌린지 등 캠페인을 벌이며 부단히 노력하고 있죠.

이유가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는 이유, 다음세대재단 권난실 사무국장이 이유의 최재영 이사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본 콘텐츠는 다음세대재단 권난실 사무국장이 멘토 겸 질문자가 되어 이유 최재영 이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최재영 이사, 다음세대재단 권난실 사무국장

난실 반갑습니다, 이사님. 저는 이유 같은 비영리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는 다음세대재단의 권난실입니다. 우선, 이유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재영 안녕하세요,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최재영입니다. 저희 이유는 부산에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현재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호를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통약자분들이 일을 하러 가시든, 공부하러 가시든, 아니면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시든, 투표하러 가시든 어떤 상황에서도 이동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이분들의 이동을 도와드리는 것이 저희의 미션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 이해를 돕고자 사진을 몇 장 준비해봤습니다. 첫 번째 사진을 함께 보시죠.

난실 저희한테 되게 친숙한 햄버거집이네요. 그렇죠? 아마 휠체어를 타신 분은 아마 거동이 불편하신 분 같은데 뭔가 좀 기다리시는 느낌이긴 해요. 이 사진을 고르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재영 보통 택시를 잡을 때 한 10분 정도 기다리시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이동수단이 올 때까지 한국에서 평균적으로 75분을 기다리세요.

난실 평균이 75분이나 되나요? 막상 이동하는 시간은 그것보다 훨씬 더 적으실 텐데요.

재영 그렇죠. 75분 기다려서 한 15분 이동하시죠.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나 기상 상태가 안 좋은 경우에는 평균 세 시간 이상을 기다리셔야 하고요. 그게 복합적으로 다 결합이 되면 오후 8시에 호출하면 한 새벽 4시에 차가 도착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믿을 수 없는 현실이죠.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최재영 이사

난실 이 사진을 보고 설명해 주시긴 하셨지만, 이유를 시작하신 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가 있으실까요?

재영 저희 대표님과 저는 부부 사이인데요. 장모님께서 장애인이셔서 우연히 장애인을 위한 이동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은 일반적인 이동 서비스와는 다를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점이 있었습니다.

보통 택시가 한 10시간 정도를 운행하면 일반적으로 25명에서 30명 정도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거든요. 그런데 장애인 택시 같은 경우 8시간 동안 평균 5명을 태웁니다.

근데 실제로 승객이 탑승한 시간을 계산해보면 8시간 중에서 두 시간 반 남짓밖에 되지 않는 거죠. 나머지 다섯 시간 반 정도는 배회 시간이라든지 다음 고객을 위해서 이동하는 시간이고요.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과 교통약자들에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예산이 여전히 부족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카카오택시라는 서비스가 있는 이 시대에도 수기로 배차를 해요. 이 때문에 탑승 시간보다 배차 시간이 훨씬 더 많은 비효율적인 문제가 생기고요.

난실 또 다른 사진은 어떤 걸 가지고 오셨나요? 이 사진은 뭔가 소외감이 조금 느껴지는 것도 같기도 한데요. 편을 좀 가른 거 같기도 하고, 외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맞나요?

(왼쪽부터)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최재영 이사, 다음세대재단 권난실 사무국장

재영 네, 저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든요. 저희가 바라보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공감한다고 말은 하시면서도 ‘나의 문제는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난실 이유가 생각하는 교통약자라는 게 ‘이게 과연 소수만의 문제일까’라는 생각은 저도 좀 해보게 돼요.

재영 교통약자라는 말이 되게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런데 교통약자는 장애인만을 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 그리고 장애인 이렇게 다섯 부류가 교통약자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한때 교통약자였었고, 아마도 교통약자가 되어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거예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언제든 교통약자가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최재영 이사

난실 이제 한 1년 정도 이유를 운영하셨잖아요. 어떤 상황을 만날 때 가장 힘이 빠지시나요?

재영 인식 개선을 위해 저희 나름대로는 길거리에서 저희가 하는 일을 지지하는 서명도 받아보기도 하고요. 작은 캠페인이나 이벤트들을 진행하기도 했었어요. 물론 많은 분이 바쁘셔서 그러셨겠지만, 외면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또, 장애인에게 이런 좋은 서비스를 해준다면 그것 또한 비장애인에 대해서 차별하는 거 아니냐, 왜 그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해줘야 하냐는 인식을 갖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저희 직원들도 처음에는 어느 정도 미션에 공감하고, 또 저희가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는데 이런 일들을 겪으니 상처받고 힘들어하더라고요. 제가 역량이 아직 좀 부족해서 그런지 이 간격이 잘 좁혀지지 않아요. ‘우리의 문제가 아니야’라는 인식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난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요?

재영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들 보고 ‘차 조심해라’,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잔소리가 되는데 스티브 잡스 같은 분이 오셔서 “차를 조심해야 합니다”, “아침을 먹어야 합니다”라고 하면 인생의 교훈처럼 여겨지더라고요.

저희가 아직 인지도라든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다 보니, 똑같은 대상에게 저희의 미션을 전하더라도 저희가 말하는 것과 유명하신 분이 잠시 오셔서 한 30초 말해주시는 것과 굉장히 달라요. 이런 게 막 지나가는 모습들을 보면 조금 많이 힘이 빠지더라고요.

다음세대재단 권난실 사무국장

난실 그 유명한 분들을 이유 편으로 만드세요. 물론 저는 하신 말씀을 충분히 공감해요. 현장에서 저도 정말 많이 경험했거든요. ‘아,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나는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오히려 저 사람의 말 한마디로 이렇게 빨리 바뀌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분명 있거든요.

그런데 유명한 사람이 이유가 바라보는 문제를 같이 바라보는 건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말 한마디에 힘 있는 분들이 이런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전략을 짜보죠.

재영 저희 나름대로 이런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배리어프리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로써 저희는 영유아, 동반자, 임산부,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다섯 계층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막아서는 배리어를 허물고자 합니다.

이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진행한 배리어프리 챌린지

난실 어떤 캠페인인가요? 또, 어떤 반응이 오고 있나요?

재영 어떤 분은 망치로 무언가를 막 부수는 걸 보내주기도 하셨는데요. 그 외에도 되게 재밌는 아이디어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많이 올려주시더라고요. 저희는 이 챌린지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 부산만 벗어나는 정도여도 좋겠다는 꿈을 가졌었는데요.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까지 이 챌린지에 참여해주셨어요. 본인이 생활하시는 데 불편한 배리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주셔서 올려주셨거든요. 또, 생각보다 영향력이 있으신 분들이 참여를 되게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난실 걱정하셨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셨네요. 어느 정도는 고민이 해소되셨을 것 같아요.

재영 저희는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이 캠페인 이후에 배리어가 있는 곳을 확인해 설정할 수 있는 지도 어플을 만들었어요.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활 속에서 배리어를 찾고 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거 내가 만들었어’라는 의미를 부여해 이분들이 조금 더 교통약자들에 대한 어떤 인식을 달리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것까지 성공해야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거리에서 장애인 이동권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최재영 이사와 이유 사회적협동조합의 구성원들

난실 오늘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어떤 어려운 점이 있으셨고, 그걸 좀 어떻게 헤쳐나가고 계시는지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정말로 쉽지 않은 과정인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좀 쉽지 않은 길을 가시는 이사님의 원동력이 뭘지 궁금하긴 했어요.

재영 제일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이유가 꿈꾸는 세상이 빨라야 10년 혹은 20~30년은 기다려야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이유가 꿈꾸는 세상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 수 있으면, 그 하루가 내 평생과 같은 그런 값진 시간이 될 거 같다”는 말이거든요.

또, 그분께서 “이유가 힘들다는 것 나도 다 안다. 그런데 당신들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지치지 않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는구나. 이렇게 많은 분이 많이 응원해 주고 계시는구나. 지치지 말고 더 힘내서 더 달려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진행한 배리어프리 챌린지

난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쉽게 포기하실 수 없으실 거 같아요. 그러면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또는 이사님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재영 영화 <아무튼 아담>의 주인공 아담은 원래는 장애인이 아니었어요. 우리와 같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우연한 사고를 통해서 척수 마비가 왔고,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 그런 장면이 나와요. 자동차가 고장 나서 휠체어를 힘겹게 밀면서 약속 장소로 향하는 장면인데요.

영화 <아무튼, 아담> 중 한 장면

아담이 도착하자마자, 아담을 도와주시는 분이 아담에게 “왜 늦게 왔냐”고 물어요. 당연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도요. 그 대사가 아마 현재 우리 사회에 있는 교통약자의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교통약자의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제가 꿈꾸는 사회는 내가 누구든 어딘가를 가고 싶을 때 쉽게 갈 수 있는 사회예요.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5분이면 오잖아요. 모두가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가 꿈꾸는 일상입니다.

난실 이사님이 꿈꾸는 삶이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현실에 왔으면 좋겠어요. 저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재영 감사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2월 공개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속도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고민>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교통약자의 평등한 이동권 보호를 위해 힘쓰는 이유 사회적협동조합 최재영 이사와 다음세대재단 권난실 사무국장의 대담을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정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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