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로펌 퇴사 후 창업을 선택한 변호사 이야기


동네 변호사에서 앙트십 교육 전도사가 된 창업가, 조인스타트업(오이씨랩) 장영화 대표

미래를 보장하는 난도 높은 시험을 6년 동안 준비해 합격했다면 누구나 감격할 겁니다. 누군가는 앞날이 창창할 것을 기대하며 인생 마스터플랜을 세우겠죠. 하지만 오이씨랩의 장영화 대표는 과감한 모험을 택했습니다. 변호사의 길도 쉽지는 않았겠지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잘 담겨 있기에 흥미진진한 창업을 했죠.

사람들이 보다 더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끌고 나가기 위해 필요한 기업가정신을 퍼뜨리는 창업 교육 스타트업 오이씨랩을 이끄는 장영화 대표가 거쳐온 삶의 여정을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조인스타트업(오이씨랩) 장영화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기업가정신을 갖고 살 수 있게’라는 사명을 갖고 오이씨랩을 운영 중인 장영화입니다. 오이씨랩은 세계적으로 교육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이에요. 기업가정신 교육 서비스 앙트십스쿨과 스타트업과 인재를 연결하는 조인스타트업를 운영해왔는데요.

이 중 앙트십스쿨은 오이씨랩의 사명이 ‘누구나 내 인생의 CEO로 살아갈 수 있도록’인 것에 걸맞게 동료들이 창업한 후, 현재는 오이씨랩에서 분리되어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인스타트업은 앞으로의 기업은 스타트업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최고의 인재는 스타트업 인재라는 생각으로 스타트업 인재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고요.

Q. 기업가정신이라는 용어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조금은 생소하잖아요.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 이하 앙트십)을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정신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 말이 정확하게 앙트십을 뜻하지는 않는데요. 우리가 리더십을 리더의 정신이라고 하지 않으니까요.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앙트십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가치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 필요한 역량을 뜻합니다. 그러니 기업가정신 교육도 단순히 창업가를 키우는 교육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청소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힘에 가까워요. 책 속의 지식만이 아닌 현실 세계에 필요한 역량을 배우는 거죠.

Q. 실제 기업가정신 교육이 어떤 것인지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만한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학교 밖을 벗어나면 누구나 자립해야 함에도 학교에서 그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없잖아요. 교과에 다 묶여버리니까요. 그럼 미국은 좀 다를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미국이라고 커리어의 일부로 창업을 해보라며 등 떠미는 식으로 창업 교육을 시키는 건 아니에요. 대신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죠. 어렸을 때부터 잔디 깎고, 세차하고, 레모네이드 팔고, 옆집 아이를 돌봐서 용돈을 벌고, 그런 것들이 다 기업가정신을 기르는 활동 중 일부인 거예요. 미국에서는 그게 당연할 뿐인 거고요.

좀 더 가까운 예시를 들어볼까요? 오이씨랩에는 만 원의 자본금과 2시간의 실행 시간을 주며 진행하는 만 원 프로젝트라는 게 있습니다. 학생들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팀을 이뤄서 고객들의 니즈를 해결해보는 프로젝트인데요.

어떤 고등학생은 이 프로젝트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간이 미용실을 운영했었어요. 양동이, 세숫대야, 실험실 가운 이런 걸 다 가져와서 고객들에게 알리고, 실제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한 거예요.

즉, 내가 누군가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협동이 무엇인지, 각자 뭘 할 때 잘할 수 있는지 경험해보는 겁니다. 저는 그 경험을 어렸을 때부터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이 공부는 안 하고 쓸데없는 짓만 한다고 얘기하시기보다 뭐든 좀 더 잘할 수 있게 이런 활동을 적극 지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인스타트업(오이씨랩) 장영화 대표 인터뷰

Q.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오이씨랩은 전체적으로 어떤 접근법을 취하나요?

저희는 앙트십 교육을 설계할 때, 무언가를 알려주며 학생들이 알게끔 하지 않습니다. 대신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냥 해볼 수 있는 환경이요. 가령, 대학생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무언가를 가르쳐서 앙트십을 키우기보다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실제 스타트업들과 연결시켜줘요. 대학생들은 그 안에서 쑥쑥 성장하고요.

Q.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기업을 운영하시는 만큼 문득 영화 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한데요. 오이씨랩을 하시기 전, 영화 님은 무엇을 하려 하셨나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지방대 의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졌고, 재수를 했어요. 대학을 서울로 갔는데, 그때 선택했던 학과는 식품영양학이었어요. 식품영양학이 뭔지 알고 지원한 게 아니라 ‘음식으로 사람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와서 공부해보니 식품영양학이 수많은 화학 과목들로 채워져 있는 겁니다.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것들 투성이였는데, 그러다 보니 공부하면서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어요.

다니면서 그냥 졸업장만 따고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학교 4학년 때 법학을 만났습니다. 법학에서는 식품영양학과 다르게 사례를 다뤘어요. 그게 마치 2D에서 4D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 알았는데, 저는 사회와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다 합쳐서 한 6년 동안 법학 공부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2002년에 사법고시를 통과해서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그런데 왜 변호사 생활을 그만두신 건가요?

일단 법류 분야에서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잠 안 자고 공부한다고 해도 그분들보다 더 잘할 능력이 없었어요. 그리고 세상은 너무 바릴 변하는데, 변호사 일은 그렇지 않다는 한계도 느꼈어요.

그걸 클라이언트로 한 중소기업 창업가를 만나면서 느꼈는데요. 그분이 본인이 만든 제품을 가져와서 너무나 열심히, 열정적으로 설명하는데, 생생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뭘 만드는 사람의 표정은 저렇게 다르구나’라고 느낀 거죠.

저도 저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살아가면 어떨까 싶었고, 창업가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어요. 그 관심을 토대로 2년 동안 잡지에 글 쓰는 일을 했고요. 제가 만나고 싶은 창업가를 검색해서 찾고, 인터뷰해서 글을 써서 싣는 작업을 했죠.

그뿐만 아니라 ‘선배님들이 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가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했어요. 로펌을 나오면서 제가 생각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법률 교육이었어요. 사람들이 좀 더 평화롭게 분쟁을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동네 변호사라는 컨셉으로 창업을 한 게 한 10년 전쯤이었어요. 꼭 준엄하게 로펌이라고 쓰인 곳에 가야만 변호사를 만날 수 있는 게 아님을 말하고 싶었던 거죠.

조인스타트업(오이씨랩) 장영화 대표 인터뷰

Q. 첫 창업의 결과는 어땠나요?

변호사가 만나기 쉽고,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다고 사건을 많이 의뢰받지는 않더라고요. 법률 사건이라는 영역이 무척 치열하니까요. 변호사를 하면서 모았던 목돈을 탈탈 털었지만, 6개월 동안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괜찮은 수익을 만들지 못했어요.

그때 실패를 겪으면서 창업의 세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내 돈 들이지 말고 준비해야겠다 싶어서 ‘비즈니스와 법률이 만날 수 있는 협상’이라는 테마로 협상 교육을 하는 임원 교육기관에 갔습니다. 거기서 연구 위원으로 일을 하면서 제가 경영 분야에 관심이 많고, 창업가의 기질이 많음을 깨달았어요.

동시에 이번에는 진짜 실패하지 않을 나만의 선택을 하자는 생각으로 계속 준비했어요. 그 와중에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돕다 보면 뭔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봉사활동도 했는데요. 활동했던 단체 중 하나가 ‘제주올레’라는 단체였습니다.

Q. 봉사활동을 하면서 좋은 인연을 만나 두 번째 창업을 하게 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주를 오가면서 우연한 기회로 저희 회사 투자자인 이재웅 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한번은 제가 교육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많고, 사회 발전에 조금 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그분과 나눴는데요.

그때 마침 재웅 님이 소셜벤처에 투자하고, 인큐베이팅하는 소풍(SOPOONG)에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근데 투자를 하려고 자금을 마련해놔도 투자할 기업이 없다는 거예요. 소위 말하는 ‘기업가’가 우리 사회에 너무 없는 거죠.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기업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텃밭을 가꾸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업가가 더 많아지려면 우리의 교육 환경이 바뀌어야 하고, 주입식 경쟁 교육에서 자기 주도적인 창의 교육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봤고요.

그래서 재웅 님은 투자자로, 재웅 님이 연결해 준 세 분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 텃밭을 만들 수 있을지를 실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두 번째 창업을 시작했죠.

기업가가 더 많아지려면 우리의 교육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데 주입식 경쟁교육에서 자기 주도적인 창의교육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징검다리가 필요했습니다. 재웅 님은 투자자로 나머지 세 명은 재웅 님이 연결해준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텃밭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일단 실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두 번째 창업을 시작했어요.

OEC(Open Entrepreneur Center)라는 이름으로 처음에는 제주의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캠프를 열었어요. 파급 효과가 당연히 작았어요. 수익이 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못하니 같이 시작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더라고요. 나중에 일하는 사람으로는 저만 남아 있다가 2013년 12월에는 투자자까지 투자 종료를 선언했고요.

그때 투자자가 더이상은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울 거 같다고, 비즈니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다고 했어요. 기업보다는 국가나 재단이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인 거 같다는 말이 마지막 조언이었어요.

Q. 그런 상황 속에서도 사업을 이어와서 지금까지 오신 건가요?

그만하라고 하니까 자괴감이 밀려오면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긴 했는데요. 그래도 내 통장을 털어서 1년만 더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저는 그 순간이 기업가로서의 첫 시작점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다시 시작해서 찾은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은 앵벌이, 구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업에게 한 학교씩만 교육 프로그램을 후원해 달라면 부탁하고 다녔거든요. 그렇게 10개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앙트십 교육이 효과가 있음을 사회에 증명했죠. 지금은 개별 학교에 저희가 만든 교육 서비스를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어요.

이제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앙트십 교육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희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앙트십을 알 수 있도록, 다른 의미로 기업과 기업가의 정의를 세우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마음을 담아 자신의 속도대로 기업가로 사는 데 저희가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조인스타트업(오이씨랩) 장영화 대표

Q. 영화 님의 커리어 이야기를 쭉 들으니 기업가정신이 자연히 느껴지네요. 마지막으로 변호사에서 창업가로 건너오면서 지내온 삶 속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느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앙트십이 발현된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겠죠. 물론, 변호사를 할 때 마냥 지겹고 힘들었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 시절의 장영화는 무채색 인간이었어요. 그런데 창업가로 살아가는 지금은 제 본연의 모습을 더 많이 드러내면서 살고 있어요. 웃고, 떠들고, 슬퍼하기도 하면서요. 어렵고 힘들지라도 유채색으로 바뀐 거죠.

근데 이건 일단 장영화에게만 맞는 답인 거 같아요. 저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더 기대되는 사람이거든요. 아직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답을 찾고 있는데, 어쨌든 제가 갖고 있는 본질에 더 맞는 모습은 창업가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5월 공개된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곳이다 | 오이씨랩 CEO 장영화>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동네 변호사에서 커리어 인큐베이터로 변신해 스타트업 인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조인스타트업(오이씨랩)의 대표 장영화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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