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에 연 매출 2000억 글로벌 회사를 만들기까지


소비재 브랜드로 최고의 고객 경험까지 추구하는, APR 김병훈 대표

알람앱, 커플미션앱, 데이팅앱, 소셜커머스, 광고대행업… 널디로 가장 잘 알려진 APR의 창업자 김병훈 대표는 그간 수많은 아이템과 업종에 도전하고 실패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비로소 소비자의 눈으로 자신이 만든 제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덕분인지 현재 APR의 한 해 매출은 1,000억 원이 넘습니다.

2014년 에이프릴스킨을 시작으로 메디큐브, 널디, 글램디, 포맨트까지 여러 소비재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7년에 걸쳐 1,000배 매출 성장을 이뤄낸 APR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34살이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은 그가 말하는 단 하나의 비결 ‘고객 성공’과 함께 APR 창업기를 EO가 직접 듣고 왔습니다.

APR 김병훈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APR의 대표 김병훈입니다. APR은 에이프릴스킨, 메디큐브, 널디, 글램디, 포맨트 계열을 포함하는 회사입니다. 첫해 2억 원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APR 김병훈 대표 인터뷰

Q. 언제부터 창업을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정치적인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당하셨습니다. 아버지가 그 충격에서 일어나지 못하시고, 2년 동안 침대에 누워 계셨는데요. 능력이랑 상관없이 라인 다툼 때문에 해고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직접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것 같아요.

APR 김병훈 대표

Q. 첫 창업까지의 과정도 이야기해 주세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목표로 잡고 공부했습니다. 창업을 하고 싶어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들어갔는데요. 경영학과가 창업을 배운다기보다는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가깝더라고요. 실제로 그런 쪽으로 취직하신 선배님들이 많았고요.

주변 영향을 받으면서 저도 컨설턴트를 목표로 삼아야 하나 고민이 됐습니다. 그러다 3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는데, 가니까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친구들, 선배들과 거리감이 생기더라고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얻었었죠.

미래에 대해서 되게 오래 생각했고, 지금 여기서 바로 시작해야 주변 영향을 덜 받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게 미국에서 바로 팀을 꾸리고 창업을 했습니다.

APR의 히트 브랜드 ‘에이프릴스킨’

APR의 히트 브랜드 ‘널디’

Q. 초반에는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나요?

아이템을 찾는데, 당시에 블루오션, 니치 마켓 같은 단어가 들어간 제목의 책들이 거의 다 베스트셀러였어요. 그게 문제였죠. 창업하면서 블루오션이 생각보다 데드오션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소비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비어 있던 거지, 금광인데도 비어 있는 게 아님을 배웠죠.

계속 아이템을 찾아다니면서 4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전부 실패로 돌아갔어요. 알람 앱, 커플 앱, 소셜 데이팅 앱을 만들었는데, 다 잘되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하게 된 사업은 광고대행업이었는데요. 그 사업은 수익이 높았어요.

광고를 맡으면 첫 달에는 광고주가 깜짝 놀랄 정도로 판매가 많이 일어났어요. 근데 두 번째 달부터 수익이 계속 떨어지는 겁니다. 화장품이나 패션 쪽을 광고 대행 제품으로 다뤘는데, 저희가 만든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셨던 분들이 실제 제품을 써보고 나서 만족도가 굉장히 떨어지니까 지속적으로 구매를 안 하시는 거죠.

그런 현상을 꾸준히 목격하니까 ‘이 제품이 좀만 더 좋게 만들어졌다면 한 달만 팔리고 끝나지 않고 계속 팔릴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럴 거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창업을 했는데, 그게 에이프릴스킨이었습니다.

Q. APR은 초반부터 정말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잖아요. 무엇이 그 성장의 동력이었다고 보시나요?

저희는 언더독 상황에서 사업을 하는 게 굉장히 익숙한 조직인데요. 늘 기존의 소비재 브랜드들의 빈틈을 공략해서 기회를 발견했어요.

가령, 보통 소비재 브랜드들은 상품기획팀과 마케팅팀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이를 파고드는 거죠. 저희는 마케팅팀과 상품기획팀이 상품을 기획할 때부터 어떤 고객에게 어떤 제품을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써도 좋은 제품이라고 제안하지 않고 타깃을 확실하게 공략해요.

그런 강점을 바탕으로 APR은 첫해 매출 2억 원, 이듬해 매출 120억 원을 올리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습니다.

APR 김병훈 대표

Q. 그 사이에 고민이나 문제는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저는 사업체가 성장함에 따라서 겪는 고민의 대부분은 사람과 관련된 고민이라고 보는데요.

초창기에는 정말 잘하는 사람을 회사 안에 데려와서 위임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 저는 그 얘기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생각해요. 유능한 사람들이 다 모여 있어도 대표이사가 무능하면 회사는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거든요. 실제로 2018년에 유능하신 팀장님들이 계셨고, 다들 정말 열심히 일하셨는데요.

이상하게 그 팀장님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회사가 어려워지는 겁니다. 이익 자체도 낮아지고요. 처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개별 부서가 가져오는 성과는 다 좋았거든요. 나중에 정산을 하려고 모든 것을 합쳐보니까 그때서야 마이너스임을 알게 됐어요.

APR 김병훈 대표

Q. 원인이 무엇이었나요?

예를 들어, A 부서의 목표는 제품을 많이 파는 거예요. 그러면 판매할 때마다 개당 수수료가 얼마이고, 이익이 나고 안 나고는 그 부서 입장에서 중요한 게 아니겠죠. 또, B 부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매장을 확대하는 게 목표예요. 그러면 매장별로 손익이 어떤지보다는 매장 수 자체를 늘리는 데 집중하겠죠.

그런 식으로 회사 구성원들이 모두 최선을 다해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회사가 찢어질 수 있는 거예요. 저희 회사가 한참을 그랬던 거고요.

처음으로 영업 손실까지 났었는데요. 바로 임원진을 불렀어요. 그때가 2018년 10월 3일 개천절이었는데요.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건 저를 비롯한 임원진들의 탓이라고 얘기했어요. 그 후에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투두 리스트를 작성했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정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와 다른 회사나 브랜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갖고 있는 분야 외에 차별점이 없는 영역에서는 전부 다 물러난다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Q. 또 APR이 성장을 위해 도모한 변화의 행동으로는 무엇이 있었나요?

사실 그전까지도 홈쇼핑 같은 채널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는데요. 저희는 고객 한 명을 만나더라도 우리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채널에서 만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즉, 소비자가 고객 성공까지 하는 경험을 만들어주려는 거예요. 이 고객 성공의 의미를 정의해 보면요.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을 먹었으면 살이 빠져야 하잖아요. 근데 과식을 해서 살이 빠졌다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사와 브랜드는 고객 성공을 이루지 못한 거예요.

다시 말하면 저희는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기도 해야겠지만, 애프터 케어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기획해 보려고 하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글램디어터’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했는데요. 글램디어터는 글램디를 구매하신 고객분들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거나 운동할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운동을 했을 때 빼고 싶은 부위의 살이 잘 빠질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예요. 이런 게 바로 APR이 생각하는 고객 성공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죠.

그 정도로 저희는 브랜드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희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시는 모든 분이 본인이 원하는 완벽한 결과물을 얻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APR 김병훈 대표

Q. 앞으로 향후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참 재미있는 게 예전에는 세대 차이보다 문화적 차이가 더 심했어요. 영국인들은 세대와 상관없이 한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인들은 영국인들을 이해 못 하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모바일이 발전하고, 주요 소비층이 밀레니얼 세대로 넘어오면서 양상이 달라졌어요. 한국과 영국의 20대가 한국의 20대와 40대보다 더 공감하는 거예요.

이런 경향을 보았을 때,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저희가 해외 밀레니얼 세대까지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2018년 134억 원, 2019년 384억 원, 2020년 1,000억 원의 매출을 해외에서 달성했는데요. 1, 2년 차 때 한국에서 쌓은 레퍼런스가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에서 골고루 성과로 돌아오고 있어요.

아마 올해나 내년에도 해외에서의 성장세를 더 크게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문에 보도됐던 APR 김병훈 대표

Q. 어린 나이부터 창업가의 길을 걸어왔고, 현재까지 회사를 크게 키워오셨는데요. 이런 부분이 병훈 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감정을 안겨다 주나요?

대학생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 중 많은 분이 공감하실 내용일 텐데요. 대학생들은 잘 알고 있는 분야가 없어서 일단 창업하고 싶어서 창업을 해요. 아이템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는 모르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부터 창업을 한 게 저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서비스를 열심히 했고, 실패도 그만큼 맛 봤어요. 그러고도 APR을 창업했을 때 제 나이가 27살이었어요.

지금까지 창업을 해오면서 느낀 게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구성원들의 삶도 같이 걸려 있거든요. 응당 그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잘 안 됐을 때의 좌절감이 너무 클 것 같아서 실패했을 때의 두려움이 큰 것 같아요. 우리 회사가 자부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글로벌한 회사가 될 거라고 얘기했는데, 실제로 그걸 달성하지 못할까 봐 많이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서 계속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어떻게 보면 대표라는 자리가 나 자신은 관대하게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들의 실수는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는 자리거든요. 최대한 객관적이어야 해요.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최대한 엄격하게 따지기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계속해서 크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병훈 님만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가 살아본 인생이 당연히 제 인생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제 생각과 많이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저는 노력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은 단 한 번이라도, 진짜 노력해서 잠들지 못할 정도의 성취감을 누렸을 때라고 생각해요. 그걸 느끼기 전에는 누가 뭐라 해도 왜 노력해야 하는지에 전혀 동의하지 못해요.

저는 그 성취감과 꿈을 먹으면서 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분들과 ‘우리 내년에는 이 정도의 성과를 내는 조직이 되어 있을 거야’, ‘세계 몇개 국에 진출해 있을 거야’ 같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요. 그게 조금씩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앞을 보면서 달릴 힘을 얻는 거 같아요.

그 힘으로 목표로 하는 고객 성공을 전 세계적으로 이뤄나가다 보면 APR이 K-뷰티나 K-패션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메인스트림으로 들어가는 최초의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9월 공개된 <33살에 연매출 2000억 글로벌 회사를 만들기까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대학생부터 5번 사업 실패 후 33살에 연매출 2,000억 원의 글로벌 회사를 만든 APR의 대표 김병훈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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