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디자이너의 7억 펀딩 달성 비결


대중을 사로잡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

몇 년 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발칵 뒤집어 놓은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오픈 2주 만에 달성률 15,000%를 기록하며 누적 펀딩 금액 5억 원을 달성한 ‘세종 여권 케이스’였는데요.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당시 23살의 젊은 디자이너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세종 여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종원 디자이너는 그 후로도 다양한 디자인 작업과 크리에이티브 활동에 참여하며 2020년 12월 기준, 누적 펀딩액 7억 원을 넘겼는데요.

세종 여권 케이스는 어떻게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대중을 사로잡는 ‘박종원 디자인’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을 창조하는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 님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박종원입니다. 대표적인 작업물을 소개하자면 아무래도 세종 여권 케이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당시 5억 원을 달성한 세종 여권 케이스부터 생활 한복 브랜드 하플리와 협업해 펀딩 1억 원을 달성한 조선 호랑이 재킷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 참여해왔습니다.

KBS 여행 프로그램 <배틀트립>과 협업한 스탬프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김연아 선수의 금손 팬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김연아 선수 이야기는 잠시 후에 더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이 제작한 세종 여권 케이스

Q. 가장 궁금했던 질문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누적 펀딩 금액 5억 원을 달성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세종 여권 케이스는 어떤 계기로 제작하셨나요?

사실 한국적인 여권 케이스를 만들고 싶다는 고민은 그전부터 했어요. 나름대로 디자인도 해봤지만, 그때 디자인은 여권 케이스로 사용하기에는 공식적인 느낌이 좀 부족했죠.

그러던 차에 여권 디자인이 32년만에 바뀐다는 발표가 있었던 거예요. 여권 디자인 변화에 맞춰서 한 나라의 여권으로 느껴질 만큼 공식적이고 한국적인 여권 케이스를 디자인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디자인을 고민하다가 떠오른 슬로건이 ‘국민이 왕이다’였어요. 슬로건에 맞게 왕이 입었던 곤룡포의 자수, 오조룡 문양을 넣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 세종 여권 케이스예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 인터뷰

Q.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을 정리해보셨나요?

세종 여권 케이스 펀딩이 5억 원을 돌파하면서 많은 분들이 예쁘니까 잘 됐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많은 부분이 테트리스처럼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선은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여권 디자인이 32년만에 바뀌는 시기였는데, 케이스 개발과 타이밍이 잘 맞았죠. 또 여행 인플루언서와 함께했던 마케팅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고,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도 스토리텔링과 잘 엮였던 것 같고요.

타이밍과 마케팅, 그리고 디자인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누적 펀딩 금액 5억 원까지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펀딩이 종료되고 나니까 사람들이 저를 ‘억 단위로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사람들 눈에는 제가 5억 원을 번 것처럼 보이니까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제가 그만큼 돈을 번 건 아니거든요.

저에게 실제로 돌아오는 금액은 펀딩 1~3차를 통틀어서 몇천만 원 정도예요. 첫 번째 펀딩이 끝나고는 그 자금으로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IT 기기를 샀고, 두 번째 펀딩이 끝났을 때는 배지 작업을 하는 데 많이 투자했어요.

아, 부모님께 처음으로 명품백을 사드리긴 했어요. 목욕탕에 갈 때도 그 가방을 들고 간다고 하셔서 재밌고 뿌듯했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이 제작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기념 뱃지

Q. 프로젝트의 성공을 새로운 영역으로 연결하셨는데요. 배지 제작을 위해 운영하시는 트위터 계정도 팔로워 1만 명을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투자를 많이 했어요. 사실 귀금속류 같은 경우는 따로 학과가 개설되어 있을 만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배지 영역을 전문 카테고리에 넣지 않아요. 전문성으로 보지 않는 거죠.

저에게는 배지 영역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기념 배지를 교환하는 핀 트레이딩 문화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거기에 홀려서 바로 몇백만 원씩 들여 핀 배지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팀 킴’으로 유명했던 여자컬링팀의 배지를 만들어서 실제 선수들에게 전달까지 했고, 김연아 선수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배지는 디자인이 유명해지면서 디스패치에 기사로도 실렸어요.

세종 여권 케이스의 2차 펀딩이 끝날 무렵에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배지와 마블 배지를 만들었고요. 그 이후로도 계속 핀 배지를 디자인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여권 케이스나 배지를 비롯해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유튜브를 포함해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그리고 포털사이트의 뉴스를 모두 체크하고, 인기 태그나 영상을 잘 소비하는 편이거든요.

사람들이 지금 관심 있어 하고 소비하는 것을 평준화해 트렌드로 해석하면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이 이런 제품을 기다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제품을 만들다 보니 시장과 소비자의 니즈에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

Q. 본인을 100% 디자이너라고 소개하신 적이 있는데 소비자의 마음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때문일까요?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는 자신의 시선을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시선에서 그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요.

저를 100% 디자이너라고 생각한 이유도 거기 있어요. 나의 시선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 지금의 트렌드를 끌고 오는 거니까요. 제 디자인은, 예술적 가치보다는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가 합쳐지면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레드오션으로 알려진 곳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낸다고 할까요? 남들이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저만의 디자인 요소를 얹어 블루오션을 만드는 거예요. 제가 제작했던 신발을 예로 들면, 대부분은 신발에 붙어 있는 라벨을 보면서 ‘택 정도야’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택이라도’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쓸모없다고 여기는 라벨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면 사람들이 ‘택으로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것,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잘 캐치하면 거기서 충분히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이 제작한 어벤져스 뱃지

Q.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남다른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종원 님만의 시선을 꾸준히 갈고 닦는 비결, 영감은 얻는 창구가 궁금해요.

영감을 많이 받는 매체는 아무래도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영화 안에 정말 다양한 요소가 담겨있거든요. 저는 영화 한 편을 봐도 아주 세세한 요소까지 샅샅이 보는 편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굳이 그런 것까지?’라고 할 정도로 자세히 분석하죠.

영화 속 벽지가 영화 전반에 주는 느낌과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있고, 감독의 과점에서 영화를 바라보기도 하고,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의 처음과 끝이 잘 맞는지도 살펴요. CG팀과 미술팀의 관점도 전부 캐치하려 하고요.

영화가 끝나면 이런 내용은 물론 ‘어떤 장면에서 어떤 요소로 어떤 감정을 전달해 주는 게 좋았다’라고 아주 자세히, 사소한 것까지 전부 메모장에 적어둬요. 나중에 무언가를 기획할 때 이 메모들을 블록을 쏟듯이 좌르르 부어서 하나씩 쌓아가는 거예요.

이렇게 제가 받는 영감들을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크리에이티브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이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 ‘뱃수공방(현 뱃지만드는 뱃수)’

Q. 이 ‘크리에이티브함’을 제대로 전달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죠. 전달 방식, 전달 매체 모두 중요합니다. 시안 하나를 완성하면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반응을 전부 확인하는 이유죠.

낚시할 때와 비슷해요. 낚싯대를 여기저기 던져봐야 물고기를 낚을 확률도 커지는 거잖아요. 저도 비슷해요. 다양한 채널에 낚싯대를 던지는 거예요.

사람마다 감성이 다르듯이 채널별 감성과 특징도 뚜렷하게 다르거든요. 각 채널이 가지는 감성에 맞게 개인, 덕질, 비즈니스로 특징을 나눠서 활용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개인으로 활동한다는 걸 많이 어필하고, 덕후들의 성지인 트위터를 통해서는 제 덕력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같은 팬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해요. 인스타그램에는 정말 비즈니스 게시물만 올려요. 새로운 걸 론칭했거나 좋은 기사가 났거나 판매할 때만 올리죠.

이렇게 채널별로 각기 다른 브랜딩을 묵직하게 이어나가다 보면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요. 저는 그걸 최대한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 인터뷰

Q. 디자이너를 꿈꾸는 분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기 자신을 믿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점이요. 스스로 대표가 된 것처럼 자기 자신을 인정해주는 거예요. ‘저 친구 디자인 대박이지. 저 친구는 그냥 믿어도 돼’라고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거죠.

사실 저도 그런 믿음이 별로 없어서 대중의 피드백을 받으려고 계속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저 자신을 믿기 시작했고요. 지금은 내가 소비하는 모든 가치와 그걸 평준화하고 트렌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과정을 온전히 믿고 있어요. 여러분도 스스로를 믿는 방법을 빨리 찾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로서 증명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학벌이나 스펙이 없이 크리에이티브함만으로도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저는 취업에 꼭 필요한 3가지 키워드가 전부 없어요. 학벌, 스펙, 수상 경력 중에 한 가지도 없거든요. 21세기를 살아간다는 건 취업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도 훨씬 많아졌고요.

한국을 대표하는 여권 케이스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로 5억 원 펀딩을 달성한 것처럼, 여러분도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회는 스스로를 믿고 두려움 없이 도전할 때 찾아오니까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6월 공개된 <6억 펀딩, 대중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디자인의 비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와디즈에서 오픈 2주 만에 달성률 15,000%, 누적 펀딩 금액 5억 원을 달성한 세종 여권 케이스 등으로 알려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종원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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