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OO이 더 중요해질 미래 학교 공간 이야기


학교 가는 일이 즐거워지려면 무엇이 변해야 할까?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 한성대학교 홍성재 창업R&D센터 교수, 세종 보람고등학교 유주연 학생

교육부의 2020년 교육 기본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의 학생 수는 20.9%나 감소했습니다. 출생률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해마다 감소한 탓인데요.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 추이는 물론, 최근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학교 공간에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경험 위주의 공간으로, 학생 각자의 다양성이 발현되는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과 한성대학교 홍성재 창업R&D센터 교수 그리고 세종 보람고등학교의 유주연 학생이 그려보는 학교의 미래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왼쪽부터) 한성대학교 홍성재 창업 R&D센터 교수,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 세종 보람고등학교 유주연 학생, EO 김태용 대표

Q. 오늘은 미래의 학교 공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참석하신 세 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

유민 안녕하세요. 녹색도시연구소의 연구소장 김유민입니다. 도시와 건축에 관련된 일을 하고요. 현재는 스마트 시티, 녹색 도시,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에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성대학교 홍성재 창업 R&D센터 교수

성재 안녕하세요. 홍성재입니다. 한성대학교 창업R&D센터에서 창업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종 보람고등학교 유주연 학생

주연 세종 보람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3학년 유주연이라고 합니다.

Q. 먼저 학교 공간 혁신에 관한 생각을 한 분씩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성재 생각해보면 집마다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에도 학교에는 컴퓨터가 있었어요. 집에는 과학실이 없지만, 학교에는 있죠. 집보다 학교의 시설이 훨씬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과연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학교에도 투자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공간을 혁신했다는 스마트 교실도 가보면 TV만 바뀐 경우가 있거든요. 지금보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유민 같은 예산이라도 페인트칠을 다시 하는 수준으로 예산을 배분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AR이나 VR 등을 활용한 훌륭한 교육 콘텐츠가 학교에 준비된다면 학생들이 더 쉽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재 사실 학교 공간 혁신에 관한 이야기가 지금 처음 나온 화두는 아니에요.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살펴보면 보통은 교실 자체를 바꾸는 데 쓰더라고요.

그럼 성과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이 바뀐 교실에 만족하면 혁신이 된 걸까요? 성과 평가를 무엇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혁신의 성과를 무엇으로 잡는지가 핵심이에요.

Q. 결국 혁신의 철학과 방향성이 관건인데, 학교에 다니면서 우리가 어떤 교육 철학 아래 길러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답을 얻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주연님이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주연 학생으로서 생각해 보면, 지금 교육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 위주라고 생각해요. 세종시는 공동교육과정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과목을 외부 강사를 통해 교육하는데요.

단지 주말에 보충 수업을 하거나 학교가 끝난 이후에 수업을 개설하는 게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공간 혁신에 관해서는, 이미 저희 학교는 공간 혁신 사업을 진행했고 완공도 되었지만, 학교 공간 혁신이 너무 리모델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전에 코엑스에서 열린 교육박람회에서도 공간 혁신 사업을 준비하는 학교에서 질문을 많이 했는데요. 대다수의 학교는 배정받은 예산으로 낙후된 학교 시설을 어떻게 리모델링을 할지를 고민하더라고요. 공간 혁신에 대한 정의와 접근 방법에 대한 생각이 한 번 더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재 저도 주연 님 의견에 동의해요. 지금은 낙후된 학교 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예산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해외의 혁신 학교 사례를 보면 공간은 오픈 스페이스에 가까워요. 따로 교실을 규정하지 않고 언제든 재조정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 안에 영화관과 놀이 시설 등이 있고 집에는 없는 장비를 편하게 이용하도록 조성되어 있고요.

(왼쪽부터) 한성대학교 홍성재 창업 R&D센터 교수,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

Q. 코로나 19 이후로는 미래의 학교 공간을 상상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성재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깨달은 부분 중 하나가 학교의 보육 기능이에요. 그동안 학교의 보육 기능이 굉장히 컸던 거예요. 학교 선생님이 부모 대신 아이들과 함께 있어 줬다는 사실을 팬데믹을 통해 알게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보낼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하고요.

주연 학생의 의견처럼 아이들이 받는 텍스트화된 교육이 얼마나 실질적 경험에 가까운지도 생각해봐야 해요. 시험은 사실 동기부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거든요.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목적이 그냥 ‘좋은 대학에 가는 것’ 하나로 자꾸 수렴되는 거예요. 그런 교육에선 지금의 책상이 가장 효율적일 수밖에 없죠.

교실이 시험만 준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잘 작동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무엇을 만들어내고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기능들이 많이 삭제되어 있습니다.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

Q. 교실을 단순히 현대화하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야겠네요.

유민 예전에 교육부나 서울시 교육청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주장했던 게 ‘1인 1기’였어요. 지금의 한국 교육 시스템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나면 대학에 들어간 거 말고는 남는 게 없는데, 그러면 안 되거든요.

우리가 인생과 세상 그리고 사회를 즐기려면 기술이든, 악기든, 운동이든 뭐 하나는 남는 게 있어야 해요. 학교에 피아노가 있고, 피아노 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두면 한 번씩 해보면서 잘하게 되는 거예요. 환경이 사람을 바꾸는 거죠.

이런 공간을 억지로 새롭게 조성할 필요도 없어요. 저출산과 고령화로 학생 수는 계속 감소하니까 학교 내 남는 유휴 시설과 공간은 많아질 겁니다. 남는 공간을 조금씩 조정해 악기실이나 체육실로 바꾸는 거예요.

자기 취향에 맞게 선별적으로 선택해서 꾸준히 학습하다 보면 그 공간은 성향이 비슷한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이 됩니다. 그렇게 개별화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러면 학교 가기 싫은 마음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또, 같이 수업을 받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탈락자 또는 누락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 학생들이 편안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필요할 것 같아요. 면담실처럼 만들어서 보충 학습만 하는 형태에서 나아가는 거죠.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안락하고 편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면 아이들은 학교에 갈 거예요. 집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더 편할 테니까요. 결국 교육 공간의 방향성과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성재 공감해요. 학생들의 개별화된 조건과 수준, 성향 등을 교육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어떻게 커버해 줄 것인지.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를 어떤 하드웨어, 즉 교실에 담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왼쪽부터) 한성대학교 홍성재 창업 R&D센터 교수,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 세종 보람고등학교 유주연 학생, EO 김태용 대표

Q.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더 나누면서 이야기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유민 교육에서 입시만 중요한 게 아니고, 또 자격증 따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부분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앞으로의 교육 시스템은 경험 위주로 갔으면 좋겠어요. 교사의 역할 역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이 지식을 잘 흡수하고 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멘토 역할을 하면서 가족 같고, 또 부모 같은 교사로 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재 초등학교에 가서 선생님이 원하는 진도를 따라갈 수 있는 학생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지 생각해 볼게요. 정말 높게 잡아도 20% 정도일 거예요.

하지만 선생님들은 중간 혹은 살짝 상위 수준에 맞춰서 수업을 하게 되죠. 학생 절반은 학습에서 뒤처지는데, 이 학생들이 따라갈 방법이 없는 거예요. 수업을 개별화하는 게 답일 것 같아요.

딸이 2020년 1월생인데, 딸이 학교에 갈 무렵에는 공부가 좀 쉬웠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이들 자존감이 높아질 것 같아요.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는 이유는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예요. 사회가 그만큼의 기본 소양을 원하는가 질문해보면 또 아니거든요.

학교에 간 친구들이 즐겁게 공부하며 원하는 진로를 찾고, 인생을 현명하게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1월 공개된 <학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 연구소장, 한성대학교 홍성재 창업R&D센터 교수, 세종 보람고등학교 유주연 학생과 함께 나누어 본 미래의 학교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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