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빚을 190억 투자로, 7전8기 인테리어 플랫폼 창업기


인테리어로 사람과 사람을 제대로 연결하는, 前 집닥 박성민 대표

인테리어, 건설, 건축은 오가는 금액의 단위가 큰 편입니다. 혼자 사는 집의 장판이나 벽지 한번 갈아엎는다고 해도 최소 돈 십만 원은 깨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에 우리는 시공 액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지레 두려운 감정부터 갖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전문 작업을 내가 직접 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신뢰가 두터워야 하는 업 중 하나인 셈이죠.

그동안은 그 신뢰가 오랫동안 보장이 안 된 채로 요행에 맡겨졌지만, 집닥이 커 가면서부터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업체 모두에게 만족을 안겨다 주는 인테리어 O2O 서비스를 이끄는 박성민 대표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집닥을 만들게 됐을까요? 누구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그만의 역전 스토리를 EO가 담아 보았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8년 12월 공개된 <재도전 문화 확산 프로젝트 EP01] 100억 원의 빚, 집닥 박성민의 재창업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인터뷰가 진행된 2018년을 기준으로 현재형으로 서술됐으나, 이후 인터뷰이는 집닥의 대표직을 사임하고, 글로벌 상거래 플랫폼 ‘골라라’를 창업한 상황임을 미리 알리는 바입니다.

前 집닥 박성민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인테리어 비교 견적 중개 서비스 집닥의 대표 이사 박성민입니다. 집닥은 인테리어를 하려는 소비자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업체를 중간에서 연결하고 있습니다. 누적 거래 금액은 2020년 8월 기준 4,000억 원을 넘었습니다. 설립한 지 6년 정도 된 회사이고, 공식적으로 19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前 집닥 박성민 대표

Q. 집닥을 만들기 전까지 대표님의 개인사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로 47살인데요. 25년도 더 전인 19살 때 당장 대학에 가기보다 기술을 배워서 빠르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 건설, 건축 관련해서 꽤 오래 업력을 쌓아온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갔었죠.

처음부터 사무직이 아니라 현장에 투입됐었는데요. 새벽에 일어나서 짐 옮기고 밥 먹고 짐 옮기고 밥 먹는 삶을 몇 년 살다 보니 독립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에 20대 초반의 첫 창업으로 이어졌죠. 인테리어 회사였는데, 엄청난 사명감이 있진 않았고 단순히 돈을 벌려고 사업을 했었어요.

그다음에 분양 대행이나 시행사 같은 것도 했었습니다. 이래저래 실패를 겪으면서 부도를 맞았지만요. 빚을 100억 이상 졌는데, 보통 사람이면 인생에서 그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크게 부도가 났던 이유를 꼽자면 무리한 사업 진행이었어요. 건물 하나 짓는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돈만 1,000억이 넘는 데다 땅값만 380억인데, 어린 나이의 저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가 아닌가를 인지하지 못했던 거죠. 또, 우리나라는 자금난을 겪는 문제가 생기면 대표이사가 연대보증 책임을 져서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前 집닥 박성민 대표 인터뷰

Q. 그 이후에 집닥을 창업하시기 전까지 또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결혼도 하고, 집에 3살, 7살 애기도 있었는데, 평생 갚아도 못 갚는 빚이 있으니 가족들을 먹여 살릴 자신이 없더라고요. 저를 믿고 시집온 아내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아이들한테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아빠가 될 것 같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의 방향이 좋은 쪽으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몇 번씩 자살 시도를 했었어요.

그때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하철 청소, 택배 상하차 같은 일까지 하면서 쓰리잡, 포잡으로 매달 어떻게 잘 버텼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힘들고 괴롭고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모든 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언젠가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 안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습니다.

다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는 신용불량자라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엄청 힘들었습니다. 신용카드 발급도 안 되고, 은행에서 대출도 안 해주니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빌리는 것도 당연히 힘들죠. 생각해 보세요. 얼마 전에 부도나서 돈 없는 거 뻔히 아는데, 누가 못 돌려받을 거 알면서도 돈을 빌려주겠어요? 그래서 힘들어도 직접 돈을 모아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버텼는데, 그렇게 창업한 IT, SI, 커머스 회사가 다 생각보다 잘 안 됐습니다.

Q. 여러 가지 업종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인테리어로 돌아와 집닥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7번의 실패를 겪고 다시 돌아와서 ‘내가 가장 신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했습니다. 인테리어가 떠올랐어요.

생각해보니 인테리어를 할 때 소비자나 업체 모두가 힘들어하는 것 같았어요. 일단 소비자는 인테리어를 할 때 불안해해요. 견적을 제대로 받고 싶고, 가격 대비 마감 수준이 좋았으면 싶고, 결론적으로 ‘먹튀’를 당하지 않았으면 싶은 거죠. 가격이나 작업 수준이 다 충족되어도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기존 인테리어 업체들도 있다 보니 이 시장에서 소비자의 니즈는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반대로 업체 입장에서는 공사를 꾸준하게 하고 싶어서 일거리를 찾아다녀도 채널이 한정적이다 보니 영업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대비 작업 수준이 높더라도요. 제대로 된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이 문제를 인테리어, 건설, 건축을 알고 있는 제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있던 2014년이 O2O 시장이 뜨던 시기였어요.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시장도 O2O 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SK플래닛에서 후원하는 T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어요. 기획자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인사이트 있는 강의를 해주신 강사님과 따로 대화를 더 나눴는데, 그 강사님과 강사님의 지인분들이 저에게 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끔 1,500만 원을 투자해주셨어요. 그중에 500만 원은 밀렸던 월세를 갚는 데 썼고, 나머지 1,000만 원을 회사 자본금으로 삼아서 집닥을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Q. 7전 8기 끝에 집닥으로 끝내 일어나셨는데요. 집닥 이전과 집닥 이후의 마음가짐을 비교하면 어떻게 다를까요?

인제 와서 보면 어렸을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괜히 멋있는 척, 잘하는 척, 강한 척하고, 혼자 잘난 줄 알고, 사람 무시하고, 깔보고, 질투도 많이 하고… 같이 일하는 상대에게 못할 말도 하고, 일도 빡세게 시켰어요. 동시에 모든 결정을 제가 했으니 당연히 제가 들어야 하는 원망을 참지 못하고 그 사람들을 원망했고요. 배려해준다거나 함께 간다는 느낌을 줄 줄 몰랐던 것 같은데, 그게 후회되고 아쉽고 미안해요.

이제는 저도 한번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합니다. 집닥을 운영하면서부터는 모든 걸 과거와 반대로 했어요. 예전에는 건설 현장에 새벽 일찍 출근해서 일을 늦게 마쳤어요. 주말이나 공휴일도 없었고요. 집닥은 평일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합니다. 금요일에는 5시에 퇴근해요. 일하는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는데, 행복지수가 훨씬 높아지니까 팀원들이 더 강한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는 직원분들의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는 문화도 있어요. 부모님 한 분당 5만 원씩 드리는데, 다들 되게 좋아하세요. 아들, 딸이 일하는 직장을 알게 되기도 하고, 종종 직원들과 나눠 먹으라고 선물을 보내주실 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돈 벌고 투자받으면 저희도 10시 출근 6시 퇴근할 거예요”라고 말해요. 여유가 생기면 복지를 하겠다는 거죠. 근데 직원들에게 먼저 잘해주면 사업도 잘되고, 차츰차츰 여유도 생겨요. 세상을 바꾸는 건 힘들어도 내 생각이나 행동을 조금 바꾸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前 집닥 박성민 대표 인터뷰

Q. 창업을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창업은 힘든 것에 가깝나요, 재미있는 것에 가깝나요?

둘 다죠. 창업은 힘들면서도 정말로 재미있습니다. 한번 해보면 머리 털 다 빠질 정도로 힘들고요. 일단 돈이 없어서 힘들 거고, 아이템이 미완성이어서 힘들 거예요.

그 둘이 해결되면 끝날까요? 팀이 없어서 힘들 거고, 개발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 거예요. 버그 생기고 그러다 보면 계획했던 스케줄이 다 미뤄져요. 디자인도 마찬가지고요. 제품을 다 만들면 홍보를 해서 팔아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면 막막하죠.

어렵지만, 마케팅도 알음알음 물어봐 가면서 극복했다고 칩시다. 끝났을까요? 아니죠. 그때 되면 이미 사람들이 십여 명 이상 있을 겁니다. 계속 적자를 봤으니 이제 이들한테 줄 돈이 없어요. 그래서 투자 받으러 다니는데, 남들 투자 받는 얘기는 맨날 뉴스에 나와도 나는 투자 받는 게 잘 안 돼요. 투자사를 만나기조차 힘들어요.

시드,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고 쳐요. 그럼 끝나나? 투자 받은 만큼 결과를 보여줘야 하니까 계속 발전해야 해요. 그쯤 되면 팀원이 15명에서 30명 정도 될 거예요. 사람이 모이니까 갈등이 생겨요. 누구를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파가 나뉘어요. “우리 다 같은 편이야, 적 아니야”라고 타이르면서 겨우 화해시켜 놓으면 어느새 알게 모르게 싸우고 있어요.

이렇게 회사가 성장하면 할수록 큰 일보다 직원 개개인에 대한 이슈가 많아지는데요. 새로운 사람이 왔는데, 잘할 것 같다가도 그 사람이 기존 조직을 다 흔들어 놓기도 해요. 그것도 적당히 잘 해결해놓고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으면 연말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월 1일이었는데, 벌써 1년 다 됐네. 나 뭐 했지?’ 싶어요. 나는 분명히 1년 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그때 즈음 되면 투자사는 또 은근히 뭐라고 하죠. ‘올해 조금 아쉽네요’, ‘내년엔 뭐하실 거예요?’, ‘고객 몇 명 만드실 거예요?’

뭐든 내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설령 지금까지 잘해왔어도 잠깐 삐끗해서 신용불량자되고, 사회에서 아웃될 수 있는 게 창업인 거예요. 이 어려움은 아마 사업을 그만 두는 그날까지 계속될 겁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걸지도 모르고요.

前 집닥 박성민 대표 인터뷰

Q.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에 창업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친한 사람들한테 창업하지 말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웬만하면 다니던 직장 계속 다니라고, 창업할 열정으로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하면 2인자, 3인자까지 될 수 있지 않으냐고.

근데 저처럼 사업의 DNA가 끓는 사람들은 그냥 창업해야 합니다. 그건 누구도 못 말려요. 만약 저처럼 실패를 경험하고 재도전을 하는 입장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겠지만, 내가 사업을 했을 때 가슴이 뛰면 심리적인 압박 정도야 극복해야죠.

그게 싫으면 다시 취업하면 되는데, 취업하면 또 ‘아, 내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하겠다’ 싶을 거예요. 그 생각이 들면 다시 밖으로 뛰쳐나올 텐데, 언제가 됐든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실패해도 괜찮고, 실패한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해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창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본질을 잘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사실 과거에 집닥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 플랫폼들은 단순 중개자 역할만 했었어요. 고객이 A/S 서비스 같은 걸 요구했을 때 응하지 않는 업체들은 금방 사라졌고요.

저희는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할 때까지 A/S, 나아가 재시공까지도 해주기로 했습니다. A/S 요청이 들어오면 돈이 많이 나가고, 저희 팀원들이 조금 힘들 수 있죠. 그래도 고객들이 행복하게 웃게끔 해주는 게 집닥의 본질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나 인테리어 업계에서 우뚝 선 집닥 박성민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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