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영상 편집 앱으로 창업한 미국인 IT 개발자 이야기
모바일에서 모션그래픽 효과를 넣을 수 있게 돕는 앱을 개발하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매튜 파인버그 대표
기술 관점에서 2010년대를 말하자면 아마 스마트폰만큼 혁명적인 아이템은 없을 겁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만나 2000년대에 인터넷을 3번 강조하고, 2020년대에 AI를 3번 강조했다면 2010년대에는 아마 스마트폰을 3번 강조했을 겁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많은 신 기술과 산업이 피어났는데요. 매튜 파인버그는 그중에서도 데스크톱 없이 모바일로만 모션그래픽 효과를 줄 수 있는 크리에이터, 마케터 등을 위한 ‘얼라이트 모션’이라는 앱을 한국에서 개발했습니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IT 개발자였던 그가 과연 어떤 계기로 한국에서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라는 회사를 세우고, 얼라이트 모션이라는 앱을 만들게 된 것인지 그 이야기를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 본 아티클은 2018년 12월 공개된 <키네마스터 개발자의 모바일 모션그래픽 어플 창업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모든 내용은 현재형으로 서술되었으나, 인터뷰가 2018년 진행되었기에 인터뷰이의 소속과 직무, 상황이 현재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공지하는 바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미국에서 온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의 대표 매튜 파인버그입니다.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매튜 파인버그 대표 인터뷰
Q. 한국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되신 건가요?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오랫동안 일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배경으로 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언어학을 공부하러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언어학 공부하는 대신 다시 IT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매튜 파인버그 대표 인터뷰
Q. 입사한 회사는 어떤 역할과 일을 하셨나요?
넥스트리밍이라는 회사의 플레이어 팀에 들어갔는데요. 메인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모바일 영상 편집 SDK*를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회사 내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키네마스터라는 앱을 출시했어요. 키네마스터는 2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영상 편집 앱이에요. 그 키네마스터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부장, PM 역할도 했죠.
* Software Development Kit의 약자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특정 운영체제용 응용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스와 도구 패키지를 말한다.
제게 이런 배경이 있다 보니 시장에 제가 무언가 해볼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상 편집뿐만 아니라 모션그래픽 시장에서 키네마스터와 어울리는 앱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7년에 넥스트리밍을 나와서 2018년 3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를 설립했습니다.
Q. 어느새 설립 4년 차인데,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는 어떤 회사인가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는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를 위해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예요. 처음에는 모션그래픽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을 다룰 수 있도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습니다. 2018년 8월에 얼라이트 모션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죠. 현재 17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어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매튜 파인버그 대표 인터뷰
Q. 주로 어떤 사용자가 얼라이트 모션을 사용하나요?
다양한 사용자가 이용하는데요. 예를 들어, 갑자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인기가 많아진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갑자기 고퀄리티의 영상을 제작해야 해요. 근데 데스크탑 스크탑 편집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다 배울 수 없잖아요. 대신 스마트폰으로 얼라이트 모션을 사용해서 성장할 수 있어요.
또, 전문가이긴 한데, 영상 전문가가 아닌 소셜 미디어 마케팅 전문가들도 사용자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예전에는 분기별로 큰 규모의 홍보 영상 한두 개 정도를 제작해서 홍보했는데요. 요즘은 매일 올릴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잖아요. 그럴 때 얼라이트 모션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이를테면, 이미 퇴근했는데 갑자기 트위터에서 유행하는 해시태그를 봤어요. 이걸 포스팅하고 싶은데, 텍스트만 올리면 사람들의 반응이 없잖아요. 이미지를 사용하면 반응이 조금 있는 정도고요. 근데 움직이는 영상이면 반응이 훨씬 더 높아요. 이때 얼라이트 모션이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영상을 빨리 만들어서 포스팅할 수 있게끔 도와요.
그런데 모션그래픽 분야가 전문적이다 보니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잖아요.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설명을 해요. 사용자가 1인 유튜버라면 얼라이트 모션으로 영상의 인트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요. 기자라면 Lower Third’라고, 화면의 1/3을 정도 되는 큰 자막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죠.
이런 식으로 저희는 똑같은 앱으로도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앱 내에서 설명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Q. 초기에는 어떻게 앱을 알렸나요?
처음에 몇몇 사용자가 저희 앱을 먼저 찾아서 튜토리얼을 만들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인플루언서가 튜토리얼을 만들면 앱이 힘을 얻을 수 있는데요. 그 점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이 얼라이트 모션 안에 있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제작하면 그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기능인데요.
저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나오는 프로젝트의 링크를 유튜브 영상에 코멘트로 붙이면 해당 영상이 얼라이트 모션의 튜토리얼이 돼요. 이 튜토리얼을 본 다음에 링크만 클릭하면 프로젝트를 다운로드하고, 재편집·재사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잘하는 인플루언서가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서 공유하면 팔로워도 그 프로젝트를 변형해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저희는 이런 식으로 작업을 공유하는 좋은 인플루언서를 찾고, 그 사람을 통해서 계속 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물론, 사용자의 참여도, 그리고 분석자료 같은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베타 버전부터 정식 버전 출시까지, 소셜 미디어의 많은 사용자가 저희 얼라이트 모션을 직접 사용하셨는데요. 각 사용자의 사용 사례와 성격을 파악하고, 어떤 기능을 원하시는지에 관한 설문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객 조사의 베이스로 유튜브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플랫폼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지 않으면 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프로젝트나 프로젝트의 구성 요소, 스티커나 오버레이, 자막이나 스타일 템플릿을 제작해서 공유하고, 다른 사용자들이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있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매튜 파인버그 대표
Q. 얼라이트 모션을 만들기 위해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에는 어떤 멤버들이 함께하고 있나요?
저희 초기 멤버는 네 명이었고, 저를 포함해 이전에 키네마스터를 같이 만들었습니다. 작은 팀이다 보니까 누구는 개발자, 누구는 마케터 이렇게 딱 잘라 나누기보다는 각각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저만 해도 PM으로 일해본 적 있고, B2B 비즈니스를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본 적도 있죠.
보통 개발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히면 다른 파트에서 모두 합의를 해야 하잖아요. 이때 다양한 경험이 없으면 문제가 잘 안 풀리는데요. 저희는 각자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어떤 기능을 만들 수 없다면 그 기능 대신에 넣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고 바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회의를 통해 엄청나게 길게 얘기할 필요 없이 브레인스토밍하면서 적용하는데요. 이런 점 덕분에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자가 사용할 만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매튜 파인버그 대표 인터뷰
Q. 멤버 중에서도 매튜 님은 외국인 대표이다 보니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어떤가요?
개발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대표 역할도 하고 있으니까 계약서나 서류도 가끔 봐야 하는데요. 투자자 관련 자료나 회사 설립 자료를 읽다 보면 어떤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사전을 많이 찾아보면서 읽는데, 어렵긴 해도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걸 많이 배울 수 있고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매튜 파인버그 대표 인터뷰
Q. 계속해서 변화하는 크리에이터 특성, 미디어 환경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얼라이트 모션이 나아갈 방향과 추구해야 할 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인 크리에이터라는 하시는 분들이 점점 더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시잖아요. 요즘은 영상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그 영상을 올리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스마트폰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빨리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죠.
여기에는 랩탑보다 스마트폰의 칩셋 성능이 더 좋을 수밖에 없는 산업 동향도 반영됩니다. 랩탑은 5~6년마다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스마트폰은 평균 2년마다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스마트폰 칩셋 자체에 영상 지원 기능이 들어가 있어요. 원래는 배터리 절약을 위해 이 기능이 생겼지만,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의 영상 편집 성능이 좋아졌죠.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이미 그러고 있지만, 모든 것이 점점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거예요. 저희는 그 흐름에 맞춰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영상 플랫폼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넣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마치 MS 오피스나 구글 닥스에서 다수의 사람이 같은 문서를 동시에 편집할 수 있듯이 말이죠.
그뿐만 아니라 재생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나 ‘Lower Third’ 같은 큰 자막같이 재밌는 것들을 만들고 싶어요. 시장에 바로 내보여서 다른 사람이 그런 것들을 구매하고 재생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얼라이트 모션이 기능했으면 좋겠고요.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PC 없이 모바일로만 영상을 전부 직접 만들 수 있게끔 하고 싶습니다. 욕심이 많은 비전이지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크리에이터들에게 모바일에서도 모션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게 돕는 앱 얼라이트 모션을 만드는 얼라이트 크리에이티브의 대표 매튜 파인버그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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