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본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 이야기


두 번째 창업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난, 아마존 방호남 엔지니어

한국인의 일상에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아마존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가장 압도적인 회사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아마존닷컴을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업 덕분일 텐데요.

아마존을 살짝이라도 더 파고든 분들이라면 클라우드 서비스 AWS(Amazon Web Services)가 아마존이라는 회사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속에서 훗날 두 번째 창업까지 꿈꾸고 있는 한국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방호남 씨를 시애틀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엔지니어 관점에서 들려주는 아마존의 기업 문화를 함께 들어보시죠.

* 본 아티클은 2018년 8월 공개된 <아마존 본사 엔지니어 방호남 | 아마존 엔지니어 방호남 [리얼밸리 시즌 2 EP 01]>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모든 내용을 현재형으로 서술했으나, 인터뷰가 2018년 진행되었기에 인터뷰이의 소속과 직무, 상황이 현재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아마존 방호남 엔지니어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마존에서 EC2(Elastic Compute Cloud)라는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웹서비스의 스팟 인스턴스 팀에서 서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방호남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학사를 끝내고 대학원 석사를 첫 학기만에 자퇴하고 창업을 했었어요. 저를 포함해 남자 총각 다섯 명이 뭉쳐 하우투메리라는 회사로 결혼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그때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밤새워 일하는 경험이 즐거웠습니다. 항상 누군가 제 아이디어를 받아주고, 결과물이 나오면 그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이 오는 사이클이 짧다 보니 다이나믹했거든요.

그 재미있는 과정을 미국에서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한국에서 회사에 다님과 동시에 석사 유학을 준비했어요. 그때 앱 개발 외주 작업을 통해 4,000만 원 정도의 자금을 모아서 미국으로 떠났고, 현지에서는 아마존에서 인턴십을 하며 받은 월급으로 학비를 냈습니다.

(왼쪽부터) 아마존 방호남 엔지니어와 조성문

Q. 유학이 목적이었는데, 아마존에 정식 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인턴이 끝나고 나서 풀타임 오퍼를 받았습니다. 고민이 됐어요. 사실 저에게 미국의 글로벌 IT 회사에서 일하는 건 중간 과정이고, 결국 하고 싶은 건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이었거든요. 일단 레퍼런스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이민 1세대가 스타트업을 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겁니다.

그래도 드문 케이스 중에 오라클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고, 지금은 음악 데이터 분석 회사인 차트메트릭이라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를 운영 중인 조성문 씨가 있는데요. 한국 스타트업 씬에서도 유명한 형인데, 이민 1세대로서 창업을 하는 전 과정을 보고 싶어서 연락드리고, 면접을 봐서 함께 일하게 되었어요.

그때 옆에서 성문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풀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런데 여러 가지 일을 하던 중에 모아 두었던 4,000만 원 거의 다 떨어져 가면서 현실적인 측면에 부딪혔고, 그렇게 아마존에 풀타임 잡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아마존

Q. 사업적으로 아마존은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히 아마존을 물건을 사고파는 온라인 웹사이트로 알고 계신데요. 그건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소프트웨어 중심적인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에는 많이들 알고 계시는 아마존닷컴과 AWS라고 불리는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두 개의 축이 있어요.

사실 AWS는 회사 초창기에 아마존닷컴의 트래픽이 많아지면서 그 트래픽을 내부에서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등장한 사내용 서비스였어요. 그런데 클라우드 서비스가 점점 발전하면서 시장이 커졌죠. 이제는 아마존 밖의 다른 소비자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해 가고 있어요.

크게 보면 아마존닷컴, AWS, 그리고 아마존닷컴 외 AWS 고객은 모두 구조적으로 윈윈하고 있는데요. 아마존닷컴은 AWS가 없었다면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다른 회사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며 지불해야 했던 비용을 절감해요. 또, AWS는 아마존닷컴이라는 방대한 트래픽의 플랫폼을 서포트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다른 고객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는 식이에요.

아마존 창업 초기 시절 제프 베조스의 책상

Q. 아마존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회사 전체적인 문화가 생각보다 검소하게 다가왔습니다.

화려한 장식품이나 건물 내부 인테리어는 전혀 없고, 오피스 내에 책상만 놓여 있었거든요. 책상도 모양이 특이해서 매니저에게 왜 모양이 저러냐고 물어보니까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예전에 사업을 하며 고생할 때 문짝을 뜯어서 만든 책상이 저랬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새로 들어오는 모든 직원에게 그 책상을 지급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 이 회사가 최소한 보통은 아닌 회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주는 것만 보더라도 아마존이 밖으로 고객을 위한 비용은 아끼지 않으면서 안으로 절약과 검소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회사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아마존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다른 IT 회사와 달리 회사에서 밥을 주지 않아요. 많은 직원과 마찬가지로 저도 처음엔 이 점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떤 직원은 밥을 집에서 싸 오거나 회사 밖에 사 먹는 걸 선호할 수 있잖아요. 회사에서 밥을 주는 건 그 직원들 관점에서 조금 과한 복지처럼 느껴질 수 있겠죠.

아마존은 그런 불특정 다수를 위한 방식을 지양합니다. 대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적의 복지만을 제공하고, 주로 주식이나 연봉 같은 금전적인 보상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최근 몇 년간 회사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갔는데, 연봉도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다른 복지는 없지만 내가 주식 때문에 더러워서 남아 있는다”라는 말도 직원들끼리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서 앞으로 제가 직접 스타트업을 세울 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비용을 집행하고,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방호남 엔지니어 인터뷰

Q. 그런 아마존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절약, 검소를 뜻하는 ‘frugality’라는 아마존의 핵심 가치와 반대되는 낭비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10의 리소스가 들면 9 혹은 10만 써야 하는데, 11을 쓰면 안 돼요.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밤에 불이 켜지는 자판기의 전구 이야기가 있는데요. 하루는 제프 베조스가 그걸 보고는 “아니, 왜 필요도 없는 전구를 자판기에 붙여놨나요? 사내에 있는 모든 자판기의 전구를 제거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에피소드만 들어도 절약과 효율의 영역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존 방호남 엔지니어 인터뷰

Q. 업무 강도는 어떤 편인가요?

저는 한국 스타트업에서 워낙 타이트하게 일해서인지, 사실 아마존에서 일하면서 힘들다는 인상을 못 받았습니다. 저는 입사 초기에 정말 열심히 일을 했는데요.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고,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는 패턴을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보통 아마존에서는 2년 6개월에 한 번씩 승진을 하는데, 저는 거의 10개월, 11개월만에 했습니다. 그 생활을 6개월 정도 했더니 매니저가 1:1 미팅을 갖자고 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을 열심히, 그리고 많이 하는 게 좋긴 한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래 갈 수 있겠느냐고 묻고, 너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압박을 느끼고 힘들어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저희 팀에는 아침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 30분 전에 퇴근하는 동료들도 있으니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었던 거죠. 그 이후부터 일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개인의 욕심이나 커리어 목표에 따라서 ‘워라밸’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미국 회사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건 아마존은 정말 큰 회사예요.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매출의 99%가 소셜 미디어 검색을 바탕에 둔 광고에서 나오는 구조를 띠다 보니 직원마다 느끼는 업무 강도가 비슷할 수도 있는데요. 아마존에는 오프라인 스토어, 온라인 스토어, AWS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가 있다 보니 그만큼 직무나 업무 강도가 훨씬 다양할 겁니다.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은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다고 들었고, 사내에서 책상에 엎드려 우는 직원을 많이 봤다는 소문도 돌아요. 그러니 제가 하는 말을 ‘아마존에 다니는 모두가 그렇다’보다는 ‘아마존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삶을 이렇다’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 방호남 엔지니어

Q. 조금 더 외부와 맞닿아 있는 아마존의 문화를 이야기해볼까요? 아마존이 고객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요.

맞아요. 아마존의 문화는 한마디로 ‘고객 중심’입니다. 사내의 모든 결정에 고객이라는 단어가 항상 들어갈 정도예요. 직원들이 고객에게 얼마나 기여했는지 살펴보는 방법이 따로 있는데요. 열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leadership principles’에 따라 회사 내부에서 1년마다 직원의 퍼포먼스를 정성적으로 측정하는 거예요.

그중에 ‘customer obsession’, 즉 ‘고객 강박’이라는 항목이 있는데요. 그 항목을 통해서 직원 스스로 작년 한 해 동안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우리의 서비스와 고객에게 기여했는지를 기술합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저에 대한 피드백을 받습니다.

아마존의 고객 중심 문화를 이야기할 때 PR FAQ(Press Release and FAQ)라는 문서 역시 빼놓을 수 없어요. 아마존은 어떤 서비스를 론칭할 때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합니다. 직원의 고객 기여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프로덕트를 론칭한다고 했을 때, PR FAQ를 작성하는데요.

PR FAQ는 론칭할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객의 어떤 불편을 해결해주는지, 고객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를 예상해보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실제 프로덕트는 이 PR FAQ가 최종 리뷰까지 통과해야 시작돼요.

AWS에서도 고객 중심 문화를 느낄 수 있어요. 외부 고객도 있지만, 사실 AWS는 하나의 큰 내부 생태계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저희 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할 때 대부분 AWS 내부의 다른 팀이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부의 팀이 다른 팀의 내부 고객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다른 내부의 팀,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부 고객 둘 다 만족시켜 나가면서 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예전에 창업했을 때 고객 중심의 마인드와 그에 따라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리서치가 부족했다는 걸 깨닫기도 했습니다.

아마존 방호남 엔지니어

Q.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하셨는데, 아마존 내에서 계속 배워 나가면서도 두 번째 창업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계실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창업을 했다가 중간에 나온 케이스인데요. 하우투메리가 시작된 지 7년 정도 지났는데, 지금은 꽤 많은 직원을 둘 정도의 규모로 성장한 거로 알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포기하지 않으면 뭐가 되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이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무언가가 되게끔 할 때까지 고생할 각오를 어느 정도 해야겠다 싶고요.

물론, 당분간은 아마존에서 좀 더 배울 생각이에요. 비즈니스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저희 팀의 PM, 매니저와 엔지니어로 일하면서도 PM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보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돈을 받는데, PM 공부까지 할 수 있으면 일석이조잖아요.

그러고 나서 경제적 여건 등 여러 가지가 좀 더 안정화되면 또 다른 회사를 한 번 더 가볼 생각이 있긴 있어요. 그다음에 정말로 준비가 되면 창업이라는 걸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방호남 아마존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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