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평범한 아싸, 밤에는 1위 웹툰 작가?


400만 명이 본 곤충 만화 작가의 성공 비결,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어린 시절, 공룡이나 곤충, 재밌는 만화책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죠. 그런데 이 3가지 취미를 한꺼번에 즐기면서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어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과학만화가 김도윤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곤충에 남다른 흥미를 느꼈던 김도윤 작가는 생명학도의 꿈을 키우면서도 만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는데요. 과학자와 만화가를 병행하는 김도윤 작가가 그린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는 누적 조회 수 400만 회, 판매 부수 2만 5000권을 기록하며 4개국에 수출까지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김도윤 작가의 성공 비결과 프리랜서로서의 프로페셔널함은 무엇일까요?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인터뷰

Q. 과학만화가 김도윤 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갈로아’라는 필명으로 과학 만화를 그리는 김도윤입니다. 지금은 과학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이전에는 공룡 만화와 곤충 만화, 수학 만화를 그렸어요.

지금까지 출판된 책은 총 여섯 권인데, 가장 유명한 건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와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입니다. 각각 2만 권 이상씩 팔렸어요. 일본 아마존의 학습 만화 분야에서도 1~2위인 걸 보면 사람들이 제 만화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SF 웹툰 <오디세이>를 레진코믹스에서 정식 연재하기도 했고,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특별전시로 만화 콘텐츠 기획을 맡기도 했습니다.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Q. 만화 작가인 동시에 학생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학교 생활과 만화 작가의 삶을 번갈아 가며 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화를 그리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돌아와, 다시 만화를 그립니다.

집에서 학교가 있는 신촌역까지 왕복 2시간인데 요즘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집에서 만화를 그리며 수업을 듣고 있어요. 원격 수업을 하니까 오가는 시간도 절약되고 좋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저번 학기에 공부가 너무 잘 됐어요.

사실 제가 학교에서 ‘아싸’예요. 완전히 공기 같은 존재죠. 수업을 제외한 다른 활동은 전혀 안 하고 바로 집에 와서 만화만 그리니까, 아싸인 게 당연한 것 같아요. 그런데 되게 재밌는 게, 만화 그리는 놈이 있다는 걸 학과에서 다 안다는 거예요. 어느 날은 교수님이 열심히 그리라고 하시더라고요. 졸업 후에 먹고 살길이 막막할까 봐 그런가?

Q. 어릴 때부터 만화가를 꿈꾸셨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성격이 소심한 편이라 제가 그린 걸 누구에게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죠.

어린 애들이 보통 곤충을 좋아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나라에 신종 사슴벌레가 보고됐는데 저에게는 충격적인 이슈였어요. 그 후로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개미를 관찰하려고 돌을 뒤집다가 우연히 ‘갈로아’라는 곤충을 잡게 된 거예요. 제 필명이 갈로아잖아요? 바로 이때 발견한 곤충 갈로아를 뜻합니다.

갈로아가 새로운 종이었거든요. 새로운 곤충을 발견한 참에 평소 존경하던 국립생물자원관의 곤충학자 한 분을 찾아갔어요. 팬심으로 찾아간 거죠. 리얼 곤충학자를 만나면서 ‘이런 사람이 진짜 곤충학자구나’라고 느꼈어요.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작가가 고등학생 시절 빠졌던 만화 <아이실드21>

그 뒤로 자연스럽게 이과에 진학했고 생명공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완전 벌레맨이다!’ 하는 마음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요즘은 <원펀맨>으로 유명한 무라타 유스케의 <아이실드21>을 만난 거예요.

이 만화가 너무 재밌는 거죠. 곤충도 좋지만, 만화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라타 유스케처럼 폭풍 감동의 만화를 그리는 만화 작가로 데뷔하고 싶어서 그때부터 제대로 만화를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곤충학자와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만화 작가의 꿈까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무진장 고민하다가, 둘 다 이룰 방법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죠. 찾아보니까 진짜 길이 있더라고요. 만화를 그리는 과학자들이 있는 거예요. 국내에도 있고 해외에도 꽤 있었어요.

‘둘 다 할 수 있다니! 저런 형태로도 생존이 가능한 직업이 있군’ 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작가가 과거 연재한 웹툰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작가가 과거 연재한 웹툰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Q. 인터넷에 직접 그린 만화를 올렸던 게 작가로 데뷔한 계기였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를 그린 이유는 단순했어요. 곤충의 진화 역사가 되게 재밌거든요. ‘재밌으니까 만화로 정리해봐야지’ 하면서 별생각 없이 쓱쓱 그린 거죠. 혼자 그려놓고 방치하니까 좀 심심해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어요.

‘누가 곤충의 진화사에 관심이나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올려서, 정말 아무도 안 볼 줄 알았어요. 좋은 반응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커뮤니티 메인에 제 만화가 뜨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만화를 올린 사이트의 조회 수를 확인해보니까 요즘 400만 정도 되더라고요. 한 출판사에서 만화를 책으로 내보자는 연락이 왔고 결국 출판까지 하게 됐습니다.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Q. 만화를 그릴 때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차별화를 줬던 부분이 있나요?

지금은 이런 시도를 잘할 수 없지만, 그때 제 만화 말투가 형식적이지 않았어요. 좀 구어체 같은 느낌인 거죠. 그래서 독자들이 머리 비우고 가볍게 보기 좋았던 것 같아요. 반듯하게 잘 그렸는데 재미없는 만화보다, 날려서 못 그려도 재밌는 만화가 100배는 더 반응이 좋아요. 그래서 콘티에 엄청 신경을 쓰고요.

예를 들어 콘티에서 어떤 대사를 썼는데 나중에 원고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다시 보니 내가 봐도 노잼이다 싶으면 엄청 고민해요. 처음 콘티를 그렸을 때 썼던 대사를 믿어야 하는지, 원고 과정에서 수정한 대사를 믿는 게 맞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그렇게 대사 하나하나에 집착하며 만화를 끌고 가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만화가는 이야기꾼이다’라는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같고요.

사실 콘티 작업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거기에 지쳐서 원고를 대충 그리게 되는 일도 생겨요. 어느 순간 타협하게 되는 거죠. 아쉬운 부분이에요. 정말 공들여서 그려야 하는 편인데 결국 아쉬운 상태로 탈고하게 되면 정말 눈물이 나죠.

하지만 타협이 프로페셔널함이기도 해요. 출간일이 정해진 책은 종이에 잉크 찍는 순간의 스케줄에 맞춰서 작업해야 하잖아요. 스케줄과 타협하는 거죠. 타협도 프로페셔널함이라면 프로페셔널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했던 SF 웹툰 <오디세이>

Q. 과학만화를 그리다 보면 과학적 사실과 만화적 요소 사이에서 고민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과학 만화의 기능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 두 번째는 만화로서의 재미죠.

만화가로서 저의 1순위 목표는 웃겨야 한다는 거예요.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다 보면 그 안의 지식들도 조금씩 얻어걸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는 게 저의 목표고요.

제가 SF 웹툰 <오디세이>로 데뷔했을 때는 갓 데뷔한 창작자로서 진솔하고 날조하지 않은 묘사에 대한 집착이 강했어요. 실제로 우주비행사의 자서전도 찾아 읽고 인터뷰도 많이 봤지만, 실제로 제가 우주에 가본 적은 없잖아요.

그런데 만화를 그리면서는 ‘우주에 가보면 이렇단다’ 하면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거죠. 이야기는 당연히 허구고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데, 처음엔 그런 태도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과학 도서나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밝혀졌습니다”라고 이야기해도, 정작 출처 논문을 찾아보면 저자도 그렇게 자신 있어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이걸 인용해서 아는 척해도 되는지 고민하다 보면 멘탈에도 데미지가 오고 결국 갈팡질팡하게 돼요.

내용에 불편해하실 분들이 있을까 신경 쓰고 검열하다 보면 작업이 2주씩 걸려요. 작업 시간이 길어지면 기복도 커지는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프로 작가라면 어느 정도 타협하고 스케줄을 맞춰가며 작업해야 하니까.

지금은 약간의 허구는 만화적 허용이라고 봐요. 재미와 사실이라는 두 다리를 한 번에 건너려 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거든요. 스타워즈의 요다가 말했던 것처럼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해요. 저도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인터뷰

Q. 프로작가로서 타협이라는 프로페셔널함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네요.

과학 관련 행사가 열리면 박사님, 수석 연구원님, 교수님들이 다 모여요. 그분들은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분들이거든요. 엄청 바쁘신 분들인데 그분들이 저를 부르는 거예요.

저는 생명학도로서는 애송이인 데다, 만화만 그릴 줄 아는 사람인데 저보고 그분들 앞에서 강연을 하래요. 만화 캐릭터를 앞에 내세워서 설명을 하긴 하는데 엄청 쫄려요. 부끄러워 죽겠어요.

‘내가 나서서 아는 척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멋있는 프로 작가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하면서 뻔뻔함을 배우는 것 같아요.

과학웹툰작가 김도윤(갈로아)

Q. 만화 작가이자 학생으로서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어릴 때부터 다들 저를 곤충 박사라고 불렀어요. 박사가 되려면 엄청 오래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 무거운 타이틀을 아이들한테 함부로 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여튼 저는 박사는 되고 싶어요.

좀 더 멋있게 말하자면, 곤충의 진화를 추적하고 싶어요. 어떤 형질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혀내다 보면 정말 흥분되거든요. 여러 방법을 이용해 기발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또 만화가로서는 계속 자기 만화를 그려야겠죠? 만화로서 얼마큼의 퀄리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멋있는 SF 단편 만화는 하나 그려보고 싶네요. 여전히 폭풍 감동에, 폭풍 재미를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 야망이 있습니다.

곤충을 연구하려면 결국 대학원에 가야 하는데 그 이후 진로는 정말 장담할 수가 없어요. 전업 만화가로서 데뷔하는 것도 사실 어려운 길이고요.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는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개개인의 경우가 매우 특이한 케이스기 때문에 결국에는 한 사람만 볼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을 봐야 해요. 아, 그럼 EO에 나오는 분들의 영상을 모두 봐야겠네요. 그렇네요. 그냥 EO 영상을 다 봐야 하는 거 같아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8월 18일 공개된 <400만명이 본 벌레 이야기의 주인공>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과학과 만화를 모두 좋아해 벌레 이야기로 400만 명이 본 인기 만화를 그리는 과학만화가 김도윤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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