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 짐 로저스가 투자한 금융 스타트업을 만든 사람


로보어드바이저로 가난을 해결하고자 하는, 파운트 김영빈 대표

연초부터 코스피가 전 세계 어느 주식 시장과 비교해도 꿀리기는커녕, 압도할 만큼 올랐었죠.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은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대신,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티끌을 모아 모아 시장에 던진 결과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시대에는 투자가 마냥 사람들 사이에서 함부로 투기나 도박으로 취급받지 않고 자산을 불리는 기본값으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그러니 파운트는 그 투자를 무턱대고 했다가 손실만 보지 말고 로보어드바이저라는 기술과 포트폴리오라는 일종의 포메이션으로 더 현명하게 해보자고 말합니다.

김영빈 대표님은 왜 가난 자체를 해결할 생각을 했고, 또 그 방법으로 어떻게 로보어드바이저를 떠올렸을까요?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파란만장한 그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만나보시죠.

파운트 김영빈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파운트의 대표 김영빈입니다. 저희 파운트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입니다. 부자들의 전유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인공지능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자산 규모 면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흔히 월가의 전설 하면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짐 로저스 이렇게 세 분인데요. 그중 짐 로저스가 파운트의 정식 고문이자 최초의 엔젤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파운트 김영빈 대표

Q. 영빈 님의 유년 시절은 어땠나요?

중학생 때까지는 공부를 잘 못했습니다. 반면에 같은 학교에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이기적인 친구여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어했는데, 그 친구가 졸업식 때 학생 대표로 선물을 잔뜩 받더라고요.

그때 듣기로는 그 친구가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전 과목 과외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런 사람이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서울대에 가고, 기득권이 돼서 세상을 움직이는구나’ 싶어서 어린 마음에 분했어요. 그때부터 전교 1등을 할 때까지 따뜻한 물로 샤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하루에 4시간 반만 자면서 공부했어요.

결국, 서울대 경제학과로 대학교 진학을 했어요. 거기서도 저는 중, 고등학교 때처럼 극단적인 성적 차이를 보였는데요. 대학교 1학년 때 학점이 0.4였지만, 마지막에는 학부에서 최우등으로 졸업했습니다.

Q. 군 생활을 굉장히 특별하게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1학년 마치자마자 군대에 갔어요. 가서 군대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을 많이 겪었어요. 포병으로 보직을 배치받고, 해외 파병을 지원했거든요.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는데, 진짜 위험하더라고요. 밤에 포탄이 떨어지고, 전투기가 출격하니까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기지에서는 옆에서 보던 사람이 실제로 죽고요.

저희는 학교도 지어주고, 활주로도 깔았어요. 그렇게 시설을 만들어줬는데, 막상 아이들은 팔이 없고 얼굴 한쪽이 파여 있었어요. 저희를 막 쫓아오면서 물을 달라고 하고요. 어른들도 아니고 아이들이요.

저는 아이들이 발이 없는 건 이해가 가는데 손이 없는 건 이해가 안 갔는데요. 보통 지뢰를 파다가 손이 날아간 거라고 하더라고요. 지뢰를 탈레반에게 팔면 먹을 게 나오거든요. 그 상황이 너무너무 충격이었어요. 전쟁이 정말 참혹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광경을 직접 목격하기 전에는 가난을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는데요. 군 생활을 하면서 정했어요. ‘내가 인생을 통해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가난이다. 그것도 구체적으로’라고요. 파병이 삶을 뒤흔들 만큼 가난에 대한 인식을 강렬하게 심어준 거죠.

(왼쪽부터) 파운트 김영빈 대표, 강상균 개인자산관리사업본부 사업부장

Q. 제대하고 나서는 어떻게 살았나요?

전역하고 나니 지금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상균이 형과 오토바이를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여행을 꿈꾸게 됐습니다. 여행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후원을 받기 위해서 후원자들을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여행 계획을 짜고 있던 중에 한 가지 포인트가 생겼었는데요. 일본에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겁니다. 술을 마시면서 화를 냈어요. 그러면서 “우린 맨날 욕만 하고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 우리가 한국의 아름다운 섬인 독도를 홍보하자”라며 결의를 다졌죠.

독도 라이더라고 이름을 짓고 독도를 홍보하면서 여행했어요. 사물놀이 공연도 하고, 하버드랑 UCLA에서 독도 세미나도 했어요. 좀 이슈가 돼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었어요. 할머니들이 밥 사 먹으라고 꼬깃꼬깃하게 접은 돈을 주시고 재워주시기도 했어요. 다음에 갈 곳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죠.

세계 여행을 다니던 시절의 파운트 김영빈 대표

Q. 많은 도움을 받았어도 세계 여행이다 보니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오토바이로 여행하면 제일 힘든 게 국경을 넘는 거예요. 정말 많은 검문과 서류 제출 절차가 있거든요. 그런데도 저희는 준비를 하나도 안 해서 많이 고생했어요. 나중에는 오토바이로 히말라야산맥을 넘기로 했는데요. 히말라야산맥이 고도가 높아서 산소가 부족해요. 엔진도 잘 안 터지고요. 길옆에 가드레일이 없어서 떨어지면 죽어요.

아무튼, 저희는 중간에 너무 힘드니까 돌아가자고 얘기할 정도의 어려움을 길에서 다 해결했어요. 고장 난 오토바이를 무상에 가깝게 수리해주시는 분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그때 저희를 도와주신 분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단, 공통점이 하나 있었죠. 모두 잘나가냐 못 나가냐를 떠나 삶을 행복하게 사는 분들이었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사실 저는 여행 전까지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꼭 1등 해야 하고, 서울대 나와야 하는 줄 알았어요. 행정고시 패스가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니 누군가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부터 판단했던 것 같아요. 소위 잘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고요. 하지만 자신의 삶을 기꺼이 써서 누군가를 돕는 사람들을 마주친 그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제 인생의 각도가 또 한 번 많이 바뀌었어요. 덕분에 준비하고 있던 행정고시를 내려놓을 수 있었죠.

파운트 김영빈 대표 인터뷰

Q. 그 이후에 어떤 과정을 거쳐 파운트를 설립하게 되었나요?

저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을 다니면서 초대 학생회장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요. 특이하게 변호사가 아닌 BCG라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과 함께 일을 했습니다.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미래전략실이 삼성의 미래를 결정하는 부서잖아요. 삼성에서도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부서예요. 미래전략실 사람들은 주말이 없어요. 이 사람들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단 하루도 안 쉬어요. 늘 새벽 1시까지 일해요.

함께 일하는 컨설팅 회사로서는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어요. 클라이언트보다 덜 열심히 일하는 컨설턴트는 존재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BCG 안에서도 미래전략실과 함께 일하는 건 힘든 프로젝트라서 한 번 담당하면 그다음에 보통 다른 프로젝트가 배정돼요. 그런데 저는 3번 연속으로 미래전략실 프로젝트를 했어요.

힘들긴 했어도 BCG에 다닐 때 클라이언트들이 일하는 자세도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꽤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그걸 인식하고 있다는 듯 미랙전략실분들은 본인들의 의사결정에 주는 영향에 대해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일하세요.

그 모습을 보면서 만약 내가 회사를 차린다면 구성원들이 어떤 가치를 느껴서 본인의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시장의 기회도 같은 시기에 알게 됐는데요. 저는 그게 금융에 큰 물결이라고 생각했어요. 거대한 시장 기회이자 인생을 걸고 해볼 만한 일이다 싶어서 창업을 했죠.

창업 초기에는 회사에 전기장판 깔아놓고 진짜 먹고 자고 주말도 없이 일했는데요. 열심히 일하는 것에서는 미래전략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Q. 파운트가 회사로서 갖고 있는 사회·환경적 문제의식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20~30대 같은 경우에는 생애 소득이 생애 지출을 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장차 심각한 노인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요. 은퇴 시기는 이전과 똑같은데, 100세 시대로 평균 수명이 늘어났으니까요.

금융 환경은 훨씬 더 안 좋아졌어요. 예금 금리는 이제 제로금리화가 됐어요. 은행에 돈을 넣고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이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할 수 없어요. 양적 완화라고, 즉 돈을 푸는 시기에 돈을 손에 쥐고 계시거나 예금 계좌에 돈을 넣고 계시면 사실 돈을 계속 잃고 있는 거예요. 확정적으로 돈을 잃고 있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돈을 잃는 게 무서워서 투자를 안 하는데, 매일매일 계속해서 돈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직원들과 회의 중인 파운트 김영빈 대표

Q. 요즘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가 많이 늘어나지 않았나요?

그렇죠. 그런데 단순히 돈을 버는 투자를 하시기보다 절대적으로 지키는 투자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투자라고 하면 ‘어떤 주식이 내일 오를 주식이야?’, ‘급등주 뭐야?’ 같은 질문을 떠올리시잖아요.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을 아는 사람은 제가 봤을 때 없는 것 같아요. AI가 내일 어떤 주식이 오를지 찍어준다는 얘기도 되게 허황돼요. 사실 그걸 알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가 되는 데 3개월이 안 걸리겠죠.

사람들이 계속 뜬 소문이나 한 방을 생각해서 유혹되고, 결국 많은 돈을 잃어요. 대한민국에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개념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선진국을 보면, 대다수의 금융 자산이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서 운용되거든요. 하나의 자산이 아니라 다양한 자산들을 묶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주식만이 아니라 채권을 섞고요. 다양한 대체투자까지 포함해서 기업이 아니라 국가 단위로 투자해요. 국가 단위의 투자를 하면 30년을 넘어 100년을 투자할 수 있어요. 그것마저도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계속 바꾸고요. 저는 글로벌 재산 배분에 의거한 이런 분산투자가 정답에 가깝다고 봐요.

이 방법은 ‘지구는 성장한다. 인구가 증가하듯이’라는 말처럼 글로벌 GDP 성장에 인플레이션을 더하면 수익률 7~8%를 타깃으로 확실하게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투자 방법이에요. 실제로 가장 많은 자금이 운용되는 투자방법론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대중들이 이런 방법에 대한 접근권이 아예 없어요. 제대로 된 서비스가 없으니까요.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고요. 이런 문제를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저희 파운트의 목표라고 할 수 있죠.

Q. 금융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투자에 뛰어든 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저는 <사기>라는 책을 좋아해요. 위편삼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어요. 그 책에서 공자님이 전쟁통에 피난하러 다니는데요. 한 번은 제자인 자로가 며칠을 굶어서 너무 배고프니까 공자님에게 우리 이러지 말고 어디 정착해서 살면 안 되느냐고 이야기합니다.

그때 공자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부귀가 내 뜻대로 된다면 내 기꺼이 네 마부라도 하겠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되니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겠다.”

충격적이었어요. ‘아니, 공자님 같은 사람이 부귀가 마음대로 되면 마부라도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성공, 부, 명예는 정말 자기가 바라는 대로만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운이라는 요소가 너무 많이 작용하니까요. 그래도 적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은 자기가 정해서 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 투자하시는 분들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길을 가시기를 바라봅니다.

파운트 김영빈 대표 인터뷰

Q. 마지막으로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파운트를 만든 창업자로서의 각오를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2019년에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에 신장 한쪽을 잃었는데요. BCG를 다니고 있다가 그랬으면 퇴원하는 날 바로 퇴사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파운트를 하고 있어서인지 아침에 퇴원하고 그냥 점심에 출근했어요. 왜냐하면, 이 일이 제게 갖는 의미가 부와 명예가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일이 해볼 만한, 되게 의미 있는 일이고, 그 일을 하면서 살면 나중에 생을 돌아볼 때 가장 후회가 안 남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파운트는 그 정도의 각오로 급격하게 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모든 사람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자는 미션 하에 모였어요.

저희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앞서 말씀드렸듯이 노후 대비이고요. 앞으로 모든 사람이 전 생애에 걸쳐서 적어도 금전적인 문제로 삶의 자유를 뺏기지 않고, 생존을 걱정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파운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좋으니 꼭 투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8월 공개된 <짐 로저스가 투자한 한국 금융 스타트업>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로 인류의 가난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파운트의 대표 김영빈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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