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CEO가 만든 누군가에겐 절실한 서비스


AI를 활용해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보로 윤지현 대표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보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보로의 윤지현 대표는 대학교 4학년 때 창업에 도전해, 어느덧 5년 차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이 어떤 상황에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만들어 전국 485개 고객사에 납품할 만큼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22살의 어린 나이에 창업에 도전한 윤지현 대표는 창업 초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고객들이 절대 없어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소보로의 윤지현 대표가 전하는 진솔한 창업 도전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소보로 윤지현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보로팀의 대표 윤지현입니다. 빵집 이름인가 싶은 분들도 계실 텐데, 소보로는 ‘소리를 보는 통로’의 줄임말이에요. 저희는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말소리를 자막으로 전달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2019년 봄에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약 485곳 이상의 학교나 직장, 기관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청각장애인 학생이나 회의에 참여하는 청각장애인 직장인분들이 주로 사용하고 계세요.

청각장애인 가운데는 소리를 아예 듣지 못하는 농인분들도 있고, 청력이 저하되거나 손실된 상태의 난청인분들도 계세요. 높낮이에 따라 조금씩 들리는 분도 계시고요. 소보로의 실시간 자막은 농인이나 난청인 모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실제 소보로가 음성을 인식하여 받아적은 자막

Q. 대학생 때부터 창업을 준비하셨다고 들었는데, 창업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코딩 수업을 처음 들었는데 그때부터 코딩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되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 뒤로 IT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입시를 준비할 때도 IT를 전공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마침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관련 캠프를 열어주셨어요. 캠프에 참여하면서 재학생분들과 교수님을 만나보니 저와 잘 맞는 학과라는 생각이 들어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IT분야의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인 학과다 보니까, 다른 과보다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IT 관련한 프로젝트 과목들이 있어서 다양한 프로젝트도 경험할 수 있었고요. 여러모로 학과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본격적인 창업 준비는 대학교 4학년부터 시작했어요.

Q. 학과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처음 진행한 게 행복한 거울이라는 프로젝트였어요. 거울처럼 보이는 화면 속 얼굴을 약간 미세하게, 조금 더 행복한 표정으로 바꿔서 실시간으로 송출해 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현대인의 팍팍한 하루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거울 속에 비친 표정을 살짝만 변화시키면 조금 더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송출해줄 수 있거든요. 그때 본인이 인식하는 느낌은 어떨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첫 개발 프로젝트였는데, 결국에는 어디에 쓰일지 몰라서 프로젝트로 끝이 났어요. 다음 학기 프로젝트에는 조금 더 쓰일 만한 걸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였어요.

소보로 윤지현 대표 인터뷰

Q. 그렇게 나온 프로젝트가 소보로였나요?

네. 맞습니다. 대학교의 경우 청각장애인 학생이 있으면 전체 수업 내용을 타이핑하는 도우미를 지원해줘요. 전체적인 내용을 적어주면 수업 분위기를 따라가기도 좋고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지원이죠.

그런데 초·중·고등학교에는 그런 지원이 거의 없어요. 타이핑 도우미를 지원하는 직장도 물론 많지 않고요. 대학교 전후의 전반적인 시간을 커버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시도 끝에 도우미가 없는 상황에서 청각장애인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어요. 조금은 조악하지만, 수업에서 나오는 말을 받아 적을 수 있는 최소 수준의 결과를 만들었는데, 이게 실제로 도움이 될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청각장애인분들을 직접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되게 신기해하셨어요. 또 제품이 정식으로 출시되어서 어릴 때부터 청각장애 아이들이 수업에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직장에서의 회의나 전화 통화 등 평소 일하면서 불편했던 부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일상 곳곳에 쓰임새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실제 소보로의 사용 장면

Q.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개인적인 어려움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법인이 세워진 게 4년 전이거든요. 처음 휴학하고 포항을 벗어나 서울에 왔을 때는 네이버의 D2 SF의 입주사로 뽑혀서 사무공간을 지원받았어요. 거기에 무료 라면자판기가 있어서 매일 라면을 먹으며 지냈죠. 소보로팀이 입주한 후로 한 달 라면 값이 10만 원은 더 나온다고 하실 만큼 겨우 살았어요.

법인이 세워질 때쯤 지금의 CTO인 최승만 개발자님을 만났습니다. 그때가 추석이었는데, 연휴 지나고 입사하겠다고 하셔서 ‘앞으로 소보로팀이 더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연휴에 아버지 투병이 시작된 거예요. 폐가 갑자기 섬유화되면서 두 달 정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죠.

그때 이대로 창업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그러다 사업자 등록을 마무리하러 다시 서울에 가기까지 3주 정도를 사업을 할까, 말까 마지막으로 고민하면서 아버지가 수첩에 유언처럼 적어 놓으신 편지를 읽었어요. 저와 오빠에게 ‘어떻게든 앞으로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라고 간략하게 쓰셨더라고요.

그 편지를 읽으면서 무엇이든 잘 헤쳐나가려면 지금 만들어진 회사를 잘 키우는 일이 제일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서울에 올라와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정말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그 3개월간의 기억이 거의 없을 만큼요.

결국 자금이 떨어지기 직전에 sopoong과 D3쥬빌리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아서 지금까지 무사히 성장해왔던 것 같습니다. 485개 이상의 직장과 기관 등에 제품을 공급했고, 2020년 매출도 6억 1,800만 원 가까이 예상했으니까요.

지금은 많이 무뎌졌지만,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제가 오히려 소보로팀에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는 걸 느껴요.

Q. 어려운 상황에도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sopoong와 D3쥬빌리파트너스에서 소보로를 믿고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셨는데, 그런 동력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동력은 팀원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4년간 팀원분들의 고생이 정말 컸어요. 개발팀은 제품을 잘 만들어주셨고, 고객팀은 청각장애인분들을 자주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해주셨죠. 또,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타입엑스라는 신사업을 운영하는 팀에서 공격적으로 임해주고 계십니다. 잠시 설명드리면, 타입엑스는 문서화하고자 하는 녹음 파일을 올리면 AI가 초안을 직접 검수해 100% 정확도의 스크립트를 메일로 전달하는 서비스예요.

지금 소보로팀은 총 18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희는 이 한 분, 한 분을 정말 소중하게 모셨어요. 그렇게 만든 팀이 같이 일하는 걸 보면 안정감도 있고 ‘내일도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소소한 행복감이 생겨요.

개인적으로 요즘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데, 아마도 소보로팀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어요. 기댈 곳이라고 할까요? 평생직장 삼고 싶은 곳이죠. 소보로팀이 없었으면 과연 제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싶어요.

Q. ‘소통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함께하겠다’라는 소보로의 미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보로의 미션 중 하나예요. 청각장애인분들이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항상 소보로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청각장애인분들이 겪는 일상 속 어려움이 더 커졌다고 느껴요.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을 읽기 힘든 상황이라 이전보다 자막이나 다른 통역 수단이 더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도 있고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는데, 화면에 따라 입 모양이 잘 보이지 않고 기계음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죠.

현재 소보로의 서비스가 30개 넘는 대학교와 전국 교육청 단위에 배포 중이고, 서울대병원 같은 큰 병원의 이비인후과 진료실에 배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일상의 많은 영역에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더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큰 비전이 있다면, 보조 공학 분야에서 AI가 더욱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어요. 보통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보조 공학이라고 하는데, AI가 발전할수록 가장 먼저 연결이 되어야 하는 분야가 보조 공학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제일 필요한 영역이죠.

앞으로 AI가 발전 방향을 정할 때 보조 공학 분야에 활용되는 사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장애인분들이 평소에 활용할 수 있는 일상 서비스에 접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오늘 인터뷰는 2021년의 구체적인 계획을 들으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소보로가 준비 중인 계획은 크게 3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교육 분야를 타깃으로 만들었던 소보로탭 에듀라는 제품입니다. 교육청 납품에 특화된 제품인 만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배포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욱더 공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에요.

두 번째는 제품 업데이트입니다. 기존 청각장애인 고객분들께서 양방향 소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태블릿 제품 안에서 빠르게 표현할 수 있는 소통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니즈를 반영해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와 함께 영역을 확장해 갈 소보로팀의 행보를 기대해주시고,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도 만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2월 공개된 <스물다섯 CEO가 만든 누군가에겐 절실한 기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소보로 윤지현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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