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발명가, 사업가가 이야기하는 세계 속의 10대 20대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1020 세대가 길러야 할 힘은?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지금 1020세대를 가장 기회가 많은 세대라 부르는 이유는 경계와 장벽을 넘어 연결되는 글로벌 사회의 무한한 가능성에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어느 때보다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대인데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세계시민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아간 전문가 세 분이 결국 자신을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왼쪽부터)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Q. 각자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희준 안녕하세요. 17살에 사업을 시작한 고교창업가에서 이제 막 성인이 된 주식회사 칠명바이오 대표 공희준입니다.

칠명바이오는 곤충 사료 제조기업이에요. 곤충이 먹는 사료로 시작해서 지금은 곤충과 관련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진출했고, OEM(주문자 위탁생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혜린 이노마드 대표 박혜린이라고 합니다. 이노마드는 세계 최초로 휴대용 크기의 수력 발전기를 만들어 미국과 유럽의 캠핑 아웃도어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PC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세상을 바꿨던 것처럼 이노마드도 직접 전기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발전 제품의 개인화와 보급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한재권입니다. 저는 로봇을 만들어요. 로봇 중에서도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고, ‘이 로봇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항상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축구하는 로봇에 빠져있는데요. 월드컵 우승팀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Q. 오늘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해보고, 사람들이 더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모였는데요. 여러분이 세계로 한 발 나아갔던 경험을 먼저 공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혜린 두 가지 큰 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첫 번째는 학교에서 선진국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됐어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는 왜 선진국인지 궁금하더라고요. 궁금한 마음에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죠.

실제로 가서 보니까 그들이 가진 문화와 기술, 산업이 우리와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이미 만들어진 걸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어요.

‘왜 우리는 못 하고 저 사람들은 해내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겨서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는데 답은 대부분 비슷했어요. 독서 열심히 하고, 캠핑하고,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그 답을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자신에 대한 탐구를 기본적으로 단단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보이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저 사람은 무엇을 잘하는지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는 거죠. 처음으로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계기는 21살에 떠난 인도 배낭여행이었어요. 인도 여행을 하는 동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절대 당연하지 않구나. 그런 것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인도 여행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틀이 완전히 깨졌죠.

Q.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지 않은 일로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혜린 전기요. ‘전기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같은 거죠. 우리에게 정전은 사건에 가까운 아주 드문 일이고 살면서 전기가 안 들어오는 일을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정전이 굉장히 잦은, 흔한 일인 거예요. 전기를 당연하게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은 후에 앞으로 관련된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권 로봇끼리 축구하는 로보컵이라는 대회가 있어요. 그 대회를 처음 나간 게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던 때였는데, 연구실 안에서 로봇을 만들고 ‘이 정도면 잘 만들었지’ 생각하면서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대회에 나가 보니까 어마어마한 로봇들이 막 뛰어다니는 거예요. 그때 내가 우물 안에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얼마나 다양한 것을 보지 못했는지 깨달은 계기였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걸 겪고 경험하는 자체가 글로벌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희준 저 같은 경우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회, 4YFN(4 Years From Now)에 참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했던 것 같아요.

전시회에 곤충이 먹는 사료를 들고 갔거든요. 그때만해도 굼벵이가 나라마다 있는 줄 알았고 한국에서는 워낙 굼벵이를 많이 키우니까 ‘이게 무슨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쉽게 설명하면, 한국에는 곤충을 약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해외에는 그런 문화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이 곤충이 고단백 고칼슘이다’라고 하면 경쟁력이 없는데 ‘이 곤충이 간에 좋다’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막 질문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재권 인기가 좋았나요?

희준 되게 좋았어요. 거기서 딱 경쟁력을 봤죠. 한국에만 사는 토종 굼벵이였는데, 효과를 설명해주니까 유럽에서도 키워보고 싶다고 수입을 원하는 곳도 있었어요.

지금 나의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에 나가는 게 아니라 최대 다수의 경험을 해보면서 내가 갖출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발굴해 나가는 게 글로벌 사회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글로벌 경쟁력에 관해 말씀해주셨는데,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세계시민이 되려면 어떤 역량과 과정이 필요할까요?

혜린 한국이 영어 교육을 엄청 열심히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어떻게 영어를 잘하는지 생각해보면 보통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이 영어를 잘하거든요. 내가 생각하는 걸 전달할 수 있는 도구로 영어를 배워야 하는데 영어를 목적으로 배우다 보니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거죠.

세계시민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에 대한 고민이 단단해지고 그게 확장되면서 세계로 나가는 거지, 처음부터 세계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건 좀 아이러니한 일 같아요.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희준 작년에 기말고사를 보면서 사회 관련 책을 읽었는데, 세계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파트가 비중 있게 나오더라고요. 사실 저도 세계시민으로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이 사회에서는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곤충이 들어간 사료를 중국에 수출했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식용 곤충의 수요가 떨어지지만, 반대로 중국에선 수요가 높거든요.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제품을 보낸 거죠.

한국 사람이라고 카카오스토리만 쓰는 건 아니잖아요. 페이스북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하는데 다들 외국 기업이고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세계와 융합되는 시대에 세계시민이 먼저 되라고 하는 건 정말 난센스인 것 같아요.

(왼쪽부터)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재권 저는 ‘내가 어떤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을까?’ 생각해 본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잖아요. 바다 건너가면 뿔 달린 사람들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다 비슷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사람이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개성이 드러나는 사람에게는 먼저 다가가고 싶잖아요. 세계시민이 된다는 건 더 많은 사람과 친해진다는 뜻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어떤 개성의 사람인지 명확히 보여줘야 해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과 친해지고 함께 일할 기회도 만들 수 있는 것 같고요.

나 스스로가 세계고 나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세계시민이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Q. 사실 누구나 더 넓은 곳에서 활동하고 싶을 텐데, 두려움이나 막연함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혜린 하나의 롤모델을 정해놓고 ‘이렇게 사는 게 좋은 삶이고 성공적인 삶이다’라고 하는 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예요. 거기에 맞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으면 그게 한국이든 미국이든 쓰일 곳이 분명히 있거든요.

국내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글로벌화지만, 본인이 정말 잘하는 일과 자기 색깔이 분명한 능력을 잘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아 나가는 것도 글로벌화라고 생각해요.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자기 안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재권 제가 로봇을 만들어서 세계에 나가 발표를 하고 다른 로봇과 비교하면서 자극도 받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 장면만 보면 되게 대단한 일로 보일 수 있어요.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거까지 해냈지?’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착각이에요. 기본으로 돌아가 보면 이런 일들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만들었던, 모터에 바퀴를 끼워서 굴리던 작은 자동차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사소한 일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결국에는 다 같은 데서 시작해 아주 조금씩 발전해 나갈 뿐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후에 남은 막대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무언가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한 그 사소한 순간 덕분에 제가 지금 로봇을 만들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을 별거 아니게 여기는 게 자신의 꿈을 만들어 내는 갈림길이죠.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냈다면, 그게 아무리 작고 가치 없는 것이라도 굉장한 일을 해낸 겁니다. 자기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길 바랍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2월 공개된 <지금 10대 20대가 가장 기회가 많은 세대인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가 들려주는 글로벌 사회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노하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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