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세 아이 엄마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 것


경력단절 여성에서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게 되기까지, 꽃을닮다 정윤희 대표

모든 선물이 똑같이 소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죠. 마찬가지로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충북 제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정윤희 대표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바로 그런 이야기인데요.

상담교사로 일했던 정윤희 대표는 3번의 출산으로 산후우울증과 조울증을 겪으며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무기력증으로 1년 넘게 집에서 누워만 있었죠. 그랬던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내일이 막막함에도 작은 희망을 찾으시는 분들께 정윤희 대표의 경험이 종종 꺼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

꽃을닮다 정윤희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소도시 제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꽃을닮다의 대표 정윤희입니다. 지역 사회의 경력단절 여성들과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꽃을닮다, 꽃닮의 비전이에요.

꽃을닮다 정윤희 대표

Q. 꽃집을 운영하기 전에 상담사로 일하셨다고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 운동을 했었는데, 따돌림을 당하면서 운동을 더 할 수 없게 됐어요. 저를 조금이라도 다독여주는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운동을 계속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시절을 겪어내면서 청소년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키웠습니다.

교내 학생 상담소, 위클래스에서 상담교사로 일했는데 세 아이를 출산하면서도 끊임없이 일을 했어요. 그러다 산후우울증이 왔죠.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예전에 알던 저는 다 없어졌어요. 긍정적인 기운도 다 사라지고.

결국 우울증을 지나쳐서 조울증까지 가더라고요. 병원에서는 심장 두근거림은 공황장애라면서 입원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는데, 관계도 그럴 때 확 틀어지는 것 같아요.

상담교사로 일할 때 만났던 친구들의 가정환경이 조부모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이었는데, 우울증을 겪으면서 저도 한부모가 된 거예요. 그런 이별의 경험을 하고 나니까 그 친구들을 대면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내 아이들한테도 똑같은 상처를 줬는데, 어떻게 그 아이들을 만나서 상담을 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일을 하러 갈 수가 없었어요.

상담사의 길을 다시 걷기 힘들어서 직업소개소를 차렸어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제가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물어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요. 결국 폐업까지 갔어요.

Q. 우울증과 폐업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꽃’을 떠올린 계기가 궁금합니다.

시작은 동생이었어요. 폐업하고 1년 반 정도는 그냥 집에만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이 보는 엄마는 늘 누워 있는 엄마였죠. 그러다 정신을 차렸어요. 아이가 셋인데 양육비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거든요.

‘뭘 해야 할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동생이 손재주를 살려서 비누꽃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했고, 그게 시작이 됐어요.

비누꽃을 만들어서 졸업식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길거리 장사니까 본인들이 장사하던 자리라며 쫓아내는 사람도 만나고, 욕도 처음 들어봤어요. 그렇게 1년을 길에서 장사하면서 겪지 않아도 될 일까지 경험하고 났더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본격적으로 꽃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제천이 작은 도시라 전문적으로 꽃을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없었어요. 겨우 찾은 학원이 성남에 있었는데 제천에서는 1시간 50분 정도 걸리는 거예요.

일단 가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가려니까 무기력증 때문에 발걸음을 떼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도저히 못 갈 것 같아서 결국 못 가겠다고 전화를 드렸어요. 그런데 원장님이 내일부터 안 와도 상관없으니까 개강 날만이라도 꼭 와서 들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원장님이 그때 저를 포기하셨으면 정말 못 갔을 거 같아요. 한 번만 와보라는 그 말씀이 제가 제2의 삶을 사는 계기가 됐어요.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재기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해요.

충북 제천에 위치한 꽃집 꽃을닮다

Q. 어려움을 딛고 처음 꽃집을 연 계절이 여름이었다고요. 꽃집으로선 비수기잖아요.

맞아요. 처음 꽃집을 오픈했을 때가 7~8월이었는데 그때 오픈한 이유가 있어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손님이 보는 앞에서 바로 포장을 해야 하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첫 손님이 오셔서 꽃을 포장하는데 손이 정말 바들바들 떨리는 거예요. 그런데 그분이 기다려주셨어요. 예쁘다는 말까지 해주고 가셨죠.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차근차근 연습했어요. 늘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꽃집이었죠.

그렇게 첫 달 매출이 300만 원 정도 나왔어요. 월세는 낼 수 있었죠. 그때부터는 홍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홍보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열심히 파헤쳤어요. 블로그도 작성해보고 네이버 상위 순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도 공부했죠.

그러면서 매달 매출이 상승했던 것 같아요.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600만 원으로 조금씩 늘었죠. 1년을 채운 후에는 1,000만 원을 넘길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업로드용 이미지를 촬영 중인 꽃을닮다 정윤희 대표

Q. 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연습을 하셨네요.

배움이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되는 거 같아요. 처음 학원에서 꽃을 공부할 때는 배움이 저에게 용기를 줬어요. 사업을 하는 동안의 배움은 저에게 기술, 스킬을 줬던 것 같아요. 제 성장은 사진으로 증명이 돼요. 블로그에 올렸던 초기 작품을 보면 되게 웃기거든요.

연구도 정말 많이 해요. 작은 꽃집이지만 어려움은 똑같아요. 요즘은 꽃을 대체할 선물이 워낙 많아서 ‘꽃집 손님을 뺏기지 않는 방법이 뭘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방법은 트렌드를 끌고 가는 꽃집이 되는 거였어요.

요즘은 사진을 많이 찍고 공유하는 시대잖아요. 핀터레스트를 통해 해외의 예쁜 상품을 많이 찾아보면서 꽃집에 접목하면 좋을 아이템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생각한 건 ‘꽃집에서 생활용품으로 꽃다발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어요. 커트러리 세트로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고객분들이 프러포즈용으로 많이 구입하세요. ‘나랑 평생 같이 밥 먹자’라고 프러포즈하시면서 선물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고민과 연구를 계속하면서 점점 좋은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원예활동 키트나 플라워박스 배송 같은 상품도 마찬가지고요.

손님을 응대 중인 꽃을닮다 정윤희 대표

Q. 꽃을닮다의 제품으로 프러포즈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그럼요. 거기서 자부심을 느껴요. 한 번 방문하신 고객분들은 꽃닮에 오면 기념일마다 새로운 걸 선물할 수 있다고 좋아하시거든요. 고객분들이 만족하시면 거기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도 개발 완료를 앞둔 상품이 있는데요. 중국에서 시제품이 나오면 특허 등록하려고 대기 중이에요. 사실 새롭게 무언가를 할 때 두려운 마음이 있잖아요. 제일 문제 되는 건 역시 자금이고요. 금형비만 수백만 원씩 들고 특허를 내려면 변리사 비용도 발생해요.

그래서 정부 지원 사업을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요. 특허를 내거나 상품을 개발할 때 도움이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노하우와 새로운 상품 개발 방법을 다른 꽃집 사장님과 공유하는 게 저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차차 좋은 방법을 찾아 나가고 싶습니다.

꽃을닮다 정윤희 대표 인터뷰

Q. 작더라도 나만의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영업은 수입이 0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정말 힘든 거 같아요. 수입이 0이 아니려면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고요.

무엇보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전문가가 되어야 고객에게 자신감 있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어요. 누구보다 고객이 그걸 정확하게 알아보시거든요. 배움은 항상 있어야 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꽃닮 2호점을 내면서 한 가지 마음먹었던 게 있는데요. 저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엄마들을 채용해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목표였어요. 지금은 조울증을 완치하고 약을 먹지 않는데, 원래의 밝았던 저로 돌아올 수 있었던 매개체가 꽃이거든요.

꽃닮이 점점 커지고 할 일도 많아져서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는 아기 엄마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아기를 데려와서 휴게 공간에 눕히거나 보행기 태우면서 일을 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런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어요. 마음 맞는 분들이 오신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의 마인드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가는 꽃닮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10월 공개된 <PD가 감동받아 울면서 편집한 엄마의 창업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3번의 출산, 산후우울증과 조울증을 이겨내고 꽃집으로 재기한 꽃을닮다의 대표 정윤희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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