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대 교수들이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과 직업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말하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요즘 학생들의 하루는 자가진단으로 시작됩니다. 교육부에서 만든 건강 상태 자가진단 앱을 통해 코로나 19 의심 증상을 매일 체크하고 보고하기 때문인데요. 등교 전 자가진단 앱을 체크하지 않거나 온라인수업에 출석 체크를 하지 않으면 바로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입니다.

이렇듯 코로나 19는 학교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에 따라 교육의 물결도 팬데믹 이후의 뉴노멀 시대에 맞게 새로운 방향을 잡아봐야 할 텐데요. EO가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님과 함께 새로운 교육으로의 전환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왼쪽부터)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EO 김태용 대표

Q.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재상에 관해 이야기해주실 두 분을 모셨습니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김헌 반갑습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서양 고전, 그리스 로마 고전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김헌입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재붕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최재붕이라고 합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인 아테네와 스파르타

Q.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팬데믹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바뀐 것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헌 인류는 몰살을 경험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몰살되는 경험을 하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우리가 이렇게 죽어야 하나, 이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합니다. 그 절차가 꼭 필요하죠.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는 스파르타의 공격을 막기 위해 시민 전부를 성안으로 모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성안에 모여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전염병이 확 돌아버렸어요. 당시 최고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도 이 전략의 승리를 장담했다가 전염병에 걸려 죽었죠.

사람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위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신 중 하나인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 대한 경배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죠.

이번 팬데믹에도 저는 학생들에게 “이 또한 지나간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냥 있는다고 지나가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현명하게, 또 지혜롭게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

재붕 김헌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인류는 충격을 통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해 왔습니다. 역사 속에 늘 있었던 일 아닌가 싶어요.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25%가 사망하고 중세의 암흑시대도 끝이 났습니다. ‘왜 우리가 다 죽어야 하나’라는 고민과 함께 종교에 대해 반성하며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됐죠. 유럽의 문화가 인간 중심, 과학기술 중심으로 변하면서 세상의 중심도 유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어요.

코로나 19로 인류의 일상이 바뀌었고 생활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는 늘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 할 거고요. 현상을 보고 솔루션을 찾는 엔지니어로서 요즘은 마음의 변화를 먼저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인류 문명은 원래 오프라인 중심이라 역시 사람들이 직접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게 해법을 찾는 길일까요? 자리에 앉아서 ‘아휴. 코로나 19 얼른 끝나야지. 비대면 생활은 너무 비인간적이야’라고 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아니에요.

앞으로는 디지털 문명에 기반한 비대면과 언택트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겁니다. 새로운 표준 안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찾는 사람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왼쪽부터)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Q. 새로운 표준이 등장한 디지털 문명에서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요?

재붕 유럽의 한 교육학자가 “지금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직업을 가질 확률은 35%밖에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우리가 유치원에 다닐 때 유튜버라는 직종은 없었잖아요?

BTS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저는 BTS가 혁명적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BTS가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작은 벤처기업이었어요. 데뷔 초반에는 방송 출연도 거의 못 했죠. SM, JYP, YG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하는 보이밴드도 이미 많은데, 작은 벤처기업 출신을 내보내 주겠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활용했고, 거기서 수많은 미국 팬이 생긴 겁니다. 기존의 아이돌은 우상이어야 했는데, BTS는 달랐어요. 팬들과 친구처럼 지냈고 방송 스타일도 전형적이지 않았거든요. 본격적인 팬덤이 생긴 지 4, 5년 정도 지났는데, 지금도 BTS는 빌보드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1위를 합니다.

BTS

방탄소년단이 혁명의 상징인 이유는 자본과 방송 권력이 연예 산업을 지배한다는 기존의 룰을 깼기 때문이에요. 방탄소년단을 키운 건 소속사가 아니라 팬클럽 아미(ARMY)거든요. 1,000만 명의 팬들이 24시간, 온라인 마케터 활동을 하는데 그걸 자본이 어떻게 이기겠어요.

세계 1위 기업, 애플의 성공 비결이 뭘까요? 팬덤이에요. 삼성전자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라고 해도 아이폰 사용자들은 “됐고, 그냥 아이폰 주세요”라고 해요. 앞으로는 그런 팬을 만드는 기업이 성장할 겁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 셈이고, 이게 새로운 위력이 된 거예요. 그만큼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SNS에 능통한 사람, 즉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런 사람이 유통 산업에도 필요하고, 심지어는 제조 산업에서도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죠.

(왼쪽부터)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Q. 살짝 의문이 드는데요. 새롭게 등장한 유튜버라는 직업이나 기존의 룰을 깨고 성공한 BTS 사례처럼 새로운 것들이 10~20년 전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건 아니잖아요. 그럼 교육의 존재 의미나 역할은 무엇인 걸까요?

김헌 물론, 지금에 와서 그간 교육이 무얼 했는지 살펴보면 아무 도움도 안 된 것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많은 역할을 했어요. 인간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학교에서 교육하잖아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모여 시장이 되는 거고요.

사실 저는 디지털이나 AI 이런 걸 자세히는 모르는데요. 그런데도 토스나 카오뱅크를 이용하고, 마켓컬리에서 주문도 해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 진가를 알아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에서 최재붕 교수님이 말씀하신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 중요하다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시장에서의 논리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이나 친구 관계에서도 적용이 되는 부분이거든요.

어디서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모든 게 행복하게 돌아가잖아요. 대단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내가 속한 삶의 작은 현장, 그 속에서 마음을 나누고 행복하게 사는 게 필요해요.

아쉬운 점이라면 지금 교육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해요. 입시 교육에 너무 얽매이다 보니까 학생들이 남을 돌보는 일을 못 하는 거예요. 친구가 나에게 밉보일 때 어떻게 용서하고 배려할지를 배우는 교육은 전혀 안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오히려 옆에 있는 친구가 내 경쟁자가 돼요. 경쟁자를 밟아야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니까요. 이런 시스템 속에서 과연 우리가 밝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

Q. 그럼 앞으로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재붕 입시 위주의 교육이 전부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경험을 상상해야 하거든요. 앞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며 편의를 느낄 기술이나 시스템을 상상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예측하고 꿰뚫어 봐야 하는 거죠.

콘텐츠 분야는 벌써 완성이 됐어요. 넷플릭스에서 아시아 최강 팬덤을 보유한 작품은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사랑의 불시착>과 <킹덤>이에요. 넷플릭스 아시아의 절대적인 상위권 콘텐츠죠.

세계적인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지금 새롭게 성장하는 직업들을 보면 학벌이 별문제가 안 돼요.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도 전문대 디자인학과를 나왔고, 회사를 6,000억 원에 매각한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도 2년제 대학을 나왔어요. 100억 원대 연봉을 제안받았다는 프로게이머 페이커도 마찬가지고요.

교사가 다양한 직업을 이야기해주고, 제안하면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도와줘야 해요. 그래야 각자의 재능에 따라 행복하게 자기 길을 찾는 방향으로 교육이 전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Q.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도록 지도하는 일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헌 그렇죠. 학교 시스템도, 교사의 역할도 재편되어야 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최근 온라인 수업을 해보니까 본인 수준에 맞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편의성이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한 교실 안에서 느꼈던 열등감과 근거 없는 우월감도 사라지겠죠. 문제 몇 개를 더 잘 푼다고 해서 위대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수학과 영어 같은 과목은 온라인으로 각자 수준에 맞춰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한 공간에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고 운동하고 봉사활동도 하도록 재편되어야 할 것 같아요.

교사의 역할 역시 바뀌어야겠죠. 정보를 전달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학생을 상담해 이 학생이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계획을 함께 짜야 해요. 학교와 교사가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1월 발행된 <S대 교수들이 말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리더상>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최재붕 교수가 들려주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과 인재상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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