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3000만원 시대, 블록체인은 10년 뒤에도 ‘떡상’할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정은진 부교수

연말부터 연초까지, 비트코인이 한화로 2,000만 원, 3,000만 원, 4,000만 원을 연거푸 돌파했습니다. 이후 다시 3,000만 원대로 복귀했지만, 몇 년 전 대란이 있었던 시즌과 다르게 이번에는 기관투자자들까지 합세하며 암호화폐라는 흐름이 거부할 수 없는 미래의 양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그리고 암호화폐보다 더 널리 쓰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에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보안 전문가’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부교수 정은진 님을 EO가 만나고 왔습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다면 이 인터뷰로 현재의 오해를 풀고, 미래를 예측해 보시죠.

샌프란시스코 대학 정은진 부교수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정은진입니다. 학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전반에 걸쳐서 여러가지 강의를 다 하고 있는데요.

1999년에 분산 시스템과 비잔틴 오류 허용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2001년, 2002년부터 인증*, 보안, 암호학**을 공부했습니다. 2006년에 인증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앞서 말씀드린 분야들이 모두 만나는 블록체인 판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프로젝트와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 사람이나 컴퓨터가 주장하는 아이디의 실소유자임을 증명하는 것

** 정보를 도청하거나 위·변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

샌프란시스코 대학 정은진 부교수 인터뷰

Q. 지난 시간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기초적이고 이론적인 이해를 도와주셨는데요. 이번에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해 볼까요? 블록체인 기술, 10년 뒤에는 어떨까요?

그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사실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의 미래는 데이터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인공지능이 지금 이렇게 화두가 된 건 그것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많아졌기 때문이죠. 여기에 인공지능에 넣을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진 것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듯 데이터는 4차산업혁명의 근원이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만큼 가지고 오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성능이 결정되고요.

그런데 지금 세계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형태를 보면 거대기업의 독과점에 가깝잖아요. 내 데이터를 공유하는 행위가 지금 데이터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사람들이 일부의 데이터만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은 존재하지 않죠. 가령, 구글은 제가 지메일을 사용하는 시점부터 제 일정부터 제가 구매한 상품까지 모든 걸 알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현재 데이터는 상당히 중앙집권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나는 구글이 내 쇼핑 기록을 보는 건 괜찮지만, 여행 일정은 몰랐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세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될 거라고 봐요. 그에 따른 선별적인 대가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고요. 또한, 이 데이터를 얼마나 공유하기 쉽게 만드느냐에 블록체인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블록체인보다는 데이터 주권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고 이해하면 될지 싶네요. 계속해서 블록체인 이야기를 이어가 보면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암호화폐를 제외하고 실생활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쓰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블록체인이 예전에 쓰였던 적은 별로 없습니다. 단, 블록은 아니더라도 해시함수*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감추는 방식은 많이 쓰여 왔죠. 가장 흔한 예시로는 경매를 들 수 있는데요.

* 임의의 길이의 데이터를 고정된 길이의 데이터로 매핑하는 함수

예를 들어, 제가 경매에 100달러 정도를 제시할 생각이 있어요. 그럼 100이라는 값을 해시함수에 넣은 다음, 거기서 나온 숫자가 236이면 236을 쓰는 거예요. 그럼 다른 사람이 그 숫자를 보고도 제가 원래 100을 쓰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겠죠.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제가 쓴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도 입찰할 수 있게 돼요.

이렇게 옛날부터 많이 쓰인 해시함수를 체인으로 엮어서 무한히 진행될 수 있는 블록체인 형태를 만든 건 최근 일이에요. 그래서 그 블록체인을 잘 쓰고 있는 서비스가 많냐고 하면 그렇지 않아요. 물론, 그 와중에도 암호화폐와 관계없이 블록체인을 쓰는 프로젝트가 더러 있는데요. 그중 IBM 같은 회사가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공장이 있다고 해볼게요. 공장에서는 들어오는 원자재와 나가는 부품을 다 관리해야 하잖아요. 원래대로라면 포스기에 바코드를 찍는 거랑 거의 같은 원리로 관리가 진행되겠죠. IBM은 그 관리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붙이겠다고 했어요. 어떤 원자재를 누가, 언제,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놓으면 나중에 마음에 드는 부품을 다시 주문하고 싶을 때 쉽게 조회할 수 있고, 한꺼번에 추적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샌프란시스코 대학 정은진 부교수 인터뷰

Q. 이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동일하게 보는 오해의 시각이 있잖아요. 이미 많은 설명을 해주셨지만, 좀 더 명확하게 두 키워드 간의 상관관계와 차이를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블록체인에 관해 말씀드리면 ‘그거 하려면 채굴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코인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근데 설명해 드렸다시피 블록체인은 모아놓은 블록들을 체인으로 묶어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에요. 암호화폐는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방법이나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거나 블록체인의 블록을 새로 쓴 사람에게 발행되는 식으로 블록체인과 서로 연결된 기술이고요. 그 연결이 잘되어 있다고 해서 같은 건 아니죠.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오해도 많은 것 같은데요. 암호’화폐’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기존의 화폐에 기대할 만한 것들이 암호화폐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암호화폐는 그렇게 간단하게 이해하기에는 알아야 할 개념과 논리가 무척 많아요.

암호화폐를 누가 발행하느냐가 묻는다면 모든 사람이 다 발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정답이긴 하죠. 근데 그게 말이 되나요? 모두가 돈을 찍어내면 각 화폐가 화폐로서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암호화폐 종류마다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자격이 주어지는 거죠. 그 요건은 다 다르고요.

이 모든 원리를 이해하려면 채굴*, 지분증명(Proof of Stake)**, 작업증명(Proof of Work)***까지 다 알아야 하는데요. 한꺼번에 터득하기에는 어려운 게 당연할 만큼 여러모로 복잡해요. 어쩌면 한꺼번에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거 같기도 하네요.

* 작업증명을 하기 위해 작업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

** 일정량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함

*** 일정량 이상의 작업을 했음을 증명함

Q.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암호화폐는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잘 쓰이게 될까요? 단적으로 2020년 11월부터 페이팔에서 비트코인 거래·결제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했는데요.

2020년 11월부터 페이팔에서 비트코인 거래·결제 서비스가 시작됐는데요. 확실히 비트코인은 국가와 대륙, 권역의 제한이 없는 금융 서비스에 쓰이기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송금으로 예를 들면, 보통 우리가 은행을 통해서 해외 송금을 하면 2~3일 정도는 걸리잖아요. 수수료도 내는 데다 정부에 신고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비트코인을 쓰면 그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잖아요. 송금 네트워크를 탈중앙화하고,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애고, 익명성도 보장하고. 물론, 이런 핀테크 영역이 아닌 우리 삶의 실제 경제 활동에서는 암호화폐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직도 많아요. 당장 제가 편의점에 가서 비트코인으로 핫바를 사 먹을 수 없듯이 말이죠.

이 점에서 블록체인에 트릴레마(Trilemma)*가 있다고들 하죠. 확장성(Scalability),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안정성(Security) 이 세 가지 요소가 하나의 삼각형을 이루는데요. 각 요소에서 강점을 보이는 암호화폐 종류들이 많고, 그것들이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선별적으로 쓰이고 있죠.

* 세 가지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

암호화폐는 이 삼각형의 빈자리를 계속 메꿔가고 있는데요. 그게 바로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자꾸 새로 개발하는 이유예요. 비트코인만 해도 전송 속도가 상당히 느리고요.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보다야 빠르지만, 그래도 느린 편이에요. 많은 게 아직 미결인 건데, 새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이 모든 걸 해결하는 데 도전하는 셈인 거죠.

Q. 앞으로 어떤 플레이어가 나오며 블록체인 생태계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또, 그 움직임의 핵심은 무엇일 거라고 보시나요?

이전까지의 기술이 지닌 장점과 블록체인의 장점 사이에는 탈중앙화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향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그 지점을 잘 활용한 서비스들이 가장 크게 화두가 될 것 같아요. 이를테면, 중간자가 없어져서 비용이 낮아진다든가, 전체적인 기술이 간단해져서 속도가 높아진다든가, 매력적으로 풀어낼 방법은 무궁무진해요.

확장성 측면에서는 이 업계가 자라면서 문제가 대두됐다가 해결되는 주기를 몇 번 반복할 겁니다. 물류나 블록체인이나 약 봉투의 QR코드를 찍으면 그 약의 원자재가 어디서 왔는지를 추적하는 방식이 블록체인이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에 잘 맞는 애플리케이션인데요. 그런 것들이 말씀드린 주기를 거쳐 점차 정착하지 않을까 싶네요.

Q. 한국에도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사업체들이 여럿 있는데요. 그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특별히 있을까요?

한국에서 나온 해시드 같은 투자사나 코빗 같은 거래소가 미국의 VC, 거래소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난 10년을 돌이켜봤을 때, 한국이 실리콘밸리와 이 정도로 차이가 적은 신기술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없지 않나 싶어요. 웬만한 대기업에서 다 블록체인 팀을 꾸리고, 따로 공부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요.

그러니 한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잘 쓰는 서비스, 기업이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한국에서 개발하시는 분들에게는 블록체인이 무척 좋은 기회라고 봐요. 저도 도와드릴 수 있는 건 뭐든 도와드리고 싶으니 좋은 프로젝트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8년 11월 공개된 <10년 뒤에도 블록체인은 떡상하고 있을까 | 샌프란시스코 대학 부교수 정은진 [리얼밸리 시즌2 EP 11]>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의 부교수 정은진 님이 들려주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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