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CEO가 해외 명품 직구로 100억 투자를 받기까지


전 세계의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를 프리오더로 판매하는, 엔코드 정준영 대표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전 세계의 각종 산업이 통째로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패션업계는 SPA* 브랜드 주도하에 펼쳐진 패스트 패션 열풍이 이전보다 많이 누그러진 편인데요. 반면, 디코드는 코로나 이전부터 그에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프리오더 방식으로 해외 명품을 직구하려는 사람들을 사로잡았습니다.

*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 회사가 맡는 생산 소매업을 일컫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2021년 새해가 밝자마자 100억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린 엔코드의 대표 정준영 님의 이야기를 EO를 통해 만나보시죠.

엔코드 정준영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디코드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 엔코드의 대표 정준영이라고 합니다. 저희 엔코드는 유럽의 명품 부티크나 편집숍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국내 고객들이 손쉽게 직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2018년 하반기에 2.0으로 개편을 하면서 현재까지 프리오더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고요.

패션 셀렉트숍 디코드

Q. 디코드는 주로 어떤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서비스인가요?

명품뿐만 아니라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거의 다 취급하는데요. 평균적으로 객단가가 30~40만 원인 상품이 가장 많고, 정말 비싼 건 200~300만 원까지도 갑니다. 흔히들 알고 계시는 구찌, 프라다 같은 브랜드들도 있고, 띠어리나 산드로 같은 브랜드도 있어요.

(왼쪽부터) 엔코드 정준영 대표, EO 김태용 대표

Q. 다른 것보다 일단 프리오더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했는지가 궁금한데요. 브랜드들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실제로 어떤 식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나요?

저희가 바라보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패션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재고 처리, 즉 ‘수요 예측을 어떻게 할 것인가?’예요. 그리고 패션 업계예서 10년째 화두인 키워드로는 D2C(Designer to Customer)가 있고요.

프리오더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해결할 방법이라고 봐요. 디코드에서 진행하는 프리오더는 지금 팔고 있는 재고를 판매하기보다는 다음 시즌에 나올 상품을 선공개하면서 그 상품을 사게 될 고객들의 반응을 보기 때문에 상품의 실수요를 체크할 수 있어요.

또, 온디맨드* 형식으로 디자이너와 고객의 보다 직접적인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반적인 O2O 패션 플랫폼과는 다른 지점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저희만의 비전을 브랜드들이 많이 받아들여 준 덕분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공급이 아닌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나 전략 등을 총칭하는 단어

패션 셀렉트숍 디코드 공식 홈페이지 화면

Q.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임에도 중간 유통 업체 없이 브랜드와 신뢰를 쌓고 거래를 발생시키는 게 신기하네요. 초기부터 이 모델로 사업을 전개했나요?

처음에는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모바일 패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매쉬업엔젤스의 투자를 받고, 8개월쯤 됐을 때는 자금이 0원이 되기 직전까지 갔는데요. 할 줄 아는 게 사고파는 것밖에 없으니 뭐라도 팔아야겠더라고요. 그때 이태리의 모 업체 제품의 이미지를 가져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팔았었죠.

근데 매일 똑같은 계정으로 이상한 상품을 사이즈도 다르게 주문을 넣으니까 그 업체의 세일즈 디렉터가 저희에게 콜드 메일을 보냈어요. 많이 사줘서 고맙긴 한데, 너무 특이하다며 왜 자꾸 사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실 재고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니까 이탈리아에서 한 번 미팅을 할 수 있겠냐고 해서 실제로 갔어요.

그때 운이 좋았던 게 그쪽에서 가지고 있었던 청바지 재고가 300장 정도 있었는데요. 그게 유독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델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나를 믿고 재고를 다 넘겨주면 한 달 안에 완판해서 대금 치를 수 있으니까 대신 가격을 싸게 해달라고 제안했어요. 한국에 건너와서는 진짜 한 달 동안 다 팔았고요.

그렇게 증명하니까 그 회사의 오너분이 “우리 상품, 네가 다 가져가서 팔아라”라고 하더라고요. 다음에 출장을 갔을 때는 “내 친구가 비즈니스를 하는데, 널 소개해줄게”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시작해서 2016년 하반기에 5개의 공급처를 마련했어요. 이듬해에는 20개 업체가 추가됐고요. 2019년 말에는 80~100개 정도의 규모를 띠었습니다.

Q. 2019년 기준으로 월 매출이 3억 원 정도까지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사업적인 현황을 더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19년 기준으로 월 매출은 5억 원 정도 나오고, 거래액은 7억 원에서 더 올라갔습니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거래액이 300% 이상 뛰었고요.

프리오더의 인지도도 높아졌어요. 2018년에 처음 프리오더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프리오더가 네이버에 키워드로도 안 잡혔는데요. 지금은 네이버에 ‘패딩 프리오더’라고만 쳐도 10페이지가 나와요. 이제는 국내 브랜드, 보세 브랜드도 프리오더를 하거든요.

저는 이 프리오더가 된다고 확신하고 밀어붙였던 게 저희가 판매하는 상품이 당장 내일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갖고 싶어서 한번 지르고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니 차라리 가격이라는 장점을 확실하게 내세우고,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점에 받을 수 있게끔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와, 이게 창조경제네. 우리 돈 가지고 지들 비즈니스 하네’ 이런 식으로 욕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예상되는 배송 기간보다 한 달 일찍 배송을 끝내는 등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다음에는 더 큰 계약을 해내면서 연달아 성공했고요.

엔코드 정준영 대표 인터뷰

Q. 엔코드가 프리오더를 시도했던 시점보다 현재 시장 전체의 크기가 최소 세 배 이상은 올라왔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게 되는 데 엔코드와 준영 님이 어느 정도는 공헌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프리오더는 킥스타터, 와디즈, 인디고고에서 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이미 힙하게 끌어준 시장이에요. 20~30대 고객층들은 그런 형태를 충분히 학습한 상태이고요. 저희는 브랜드 제품을 가격과 배송 기간 측면에서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확신을 줌으로써 고객이 충분히 구매할 가능성을 만들었을 뿐이죠.

결론적으로 프리오더의 대중화에 제가 막 엄청난 이바지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패션 셀렉트숍 디코드 공식 홈페이지 화면

Q.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는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까 말씀하신 대로 의문을 불식시키고, 신뢰를 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두셨다고요. 현재 디코드의 시스템을 기획하고, 디벨롭시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대표적으로는 채팅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CS를 하는 개념을 일찍부터 시작했습니다. 2016년 베타 버전 런칭하면서부터 채팅 기능을 같이 가져갔거든요. 지금은 대부분 하시지만요.

왜 그랬냐면 고가 제품이다 보니까 사이즈 문제가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잖아요. 정품, 가품 의뢰는 당연하고요. 그런 문의들을 채팅을 통해 온라인에서 빠르게 해소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새는 그렇지 않지만, 초반에는 정말 24시간, 주말까지 대응했어요. 문제가 생기지 않게 위조품일 시 2배 보상 정책, 깔끔한 공급처 공개도 했죠.

예를 들어, ‘이태리 이 지역에서 직접 들어온 상품이에요’, 혹은 ‘이 브랜드사에서 직접 온 상품이에요’ 이런 식으로 투명성을 많이 내세웠습니다. 이게 나중에는 어느 정도 실적으로 쌓이니까 패션 커뮤니티 사이에서 디코드에서 파는 상품은 무조건 정품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서비스 자체가 검증되면서 의심이 점차 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에 서비스적으로도 최대한 깔끔하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군더더기를 없애려고 했고요.

엔코드 정준영 대표 인터뷰

Q. 이어서 기술을 접목한 디코드의 또 다른 강점도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전부터 지금까지 디코드 서비스에서 지속되고 있는 건 추천이라는 개념인데요. 이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저희의 추천 방식은 브랜드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이라고 하는데요.

입점 상품이 브랜드 상품이다 보니까 고객들이 단순히 상품이 예쁘다고 사지 않아요. 브랜드 자체에 로열티가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 브랜드를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객의 속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합니다. 그 정량적 지표가 비슷한 브랜드에서 카테고리를 줄여서 추천하면 더 효과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했어요.

가령, 어떤 고객이 A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하면 당연히 A 브랜드의 상품을 보여드려요. 그러면서도 B, C의 상품도 같이 보여드리는 겁니다. 보통 10~15개의 상품을 추천하는데, 그중 2개는 확실히 이 사람이 좋아하길 바라고 보여줘요. 나머지는 곁눈질로라도 한번 보라는 식이고요.

이 방식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가 인간은 30분 정도 비슷한 것에 노출되면 그때부터 그 대상이 머릿속에 각인된대요. 결국, 실제 소비로 이어지고요. 그에 맞춰 저희는 저희가 취급하는 브랜드에 한해 브랜드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고, 계속해서 디벨롭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엔코드 정준영 대표, EO 김태용 대표

Q. 소비자들의 지갑과 통장, 카드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있었네요.

덧붙여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면요. 프리오더 시스템으로 수요 예측을 하잖아요. 저희는 그 예측에 기반을 둔 미래에 나올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요. 확보한 데이터는 고객들에게 노출되는데요. 이에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실제 구매로 얼마나 이어지고, 어떤 피드백을 남기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해요.

그래서 이번에 21 SS 시즌에는 어떻게 판매될 것 같다는 프리오더 지표를 한 번 예측하고요. 실제로 그 시즌이 됐을 때 데이터가 얼마나 적중했는지 비교 분석도 합니다. 유사도를 측정하는 거죠. 현재 프리오더가 많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브랜드인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키츠네, 부테로 같은 브랜드들은 유사도가 88%까지 나오고 있어요.

Q. 2010년대 사업을 시작해서 2020년대를 맞이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패션 산업이 한 번 크게 뒤바뀌었는데, 이외에도 준영 님이 생각하시기에 패션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거 같나요?

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걸쳐 사람들이 갖고 싶어서 사는 상품에 한해서는 프리오더 형태로 개편되지 않을까요? 사실 이 방법이 아니면 유통에서 제일 큰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재고 문제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요. 정확한 수요 예측은 불가능하거든요.

제일 합리적인 방법은 생산 스케줄을 잘 짜서 주문량을 적당히 잘 받고, 제때제때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 생산을 빨리 끝내고, 바로바로 배송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고가 명품 시장도 나중에는 프리오더 형태의 패스트 패션으로 충분히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엔코드 정준영 대표 인터뷰

Q. 디코드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프리오더 기반으로 성장을 계속하게 될 텐데, 디코드를 최초의 패션 D2C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요. 현재 D2C라고 이야기하는 회사 중에 D2C를 하는 회사는 따지고 보면 하나도 없거든요. 거의 다 유통만 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저희는 디코드 서비스 안에서 모든 브랜드가 고객과 실제로 소통하고 유통되길 원해요. 단순히 커머스로 남기보다는 브랜드가 고객과 소통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그걸 통해서 더 많은 시너지가 나오길 바라요. 나아가 유럽 중심으로 발달된 패션 브랜드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 연결할 때 허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12월 공개된 <90년생 CEO가 말하는 명품 산업의 미래>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를 프리오더로 판매하는 서비스로 100억 투자 유치를 끌어낸 엔코드의 대표 정준영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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