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만큼 재밌는 웹툰으로 미국을 사로잡은 한국인 사업가


삼성전자, 구글 출신이 만든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

한국의 웹툰 시장이 2020년을 기점으로 1조 원 규모가 되었습니다. 1,000억 원 규모였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달하는 규모인데요. 20년 전 닷컴 열풍과 함께 웹툰이 IP성 콘텐츠로 정착한 웹툰 강국다운 기록입니다. 이는 수많은 작가와 네이버 등 IT 플랫폼 회사들이 함께하는 생태계가 다 같이 일궈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파스미디어는 이렇듯 유달리 한국에서 발달한 웹툰을 세계적으로 내보이고, 또 북미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웹툰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미국에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구글을 거쳐 글로벌 웹툰 플랫폼을 탄생시킨 김창원 대표님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글로벌 웹툰, 웹소설 플랫폼 타파스미디어의 대표 김창원입니다. 미국에 온 지는 13년 정도 됐는데요. 이전에는 구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고, 또 이전에는 구글에 매각된 TNC라는 스타트업 창업을 한국에서 도왔습니다. 그보다 더 전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일했고요. 주로 콘텐츠에 관한 테크놀로지 플랫폼을 만들어 왔습니다.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 링크드인

Q. 타파스미디어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창원 님의 이력을 보면, 한국과 미국의 대기업, 그리고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해보신 거잖아요. 그 사이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고, 어떤 감상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말씀하신 대로 국내에서 삼성이라는 대기업도 다녀보고, 해외의 구글이라는 대기업도 다녀보고,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을 다니고, 미국에서는 직접 스타트업을 만들었는데요. 이런 다양한 경험이 그 자체로 저의 최대 장점인 거 같아요. 여러 곳을 거치면서 회사마다 문제 해결 방식이 굉장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가령, 삼성전자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력사 대표 같은 분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이러면 곤란하다고 하면 다음 날 문제가 해결됐었어요. 제가 직접 엔지니어들과 일할 기회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구글에서는 완전 정반대였습니다. 엔지니어가 1등 시민이고, 나머지는 2등 시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화가 엔지니어 중심적이거든요.

한국에 있을 때 삼성에서 스타트업으로 건너오면서도 다른 환경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협력사가 많이 있는 삼성 같은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에서는 모든 일을 엔지니어들과 함께하고, 개발도 했죠. 그때를 기점으로 코딩도 배우고, 엔지니어들을 이해하려는 개인적인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적어도 개발한 것이 어떤 컨셉인지를 알게 됐고요. 그랬더니 엔지니어들과 대화할 때 왜 저런 질문을 하고, 왜 저렇게 답변하는지를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 인터뷰

Q.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가 이어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셨어요. 타파스미디어 창업에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많은 분이 실리콘밸리에서 검증된 모델을 갖고 한국에 들어가서 실행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세요. 그런데 저는 아이디어는 사업에서 1~5%밖에 안 된다고 보고, 나머지는 다 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한국이든, 미국이든, 결국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어요.

무엇보다 닷컴 열풍 때 한국에 이미 나와 있던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창업하고 싶었습니다. 싸이월드 등 여러 모델이 한국 안에서만 머무르고, 글로벌하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웠고요. 오히려 역으로 아시아권에서 검증된 모델이 있으면 그걸로 미국에서 창업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던 거죠.

타파스미디어에서 서비스 중인 작품들

Q. 초반에 집중했던 아이템은 왜 웹툰이었나요?

작가들이 자신이 만든 스토리를 세상에 퍼블리싱하는 게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말 큰 스토리들, 스타워즈나 해리포터가 다 작가 한 명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잖아요. 단 한 명의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이 갖고 있는 힘이 무궁무진한 거죠.

물론, 웹툰 외에도 그 스토리를 풀 수 있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창업을 준비하면서 미국에 웹툰 플랫폼이 있는지를 조사해 봤더니 웹툰 작가들은 많이 있는 반면,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은 딱히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웹툰으로 스타트를 끊게 된 거죠.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

Q. 창업 초기에 어떤 문제 의식을 갖고 접근했으며, 스코어 측면에서 초반 상황과 현재 상황이 궁금합니다.

타파스미디어 이전의 미국 웹툰 시장은 마치 2000년대 초반 한국 같았습니다. 강풀 작가와 같은 유명 웹툰 작가들이 자기 사이트를 만들어서 운영하듯이 말이죠. 그 모델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인터넷 광고를 무지하게 많이 달아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사용자 경험을 해칠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모든 작가가 사이트나 앱을 개발할 수도 없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을 기술적으로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동시에 저희 플랫폼에서 활동할 작가를 모집하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작가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만났습니다. 미국에 있는 웹툰 작가들, 특히 캘리포니아에 있는 작가 100명 정도를 만나서 저희의 비전을 통해 설득을 하려 했죠.

그중에 94명은 비전은 동감하지만, 그냥 본인의 웹사이트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6명만이 저희 플랫폼에 동참하기로 했고요. 그렇게 작게 출발해서 현재 타파스미디어는 53,000여 명 정도의 작가와 약 8만 여종 이상의 작품과 80여 종의 오리지널 I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월 방문자 수는 300만 명 정도 되고요.

Q. 타파스미디어는 제작자와 사용자를 위해 어떤 인프라를 제공하나요?

어떤 작가가 저희 플랫폼에 오면 처음에는 구독자 수가 한 명도 없잖아요. 그래도 저희는 그 작가의 작품이 좋으면 콘텐츠 피처링을 해줍니다. 팬들도 어느 정도 조건이 충족되면 타파스 코인을 통해 작가에게 직접 후원할 수 있고요. 주종 관계에 가까웠던 과거의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간 관계와는 사뭇 다르죠.

이런 시스템을 통해 요새는 소비자도 ‘저 엔터테이너가 성공하는 데 나도 동등한 위치에서 팬으로서 참여하고 있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타파스미디어 같은 플랫폼은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로 발전해 나가는 거죠.

근무 중인 타파스미디어의 직원들

Q. 기본적으로 북미권을 기반에 두고 있지만, 타 권역의 콘텐츠 수급에도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저희 플랫폼에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 미국 작가들이긴 한데요. 한국, 중국, 동남아 작가들도 있습니다.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만한, 한국의 우수한 웹툰 작품을 따로 선별해서 가져오기도 하죠. 번역도 직접 하는데, 로컬라이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똑같은 콘텐츠라도 번역에 따라 퀄리티가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풀타임으로 고용하는 인력 외에 번역 등 여러 방식으로 로컬라이징을 도와주는 팀원이 여럿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콘텐츠를 최종 검수할 때는 한국말을 포함해 그 나라 말을 전혀 못 하는 사람이 다시 한 번 보고요.

Q. 여러 과정을 거쳐 글로벌한 회사를 창업하게 되셨는데, 아마 창원 님과 비슷한 행보를 꿈꾸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현업에서 뛰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창업에 가까운 경험을 하고 창업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창업을 했던 시기에 한국에서는 창조 경제, 대학생 창업을 많이 강조했는데요. 어떤 시스템을 통해서도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한국의 교육 제도는 입시 위주잖아요. 졸업 전까지는 창업에 노출될 기회가 많지 않은 거죠.

그래서 창업을 하고 싶다면 저는 이제 막 생긴 회사에 들어가서 마치 자기 회사처럼 제대로 일을 한번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돈도 내 돈 쓰는 것처럼 여겨보고,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도 내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해보고요. 그러면 창업에 대한 일종의 간접 경험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봐요.

그런 경험을 쌓다 보면 나중에 창업했을 때 실패의 확률을 줄여줄 수 있는 내공이 생길 겁니다.

한국에서의 창업 그 이상으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창업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이 인구 대비 유학 등을 이유로 미국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굉장히 높거든요. 페이스북에 인수된 왓츠앱만 봐도 우크라이나계 유대인 개발자들이 연락처가 필요해서 만든 앱이잖아요.

핵심은 코어 멤버를 만드는 게 창업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코어 멤버는 내가 정말 잘 알고, 잘 뭉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한국 사람들 혹은 한국에 있는 팀끼리 힘을 합치면 좋죠. 그럼 그게 글로벌 창업의 교두보가 될 겁니다.

이와 별개로 구글에서 나와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사람으로서 객관적으로 말씀드리면요. 여기서 창업한다고 다 좋은 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지역은 물가가 너무 비싸고,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거든요. 그만큼 직원들 급여가 올라가니까 투자를 더 받아야 하고, 투자를 더 받아야 하니까 버블이 생긴다는 점을 알아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타파스미디어를 통해 히트한 한국 콘텐츠 <왕의 딸>

Q. 마지막으로 타파스미디어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타파스미디어의 계획으로는 여러 개가 있는데요. 우선,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IP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작가들을 통해서 개발된 작품이 영화, TV 드라마, 게임이 되어서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IP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런 IP를 100개든, 1,000개든 생산해내고 싶고요. 저희는 한국 콘텐츠의 파워를 믿거든요.

저희 타파스미디어에서 잘 팔리는 작품의 장르는 주로 여성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인데요. 반면, 미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스토리들은 대체로 남성향의 콘텐츠입니다.

마블이나 DC 콘텐츠를 생각해보면 수퍼맨, 아이어맨 등 영웅이 나와서 때려 부수고 서로 싸우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면 스토리가 단순한데,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에요. 많은 설정이 붙었다 한들 돌 여섯 개를 모으는 게 기본 스토리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요.

저희는 이런 시장의 경향 속에서 되레 아기자기한 매력을 가진 스토리의 한국 콘텐츠가 파고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을 안 보고는 못 배기는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여성 고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봐요.

실제로 한국 콘텐츠 중에 잘된 축에 속하는 작품인 <왕의 딸>은 4억여 원의 누적 매출액을 발생시켰는데요. 이처럼 저희는 한국의 우수한 작품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타파스미디어가 미국 회사이지만, 저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스토리의 파워를 믿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작업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3월 공개된 <한국형 웹툰 플랫폼이 미국에서 자리잡기까지 | 타파스미디어 대표 김창원 [리얼밸리 시즌2 EP 20]>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구글을 거쳐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탄생시킨 김창원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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