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이 가지 않는 사양산업에서 발견한 기회


건물의 기초가 되는 몰드로 다시 일어선, 용현산업 윤은현 대표

건설 현장의 일을 생각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50대 이상의 현장 근로자와 일용직 근로자가 풀풀 날리는 먼지 속에서 힘겹게 일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주식회사 용현의 윤은현 대표는 그 낡은 이미지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합니다.

젊은 사람이 선호하지 않는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한 윤은현 대표는 창업 실패로 얻은 1억 원의 빚을 청산하고, 현재 연 27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대표가 되었는데요. 창업 실패를 극복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사양 산업을 바라보는 윤은현 대표의 색다른 시각을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용현산업 윤은현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식회사 용현의 대표 윤은현입니다. 용현은 몰드를 제작하는 회사예요. 몰드 제작은 건축, 콘크리트 제품을 찍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된 몰드는 기초적으로 공장을 지을 때 기둥이나 위쪽 슬래브에 들어가고요. 지하 주차장 기둥이나 아파트, 경기장에도 많이 활용됩니다.

2016년에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던 사업이 지금은 28명이 일하는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어요. 2019년에는 27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용현산업의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

Q. 고등학교 때 처음 용접을 배우셨다고요.

네, 고등학교 용접과에 들어가면서 처음 용접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용접이 워낙 힘들고 위험한 일이잖아요. ‘편한 일을 찾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로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봤어요.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음료 회사와 공업사에서도 일했습니다. 박스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서 현장 용접도 배워보고 일주일간 배도 타봤어요.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광고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요즘은 인터넷 광고가 많지만, 그때는 전단을 만들어서 배포했거든요. ‘광고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첫 번째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명함이나 판촉용 라이터 등을 만드는 판촉물 제작 업체를 창업했는데,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의 일을 하려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적성에도 맞지 않았고요.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다 결국 폐업했습니다. 돌봐야 할 가족도 있고 곧 아기도 태어나는 상황에서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겠더라고요.

용현산업 윤은현 대표 인터뷰

Q. 폐업 직후에 빚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네, 그 당시에 1억 원 가까운 빚이 있었으니까요. 정직원으로 일하면 압류가 들어오니, 빚을 갚으면서 생활하려면 월급제가 아니라 일당제를 선택해야 했어요.

그래서 고철도 주워보고, 폐지도 주워다 팔아보고, 용역회사에 나가서 각종 현장 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일당을 받아서 돈을 쓰고 빚을 갚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6년 동안 조금씩 빚을 갚아나갔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 때라 가족에게 참 미안했어요.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들 땐 이혼도 생각했어요. 안 그랬다면 거짓말이죠.

용현산업 윤은현 대표

Q. 어떻게 그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냈나요?

하지만 그래도 가장 원동력이 됐던 건 늘 가족이었어요. 딸과 아기 엄마, 부모님이 원동력이었죠. 부모님도, 아내도 50만 원을 벌어주든, 100만 원을 벌어주든 그걸로 묵묵하게 생활해줬어요. 돈이 필요할 텐데도 저에게는 괜찮다고 말해줬고요.

남들 다 하는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가봤는데도 투정 한 번 부린 적 없는 딸 아이를 보면서 더 힘을 냈습니다. 제가 이겨내고 버텨냈던 힘이죠.

사실 제 성격이 활달하면서도 소심한 편이라 누구한테 힘들다는 말을 못 해요. 혹시 힘든 상황에 처한 분이 계신다면, 힘들 때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렇게 하지 못해서 지금도 후회하거든요.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았어요. 제가 조용히 있어도 주변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원래 하던 일이 있잖아. 다시 한번 배우고 노력해봐”라고 말씀해주셨거든요. 그런 이야기 덕분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용접 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용현산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Q. 가족의 응원이 재창업의 큰 원동력이 됐네요. 그 후로 도전한 두 번째 창업은 첫 번째와 어떻게 달랐나요?

목표가 생긴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처음 판촉물 사업을 시작할 때는 막연하게 성공만 생각했거든요. 두 번째 창업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달려갔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집을 사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다음이 내 앞으로 된 회사와 공장을 만들겠다는 목표였죠. 항상 그 목표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실천하고 실현하기 위해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또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업계를 관찰하고 분석했던 것 같아요. 몰드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업계를 관찰한 끝에 얻은 연령대의 특성 때문이었어요.

처음 이 업계에서 일을 시작할 때 제가 막내였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현장에서 제가 제일 막내예요. 업계에 젊은 층이 없다 보니까 일할 사람은 항상 부족하고요.

몰드 업계에 종사하는 총인원이 전국을 통틀어 1,000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은 연세 드신 분들이에요. 보통 50대 이상에서 60대분들이죠. 업계 전반에 젊은 층이 부족하다는 것. 그게 저의 장점이 될 거라고 봤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일을 배워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즈음이면 연세가 높으신 분들 대부분은 현장 일선에서 물러나 퇴직하실 무렵이거든요. 몰드 업계 인원도 지금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남을 거고요.

건물을 지으려면 대형 콘크리트 제품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텐데, 이건 10톤 이상씩 나가는 대형물이라 비용 문제 등 운반에 어려움이 커요. 그래서 수출, 수입이 안 되고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인력이 꼭 필요한 일이고 사람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 작업인데 사람은 점점 부족해지는 거죠.

부족한 인력으로 작업하려면 인건비도 점점 올라갈 거고요. ‘이 산업은 사람이 부족해서 분명히 인력 전쟁이 나겠다.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내 사람들을 고용하고, 내 사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일을 잘 배워서 사수가 됐을 즈음이면 모든 일을 내가 맡을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사실 몰드 작업이 혼자서 절대 못 하는 일인데 큰형님, 아버지 같은 선배님들이 저를 막냇동생처럼, 자식처럼 대해주시면서 꼼꼼하게,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머리 회전도 빠르고 체력도 좋았을 때 일을 배워서 더 빠르게 익힐 수 있었던 것 같고요.

Q. 개인사업에서 주식회사로 변화할 때 중요하게 여긴 가치가 있었나요?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함이죠. 처음 용현산업으로 개인사업자를 낼 때 함께한 두 사람이 있어요. 자본금도 없이, 정말 젊음 하나로 시작했죠.

공구 몇 개 가지고 작은 것부터 만들어서 납품하고 돈을 받았어요. 그 돈으로 다시 공구를 사서 제품을 만들어 납품했고요. 그러면서 인력이 6~7명까지 늘었습니다. 매출도 그만큼 늘어나니까 개인사업자로는 더이상 안 되겠다 싶어 주식회사 용현이라는 법인을 냈습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이 “사업가는 외롭다. 혼자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사업을 하면서 제 주변에 더 많은 사람이 생기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도 더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을 거예요.

사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인맥이라고 하잖아요. 늘 자기 주변 사람들, 본인과 같은 계통에서 일하는 분들을 제대로 알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직원들과 직원의 가족들을 존중하며 일해야 하고요.

그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할 수 있어야 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를 돕는 소중한 분들이잖아요. ‘이분들이 없었으면 이건 만들지 못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함께 일하는 사람들, 직원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Q. 그동안 뚜렷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운영해오셨는데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에서 말씀드린 목표를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첫 번째 목표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집을 장만하는 것이었고, 그다음 목표는 마흔다섯이 되기 전에 내 간판을 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두 목표를 다 이뤘습니다.

다음 목표는 쉰이 되기 전까지 우리 회사 이름으로 된 공장을 짓는 거예요. 거의 매일 이 목표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까?’ 계속 구상하면서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강조하고 싶은 성공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성공의 문은 나만의 길을 걸을 때 열리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이런 게 유행이야. 이런 게 뜬다” 같은 주변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머릿속에 있는 아이템, 본인이 제일 잘하고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또 사업을 시작한다고 무조건 시장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시작할지 잘 살펴야 해요. 백 명의 플레이어가 뛰는 시장보다 열 명의 플레이어가 뛰는 시장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요. 그런 시장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8월 공개된 <젊은 사람이 가지 않는 사양산업에서 발견한 기회>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몰드로 다시 일어선 용현산업의 대표 윤은현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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