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연말결산: EO가 쏘아올린 12개의 로켓 (2/2)


(왼쪽부터) 2020년 EO의 영상에 출연한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캡틴,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

(왼쪽부터) 2020년 EO의 영상에 출연한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캡틴,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

어떤 해보다 아쉽지 않고, 빨리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이 큰 2020년의 끝자락이다. 또 한 번 새로운 연대에 들어서는 해이니 연초에는 생경함과 기대감이 번갈아 교차했지만, 막상 현실은 황당하게도 예상 밖의 전염병으로 점철됐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올해가 끝나면 우리는 다시 정화될 수 있을까?

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디어 스타트업 EO는 내일을 기약하는 힘 있는 콘텐츠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표로 따져보면, EO는 한 해 동안 총 150여 개의 비디오 콘텐츠를 통해 유튜브 구독자 20만 명, 조회 수 1,900만 회, 시청 시간 6,800만 분가량을 확보해냈다. 채널을 사랑해 준 모든 사람의 염원과 소망이 담긴 결과다.

이 중 채널 전체 조회 수의 30%를 넘는 약 852만여 회의 조회 수를 끌어모은 월별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한 EO의 콘텐츠들을 모아 결산을 내봤다. 그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EO의 인사이트풀한 콘텐츠와 함께 다가오는 2021년을 조금이나마 힘차게 맞이해보자. 기간 범위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이며, 조회 수는 2020년 12월 24일 기준이다.

 

6월 – 커리어 엑셀러레이터 김나이(264,185회)

  • 내가 어차피 일을 오래, 잘하고 싶다면 변화에 대한 레이더를 회사 안팎으로 켜고 있는 게 좋아요. 그냥 회사에 다니시기보다 산업, 시장, 회사의 변화, 우리 회사의 재무제표와 비즈니스 모델, 이런 것들이 내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분명 커리어가 달라질 거예요.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 회에서 김동식(김대명 분)과 천관웅(박해준 분)은 옥상에서 오상식(이성민 분)의 빈자리를 느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천과장은 많은 직장인의 마음을 쿡쿡 쑤셨을 한마디를 김대리에게 내던진다. “넌 아직도 일에서 재미를 찾니” 하지만 하루 최소 3분의 1을 투자해야 하는 일과 직장에서 약간의 재미나 성취도 느낄 수 없다면 삶이 그리 촉촉하지 못할 것이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는 그런 사람들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김나이는 이화여대 학부 때 ‘3 전공(경영학, 광고홍보학, 국문학)’을 하고, 첫 직장 현대카드부터 MBA를 거쳐 문과 출신임에도 금융계의 한국투자증권, JP모건까지 거치며 30살에 부장 직급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10여 년간 시쳇말로 ‘짱짱한’ 커리어를 거쳐 맞닥뜨린 건 번아웃이었다.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무료로 청강한 금융 수업에서 실제 직장과 직무에 대해 알고 싶은 학생들의 니즈를 알게 되면서 커리어 컨설팅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무조건 ‘회사는 회사’라고 생각하며 참고 다니기보다 개개인에게 맞는 회사를 찾게 되면 ‘일잘러’ 그 이상의 ‘일잼러’가 되어 조금 더 즐겁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이를 설파하기 위해 나이, 직급, 직무, 회사를 가리지 않고 1,500명 이상의 커리어를 재설계하고, 저서 <이기는 취업>,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를 썼다. 최근에는 최인아책방을 운영하는 최인아 대표와 함께한 커리어 코칭,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의 카운슬링 프로그램, 트레바리 모임과 같은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했거나,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7월 –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캡틴(753,371회)

  • 저희는 카메라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걸 보면서 라이다 소프트웨어 시장도 똑같이 될 거라고 봤어요. 라이다가 싸지면 싸질수록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많아질 거고요. 결국 미래에 중요한 건 누가 더 준비되고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가겠죠.

지난 11월, 일본의 혼다가 세계 최초로 레벨 3의 자율주행차를 내년 3월까지 대량 생산할 거라고 선언한 바 있다. 자율주행에서 레벨 3는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책임지는 정도를 말한다. 아직 많은 숙제가 남아 있긴 해도 이를 통해 인류는 꿈 같았던 자율주행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됐다. 그럴수록 대부분 자율주행 플레이어들이 인정하는 센서 라이다*의 소프트웨어를 선도해서 개발하는 서울로보틱스는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고 빛의 반사를 측정하여 주변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장치로,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2017년 7월 설립된 서울로보틱스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기계공학, 그 안에서도 3D 유체 역학을 전공한 이한빈 캡틴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3D 컴퓨터 비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8월에는 라이다 센서와 머신러닝에 기반을 둔 실시간 3D 데이터 인식 솔루션 ‘센서(SENSR)’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라이다 회사의 센서와 호환되며 세계 유수의 자동차 기업인 BMW, 볼보 등을 매료시켰다.

더욱이 고무적인 건 매년 혁신적으로 가격 단위가 낮아짐에 따라 라이다가 상용화되고, 앞으로 자율주행차 외 분야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이한빈 캡틴은 로봇, 보안 등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라이다와 함께 진출할 수 있는 시장 범위가 넓어질 거로 예측하고 있다. 아마 서울로보틱스의 목표는 그때 즈음에 회사의 센서가 라이다계의 윈도우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더 빨리 그렇게 될 수도 있다.

8월 –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1,833,668회)

  •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민할 시간에 시장에 부딪쳐서 뭐라도 피드백을 얻는 게 훨씬 빠르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연구개발과 시장 니즈 파악을 철저히 해도 시장에 나가면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필드 테스트를 우선으로 두었어요.

신산업은 전에 없던 것이기에 으레 규제는 물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기존의 관련 주체들과 부딪히기 마련이다. 타다처럼 한정된 파이 안에서 점유율로 따졌을 때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다자요처럼 불법 혹은 편법으로 타인의 자산을 이용한다고 인식되기도 한다. 그 시각의 기저에 깔린 생각이 옳든 그르든 간에 갈등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끔은 스타스테크처럼 반발의 여지 없이 혁신적인 아이템을 개발하는 놀라운 회사도 있다.

스타스테크는 온갖 어패류를 잡아먹어 어민들의 생업에 피해를 주는 불가사리*로 제설제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제설제로 쓰이는 물질로는 염화칼슘이 대표적인데, 극도로 높은 발열량을 가진 염화칼슘은 녹으면서 차량 부식, 콘크리트 파손, 가로수 괴사 등 다른 피해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다공성 구조체를 활용하면 그러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고, 양승찬 대표는 경기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군 복무를 거치기까지, 오랜 시간 이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 어패류를 잡아먹는 불가사리는 아무르불가사리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아무르 불가사리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주로 서해 바다에서 한국의 어민들에게 꾸준히 피해를 주었다. 알려진 피해액으로만 연간 4000억 원 내외에 달한다.

연구를 거듭해 탄생한 스타스테크의 제설제 에코스트원(ECO-ST1)은 환경까지 보호한다. 본래는 정부가 어민 보호를 위해 수매한 불가사리를 소각하며 유해물질이 발생했는데, 스타스테크의 방식에 따르면 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식억제효율은 기존의 30%보다 현저히 낮은 1% 이하에 수렴하고, 비용적으로는 제설 비용보다 10배 많은 염화칼슘으로 인한 보수 비용을 절약한다. 모두 친환경 제설제 분야 1위에 올라설 만한 뛰어난 성과들이다.

9월 – 로덱 은병선 대표(389,960회)

  • 저는 해결되지 않는 설계의 어떤 부분이 있을 때 침대에 누워 있으면 그 부분이 계속 생각이 납니다.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내일 아침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아마 이 설렘이 제가 이 회사를 그만두고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그 날까지 계속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로 나서서 시장을 과점 혹은 독점했다는 건 몇 가지 사실을 암시한다. 기존의 경쟁자들이 현재에 안주했다거나 신흥 주자가 시장에서 수직 상승할 만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유니트 체어를 포함한 안과용 진료 장치 국내 시장을 95% 점유 중인 로덱에게는 대기업 기술자 출신의 은병선 대표가 가진 기술력과 영업력이 원동력이었다. 로덱 사무실의 수많은 기술인증서와 특허등록증, 그리고 10여 개국 수출이 이를 증명한다.

로덱의 사훈은 ‘사실을 인정하자’이다. 허무맹랑하고 뜬구름 잡는 비전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실제로 은병선 대표는 공조냉동설비를 취급하던 첫 사업이 IMF 여파로 망하고 나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어렵더라도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을 해오며 로덱을 꾸려 왔다. 우연한 기회로 일본 회사의 안과 의자 설계를 요청받았을 때만 해도 안과 의자에 관해 전혀 몰랐지만, 연구와 조사를 통해 더 훌륭한 품질의 국내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로덱이 점유율 60%를 확보 중인 안경원 시장에서 쓰일 연마 폐수 처리 장치 오클로 출시에도 반영되어 있다. 은병선 대표는 안경 렌즈를 가공·연마할 때 발생하는 폐수를 적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물환경 보전법 개정에 맞춰 최근 이 제품을 선제적으로 만들었다. 로덱은 이 외에도 안과용 검사 장비 등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기에 올해 최소 예상 매출 50억 원(수출 약 5.5억 원) 달성은 물론,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명처럼 튼튼하고(ROBUST), 확실한(DEfinite) 제품 생산 노하우(Know-how)가 늘 뒤를 받칠 테니 말이다.

10월 –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1,224,770회)

  • 누군가가 한 번 걸어간 전례는 선택하기 쉬워요. 근데 전례가 없으면 선택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희 같은 식의 연쇄 창업과 일과 육아를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육아용품은 고관여 제품이다. 앞으로 자라날 아이를 위한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가 신체에 착용하는 제품에 한해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근래 들어 아이는 물론, 육아맘, 육아빠들에게도 편안함과 세련됨이라는 가치를 주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티몬의 창업자, 마케터 출신 부부가 만든 코니바이에린의 랩형 아기띠는 여기에 신뢰와 진심까지 담아 올해 전 세계 59개국을 대상으로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코니바이에린은 오가닉한 전략으로 세계 각지의 부모, 특히 엄마들을 사로잡았다. 일단 착용하는 부모가 자괴감이 들지 않는 심플하고 예쁜 디자인, 초기에 7, 8개까지 원단 테스트를 하며 챙긴 경량성과 착용감을 비롯한 품질로 제품의 본질을 챙겼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 인플루언서 홍보를 지양하는 대신 제품 사용법과 성능을 담고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자사 몰 위주의 D2C(Direct to Consumer) 전략도 펼쳤다. 그 결과, 한국의 이지애 아나운서부터 가깝게는 일본과 홍콩, 멀게는 미국과 유럽의 셀럽들을 비롯한 수많은 부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됐다.

그래서 브랜드 스토리가 빼곡히 담긴 코니바이에린의 자사 몰 판매 비중은 현재 90%에 육박할 정도로 놀라운 수치를 기록 중이다. 아마존 중심의 마켓플레이스 판매도 우수하다. 일본 시장에는 글로벌 셀러 프로그램을 통해 진입해 일본 아기 1/3가량이 코니 아기띠를 쓰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코니바이에린의 제품이 최근 아기띠 신규 제품 중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게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든 똑같은 부모 마음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 아닐까.

11월 – 프리랜서 신예희(371,677회)

  •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서 가끔 그게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울 때가 있는데요. 가령, 하루에 원고지 한 장씩 글쓰기 연습을 한 사람이 1년 동안 원고지 몇백 장을 꾸준히 쌓아서 나중에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그 공평한 시간 안에서 묵묵하게 모은 소액 적금 같은 거죠.

긱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지만, 21세기에도 프리랜서들은 여전히 오해 속에서 살아간다. 아직도 그 자체를 직업이라고 여기거나, ‘프리’랜서라고 아무때나 나오라고 하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프리한 줄 알거나, 회사에 가지 않으니 백수라고 생각하거나, 사람들과 자주 부대낄 필요 없지 않으냐고 묻거나… 만화 그리고, 글 쓰고, 그외 이것저것 다 하는 프리랜서 신예희는 그 숱한 무례 혹은 무지의 말들 속에서도 22년째 혼자서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인터넷 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태초의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는 신예희는 IMF 외환 위기가 터진 즈음에 웹에 만화를 그리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네이버 웹툰이 미국 주식 시장 상장을 노릴 정도로 웹툰 시장이 커졌다지만,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인터넷에 그림 그려서 먹고살겠느냐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시대는 ‘프리랜서 마켓’이라는 타이틀을 단 플랫폼이 생길 정도로 변했고, 그는 살아남았다. 어떻게? 나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그는 시간 약속, 마감 기한을 꼭 지키며 회사의 사람들과 신뢰를 꾸준히 쌓아 왔다. 예술이 아닌 업무를 하고 있으니 버겁게 느껴져도 일단 일이 잘 돌아가게끔 방법을 찾았다. 그로써 두 번째 일이 들어오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업계가 자신을 찾게끔 했다. 대략만 읊어도 야후코리아 3년 연재, 삼성부터 엘지까지, 조선일보부터 한겨레까지 아우르는 장르 불문 누적 클라이언트 리스트, 10쇄를 찍은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비롯한 주로 여행과 음식 이야기를 담은 10권의 저서에 이르기까지, 둥글둥글하게 끌고 온 삶 속에서 쌓아온 흔적들이 이제는 어마무지하다.

 

글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 There are no comments

Add your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