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가치 일궈낸 ‘프로규제혁신러’ 토스 이야기


팬데믹에도 2000억 투자를 받은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 이승건 대표

어릴 때, 어른들에게 세상의 어떤 이유에 관해 물어보면 종종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세상이 다 원래 그런 거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돌아가는 거야” 그땐 그 말이 무책임하게 들릴 때도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가끔은 그 말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나도 이유를 잘 모르니까, 하나하나 토 달고 살면 나만 피곤하니까, 내가 사는 세상을 의심하면 내 세계도 같이 무너질 것 같으니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이유는 그때마다 달랐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문을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습니다. 그중 누군가는 그 어떤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내놓기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금융계에서는 이 스타트업이 이에 비견되는 행보를 보이며 7년째 시장 전체를 뒤집어놓고 있습니다.

누적 투자 금액 6,300억 원, 기업 가치 3조 1천억 원에 오기까지, 기존의 규제를 차근차근 뚫어내며 담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토스, 그리고 토스 팀 리더 이승건 님의 규제 혁신 이야기를 EO가 담아 보았습니다.

토스 이승건 대표 인터뷰

토스 이승건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토스 팀을 이끌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대표 이승건입니다. 최근 2, 3년간 저희 팀에 여러 가지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일단 2018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28위로 등재되면서 한국 핀테크 기업으로는 최초로 1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그해 12월에는 클라이너 퍼킨스, 리빗 캐피털 같은 실리콘밸리의 명문 투자사로부터 900억이라는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2019년 8월 770억, 2020년 8월 2,060억 추가 투자까지 유치해낸 바 있고요.

Q. 말씀하신 기업 가치는 가장 최근 투자 유치와 함께 3조 원을 돌파했는데요. 지금처럼 크게 성장하기 전, 토스의 시작은 어땠나요?

토스를 처음 생각한 것은 2013년 가을 즈음입니다. 그전까지 했던 사업이 잘 안 되고 있던 차였어요. 어느날 송금하는 과정이 너무 불편해서 짜증이 나더라고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그해 겨울 제품을 만들기 전에 서비스를 소개하는 랜딩 페이지부터 론칭했어요. 놀랍게도 별다른 소개를 하지 않았고,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2만 명이 넘는 분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싶다며 신청해 주셨어요.

사실 저희 팀이 토스를 서비스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여러 가지 서비스를 했던 팀인데요. 4년 넘는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 휴대폰 투표 앱, 인터넷 강의 포털 등 8개 사업이 다 실패했었습니다. 그러다 아홉 번째 사업인 토스가 시작하자마자 소비자들의 광범위하고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겁니다.

당시 토스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열광적인 반응에 힘입어 앱 서비스 론칭에 박차를 가했고, 실제 론칭은 2014년 2월 경에 이뤄졌습니다.

토스 이승건 대표 인터뷰

Q. 밝은 미래만 있을 줄 알았지만, 사실 당시 서비스가 2개월 만에 중단되었잖아요.

규제 당국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더는 서비스를 운영하지 말라는 공문 형태의 내용이었습니다. 은행도 비슷하게 통보해왔죠. 공동창업자는 서비스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길에 주저앉았어요. 너무 힘들었고, 크게 좌절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이용해서 돈을 주고받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그 당시만 해도 한국 금융계의 규제 역학 관계는 된다고 한 게 아니면 아예 할 수 없는 식이었습니다.

그전까지 그런 방식으로 돈을 보내거나 받아도 된다고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다른 사람들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던 거죠. 저희는 금융을 잘 몰랐기 때문에 법문만 읽고 아무 문제 없으니 진행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거고요.

결과적으로 2014년 4월 23일에 서비스를 내렸었습니다. 다시 연 게 2015년 2월 26일이었으니까 재개하기까지 거의 1년 남짓이 소요됐어요.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는데,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못 버텼을 거 같아요.

여력이 있는 스타트업이었다면 이 아이템을 포기했을 텐데, 과거의 8개 사업이 실패한 저희로서는 다른 길이 없었어요. 회사에 돈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았고요.

1년 동안 구성원들도 여러모로 힘 빠지고 지쳤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 사람이라면 “이거 정말 되는 거냐. 우리 바보짓 하는 거 아니냐. 결국에는 잘 안 되지 않겠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다행히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해. 그러니까 우리가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제일 먼저 온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 우리의 선한 의지가 남을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순간순간에 임했던 거 같습니다.

토스 이승건 대표 인터뷰

Q. 규제라는 큰 벽에 부딪혔을 때, 토스는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했나요?

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서비스가 운영만 되면 소비자, 스타트업인 저희 회사, 금융 당국, 금융기관까지,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서비스가 봉착한 상황을 충분히 알려서 사람들이 문제에 공감하게끔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 단계만 넘어서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 과정에서 규제 당국을 비롯한 특정 주체를 비판 혹은 비난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대신 ‘본래 규제가 달성하려고 했던 취지는 이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취지와 다르게 새로운 산업을 막는 모순점도 생기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적절한 규제 완화를 통해서 그 모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라는 뉘앙스로 저희 입장을 설명해 드리는 데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고요.

말 그대로 기회가 닿는 대로 열심히 뛰었는데, 결국 저희의 의지가 전달되어서 금융 당국에서도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셨습니다. 감사하게도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에 대한 장관 보고 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고요. 그때가 한창 핀테크라는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발흥하던 시기였다 보니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저희는 그 자리에서 토스 같은 핀테크 주자가 왜 중요하고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 산업인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은 시점에 정부 당국에 질의를 넣었어요.

저희 서비스가 법적으로 괜찮을지 궁금하다며 유권해석을 넣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죠. 그 유권해석을 바탕에 두고 다시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 거고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로고

Q. 규제를 풀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거치셔서인지 한국 핀테크 산업 협회도 만드셨잖아요.

토스가 직면한 규제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이 문제가 토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같이 겪고 있는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저희만 잘되기보다 금융 전체를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매출, 이익과 관계없이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초기 기업들과 함께 모여서 한국 핀테크 산업 협회를 발족하게 됐었죠. 협회를 통해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기업이 개별적인 노력으로 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조금 더 조직화된 방식으로 규제 당국, 미디어 등을 상대하길 바랐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저희처럼 1년씩이나 걸리지 않고도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래야 산업이 발전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스 사무실 전경

Q. 금융 전체를 혁신하고자 하기에 토스는 처음뿐만 아니라 사업을 확장할수록 끊임없이 규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치는 상태지만요. 토스를 포함한 핀테크 사업자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런데 어쨌든 한국의 전자 금융 시스템이 변하는 속도보다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보니 사업이 커질수록 저희가 마주하는 이슈들도 점점 더 커지는 거 같습니다. 맞닥뜨리는 규제의 종류도 더 많아지고요. 아무래도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안건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던 기존의 금융 거래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대출을 예로 들어볼게요. 대한민국 사람이면 전세든, 신용 대출이든 간에, 누구나 대출 하나씩은 가지고 있잖아요. 근데 내가 어디서 가장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아무도 몰라요. 어느 은행의 어느 지점에서 가장 저렴한 조건을 제시하는지도 몰라요. 더 큰 문제는 그 조건을 비교해볼 수 있는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대출에 민감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수 있을지를 고민하잖아요. 그런데도 결국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집이나 회사 근처에 있는 주거래 은행의 지점이에요.

사실 여러 가지 대출 상품을 비교해서 판매하는 게 불가능한 건 1사전속주의라는 민감한 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1사전속주의는 대출을 중개하는 회사가 단 하나의 금융 기관의 대출만 중개해야 한다는 법인데요. 이 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다수의 금융 기관이 제시하는 다수의 대출 상품을 중개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출처: 토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왜 그런 법이 생겨난 것이고, 또 과거의 법이 현대에 와서 어떻게 적용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1사전속주의는 과거에 문제가 있어서 도입한 법입니다. 1사전속주의가 없었을 때는 모든 금융 기관의 여러 가지 대출을 중개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 중개업자들은 소비자에게 가장 저렴한 대출이 아닌 자신이 수수료를 가장 많이 버는 대출을 팔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소비자들이 신용도에 문제가 생길 만한 비싼 대출을 권유받았던 거죠.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형성된 규제 체계가 1사전속주의라고 보시면 됩니다.

좋은 취지를 갖고 있으니 여전히 유지되어야 하는 법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뀐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전보다 비교적 정보격차가 해소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모든 상품을 펼쳐놓고 가장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는 저렴한 대출을 찾고 싶어해요. 순기능이 컸던 1사전속주의가 이제는 오히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인간의 욕구를 제약하고 있는 거죠.

저는 여기에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고 봅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판매하는 대출 상품은 1사전속주의에서 예외로 두는 거죠. 그렇게 하면 규제의 본래 취지를 계속 달성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실제로 2020년 8월 말, 금융위원회는 온라인에서 1사전속주의를 해제하는 방안이 담긴 금융소비자 보호법 시행령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규제만 해도 해제를 시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요. 그래도 저희는 무조건 저희가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려고 해요. 규제가 있다면 그게 생긴 합당한 이유가 있을 거고, 또 빠르게 규제를 해제해주기 어려운 금융 당국의 사정도 있으니까요. 그 이유나 사정을 고려하면서 저희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규제 완화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혜택을 본다는 생각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어떤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빼앗는 형태의 규제 변화는 이루어지기 어렵거나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출처: 토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기존의 규제에 날을 세우기보다 부드럽게 대처하는 편에 가까우신 거 같은데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답답하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최초로 론칭하는 사례가 정말 많습니다. 론칭할 때마다 한국에서 한 번도 거론된 적 없는 규제 문제를 새롭게 발견하고 논의하는 것 같아요. 서비스가 잘되기 위해서 필요한 규제 변화의 모습을 처음부터 디자인하는 경우도 아주 많고요.

사실 말씀하신 대로 답답할 때가 있죠. 솔직히 누가 먼저 개척한 규제 환경에서 저희 서비스를 그대로 도입하면 더 빨리 나아갈 수 있거든요. 근데 왜 맨날 저희가 먼저 매 맞아가면서 규제를 바꿔야 하는지 싶어서 피로감이 있는 편이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선구자로서 환경을 먼저 만들어서 더 많은 혁신이 다 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가 일종의 마중물을 만들자고 해요. 덕분에 좋은 첫 번째 기회를 얻어서 매출을 비롯한 성장 측면에서 오히려 잘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규제를 해결해오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나 인사이트도 생겼는데요. 재미있는 게 사람들의 삶에 큰 폭으로 영향을 미치는 규제일수록 풀기가 쉽더라고요. 보통 그런 규제이면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니까 해결하기에 가장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문제가 클수록 공감대라는 추진력이 강해져서 오히려 크기가 작을 때보다 문제를 풀기 쉬워집니다. 반대로 작은 문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아서 해결이 어려운 편이고요.

토스 사무실 전경

Q. 토스의 팀원들이 규제를 대하는 태도 역시 대표님과 비슷한가요?

팀원들도 항상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되는지 안 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더 큰 편익을 보려면 규제, 사업 환경, 회사 구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파괴적인 혁신성을 갖자고 해요.

그 점에서 저희는 처음에 사업을 론칭하지 못했던 1년이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에 배운 것이 회사의 가치관에 중요한 모태가 됐고요. 그때 창업자들이 만든 정신을 새로 오신 분들이 모두 보면서 학습하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금융을 완전히 해결하려고 한다는 회사의 비전을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거죠.

출처: 토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Q. 앞서 많은 답변으로 충분히 유추할 수도 있지만, 그 비전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토스의 비전은 궁극적으로 모든 소비자의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내가 어디서 대출을 받아야 이자가 제일 싼지 알 수 있고, 통장에 남아 있는 2, 3만 원을 어떻게 굴릴 수 있을지 생각할 때 알맞게 투자할 수 있는 거죠.

또, 지금 가입한 보험이 적절한지, 어떤 보험을 더 들어야 내 삶이 안정적일지에 관해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요.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생애 주기에 맞춰 나의 자산이 계속해서 관리가 되는 거겠죠.

무엇보다 이런 모든 금융 서비스를 원클릭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하게 많은 고민이나 복잡함을 거치지 않고도 아주 간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말이죠.

토스로 송금할 때 걸리는 시간은 수십 초도 안 돼요. 근데 기존의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으로 송금을 하려면 그보다는 오래 걸리거든요. 그렇게 여태까지 저희가 세이브한 고객의 시간이 2500년이 넘어요.

그 2,500년 동안 소비자들은 배우자의 얼굴이나 여행지의 경치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문제를 제거해서 소비자가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토스가 만들어가는 사회적인 편익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스 이승건 대표 인터뷰

Q. 다시 돌아와서 규제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규제 하나하나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규제를 해결하는 키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저는 규제에 가장 민감하게 관련된 산업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전개하다 보니 초기에는 규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새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규제보다 사회적 신뢰 자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더라고요.

규제가 강력하게 도입되는 이유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적 입장이 반영되기 때문이에요. 소비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기업이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거래나 사업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불공정한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규제라는 벽이 생기는 거고요. 한국은 주로 이 방법을 활용하는 편이죠.

이 상황을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개인을 더 믿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판단력이 있는 어른이라면 어떤 거래를 진행할 때 규제가 없더라도 충분히 이해를 한 채로 남이나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 성숙한 회사라면 법에 의거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어 있을 것이고요.

즉, 소비자나 금융 당국이 기업을 신뢰하고, 기업도 그 신뢰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신뢰 자본이 쌓여 있으면 규제가 없어도 문제가 안 생긴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의 소비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정보 주권을 갖지 못했어요. 정보에 대한 판단력을 기를 수가 없었고, 그럴수록 국가는 규제라는 보호막을 통해서 소비자들을 아이처럼 다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 사회적 신뢰 자본이 어느 정도인지 쌓여 있는지를 다시 계측해야 규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규제를 막 도입하거나 해제하기보다는 서로 간의 사회적 신뢰 자본을 더 많이 형성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싶고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1월 공개된 <기업가치 1조 원 유니콘 스타트업 토스의 규제 혁신 이야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자 금융 시스템을 끊임없이 바꾸어 나가고 있는 토스 팀의 이승건 리더가 들려주는 규제 혁신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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