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개발자가 8년 공들인 100만 다운로드 교육 앱


게임 요소를 접목해 전 세계 100만 명에게 사랑받고 있는 교육 앱을 개발한,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영어 공부는 좋으나 싫으나 더 많은 걸 보고 듣고 이해하고 싶다면 필수입니다. 그러나 머리가 말랑말랑한 어린 시절을 지나 새로운 언어 체계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대공사 수준으로 머릿속 사고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듯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를 겁니다.

교육 앱 캐치잇 잉글리시는 게임이라는 요소를 통해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나이 든 어머님조차도 30시간 이상 스마트폰만 붙잡고 문제를 풀게 할 정도이니 의심의 여지는 없습니다. <리니지>를 개발하고 카이스트를 거쳐 게임과 공부를 절묘하게 결합해낸 캐치잇 잉글리시를 개발한 캐치잇플레이의 대표 최원규 님을 EO가 소개합니다.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언어 학습이라는 고되고 힘든 과정을 즐겁고 흥미로운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캐치잇플레이의 대표 최원규입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캐치잇 잉글리시>가 있습니다.

Q. 게임 개발자로서 어떤 커리어를 보내시다 창업을 하게 되신 건가요?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에는, <창세기전>이라는 RPG 게임으로 유명했던 소프트맥스라는 곳에 다녔습니다. <테일즈위버>라는 MMORPG 개발에 참여했고요. 이후에는 엔씨소프트에 들어가 <리니지2>를 개발했습니다. 그때 ‘저 사람들은 왜 이 게임에 저렇게 몰입할까?’ 싶어서 이유를 찾기 위해 게임학,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이라는 유명한 이론이 있잖아요. 그 이론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부터 자아실현 욕구까지 다양한 욕구가 단계별로 있죠. 저는 <리니지>가 출시된 지 20년이 넘어서도 잘되는 게 사용자들이 게임 안에서 그중 높은 단계의 욕구를 충족하며 또 하나의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아이템 수집이나 레벨업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커뮤니티를 맺으며 관계의 욕구를 해소하고요. 그 커뮤니티를 통해서 성을 얻거나 국가를 세우면서 자아실현을 해 나갑니다. 게임은 인간의 몰입을 직접 만든다기보다는 그들의 행동을 유도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쩌면 원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인간의 행동을 끌어내는 게임이 다른 요소와 접목했을 때도 똑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게임이라는 영역이 넓어질 수 있을 테니 언젠가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인터뷰

Q. 대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하셨다고요.

저한테 넛지*를 줬던 건 아이폰 3GS가 나왔을 때였습니다. 모바일 세상이 온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요.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게임이나 교육 같은 많은 장르가 재해석되어서 다시 나올 테니 이 분야에 스스로 도전해봐야겠다 싶었고요.

*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근데 솔직히 얘기해서 바로 도전하기에 겁이 조금 났어요. 숙성하는 시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대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게 됐죠. 수업을 통해서 창업을 시작하게 됐고요.

아이템 기획을 하면서 교육을 접목한 게임 앱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려고 했는데요. 많지 않더라고요. 영어 단어 암기가 목적인 어떤 게임은 미사일을 적 비행기에 쏘면 ‘Apple’, ‘Chair’라고 말하면서 터지는 식이었는데요. 저는 슈팅 게임과 영어 단어 암기를 조금은 기계적으로 연결해 놓은 구조가 이상해 보이더라고요.

그런 교육과 게임 사이의 이물감 혹은 괴리감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제 연구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연구를 하던 중에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어요. 논문 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찾은 본질을 게임이라는 포장지로 잘 감싸보는 전략적인 방향을 잡게 됐고요.

* 게임 외 분야에 대한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에 게임의 매커니즘, 사고방식에 접목하는 것

Q. 연구를 통한 개발 결과는 어땠나요?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하며 제품 개발을 했는데요. 출시 2주 후에 앱스토어 순위에서 사라지더라고요. ‘왜 사라질까?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면서 데이터를 보니 사람들이 튜토리얼 중간에 못 참고 게임을 꺼 버리는 겁니다. 제품을 직관적으로 만들어서 초기에 좋은 경험을 줘야 하는데, 튜토리얼을 과하게 넣었던 거죠.

제품 개선을 계속하다 보니 게임적인 경험을 어느 장면에서나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문제 푸는 과정이라고 할지라도 RPG 게임에서의 타격감 같은 게 느껴지면 좋겠더라고요. 정밀하게 계산해서 사용자의 경험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던 거 같습니다.

더불어 저희 캐치잇 잉글리시는 교육 앱임에도 MMORPG의 배틀 시스템같이 서로 경쟁하는 등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요소도 많아요. 모바일로 연결되어서 문제 푸는 과정을 같이 할 수 있으니 앞서 말씀드린 관계의 욕구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있는 셈이죠.

이렇게 제품에서의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과금 유도나 마케팅 측면에서의 시행착오도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러지 않더라고요.

일반 웹툰 같은 경우에는 보통 결정적인 장면에서 끊고 ‘다음 화를 보려면 돈을 내세요’라고 안내하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궁금해서 미치겠다. 내일까지 어떻게 기다려’라고 생각하며 과금을 하죠. 근데 저희는 교육, 학습의 목적이 있잖아요. 아무리 재미있어도 다음 장을 공부하기 위해 과금하라고 하면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 하는 겁니다.

저희는 과금 부분같이 게임 외적인 시행착오까지 여러 번 겪어 가며 하나의 프로젝트에 8년 정도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로써 많은 노력과 시간 없이 한순간에 좋은 제품이 탄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Q. 개선 끝에 실제로 지표가 좋아진 건 언제부터였나요?

2014년 정도에 큰 모멘텀이 한 번 있었습니다. 입소문이 쫙 나서 4주 동안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거예요. 그때 ‘아, 이게 힘을 가진 콘텐츠다’라고 느꼈어요.

이후에 리텐션도 좋아졌습니다. 상위 50위권 게임의 일주일 내 재방문율이 통상 45% 정도인데요. 저희는 일반적인 교육 앱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50위권의 게임과 비슷한 수준의 재방문율을 보여주고 있어요.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Q. 2019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구글플레이(이하 구글), 창업진흥원이 함께하는 창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서 방향성을 더 확실하게 정립하셨다고요.

저희가 초기 기업이다 보니까 정부지원사업 같은 걸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요. 구글과 연계해서 지원하는 창구 프로그램 공고를 보고, 또 하나의 모멘텀이 될 것 같아서 주말에 열심히 문서 작업해서 지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창구 프로그램을 하면서 글로벌 론칭을 했는데요. 회사가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큰 기반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Q.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으신 건가요?

당시 창구 프로그램 내 탑 3 개발사에 들어서 매출이 발생하긴 했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를 기록 중이었는데요. 가장 많이 받은 댓글 내용이 ‘이 정도면 돈 내고 할 만큼 좋은 제품이네요’임에도 많은 사용자가 무료 시간만 플레이하고 과금을 안 했습니다. 수익 모델을 바꿔야 했죠.

근데 수익 모델을 바꾼다는 건 회사가 망할 만큼 리스크가 큰 행동이잖아요. 부담이 되니까 액션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때 구글 측에서 저희에게 데이터상에서 연간 구독 시장이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캐치잇 잉글리시>에도 한번 구독을 적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언젠가 글로벌 론칭을 하실 테니 세계적으로 인증받은 수익 모델을 적용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구독 형태로 수익 모델을 바꾸는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학습자 입장에서 한 번 구독하면 마음 편하게 모든 콘텐츠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구독으로 전환하고 나서 다른 무엇보다 관리해야 할 지표가 명확해져서 좋았습니다. 이전에는 몇 명이 어떤 아이템을 샀는지를 다 분석해야 했는데, 수익 모델을 바꾼 이후에는 구독자를 몇 명 더 확보했고, 몇 명이 이탈했는지만 확인하면 되더라고요.

스타트업에서 흔히 말하는 북극성*이 저희에게도 제대로 생긴 거죠. 덕분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파악하는 과정도 훨씬 간편해졌고요.

* 팀 또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을 의미하는 하나의 핵심 지표(출처: 뽀시래기의 지식 한 장)

캐치잇플레이 최원규 대표 인터뷰

Q. 게임 업계에서 시작해 게임 요소를 접목해서 교육 앱이라는 쉽지 않은 분야로 계속해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원규 님에게 사업은 무엇인가요?

사업을 한다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매우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아를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이고요. 누군가는 암벽등반을 하고, 철인 3종 경기를 하듯 힘든 마라톤 경기를 하는 느낌도 들어요.

그러다 보니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들이 자주 오는데요. 저는 그때마다 스스로 ‘넌 누구고, 여기서 이걸 왜 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던져요. 물음에 답을 찾다 보면 결국 제가 만든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그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거더라고요.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어떤 분께서 엄마가 34시간 동안 저희 앱만 붙잡은 채로 계속 문제를 풀고 있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저희에게 연락을 주신 겁니다. 확인해보니 정말 3분 단위로 로그가 들어오고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30시간 동안 인터넷 영어 강의를 계속 보는 건 웬만큼 재미있지 않은 한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근데 그분의 어머니께서 <캐치잇 잉글리시>로는 그 긴 시간 동안 영어 공부에 푹 빠져서 문제를 푸신 거잖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저는 저희 제품이 학습의 몰입을 만들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물론, 그 변화를 저 혼자 일으키긴 어려워서 사업을 하는 거죠. 재능 있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놀라운 물건을 만들어내고, ‘이거 나 혼자 했으면 절대 못 했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라고 느끼는 사업의 과정을 즐기면서 이어나가고 있는 거 같고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3월 공개된 <리니지 개발자가 8년 공들인 100만 다운로드 교육 앱>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교육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전 세계 100만 사용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치잇 잉글리시>를 개발한 캐치잇플레이의 대표 최원규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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