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영업을 못했지만, 지금 다시 일어서려는 스타트업 이야기


제주도의 빈집을 공유경제로 부활시키려는, 다자요 남성준 대표

1년째 영업이 중단되는 위기에서 살아남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사업을 허용한 숙박 스타트업, ‘다자요’입니다.

다자요는 크라우드 펀딩과 개인 투자로 9억 원을 유치했지만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비법(非法)’의 회색 지대에서 고충을 겪어야 했는데요. ‘제2의 타다’라 불렸던 다자요의 지난 이야기를 EO가 재조명합니다.

다자요 남성준 대표 인터뷰

다자요 남성준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다자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다자요의 남성준입니다. 다자요는 빈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숙박 스타트업이에요. 제주 빈집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10년 이상 장기로 무상 임대해 숙박 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나 농촌 지역을 방문할 때, 번듯한 시설을 기대하진 않잖아요.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대규모 개발보다 지역의 빈집을 잘 고쳐서 운영한 뒤에 돌려드리면 지역사회 보존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자요 남성준 대표 인터뷰

Q. 다자요 이전에 여러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창업의 계기가 있었나요?

제 고향이 제주도예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사범 대학을 졸업했는데 임용고시에는 떨어졌어요.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죠. 그렇게 은행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10년 정도 이자카야를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나 일반적인 유형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다 보니까 지치더라고요.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와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제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야놀자나 여기어때 같은 스타트업은 성큼성큼 나아가더라고요.

‘이러다가 굶어 죽겠구나’라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어요. 이후에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 대신 지역의 작은 집을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사업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주도의 한 빈집

대개 사람들은 도시에 가야 성공한 줄 알잖아요. 자식 잘 길러서 공부 잘하면 서울로 보내죠. 부모님은 계속 시골에서 사시다가 세월이 지나면 요양원에 들어가시고요. 그렇게 지역 주민이 하나둘 떠나면서 빈집은 자꾸 늘어납니다.

시골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됩니다. 어떤 분들은 “쓸모없는 빈집은 그냥 팔면 되지 않냐”라고 하시는데, 실제로 고향 집을 파는 분들은 별로 없어요. 그 집에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팔기를 꺼리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빈집을 쓸 만하게 고친다면, 단순히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하는 수준이 아니라 누군가 제주에 내려왔을 때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사업이 비즈니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면 다들 대규모 개발보다 유휴 자원을 활용하려 하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제주의 빈집을 여행객의 수요에 맞는 집으로 변신시켜서 직접 숙박업을 해보자고 결정했죠.

Q. 다자요의 첫 번째 집은 어디였나요?

제 후배가 “부모님이 계시는 동네에 빈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으로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무턱대고 후배의 아버님을 찾아갔죠. “저희가 잘 고쳐드릴 테니, 10년만 빌려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

돈을 내고 임대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빌려달라니, 아버님도 처음에는 ‘미친놈일세’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정말 열심히 설득했어요. 맡겨만 주시면 아버지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빈집을 예쁘게 고쳐드리겠다고요.

그렇게 첫 번째 빈집을 리모델링하게 됐습니다. 거주하시던 할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시면서 비어 있던 빨간 집과 파란 집이었어요. 저희 직원들이 직접 삽과 곡괭이를 들고, 돌을 나르면서 본격적으로 집을 개보수하기 시작했죠.

와디즈 펀딩에 성공했던 ‘빈집프로젝트의 첫번째 완성 도순돌담집’ 프로젝트

고생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보시던 액셀러레이터 한 분이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라고 제안해주셔서 와디즈에서 펀딩을 시작했는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은 거예요. ‘오픈 예정 알림’을 신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총신청자 수 역대 2위를 기록한 거죠.

저도 깜짝 놀란 결과였어요. 펀딩이 마무리된 후에는 감사한 마음에 펀딩해주신 분들의 명패까지 만들었어요. ‘이분들이 이 집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명패까지 만들었는데, 이후에 갑자기 회사가 영업을 못 하게 된 겁니다.

난리가 났죠. 좋은 분들을 섭외해서 출근하기로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뵙죠’라고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기존에 있던 10명의 직원도 절반은 내보내야 했고요.

다자요 남성준 대표

Q. 기억이 납니다. 규제로 인해 영업이 중단돼서 한참 이슈였죠.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농어촌 민박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실거주자여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어요. 다자요가 수리하는 빈집이 거주자는 없지만, 소유주는 있거든요.

그래서 소유주의 농어촌 민박업을 다자요가 위탁해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소유자가 실제 거주하지 않고, 농어촌 민박이 아니라 다자요라는 회사가 사업을 운영하는 것 같다”는 민원이 들어온 거예요.

농업촌 민박업은 농어촌 주민의 가외 소득을 증진하려고 만든 법이기 때문에 저희도 바로 수긍하고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 이야기를 시작했죠.

사실 다자요를 농어촌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업이나 경쟁자로 바라보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자요가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에 대항해서 지역의 색을 살리고, 농어촌 지역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니까 저희 사업을 좋아하실 줄 알았거든요.

다자요 남성준 대표 인터뷰

저희는 지역 사회와 다자요가 손을 잡고 상생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에 빈집이 너무 많으면, 그 지역에 아무리 농어촌 민박이 많아도 숙박하러 올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빈집 개선 운동이나 지역에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트렌드 정보를 저희가 제공해드림으로써 주민도 돕고 지역사회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다자요 공간에 두면서 일종의 오프라인 쇼룸처럼 기능할 수 있도록 마케팅 수단도 제공하고 있어요. 제주 ‘애월아빠들’의 동물복지 유정란을 다자요 공간의 냉장고에 넣어두고, 방문하시는 분들이 직접 드셔보시고 주문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하고 있거든요.

이런 방향성 덕분에 저희가 중앙부처나 지역에서 상을 계속 받아왔는데, 민원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상종도 못 할 회사가 되어버린 거예요.

다자요 남성준 대표

Q. 동시에 ‘법의 회색 지대’에 놓인 또 다른 스타트업이 됐죠.

맞습니다. 빈집은 거주자가 없어서 빈집이 된 거잖아요. 그런데 거주자가 없는 빈집을 활용하려면 다시 거주자가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거예요. 농어촌 민박업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으니까 다른 제도도 알아봤죠.

여관업은 10객실 이상이 필요해서 다자요 아이템으로는 운영할 수 없고, 여인숙은 상업시설로만 갈 수 있어서 어려워요. 관광 펜션이나 휴양용 펜션은 농업인 대상이고, 호스텔은 들어오는 입구가 몇 미터 이상이라 안 되고, 한옥이 아니라 한옥 체험업도 안 되고요.

정말 모든 법을 알아봤는데, 다자요 조건에서 민박업을 할 수 있는 법이 없더라고요. 불법이 아니라 ‘비법’한 영역에 있는 거예요. 말씀하신 법의 회색 지대에 있는 거죠. 그래서 작년부터 국회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규제 샌드박스 등에 ‘제도권 안으로 다자요를 포함시켜 주십시오’라고 요청해 왔었습니다.

다자요 남성준 대표

Q. 논란이 한창 불거졌을 때, ‘제2의 타다’라는 이야기도 많았잖아요.

네, ‘제2의 타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런 식으로 스타트업을 죽이는구나. 사업을 못 하게 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다자요의 모델이 미래 세대에게 해악이 되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에 금방 개선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관련 부처에 계신 분들도 긍정적인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제 오판이었죠. 1년이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비법한 영역, 회색 지대에 있다고 해서 아예 사업을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열어주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임시 허가 등을 통해 빠르게 실행해 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절차들이 지금은 너무 복잡해요.

가장 큰 문제는 ‘매출 없이 1년을 버틸 수 있는 회사가 국내 스타트업 중에 과연 몇 군데나 될까?’인 것 같아요. 저희는 크라우드 펀딩 주주들이 있어서 그나마 1년을 버틸 수 있었는데,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물론 모든 규제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규제는 해야죠. 다자요는 저희에게 맞는 규제를 알맞게 해달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겁니다. 저희를 적합한 테두리 안에 넣어 달라고요.

그럼에도 중앙부처나 국회의원, 도의원분들까지 모두 줄곧 “취지는 훌륭하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만 말씀하셨어요. 그 이야기가 1년 째 계속되니까 답답한 마음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중앙부처에 계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해가 지나가기 전에 작게나마 유의미한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Q. 현재 제도 개선은 어떻게 되었고, 사업 현황은 어떤가요?

우선, 저희 다자요가 지난 6월 신사업 도입 촉진을 위해 진입 규제를 낮추는 목적의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 ‘한걸음 모델’의 첫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후에 여러 상생 기구와의 3개월여간의 논의를 거쳐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인정받았고요. 현재 5개 지자체, 50채 이하, 영업일 기준 300일 이내라는 조건으로 시범 사업 시행이 확정됐습니다.

이를 통해 제주 외에 빈집이 950여 채 정도 되는 남해군 등 다른 지자체와도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사실 2년간 조건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태라 아직 규제가 완벽하게 풀린 상태는 아닙니다. 그래도 영업은 할 수 있게 되어서 현재는 본격적인 사업 재개 이전에 투자 유치 과정에 있는 상태입니다.

Q. 정리해서 규제와 부딪혀 본 당사자로서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 신산업들을 위해 규제당국에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혁신하라. 새로운 방식으로 해라”라고 말씀하시는데, 새로운 방식은 기존의 틀과 선을 넘나들어야 가능하거든요. ‘여기까지’라고 그어진 선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있어야 혁신이 가능한데, 지금까지는 그런 상상력을 제도가 대체로 따라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잖아요. 전례 없던 시대가 도래했는데,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기존의 틀을 고수한다는 게 맞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택시 이슈나 다자요 이슈도 기존 사업과의 경쟁 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대결이 아니라 서로가 힘을 합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충분히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자요 남성준 대표

Q. 이제 다시 첫 발을 떼게 되었지만, 앞으로 다자요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대형 호텔은 대부분 비슷하잖아요. 사진만 봐서는 발리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는지, 제주도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는지, 뉴욕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다자요는 숙박 공간 안에 지역을 담고 싶습니다. 다자요에서 찍은 사진이나 후기를 보면 ‘여기는 제주도구나’, ‘여기는 남해구나’ 하고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지역의 특색을 담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공간에 다자요가 표준화된 매뉴얼과 안전,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하시는 분들이 ‘다자요는 믿을 만해’라고 느낄 수 있는 하나의 통일된 브랜드를 담은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7월 공개된 <1년째 영업이 중단된 위기의 스타트업 이야기>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이 제주도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빈집으로 공유경제를 실현하려는 다자요의 대표 남성준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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