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하루 아침에 운행을 멈춘 이유


규제로 인해 카풀에서 가격 비교 예약 서비스로 피벗한, 콜버스 박병종 대표

“하지 말라는 게 많아요? 박정희야, 전두환이야?” 영화 <타짜> 속 고니(조승우 분)가 오장군에게 잔소리를 듣고, 뱉는 대사죠. 원작 만화에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맥락이 많음을 고려하면 이 대사도 마냥 장난처럼 다가오진 않는데요. 실제로 산업화 시대의 우리네 사회와 가정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둔 편이었죠.

그중에서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야말로 천지삐까리였는데요. 법과 산업의 영역에서는 그때부터 이어져 온 규제의 부메랑이 이제야 날아오고 있습니다. 금융마저 탈중앙화하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당국의 낡은 규제와 정치적 이권 다툼 때문에 혁신을 시도하려는 많은 스타트업이 가로막히고 있는 것인데요.

그 규제에 한 번 온몸으로 부딪치고, 어쩔 수 없이 우회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콜버스의 대표 박병종 님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콜버스 박병종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콜버스의 대표 박병종입니다. 콜버스는 전세버스 가격 비교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고, 3년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콜버스를 창업하게 되었나요?

제가 기자 시절에 국제부 기자였는데요. 야근하고 나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항상 택시한테 승차 거부를 당했어요.

이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를 찾아봤더니 기사님의 도덕적 해이 같은 게 아니라 시장 경제상에서 일어나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근본적인 원인이더라고요. 그럼 공급을 늘리면 될 것 같았고,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니 밤에 놀고 있는 전세버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크게 세 가지 트랙으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소비자와 자동차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고요. 또 하나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율주행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사가 있죠.

이 세 가지 형태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율주행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라는 공동의 목표로 좁혀 들어오고 있는데요. 저는 나중에 이 모든 게 하나로 합쳐질 거라고 봅니다. 그중에 제가 선점해야겠다고 판단한 시장은 우버처럼 앱을 통해서 버스와 고객을 일대다로 매칭하는 퍼블릭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예요. 그 생각으로 콜버스를 시작하게 됐죠.

Q. 그런데 규제 문제로 사업 초반에 진행했던 전세버스 카풀 서비스를 접어야만 했다고요.

안 그래도 저도 규제 문제에 걸릴 것 같아서 창업 초기에 여러 법무법인을 찾아다녔는데요. 전세버스 공동구매 서비스가 비즈니스 모델이니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 방식이 위법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었고요.

다만, 그냥 허용해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거라고 판단해서인지 콜버스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새로 생긴 조항에는 택시 사업자와 같이 공동 사업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어요. 당시에 저희는 반대했지만, 결국은 그대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일단 사업 한 번 해보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택시 조합에서 전세 버스 250대를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같이 사업을 잘해보자고 약속했는데, 실제로는 택시 조합과 택시 회사들이 별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전세버스가 200대는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데, 18대로 서울시 전체를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죠.

그 18대로 1년간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했습니다. 근데 운행 차량이 너무 적으니까 저희의 자본금은 자꾸 말라가고, 더이상 개선의 여지도 없어 보이더라고요. 당국에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해당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상 포지티브 규제** 하나 더 만든 셈이었고요.

*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되는 것을 열거하고, 그 외의 것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

Q. 포지티브 규제 관점에서 콜버스의 케이스를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은 모든 산업을 정부 주도로 끌고 나가는 구조인데요.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무원의 최고 수장은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은 결국 정치인이잖아요. 규제의 강화 혹은 완화가 정치와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이 맥락에서 저희 상황을 해석해 볼까요?

저희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 4개월 뒤인 2016년 4월에 총선을 앞두고 택시 단체들이 파업을 예고했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난리가 났죠. 연합회 소속인 택시 기사님들이 30만 명 정도이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이 훨씬 넘어가니까요. 그러니 정부로부터 어떻게든 빨리 수습하라는 압박을 받고 규제를 풀 수 없었던 거겠죠.

콜버스 박병종 대표 인터뷰

Q. 인제 와서 돌아보면 왜 법리적으로 타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근본적인 실패 원인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규제 완화였던 거 같아요. 만약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너무 크게 침해하는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정치인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을 겁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승자가 되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게 자본주의의 논리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두가 만족하는 시스템이 나오는 기업 간의 경쟁에서 서비스의 수준이 아닌 정치적인 실력 행사로 승자를 가리더라고요. 저희는 그 싸움에서 밀려서 택시 회사들의 협조를 받지 못한 채로 1년 동안 자본금을 소진할 수밖에 없었고요. 결국, 다른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었죠.

Q. 그다음에는 어떻게 활로를 모색했나요?

전세버스 카풀 서비스를 하면서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지만, 어쨌든 전세버스로 시작했으니 다시 전세버스로 돌아가서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조사해보니 전세버스 시장도 문제가 매우 많더라고요.

전세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승객들과 전세버스 회사 간에 정보 격차가 심하다는 겁니다. 승객들은 일반적으로 전세버스의 가격이 얼마인지를 몰라요. 그러다 보니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세버스 역경매 서비스를 내놨고, 그걸 통해서 기사회생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여정이 가능했던 건 회사의 직원들이 공유하는 핵심 가치가 ‘길을 냅니다’이기 때문이에요. 직책도 전사적으로 먼저 가서 길을 낸다는 뜻의 패스파인더라는 워딩을 공유하죠. 모두가 길을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 길은 곧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 또 새로운 시도나 혁신을 하는 거라고 보고요. 교통을 혁신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헌신하고 있습니다.

콜버스 박병종 대표 인터뷰

Q.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관계자로서 우리 사회 전체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경제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게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현상을 관찰하며 좋은 사업 아이디어와 기회를 얻는데요. 자유가 많을수록 발전적인 시도는 여기저기서 더 많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이 시도 자체를 막아 버리는 규제 때문에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점진적으로 규제 완화를 한다고 다들 얘기는 합니다. 정작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들이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어요. 100미터 달리기를 하라고 해놓고 바닥에 철침판, 압정, 못을 깔아놓은 것만 같아요.

또 하나 비유를 들자면 경제는 자전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페달을 밟아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해요. 저는 혁신을 하려는 시도들이 페달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잘 굴러가야만 사람들이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누군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우리 사회가 그 도전을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결정권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절대다수인 국민들에게 더 큰 편익을 가져다줄지를 생각해봐 주셨으면 싶고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3월 공개된 <스타트업 콜버스가 전세버스 카풀 서비스를 규제 때문에 접기까지>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규제로 인해 카풀에서 가격 비교 예약 서비스로 피벗할 수밖에 없었던 콜버스의 대표 박병종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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