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가르칠 개는 없다’ 당신의 강아지가 말을 듣지 않는 이유


개를 가르치지 않고 설득하는 애견 심리 치료 스쿨, 밸런스독 이근형 대표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이 넘은 시점에 우리는 얼마나 강아지들을 챙기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외출해 있는 시간은 10~11시간 내외인데, 만약 1인 가구라면 우리의 아이들은 그 시간에 외로움을 무척 타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길게 버텨도 8시간이면 아이들은 주인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니까요.

애견 심리 치료 스쿨 밸런스독의 이근형 대표님은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고 있을지도 모를 이런 아이들을 비롯해 반려견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챙기는 건강한 반려견 문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설득하는 거라며 경기도 양평군에서 주인, 선생님이 아닌 코치로서 강아지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그를 EO가 만나고 왔습니다.

밸런스독 이근형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경기도 양평에서 밸런스독이라는 애견 심리 치료 스쿨을 운영하는 이근형이라고 합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에 생긴 오해를 풀어주는 코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Q. 처음에 강아지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 개를 키웠던 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조그만 믹스견을 키웠어요. 너무 귀여워서 잘 때도 안고 잤는데, 아이가 갑자기 병에 걸려서 움직이지도 못 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아파했었죠.

결국 그 아이를 허무하게 보내야 했는데, 그때 제 무지에 대해서 너무 화가 났습니다. 스스로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한동안은 키우지 못했어요. 그래도 강아지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다시 키울 수 있게 되면 반려견과 함께 재밌는 거 많이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며 TV나 SNS를 통해 계속 정보를 얻어오긴 했습니다.

밸런스독 이근형 대표 인터뷰

Q. 그럼 처음부터 반려견 관련 일을 하셨던 게 아닌 건가요?

네, 동물에 관한 일을 하는 게 예전부터 꿈이긴 했는데, 돈을 벌기 위한 직업으로는 미용사를 택했습니다. 군대에 다녀와서부터 계속 미용을 했어요. 20대 후반에 제 미용실도 차리고, 30대 초반까지도 꽤 괜찮게 운영했죠. 근데 돈은 많이 벌어도 낮에 많은 사람을 상대하며 온종일 말해야 하다 보니까 저 자신이 너무 피폐해지더라고요.

건강까지 많이 해치게 됐는데요. 동시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예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겨서 다시 개를 키웠는데요. 힘든 일과를 보내고 집에 와서 제가 쓰다듬어 주기만 해도 만족하는 고마운 아이 덕분에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밸런스독 이근형 대표와 강아지

Q. 오랫동안 해오고, 꽤 잘됐던 미용 일을 내려놓으려면 특별한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결정할 때 의외로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야 전부 ‘너 지금 정말 잘못하는 거야. 후회할 거야’ 같은 식으로 말하며 많이 만류했는데요. 저는 이미 ‘이제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내 강아지들이랑만 살아야지’, ‘사람과 떨어져서 자연으로 떠나자. 시골에 마당 딸린 전원주택에서 살 거야’라고 다짐을 끝내 놓은 상태였거든요.

한편으로는 미용 일을 10년 정도 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순간에 다 정리하고 서울 외곽으로 이사를 결심했죠.

처음부터 너무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사람들을 떠나 어디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낮잠 자고 싶을 때 낮잠 자면서 오직 개들과 일상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행복함 큰 만큼 불안함도 있긴 했어요. 통장 잔고의 숫자가 내려갈수록 그 불안감은 가중됐죠. 이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도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니까 나와 강아지들의 추억을 기록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에 많은 분이 관심을 주셨습니다.

밸런스독 이근형 대표와 강아지들

Q. 강아지를 좋아하고 사랑하긴 해도 말이나 글로 소통할 수 없는 반려견을 교육하려다 보니 처음에는 애로사항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서울 사는 사람들이 전원주택 앞마당에서 강아지 키우는 로망이 있잖아요. 저도 환경이 너무 좋아지다 보니까 세 마리까지 키우게 됐는데요. 두 마리까지는 제가 알고 있던 지식으로 훈련을 했고, 학습이 너무 잘 돼서 재밌었습니다. ‘나 정말 대단한 거 같아. 애견 교육에 소질 있는 거 같은데?’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아이가 굉장히 소심하고 행동도 좀 굼뜬 겁니다. 그 아이한테 ‘앉아’, ‘기다려’, ‘엎드려’라고 해도 아무것도 못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뭔가 잘못된 아이 아닐까?’라고만 생각하면서 계속 아이 자체의 문제로만 생각하고 교육을 진행했어요.

나중에는 제가 화를 내기까지 했는데요. 함께 놀이를 즐기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반려견을 키웠던 건데, 정반대가 되어 버리니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대로 교육을 다 멈추고, 올바른 반려견 교육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Q. 고민한 끝에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됐나요?

교육에서 옳고 그름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특별히 잘못될 것이 없어요.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면, 교육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옳은 거예요. ‘뼈다귀 물어와’, ‘공 가져와’ 이런 명령형 훈련만으로는 개들의 행복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고요.

사람도 보면요. 열 명 중 한두 명은 조금 소심할 수 있고, 또 한두 명은 운동 신경이 발달한 대신 머리 쓰는 건 약할 수도 있잖아요. 개들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각자가 가진 재능과 개성을 무시한 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교육을 했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간이 개를 가르치는 건 불가능해요. 개를 교육하는 건 오직 개들이에요.

무리에는 리더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희 쪽 시설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면 리더 개가 인사도 하고, 규칙을 어길 때 혼내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저에게 한 번씩 확인을 받고요. 그럼 저는 쿨하게 리더 개를 툭툭 쳐주고 말아요. 그 모습을 본 혼난 개는 깜짝 놀라면서 저를 대하는 태도를 바로 바꿉니다.

그런 순간순간이 쌓이면서 제가 이전까지 개를 가르치고 있다고 착각했고, 사실은 아이들 하나하나가 제 선생님임을 깨닫게 된 거 같습니다.

밸런스독 이근형 대표와 강아지

Q. 한국에서도 반려동물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으니 반려견 교육의 필요성을 어필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선진국에서는 개를 키우기 전에 퍼피트레이닝이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먼저 합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빠르게 흡수하면서도 애견 교육 쪽에서는 상당히 늦은 편이고요.

퍼피트레이닝은 별다른 게 아니에요. 사람이 처음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사귀는 법도 배우고, 떠들면 안 된다는 규칙도 배우듯 개들도 똑같이 하는 겁니다. 개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사람을 물거나 크게 짖으면 안 되는 등 생활 속 기초적인 요소를 알게 하는 거고요.

저희 밸런스독은 사람과 함께 안정된 심리를 가지면서 실생활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데요. 강아지 때 요구할 수 있는 교육 레벨이 아님에도 가정에서 복종 교육을 시도하던 주변 분들이 그 모습을 보시고 본인들이 키우는 강아지들도 가르쳐달라며 저희에게 찾아오셨어요. 그런 분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규모가 지금처럼 커지게 됐고요.

Q. 마지막으로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반려동물관리사로서의 삶에 대한 소회, 그리고 앞으로 일을 통해 이뤄나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젊은 남성분이 찾아오신 적이 한 번 있는데요. 한 점심 때쯤 되니까 “정말 이게 다인가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는 “선생님 정말 날로 돈 벌고 계시는데요?”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놀고 싶은 거 다 노는데, 사람들이 저한테 돈까지 줘요.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정도로 업무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나 불행한 요소는 하나도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개들이랑 운동하러 가서 좀 놀다가 낮잠 시간 갖고, 맛있는 거 먹고, 노래 듣고 책 읽으며 취미 생활을 즐기는 불행할 일이 전혀 없죠. 여기서는 항상 평온한 일상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금전적으로 따지면 통장에 100만 원도 없는 거 같긴 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 온 과정을 보면 누구보다 호의호식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힘든 점이 하나 있긴 해요. 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도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건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형성하고 싶기 때문이고요.

아까 예로 들었던 학교로 다시 한 번 얘기해 볼게요. 세상에 아예 학교를 안 나온 사람들만 살게 됐다고 생각해 볼까요? 아마 법이나 규칙을 지키는 데 애로사항이 많겠죠.

반대로 사람처럼 개들도 다 학교를 나오면 어떨까요? 길을 가다가 짖는 개도 없을 거고, 그 아이가 행인을 물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겁니다. 모든 개가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줄 거고요. 그러면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겠죠. 저는 그런 평화로운 반려견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 본 아티클은 2020년 4월 공개된 <잘나가던 미용실 원장님, 강아지에 인생을 걸다>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개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오해를 풀고 설득을 하며 애견 심리 치료 스쿨 밸런스독을 운영하는 이근형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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