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정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은 한국인 이야기


유학 경험을 녹여 온라인 영어 첨삭 플랫폼을 만든, 에디켓 김민규 대표

성과의 구체성, 경험의 재발견, 인생의 사업화. 이 삼박자가 맞으면 아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바탕을 둔 채용 서류 심사에서는 떨어질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충분히 가치 있는 성과와 경험, 그리고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음에도 언어적으로 잘 표현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광탈’을 당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마 무척 억울하겠죠.

김민규 님은 자신의 유학생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그와 비슷한 아쉬운 일이 많이 안 벌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온라인 영어 첨삭 플랫폼 에디켓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투자 없이 3년을 버티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양국의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등 자신의 비전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에디켓 김민규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에디켓에 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 첨삭이 필요한 고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디터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영어 첨삭 플랫폼 에디켓의 CEO 김민규입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와 서울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고, 투자도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한국 투자자에게 함께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3년 정도 활발히 운영해 왔고요. 에디터는 200명 정도 있고, 총 250만 개의 영어 문장 첨삭을 진행했습니다.

에디켓의 비전은 열정이나 꿈을 가진 분들이 언어 때문에 자신의 성취를 포기하지 않도록 막는 겁니다. 실제로는 정말 좋은 코어 역량을 갖고 있는데, 포장이나 전달을 못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끈기와 시간, 그리고 물적 자원, 인적 자원, 마케팅 능력, 제품 개발 능력 중 하나가 그 셋이에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려면 그 각각이 세 배 정도 필요하고요. 저는 그중에 끈기 하나만 갖고 버티면서 열심히 에디켓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에디켓 김민규 대표가 학우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에디켓 김민규 대표와 공동창업자 이정우 CTO

Q. 어떻게 에디켓을 창업하게 됐나요?

고등학교 2학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면 영어가 모국어가 될 수 없는데요. 정치외교학이 전공이라 과제나 시험이 거의 다 글쓰기였어요. 영어 잘하는 원어민 친구들이랑 같이 경쟁하니까 종종 제가 불리한 거예요. 글 자체도 중요하기 때문에 제 리서치 콘텐츠나 주제가 좋아도 특출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죠.

온라인 영어 첨삭 서비스를 찾아봤어요. 한 장 고치는 데 최소 이틀은 걸리는 거예요. 전 내일 당장 필요한데요. 가격도 한 장당 한국 돈으로 30,000원 정도였는데, 서비스 대비 너무 비싼 가격이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누가 에디팅을 해주는지 전혀 모른다는 겁니다. 박사 하시는 분이 한 건지, 서비스 담당자가 직접 한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에디터와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면서 콘텐츠를 발전시킬 방법이 없을까 싶었고, 직접 빠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에디터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에디켓 서비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아, 군대에서 만난 공동창업자가 있는데요.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 이 친구도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다 보니 똑같은 불편을 느껴서 같이 창업을 하게 됐어요. 저는 사업 기획 파트를 맡고, 공동창업자는 개발 파트를 맡아서 시작했죠. 전역하자마자 둘 다 학교 때려치우고 부모님 속썩여 가면서 아직까지 같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디켓 김민규 대표 인터뷰

Q. 왜 해외에도 사업의 거점을 두게 되었나요?

초기 전략은 한국에서 잘돼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것이었는데요. 그 모델이 생각보다 실재와 잘 안 맞았습니다. 서비스 대상이 저 같은 유학생이기 때문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영어를 쓸 일이 별로 없어요.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쓰죠.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더라고요. 실제로 국내 매출은 대부분 공대에서 나왔어요. 카이스트, 서울대, 포항공대분들은 논문을 다 영어로 쓰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그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매출이나 볼륨을 키웠고요. 여기서 볼륨업 해서 미국에 가기에는 쉽지 않아 빠르게 해외 진출을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피칭을 하고 있는 에디켓 김민규 대표

Q. 투자받는 과정은 어땠나요?

저희가 창업을 2014년 5월에 했는데요. 그로부터 4개월 전인 2014년 1월에 첫 투자를 해주신 분을 처음 만났습니다. 근데 투자를 받은 건 2016년 12월이었어요. 투자자들을 계속 설득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투자를 받게 된 건데, 3년 정도는 그냥 어떻게든 버텨냈어요.

투자가 미뤄졌던 게, 미국 투자자분들은 한국에 본사를 둔 초기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잘 하지 않아요. 배달의민족같이 큰 회사의 시리즈 C, D 라운드 투자 때는 들어올 수도 있지만, 사람을 보고 하는 초기 투자 때는 불확실성이 너무 강하니까요. 가령, 법률적인 이슈를 컨트롤할 수 없는 위험 부담 같은 거죠.

암묵적으로 비행기를 타든, 차를 타든 간에 2시간 안에 갈 수 없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Two-Hour Rule’, 로컬을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에 따라 어려움을 있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피칭을 하고 있는 에디켓 김민규 대표

한국의 VC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펀딩받는 경우가 많고, 그런 펀드는 보통 한국에 본사를 둔 회사에 투자하라고 권장합니다. 목적이 한국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에 투자하기는 어렵고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미국에 가기 위해 미국에 본사를 두면 한국 투자자에게 투자받기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한국에 본사를 두면 또 미국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끊어질 것 같은 거예요.

결국, 2년 정도 독립 법인으로 회사를 유지하다가 한국 투자자가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컨펌을 받고 구조를 정리했습니다. 그 후에 미국 법인이 되고, 미국 투자자와 한국 투자자에게 같이 투자를 받으며 사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두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하려다 보니 확실히 사업체로서 어렵고 피곤한 부분이 있었죠.

사람들과 업무 관련 논의를 하고 있는 에디켓 김민규 대표

대학 입시 데이터 제공 스타트업 ‘Admitsee’와 에디켓의 협업 관련 페이지

Q. 미국, 그중에서도 왜 실리콘밸리여야만 했나요?

많이들 그 질문을 하세요. 여러 도시가 있는데 왜 꼭 실리콘밸리여야 하냐고. 일단 M&A나 협업에서 유리한 면이 있고요.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부분도 되게 많습니다.

2018년에 저희가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의 대학 입시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스타트업과 같이 협업을 했었는데요. 실리콘밸리 로컬에서는 이런 스타트업을 주변에 그 사람 아냐고 물어가며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해당 기업을 검색해서 콜드 메일을 보냈으면 아마 무시당했을 거예요.

M&A도 로컬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리콘밸리 안에서 ‘나 이런 거 하고 싶은데 누가 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 분야의 1위 업체가 다른 나라에 있고 2위 업체가 실리콘밸리에 있다면 2위 업체가 인수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요. 창업 이후 엑싯까지 고려해도 실리콘밸리가 더 메리트 있는 거죠.

물론, 네트워킹은 순전히 창업자의 역량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영어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당연히 필수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은 분들,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한 명 한 명 따로 만나고, 그분의 인맥을 통해서 또 다른 분을 소개받는 형식으로 네트워킹을 늘렸거든요.

에디켓 서비스 소개 페이지

Q. 맨땅에 헤딩하며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은 창업가로서 실리콘밸리에 오려는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실리콘밸리, 베이 에어리어는 전체적으로 정말 비쌉니다. 연봉이 10만 달러(한화 약 1억 1,000만 원)여도 실질적으로 느끼는 소득은 우리나라 돈으로 3,000~4,000만 원 정도예요. 그 소득 수준에 인건비를 맞추면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구하기 어려워요. 대학을 갓 나온 개발자도 거의 1억 원 가까이 줘야 해요.

만약 꼭 실리콘밸리에서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면 한국에 있는 분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하시기를 추천드려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그 방법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인건비뿐만이 아닙니다. 집값, 밥값, 사무실 임대료 다 비싸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 스티브 잡스가 말했죠. “Stay Hungry”

Stay Hungry 하면 돼요. 저희는 예전에 방 하나에 남자 4명이 에어 베드 세 개 깔아놓고 잔 적도 있었습니다. 사무실이 비싸면 큰 집을 잡고 함께 일하면서 살 수도 있고요. 처음부터 다 애플, 구글이 되는 게 아니니 시작은 차고에서 하는 거예요.

에어비앤비 창업자 중 한 명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말했듯 실리콘밸리에서 살면서 사업을 하려면 바퀴벌레가 될 마음으로 와야 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저처럼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잘됐을 때 정말 크게 잘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마이너리그에서 열심히 꿈을 좇고 있는 거죠.

실패하면 어때요. 또 오면 되죠. 시도해 봤다고 안 되면 다른 아이템을 들고 오면 되는 거예요. 아니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만나 취직해서 새로운 도전을 차곡차곡 준비해도 되고요. 어렵기야 하죠. 그렇지만 해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꿈을 갖고 실리콘밸리로 오시려는 것 아닐까요?

에디켓 김민규 대표 인터뷰

Q.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 중이신 에디켓의 사업적인 미래가 궁금합니다.

향후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요. 첫 번째는 저희가 지금까지 쌓아 온 영어 첨삭 데이터를 머신 러닝으로 분석해서 자동으로 교정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카이스트 NLP 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와 비슷한 모델로 실리콘밸리에서 너무 잘하고 있는 그래머리라는 업체가 있는데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000억 원) 가치의 유니콘 기업인데, 스펠링이나 간단한 문법 체크를 통해 원어민이 쓴 글을 아주 잘 고쳐요.

그럼에도 저희 모델이 매력적인 건 소프트웨어가 데이터 기반으로 비원어민이 쓴 문장 안에서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어색한 표현을 바꿔주기 때문입니다. 다룰 수 있는 폭이 조금 더 넓은 편이라고 할 수 있죠.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모델은 연애편지나 경위서부터 계약서, 마케팅 자료와 같은 글까지 저희 플랫폼에서 도움을 받아 고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사람들이 모든 글을 더 좋게 써달라고 부탁하는 단계까지 가는 거고요.

* 본 아티클은 2019년 3월 공개된 <영어 첨삭 플랫폼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 | 에디캣 대표 김민규 [리얼밸리 시즌2 EP 18]>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유학생으로서의 경험을 녹여 온라인 영어 첨삭 플랫폼을 만든 에디켓의 대표 김민규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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