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기업가가 생각하는 4차 산업 혁명


선두에 서서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하고 준비하고 있는, 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

혁명은 아무때나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극한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180도 뜯어고친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치적 차원에서의 혁명이 아닌 산업적 차원에서의 혁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증기 기관이 발명된 1차 산업 혁명부터 기계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며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겠죠.

그래서일까요? 최근 대두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을 두고 인간의 생존에 대한 위기론을 다시 꺼내 드는 사람들이 꽤 생기고 있는데요.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블루홀 스튜디오의 창업자이자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전 위원장 장병규 님은 이에 대한 답을 현시점에서 가장 적합하게 내놓으려 애쓴 바 있습니다.

우리가 4차 산업 혁명에 적응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 그 이야기를 장병규 위원장님에게 EO가 직접 듣고 왔습니다.

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병규입니다. 네오위즈, 첫눈, 블루홀스튜디오, 본엔젤스를 창업했고, 현재 크래프톤 이사회의 의장이기도 합니다.

Q. 대한민국 역사로 보았을 때, 4차 산업 혁명은 지난 시대와 어떻게 구분이 될까요?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던 때의 성장 방식은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전통적인 생산 요소에 많은 부분을 기대는 방식이었습니다. 중후장대*형 제조업 중심이었죠.

* 철강업, 중공업처럼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제조업의 성질을 일컫는 말

토지, 노동, 자본이 중요한 시대에는 하향식으로 위에서 계획해서 산업 단지를 만들고, 산업 단지 주변에 교육 기관과 주거 단지를 만들고, 또 그에 맞춰 공장을 만드는데요. 여기에 정부와 국가가 기업들도 함께하자며 계획을 함께 실행해서 성장을 도모했습니다.

토지, 노동, 자본은 대규모 제조업에서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 위원회가 이번에 준비한 대정부 권고안에 보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그것들만큼이나 인재, 데이터, 스마트 자본이 중요하다는 표현이 쓰여 있습니다.

이 중에서 논란이 조금 있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해서 쓴 용어가 바로 인재입니다. 이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하는 전통적 노동자와 구분하는 차원에서 사용한 표현인데요.

인재들은 전통적 노동자들과 달리 생산 수단을 본인들이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A라는 공장에서 B라는 공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컨베이어 벨트를 들고 옮기지는 않잖아요. 공장이 다르면 컨베이어 벨트도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네이버에서 일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구글에 가도 동일한 개발 환경 속에서 동일한 PC로 일합니다. 그림 그리는 분들만 보더라도 이전에 쓰던 타블렛을 똑같이 활용해서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하죠.

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 인터뷰

Q. 말씀하신 그 생산 수단을 얼마나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재에 대한 평가가 판이한 것도 최근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절대적인 노동 시간보다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을 평가합니다. 실리콘밸리가 직원이 출퇴근 시간을 잘 지켜가며 근무하느냐보다 성과를 내고 있느냐 아니냐를 우선시하듯이 말이죠. 성과를 내고 있으면 매우 많은 보상을 주고, 성과를 못 내고 있으면 심한 경우에는 협의를 거쳐서 해고도 하는 식이에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든, 인공지능 엔지니어든 인재는 동일한 시간을 일한다고 동일한 성과를 내지 않습니다. 조금만 일하고도 성과를 잘 내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텐데요. 그런 분들을 평가할 때는 시간이 아니라 성과에 따르는 게 맞죠. 빠르게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그렇게 해서 성장시키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우버 이츠의 긱 이코노미 노동자

Q. 노동 시간과 성과가 꼭 비례하지 않는 만큼 노동의 형태도 다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신다고요.

공장에서 일하는 전통적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일하면 실수와 시행착오를 상대적으로 거의 하지 않습니다. 여러 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니까요.

반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공지능 엔지니어 혹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매시간 업무 내용이 다르고,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는 영역인 거죠. 그 점에서 이번 대정부 권고안에 이와 관련해서 노동 다양화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최근에는 전통적 노동자와 인재라는 구분까지 넘어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워딩 아래 플랫폼과 연계된 노동자들도 생겨나고 있잖아요. 이렇게 소속 여부와 관계없는 전혀 다른 형태의 노동까지 나오니 노동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 노동 다양화의 의의입니다.

*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

물론, 노동자의 기본권과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 52시간 근무제 기본적인 취지에는 100% 공감합니다. 다만, 국가가 업종과 산업별로, 또 기업과 개별 노동자 단위로 노동 시간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2019년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준비한 대정부 권고안의 일부 내용

Q. 노동 다양화를 비롯한 많은 의의가 있겠지만, 이번에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준비한 대정부 권고안은 총체적인 관점에서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나요?

폭넓게는 4차 산업 혁명, 좁게는 인공지능, 중장기적으로는 ‘과학 기술의 유례 없이 빠른 발전 속도’라고 불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아주 큰 변화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인류에게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변화입니다.

2019년,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가장 중요했던 업무 중 하나인 대정부 권고안은 그 변화를 여하히 잘 받아들여서 국민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관점을 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 인터뷰

Q. 말씀하신 일자리 측면에서 대정부 권고안이 특히나 포커스를 맞춘 이슈는 무엇인가요?

절대적인 일자리의 숫자도 부족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대정부 권고안에서는 이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라고 표현했는데요.

한국의 해외 이주 노동자가 100만 명이 넘습니다. 젊은 취업준비생, 실업자, 구직자의 숫자를 따져서 합치면 그것도 한 100만 명쯤 되고요. 숫자가 우연히 비슷해요. 누군가는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낮춰서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가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는 연봉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어야 하고, 일하는 사람이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일자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일자리는 결국 기업에서 만들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산업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면 양질의 일자리는 만들기 힘드니까요.

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

Q. 교육 측면에서도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고등 교육과 대학 교육 시스템은 대기업, 관료제에 어울리는 인재를 만드는 데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대기업과 관료제에 맞는 인재라 함은 잘 외우고, 시스템에 순응적이고, 관리하기에 효율적인 사람을 이야기하는데요. 즉, 비슷한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는 셈인데, 유지, 개선, 보수를 잘하는 공기관에는 그 방식이 알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혁신을 이끌어 가는 데 더 적합한 민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고등 교육과 대학 교육은 변화와 발전을 좀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산업에서는 다양한 인재를 필요로 하거든요.

그래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 전반이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나올 수 있는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대학은 연구 중심으로 연구자와 박사를 길러내야 하고요. 그림을 잘 그리는 분들은 그에 알맞게 특화된 교육을 받아야 해요. 노동 다양화와 마찬가지로 대학 다양화도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저희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이런 대학 다양화를 위해 정부와 국가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이 직접 주도해서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 속하고요.

2019년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준비한 대정부 권고안의 주요 권고 사항

Q. 그 외에 대정부 권고안 내용 중 짚고 넘어갈 만한 내용으로는 또 무엇이 있나요?

저희는 4차 산업 혁명이 단순히 과학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제, 사회 제도까지 연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과학기술 측면에서 보았을 때 지능화 혁신 기반을 토대로 한 인공지능 데이터, 블록체인,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생태계 이 네 가지 요소가 중점적이라고 보았는데요.

이러한 과학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앞으로 산업별 맞춤 전략을 가져가야 할 텐데요. 규모가 크고, 지능화 혁신 기반이 잘 적용될 수 있고, 한국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바이오 헬스, 제조, 금융, 스마트 시티, 모빌리티-물류를 선정했습니다. 농수산 분야 같은 경우에는 미래 비전 차원에서 넣었는데요.

해당 분야들을 살펴보면 사회, 노동,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2019년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준비한 대정부 권고안

Q. 마지막으로 대정부 권고안을 만든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저는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매우 많은 갈등이 우리가 이 시대의 변화를 적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갈등을 줄이고, 시대 변화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180여 쪽에 걸친 대정부 권고안을 썼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중에 핵심 내용이 담겨 있는 10여 쪽 정도의 권고문이라는 것도 만들었으니 국민분들이 가급적 많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 11월 공개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장병규 님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1·2기 위원장을 맡았으며, 3기부터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가 위원장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앞장서서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하고, 준비하고 있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장 장병규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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