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가치 로봇회사 창업자가 말하는 한국교육에 필요한 것


교육용 로봇 모듈을 만들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로봇 덕후,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로봇, 로봇, 로봇.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마이크로 OS를 개발하고, 교육용 로봇 모듈 ‘모디(MODI)’를 개발한 럭스로보의 대표 오상훈 님의 삶은 로봇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로봇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입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도 있을 정도였다는데요.

그러나 그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된 시즌에 로봇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해 로봇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오직 로봇에 몰두해 온 만큼 그는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 더 많이 나오기 위해 한국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 한 번 나가지 않고 오직 한국 교육 시스템 안에서 커간 끝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 가치 1,000억 원의 에듀 테크 스타트업 럭스로보를 만든 오상훈 대표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럭스로보라는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오상훈입니다. 저희 럭스로보는 레고같이 귀여운 블록을 코딩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모디라는 작은 모듈형 로봇이 저희 제품입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기관에서 모디로 코딩을 하며 창의력 교육을 할 수 있는데요. 카이스트나 MIT에서도 모디를 사간 바 있습니다.

제가 모디라는 교육용 로봇 모듈을 만든 이유는 저처럼 어렸을 때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로봇을 접하고, 그 아이들이 나중에 저와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예요. 나아가 돈 많이 벌어서 우주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Q. 유년 시절에 공부보다 로봇을 더 좋아했다고요.

저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관심 없는 과목은 듣지 않고 선생님 몰래 잘 정도였죠.

로봇은 재밌는데, 공부는 너무 하기 싫었어요. 그래도 엄마한테 “나 로봇으로 대학 안 가고 공부 다시 한 번 해볼게”라고 말씀드리고 공부를 열심히 해봤는데, 바닥을 찍고 올라오려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대학에 가는 시기에 입학사정관제가 확대가 된 겁니다. 덕분에 광운대학교에 들어갔고, 로봇학부 1기 졸업생이 되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입학사정관제 같은 제도를 통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큰 축복이었죠.

Q.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대학교에 입학하는 조건 중 하나가 1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1월 2일에 처음 연구실에 갔는데요. 연구실이 정말 빡센 곳임을 느꼈습니다. 아침 8시에 가면 6시까지 수업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과제를 내주고, 그 과제를 다 해야 집에 보내주는 식이었으니까요.

첫날에는 납땜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납땜한 것을 얼굴에 긁어서 테스트할 거니까 다치기 싫으면 제대로 납땜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해보는데, 동글동글하게 잘 안 만들어져서 밤 11시까지 납땜만 하다가 집에 갔었죠. 물론, 정말 얼굴에 긁진 않았습니다.

다음날에는 C언어를 배웠어요. 그날도 새벽 3시에 집으로 돌아갔어요. 시험 문제는 ‘계산기 만들기’였고요. 말 그대로 죽음 같은 수업을 들었던 건데, 개강할 때 선배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 운영체제와 같은 시스템 기술을 만드는 데 적합한 프로그래밍 언어

“상훈아, 공부는 공부고, 연구실은 연구실이야. 알아서 학점 잘 받고 연구도 잘해야 해. 못하면 넌 죽어. 집에 못 가”

그때부터 주야장천 공부와 연구를 병행하면서 4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4년의 반환점을 도는 2학년 말쯤이 되어서 깨달았어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학이나 과학이 로봇에 그대로 적용되니까 공부를 하는 이유를 말이죠. 공부가 재밌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어요.

덩달아 연구도 너무 재밌어지기 시작했는데요. 4학년이 되니까 뭐든지 만들 수 있고,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나 MIT에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인터뷰

Q. 원래는 창업을 하실 생각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처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대학교 4학년 1학기가 끝난 여름 방학 시즌에 만들고 싶은 로봇이 있었는데, 그때 창업을 하면 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아이템은 저를 비롯한 공대생을 위한 책상이었습니다. 근데 다 버렸어요. 새로 만든 책상보다 원래 제 책상이 더 예쁘더라고요. 그다음에 사람의 감정 상태를 색깔로 표현하는 스마트 유리, 전력선 통신을 기반에 둔 스마트 홈도 만들었는데, 다 잘 안됐어요.

모디는 일곱 번째 제품이고, 저는 이전까지 여섯 번을 시도하고 망해봤는데요. 그러니 사람들이 떠나려고 했습니다. 자꾸 잘 안 되어서 힘든 데다 월급도 10만 원밖에 못 줬으니까요.

그만큼 모디를 만들 때는 의지가 더 결연했습니다. CTO에게 “형, 우리 지금까지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보자”라고 하면서 개발을 시작했거든요. 로봇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육용 로봇 모듈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는데, CTO가 그전에 저희 회사에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럭스로보에서 개발한 코딩 교육용 로봇 모듈 ‘모디’

Q.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회사에서 시계를 뗐습니다. 시계가 있던 자리에 사업자 등록증을 걸고, 암막 커튼을 쳤고요. CTO가 우리가 지금이 몇 시인지 몰라야 할 정도로 항상 일만 해야 하고, 배고플 때 밥 먹고, 죽을 것 같을 때 퇴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심지어 CTO가 갑자기 1억 원을 대출받아오더니 저에게 대출 이자를 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왜 대출을 받았냐고 물어보니 “사무실 옆에 좋은 방 있더라. 우리 거기 살 거야. 일해야지”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7명이 다 같이 일하게 됐죠.

그런데 어느 날 회사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이러는 겁니다. “상훈아, 나 지금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 근데 너는 대표니까 너는 더 힘들었으면 좋겠어” 할 말이 없었고, “이제부터 내가 받을 돈 다 너네가 힘들 때 밥이랑 술 사줄 때 쓸게”라고 말하며 모디를 계속 개발했어요.

그렇게 피 말려가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체 OS(운영체제)를 훌륭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OS 안에서 가상 파라미터 동기화 방법, 멀티 컴파일러, 군집제어, 3단 압축방제 통신방식 등 다양한 기술을 만들게 됐고요.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Q. 세계 최초 모듈 OS를 개발했지만, 투자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고요.

양산을 하려면 15억이 필요했는데, 투자 유치가 잘 안 됐습니다. 아빠한테 여쭤봤더니 집에서 지원해줄 순 없다고 하셨어요. 투자를 받으려고 또 열심히 돌아다니기 시작했죠.

그때 투자처를 다니면서 “저 믿고 한 번만 투자해 주세요”라고 하면 저에게 대표님 올해 몇 살이시냐고 하더라고요. 스물다섯 살이라고 대답하면 또 이런 말들이 난무했어요.

“서른 살도 안 되셨네. 열정 있으신 건 알겠는데, 사회생활은 좀 해보셨나요?”

“대학은 어디 다니셨어요?”

” 제가 뭘 믿고 대표님에게 이렇게 큰돈을 투자해요?”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때 신용보증기금에서 퍼스트펭귄 보증*이라는 제도가 나왔습니다. 그쪽 팀장님에게 “제발 살려주세요. 저 잠깐만 만나주세요”라고 했고, 딱 5분 주신다고 하셔서 최선을 다해서 IR을 했어요.

* 창업 후 3년 이내이며,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 창업 기업 중 사업 경쟁력이 탁월하여 향후 강소 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신사업 선도형 기업을 밀착 지원·육성하는 보증 지원 제도

그러고 나서 2주 후에 그 팀장님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아이템이 괜찮은 것 같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보고서를 써서 실장님에게 올렸는데 혼났어요. 일단 최대한 노력해 볼 테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죠”

그래서 저희는 이틀 만에 100장짜리 사업계획서를 완성해서 드렸고, 겨우겨우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Q. 대출을 받은 이후에는 투자 유치가 비교적 수월했나요?

네, 제품을 양산할 수 있고, 팔 수 있게 되면서 어느 정도 사업 형태가 완성되어 가니까 투자하고 싶다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투자를 받으면서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까 어느 순간 50개가 넘는 국가에 수출도 하게 됐고요. 지금은 많은 나라의 왕실이나 장관님들이 회사에 방문하시기도 해요.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인터뷰

Q. 상훈 님이 지금처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된 데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분이 제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 한국에서 나왔다고 하면 놀랍니다. 심지어 대회에 나갔을 때를 제외하면 해외에 나간 적도 없어요. 그런 제게 도움이 된 건 좋은 선생님, 알맞은 교육 과정 입시 전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항상 최대한 편의를 봐주시면서 제가 로봇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제가 로봇 대회를 준비한다고 하니까 아예 과학실을 빌려주시기도 했고요. 여기에 처음에 말씀드렸던 입학사정관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제가 한국 안에만 있으면서도 잘 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상훈 님 같은 케이스가 더 많이 나오려면 우리나라의 교육 인식과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학교 다니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요. 우리는 꿈을 가지기 위해 학교에 다닙니다. 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직업을 갖기 위해 학교에 다니고요.

그렇다면 교육 과정이 우리 삶에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제가 로봇이 잘 움직이는 데 학교에서 배운 수학과 과학을 응용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다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좀 더 와닿게 되거든요. 제가 모디라는 툴을 만든 것도 그런 교육과 실생활의 연결이 더 쉽게 일어나게 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죠.

* 본 아티클은 2019년 5월 공개된 <상장 준비 중인 29세 CEO 오상훈이 생각하는 교육의 미래 | 럭스로보 대표 오상훈>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교육용 로봇 모듈을 만들며 1,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럭스로보의 대표 오상훈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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