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빚 실패에서 만든 글로벌 2500만 다운로드 어플


10대들의 지갑을 여는 글로벌 오디오 방송 서비스,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서로 결은 다르지만, 넷플릭스, 유튜브, 트위치 등이 강세를 보이며 영상 콘텐츠가 크게 사랑받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른 형태의 콘텐츠 또한 설 자리가 있다는 듯 선전하고 있는 오디오 방송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하게 사용자를 확보하고, Z세대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는 스푼라디오인데요.

최혁재 대표님은 지금의 스푼라디오를 만들기까지 수억 원의 빚을 떠안은 채로 실패할 거라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이겨내야만 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누적 다운로드 수 2,500만을 기록하고, 월평균 300만 명이 이용하며, 매일 약 10만 개의 오디오 콘텐츠가 생산되는 서비스를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와 함께 스푼라디오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개인 오디오 방송 서비스 스푼라디오를 만들고 있는 최혁재라고 합니다.

스푼라디오를 쉽게 설명하면 유튜브의 오디오 버전이에요. 누구나 채널을 개설해 오디오 방송을 진행할 수 있고, 방송을 듣는 청취자가 오디오 크리에이터에게 ‘스푼’으로 후원하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배터리 제공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땅 팀

Q. 스푼라디오가 첫 번째 아이템은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차음 사업을 고민한 건 2012년이었어요. 제가 LG전자에서 10년 정도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안드로이드 핸드폰 배터리가 전부 분리형이었거든요.

개발자는 보통 사람보다 배터리를 더 많이 써요. 사무실에 배터리 여러 개를 충전해놓고 매일 바꿔가며 일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나 충전된 배터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처음에는 다들 어떻게 배터리를 같이 쓰냐고, 미쳤다고 했어요. 동생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홍대 길거리에서 영하 20도의 날씨에 12시간씩 서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주말에는 16시간씩 서 있었죠. 그 모습을 본엔젤스의 강석흔 대표님이 보시고 ‘이런 팀이라면 뭐라도 하지 않겠냐’면서 투자를 결정해주셨어요.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배터리 교환 서비스 ‘만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을 하면 보통 창업 멤버들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하잖아요. 인원은 적은데 해야 할 일은 많으니까. 저희도 개발이나 영업 외에 재무와 세무, 회계, 마케팅까지 전부 직접 했어요. 찾아와서 충전 맡기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클럽이나 술집에 “갤럭시 S4 배터리 배달 왔습니다” 하면서 직접 배달까지 다녔죠.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미션이나 비전, 핵심 가치 이런 건 꿈도 못 꿨죠. 일단 살아남아야 하니까. 생존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미션이나 비전 같은 건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500 스타트업에 배치된 최혁재 대표

Q. 배터리 교환 서비스 만땅으로 미국 시장에도 도전하셨다고요.

사업 2~3년 차까지 그렇게 생존에만 집중하다, 우연히 스타트업 피칭 대회에서 좋은 기회를 얻었어요. 그 대회 심사위원분들이 미국에 있는 액셀러레이터의 파트너였는데, 못하는 영어로 손짓, 발짓 섞어가며 저희 서비스를 설명했더니 같이 미국에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토종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500 스타트업 배치(Batch)에 참가한 계기였죠.

2015년 1월 4일, 저를 포함한 직원 10명 중 5명이 무작정 미국에 갔습니다.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아서 각자 사비를 털어서 갔고 도착해서도 따로 생활비를 걷어 다 같이 밥을 해 먹으며 지냈어요.

프로그램이 시작되니까 그쪽 파트너분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유니콘을 만들어 몇 년 뒤에는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될 수 있으니, 빨리 친해져라”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같은 시기에 배치받은 팀 중에 수백, 수천억 원까지 투자받는 사례가 나오더라고요.

‘우리 회사도 만나기 어려울 만큼 큰 회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개발한 영문 버전 만땅은 성공하지 못했어요. 일단 언어의 장벽이 컸고 아이폰의 높은 시장 점유율도 주요한 요인이었어요. 인건비도 비싸서 한국에서 필요한 사업 비용의 4~5배가 들더라고요. 열정과 패기로 론칭했다가 실패한 거죠.

Q. 미국에서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오셨군요.

그렇죠. 저희 사업이 오프라인 비즈니스도 섞여 있으니까, 투자를 받는다면 한국에서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막 돌아서는 투자 유치도 잘 진행됐고 대기업 편의점 프랜차이즈와 계약도 성사됐어요. 서울 내 1,000개 매장에 저희 서비스가 입점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니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라는 마음이었죠.

그랬는데, 삼성 스마트폰의 주요 모델이 배터리 일체형으로 출시된 겁니다. 회사가 직격탄을 맞았어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대기업을 상대로 프로모션하느라 오프라인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놓은 상태였고, 수억 원어치 배터리도 미리 구매한 상황이었거든요.

시장의 한계, 기술 발전에 대한 예측을 잘못했던 거예요. 대기업과 했던 계약은 실행이 불투명해졌고 투자 유치도 다 취소됐는데, 매출까지 줄기 시작하니까 회사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그렇게 빠를 수가 없더라고요.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인터뷰

Q. 서비스를 종료하고 회사가 폐업 위기까지 갔다고 들었어요.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때만 해도 기업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대표 개인의 빚으로 넘어왔어요. 제가 수억 원의 빚까지 떠안은 상황이라, 카드 돌려막기부터 마이너스 통장까지 안 해본 게 없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사람들의 손가락질이었어요.

‘거봐. 안 될 줄 알았어. 잘 다니던 대기업 때려치우고 나가서 기껏 한다는 게 길거리 노점에 오토바이 배달이었냐. 미국 갔던 건 운이었네’라는 시선이요. 실패를 용인해주지 않는 한국 문화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저희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모든 멤버가 잠을 줄여가며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고생했는데, 결국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거예요. 참 미안하고 괴로웠어요. 하지 말아야 할 생각까지 들고, 몇 달을 술만 마시며 폐인처럼 생활했어요. 지옥 끝까지 떨어진 상황인데, 사람들은 “거봐. 안 될 줄 알았어”라며 손가락질을 하더라고요.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Q.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계기가 있었나요?

재기의 첫 단계는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었어요. 처음엔 당당하게 실패했다고 얘기하지 못했어요. 당시 어머니께서 지병을 앓고 계셨는데, 차마 망했다고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물어보시면 씩씩하게 잘 먹고 다닌다고 얘기했죠. 그땐 어머니께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오기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사업이 잘되는 모습을 보시고 돌아가셨지만 처음부터 당당하게 실패했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래. 우리 실패했다. 실패했으면 뭐 어때! 다시 일어서면 되지”라고 진작 말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스타트업이 모인 어느 자리에서 실패를 당당하게 인정하며 실패했다고 말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팀원들에게 다시 해보자고 이야기했죠. 미국에서 배워온 것들을 제품에 쏟아보지도 못한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한 번만 더 해보자. 그래도 안 되면 실력과 그릇의 한계를 인정하고 각자 살길 찾아서 뿔뿔이 흩어지자”라고 했어요. 회사가 정상적으로 월급을 지급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팀원들이 적게는 20%, 많게는 80%까지 월급을 줄여서 런웨이, 회사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만들어줬습니다.

배달하던 오토바이와 남은 배터리 재고도 전부 팔고, 사무실 역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공간으로 옮기면서 임대료도 운영비로 돌렸어요. 그때부터 아침에 출근하면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러 다녔습니다.

글로벌 오디오 방송 서비스 스푼라디오

Q. 스푼라디오라는 아이템이 나온 검토 과정은 어땠나요?

10명의 인원을 A팀, B팀으로 나눠 리서치하고 고객을 만나며 검토한 사업 아이템만 100개가 넘는 것 같은데요. 별의별 서비스를 다 검토한 끝에 3개 서비스를 추려냈어요. 하나는 소개팅 앱, 다른 하나는 짤방 공유 SNS, 마지막 아이템이 스푼라디오의 전신인 보이스 SNS, 스푼미였어요.

그때 저희가 세운 기준이 있었어요. 사업 아이템을 미리 확정하지 말고, 3가지 아이템을 가볍게 만들어서 일단 론칭한 후에 사용자 데이터에 따라 최종 결정을 하자는 거였죠. 론칭 후 사용자가 가장 많았던 앱이 스푼라디오였고요.

스푼라디오를 론칭하고 1년 동안 업데이트를 54번 했어요. 매주 앱을 갈아엎었다는 얘기죠. 그중에 눈에 확 띄는 성과를 낸 업데이트가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라디오 생방송 기능이었고, 다른 한 번은 현재 스푼라디오의 수익 모델인 현금 후원하기 기능이었어요.

두 번의 성공적인 업데이트 덕분에 서비스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는데, 우연히 찾아온 행운은 아닌 것 같아요. 52번 실패하면서 저와 팀원들 모두 성장하고 내공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과 논의 중인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Q. 52번의 실패가 성장의 발판이 되었네요.

네. 저는 늘 구성원들이 실수와 실패의 차이를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낚시를 예로 들면, 낚싯대를 잘 못 던지는 건 아마추어의 실수지만, 낚싯대를 잘 던지는 프로가 물고기가 없는 곳에서 낚시를 했다면 그건 실패예요. 프로라면 실패는 할 수 있어도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해요.

프로들이 모여서 일할 때 실패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부분이고, 오히려 몰랐던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회사는 실패를 지적하지 않아요. 대신 실패의 원인을 명확하게 따지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바라죠.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인터뷰

Q. 실패에서 배우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스푼라디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또 있을까요?

회사가 중요시하는 가치는 많지만, 그 바탕은 결국 겸손과 성실이에요. 창업가들이 이야기하는 겸손은 초심에 가깝죠. 처음 창업을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과 어떤 것이든 배우려는 겸손함과 성실함이 있잖아요.

제가 대표실을 화려하게 꾸미고 법인 리스로 외제 차를 타지 않는 이유도 그런 회사를 만들기 싫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수평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회사,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회사, 성과에 확실하게 보상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Q. 이야기를 들으니 스푼라디오의 성장이 더 기대됩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무엇보다 스푼라디오를 통해 사용자 여러분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힘든 날 침대에 누워서 스푼라디오를 켜서 위로를 받고, 즐겁게 웃고, 지식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회사의 목표는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크기나 평가 가치에 있지 않아요. 스푼라디오는 그 이상의 성과와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회사니까, 앞으로 스푼라디오가 어디까지 갈지 유심히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스푼라디오가 의미 있는 도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실패하고 돌아오면서 공동창업자인 친구와 미국에 꼭 다시 오자고 했는데, 최근 미국 시장에 스푼라디오가 진출했어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데 “또 실패하면 다시 준비해서 론칭하자”고 말했습니다.

홍대 길거리에서 한겨울에 “배터리 바꿔드리겠습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던 친구들이 실제로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하고 있잖아요. 실패에서 배우고 초심을 잃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패를 딛고 일어선 저희의 도전이 국내 창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9월 공개된 <억대 빚 실패에서 만든 글로벌 1,000만 다운로드 어플>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누적 다운로드 수 2,500만, 월평균 이용자 300만 명의 글로벌 오디오 방송 서비스 스푼라디오의 대표 최혁재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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