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본사에서 가장 오래 일한 한국인 ‘박정준’
12년간 아마존에서 일하며 몸소 깨달은 사실
거대 기업 아마존의 평균 근속 연수가 1.84년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런 아마존에서 무려 12년 동안 일한 한국인이 있습니다. 바로 도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 박정준 님인데요. 개발자로 입사해서 다양한 부서와 직종을 거친 뒤 현재는 아마존에서 독립해 시애틀에서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는 박정준 님이 말하는 아마존 이야기를 EO가 들어보았습니다.
아마존에서 12년간 일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 인터뷰
Q.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쓴 저자 박정준입니다. 12년 동안 아마존에서 근무하며, 개발자에서 시작해 8개 부서, 5개의 다양한 직종을 경험했습니다. 최근에는 아마존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을 출간했습니다. 하나의 스타트업에서 세계 1등 기업이 된 아마존의 비결과 기업문화를 담았습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 관한 기사
Q. 아마존에서 장기 근속하셨어요. 기억에 남는 기업 문화가 있나요?
아마존이 강조하는 것은 행동력입니다. 만약, 어린아이와 체스 챔피언이 게임을 한다고 했을 때, 어린아이가 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해요. 그것은 챔피언이 한 수를 둘 때, 어린아이가 두 수를 두는 것입니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진 사람이 무조건 이긴다는 비유를 들지요. 체스 게임에서는 이게 반칙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더 많은 기회를 갖는 상대가 게임에서 이기는 일이 가능합니다.
물론, 빠르게 행동하기 어려운 이유도 많이 있습니다. 잘 개발된 서버가 시스템에 안착하는 순간, 한 개의 명령어라도 잘못 입력하는 순간 서버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도 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마존이 그런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하냐면, 자체 시스템의 리스크 발생률을 최소화하는 인프라 구축에 무지막지한 투자를 합니다.
다른 기업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많은 수를 두는 것이죠. 그래서 회사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인프라 안에서는 어떠한 실패도 허용이 되고, 실패해도 회사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성장 전략을 가지는 것입니다.
아마존에서 12년간 일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 인터뷰
Q. 실패가 가능한 문화라고 하지만 아마존의 평균 근속 연수는 1년이 안 된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아마존의 평균 근속 연수는 1년이 안 돼요. 왜냐하면 개개인에게 업무가 수직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가 프로젝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고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치열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집을 짓는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화장실을 맡고, 어떤 사람은 주방을 맡고, 어떤 사람은 전기 배선을 맡는다고 해볼게요. 어느 날, 화장실을 맡은 사람이 일을 대충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화장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도 문제 상황을 알지 못해요.
아마존의 업무 방식은 팀원 전체가 화장실도 다 조금씩 만들고, 주방도 다 조금씩 만들고, 전기 배선도 다 조금씩 만드는 형태예요. 내가 일을 대충 하거나 게을리하면 팀원들 앞에 결과가 투명하게 다 드러나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일을 시키지 않아도 모두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분위기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말 똑똑한 사람들의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업무 시스템이 바탕이 되어 회사 전체의 업무 강도가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것이죠.
아마존 사내 곳곳에 붙어 있는 슬로건
Q. 사내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요. 실제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아마존 사내 곳곳에는 아마존 직원들을 위한 슬로건이 붙어 있습니다. ‘WORK HARD, HAVE FUN, MAKE HISTORY’ 열심히 일하고 흥미를 느끼고 역사를 만들라는 의미예요. 그런데 직장에서 일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게 얼마나 어려워요. 그래서 흥미를 느끼라는 말 앞에 열심히 일하라를 썼습니다.
아마존에서 회의를 하거나 중대한 비즈니스 결정을 할 때,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방향이 고객들한테 좋지 않겠냐’라는 취지의 대화를 많이 해요. 고객 중심의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면 이후에 사내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합니다.
반면에, ‘이거 우리 회사에 손해인데’라고 말하는 분위기는 지양해요. 이곳은 회장부터 사원까지 완벽하게 고객 중심으로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단순히 고객을 만족시키는 수준이 아니에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는 유일한 전략으로 고객중심주의를 믿고 있지요.
아마존에서 12년간 일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저자 박정준 인터뷰
Q. 그런데 2015년에 아마존을 퇴사하셨어요. 왜 퇴사하셨나요?
한번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어요. 그러던 찰나, 제프 베조스가 자신이 졸업한 모교에서 한 졸업 연설을 들었습니다. 어느 날 제프 베조스가 퇴근길에, ‘먼 훗날 자신이 노인이 됐을 때, 어떤 삶을 살아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를 고민해보니 당장 회사를 나가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당시에 저는 그의 말이 모순적으로 들렸어요. 사원에게는 열심히 일하라고 하면서 후배들에게는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고 조언하다니, 나는 무슨 말을 따라야 할까 싶었죠. 그런데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저의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러 업무 스킬을 배우고 독립할 곳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모순이 사라지더라고요.
직장은 내가 어려움을 느끼고 불안한 가운데 흘러가는 것 같아요. 불안한 직장 생활에서 안전을 찾기 보다, 이 불안이 다음 성장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 평균 근속 연수 1.84년의 아마존에서 무려 12년 동안 일하며 한국인 중 최장수 근무 기록을 세운 박정준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유성호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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