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 이유


스타트업의 상장을 말하다, 코너 그룹 박정리 스타트업 IPO 자문

지난 9월,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IPO(기업공개) 역사상 최대 증거금인 58조 원을 기록한 것 기억하시나요? 이때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은 3억 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가 스타트업이었고, 이번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의 자회사임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2020년대의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더 많은 스타트업, 스타트업이었던 기업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10년여 년 전부터 IT 스타트업의 산실 실리콘밸리에서 펼쳐졌던 비슷한 모습을 봐온 코너 그룹의 스타트업 IPO 자문 박정리 님과의 대화에서 EO가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보았습니다.

코너 그룹 박정리 스타트업 IPO 자문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실리콘밸리의 IPO 전문 회계 컨설팅 회사인 코너 그룹에서 일하는 박정리라고 합니다. 시니어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프리IPO(Pre-IPO)* 회사들이 IPO를 준비하는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데요. 주로 회계 자문에 업무가 집중되어 있고요. 유가 증권 신고서 같은 규제와 관련된 분야에서 기업들이 저희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 IPO를 하기 전에 투자자들로부터 미리 일정 자금을 유치 받는 것

삼정회계법인 로고

Q.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신 건가요?

영문학을 전공하면 기자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등 커리어패스가 대체로 정해져 있는데요. 저는 그보다 비즈니스 쪽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산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회계는 산수라기보다는 비즈니스 언어에 속하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업무를 배우는 게 재미있었어요.

코너 그룹에 들어오기 전에는 한국의 삼정회계법인에서 일했었는데요. 주 고객이 한국의 벤처 회사들이었는데,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업무를 주로 맡았었죠.

구글 IPO 당시 모습

Q. 닷컴 버블이 있었던 시기에도 회계 분야에서 커리어를 가져가고 계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즈음이었는데, 한국은 그때 이미 IT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준으로 봐도 선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실체 없는 성장을 보여주다 보니 버블이 생기고, 그 버블이 터지는 과정을 겪게 됐죠. 미국에서 먼저 터진 버블의 영향으로 한국의 IT 업계도 같은 롤러코스터를 탔었는데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이후 구글의 IPO를 통해서 닷컴 버블의 여파를 이겨내고 다시 회복했습니다. 물론, 구글이 IPO를 했던 초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사기 기업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런데 구글은 자신들의 비전을 기어코 실현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투자가 다시 시작됐고요. 이를 기초로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놀라운 수준의 시혜를 여럿 베풀었는데요. 가령, IPO 규제를 완화해서 상장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었죠. 신화와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이 2007년 금융 위기가 터지고 난 이후 실리콘밸리에 주어진 미션 같은 거였거든요.

반면, 한국은 몇몇 개인 회사를 제외하면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케이스가 많지 않았던 것 같네요.

코너 그룹 박정리 스타트업 IPO 자문 인터뷰

Q. 2012년부터 8년째 실리콘밸리에서 IPO 자문으로 일해온 입장에서 미국의 스타트업, IPO 환경은 어떤 것 같나요?

실리콘밸리에서 IPO를 하는 기업들은 한국에서처럼 시장을 다 창출해야 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마켓이 형성되면 그중 일부의 기능만 아주 잘해도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더라고요.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어떤 회사는 HR에만, 어떤 회사는 세일즈포스처럼 수익이나 판매에만 특화되어 있어요. 어떻게 보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큰 카테고리이고, 그 밑에 전문화된 수많은 기술이 있는 거죠. 미국 시장이 워낙 넓기 때문에 그렇게 특정 분야에만 강점이 있어도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일부만 잘해서는 미국만큼의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보니 좁은 틀 안에서만 사업을 구상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요.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Q. 최근 스타트업 중에서는 IPO가 아닌 인수합병을 목표로 두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있는데요.

네,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미국의 IT 대기업들이 사들이는 작은 스타트업의 수가 굉장히 많아요. 그 대기업들이 1년에 20~30개 정도의 작은 기업들을 계속해서 인수해요.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발 IT 기업들의 IPO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단순히 새로운 IT 기업들이 안 생겨서라고 볼 수 없어요. 그보다는 IPO를 해서 외부에서 투자를 받는 것보다 대기업과 손을 잡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이런 인수합병의 단점이 뭐냐면, 한쪽으로 너무 쏠리는 경향이 생긴다는 겁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모든 기술과 인재를 다 빨아들이면 그 외 주주들과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기술과 돈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거고요.

그런 활동성 측면에서 저는 IPO 시장이 계속 살아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급적 IPO를 하도록 밀어주는 편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는 IPO를 한다고 하면 위험하고, 잘 감시해야 하고, 잘못하면 사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아마 닷컴 버블로 인해 시장이 붕괴되던 시절의 나쁜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감시하고, 제한한다고 해서 모든 부정이 없어지는 것 같진 않아요. 더 건전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를 더 촘촘하게 정비하고 재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 그래프

Q. 한국은 여전히 인재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분한데요. 미국에서는 주식 보장 제도에 따라 뛰어난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모인다고 들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주식 보상 제도의 형태로 스톡옵션이 있죠. 4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 직원이 몇 주의 주식을 특정 금액에 살 수 있게 보장해주는 제도인데요. 만약 그 회사가 성장하면 회사 가치와 주식값이 올라갈 텐데, 그때도 그 직원은 회사의 주식을 정해진 금액으로 살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앉은 자리에서 바로 돈을 벌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 초창기에 입사했으면 그때는 전체 직원 수가 20명 내외였을 거 아니에요. 그 직원에게 “네가 나중에 회사의 현재 가격인 10달러에 우리 주식을 1,000주 살 수 있게 해줄게”라고 얘기했다고 쳐볼게요.

만약 “회사에 비전에 동감하고, 회사가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도 그 과정에 기여하기 위해서 팀에 들어가도록 할게”라고 말하며 직원이 스톡옵션 제안에 동의한다면 엄청난 잭팟을 예약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예요. 구글이 109달러에 IPO를 했으니 10달러였을 때 스톡옵션을 받았던 사람은 11배에 달하는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된 거니까요.

대기업들은 이런 주식 보상을 약속하기 쉽지 않습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작은 기업으로 출발해서 몇 년 동안은 돈을 벌기는커녕 계속 투자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주식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게 적절한 것 같아요.

코너 그룹 박정리 스타트업 IPO 자문 인터뷰

Q. 주식 보상 제도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고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용할 수 있는 한정적인 자본으로 훌륭한 인재들을 최대한 많이 유치하는 방법이 주식 보장 제도예요. 자본을 아끼면서 인적 투자를 할 수 있잖아요.

회사에 들어온 직원들도 좋은 게, 나중에 많은 주식을 보상받을 것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일하는 원동력을 얻게 됩니다. 저는 미국의 인재들이 대기업에 가거나 공무원이 되기보다 스타트업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이유가 이 주식 보상 제도에 있다고 봐요. 인재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거대한 자본으로 바꿀 분명한 기회잖아요.

그 외에도 주식 보상 제도는 전문가 육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들은 주기가 짧아서 전문가들이 이전 기업에서 배웠던 노하우를 다음 기업으로 옮겨가기 쉽거든요.

코너 그룹 박정리 스타트업 IPO 자문 인터뷰

Q. 마지막으로 IPO 전문 컨설턴트로서 바라보는 IPO 컨설팅의 미래는 어떤가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면서부터 없었던 룰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어요. 왜냐하면, 다 똑같은 룰로 측정했을 때 비교 가능성이 생기거든요. 비교 가능성이 생기면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고, 그 투자 데이터를 보여주는 게 제가 하는 일이에요. 회계로 이미 있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만들고, 분석까지 나아가는 거죠.

근데 상장 여부에 따라 회계 룰을 적용하는 정도가 무척 달라요. 비상장기업에게 자본과 관련된 회계 처리는 큰 관심 사항이 아니에요. 그 회사가 상장하겠다고 했을 때가 되어서야 회계 처리가 중요해지죠.

그때부터 회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에 대비하는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IPO 전문가들은 IPO가 다가올 때 즈음 되어서야 “재무제표가 공개되면 이런 식으로 기록될 거다” 이런 식으로 말하며 컨설팅을 해드립니다.

기업이 상장한다는 건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돈을 투자해달라고 외치는 거잖아요. 그만큼 공개한 재무제표에서 얼마만큼 돈을 벌었다는 데이터가 틀려버리면 안 되겠죠.

그 데이터를 틀리는 건 미국에서 범죄에 준해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게 돈을 요구하는데, 제공되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았다면 경영진들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좀 더 투명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고, 많은 회사가 IPO 컨설팅에 큰돈을 투자해 가면서 재무제표를 점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런 수요는 계속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주식 시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컨설팅하는 코너 그룹의 박정리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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