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금은방집 아들


주얼리 산업에 IT를 접목한, 비주얼 허세일 대표

EO가 오늘 만난 분은 주얼리 시장에 IT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비주얼의 허세일 대표님입니다. 금은방을 운영하시던 부모님을 도와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문득 시장에 없는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금은방집 아들에서 당당한 스타트업 CEO가 된 허세일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주식회사 비주얼을 운영하고 있는 허세일입니다. 비주얼은 아몬즈라는 주얼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현재 400여 곳 이상의 주얼리 브랜드가 아몬즈에 입점해서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습니다. 또,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주얼의 자체 주얼리 브랜드를 제작해 트렌디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55억원 정도 됩니다.

Q. 비주얼을 창업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비주얼을 창업하기 이전에 저는 국내 통신사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 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를 다니며 잦은 야근에 지쳐 있던 중, ‘내가 왜 남을 위해서 일하고 있을까, 남의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창업을 준비하게 됐어요.

창업 아이템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 주변에 어떤 시장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제가 전혀 모르는 시장에 들어가기보다 간접적인 경험이라도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어요. 제 주변에 시장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귀금속 시장이었어요.

저희 부모님이 종로에서 금은방을 하셨는데, 제가 금은방 집 아들이라서 주말이 되면 부모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주얼리 시장은 현금 흐름도 많고 국내에서 6조 정도 되는 매우 큰 시장인데, 이 시장은 배달 업계나 패션 시장과 달리 업계를 선점한 IT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아 여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템을 떠올리셨나요?

제가 첫 사업을 시작한 것은 고가 주얼리 시장이었습니다. 서비스를 준비할 당시 제 친구들이 모두 결혼 적령기의 나이였습니다. 제가 금은방집 아들이다보니 친구들이 제게 항상 ‘결혼 예물로 어느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하는지, 어느 소재의 예물을 살펴봐야 하는지, 어떤 곳을 찾아가야 구매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가 예물 주얼리에 관한 정보가 없고,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예물 및 고가 주얼리 비교 견적 서비스였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결혼 예물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격 비교 서비스를 통해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고안했습니다.

저는 당시 고가주얼리 비교 견적 서비스가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고객이 저희 서비스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주얼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저희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객과 매장을 연결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보내드리는 것은 성공했지만, 고객이 제품을 확인하고 플랫폼 내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실패했기 때문이죠.

실제 고객이 매장에 제품을 구매하러 가면 몇몇 금은방 사장님들이 ‘플랫폼을 끼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하면 더 싸게 드린다’고 말하며 고객을 유혹했습니다. 당시 저는 플랫폼을 제작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자원 이외에 개별 거래까지 관리할 자원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서 고객을 유치하고 매장에 보냈지만 실제 거래가 플랫폼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아 회사는 적자를 면할 수 없었습니다.

Q. 플랫폼을 정리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그때 마침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이하 ‘정창경’)가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창업 경진대회에 나가서 저의 사업아이템을 다시 점검하고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싶다는 마음에 대회 참여를 신청했습니다.

정창경은 참가자들마다 창업 멘토를 한 분씩 배정해줬습니다. 당시 비주얼 팀의 멘토는 투자사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님이었습니다. 저희는 멘토링 기간동안 단 한 번도 칭찬을 받지 못 했습니다. 멘토링 내내 ‘서비스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 회사 이름도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줄곧 들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때 멘토님은 저희 팀이 얼마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어떤 태도로 해결방안을 찾아오는지 보셨던 것 같습니다. 멘토링 과정을 마치며 기존의 비교 견적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과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주얼리 플랫폼으로 서비스 형태를 확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두번째 사업의 전개 과정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희가 비교 견적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의 필요나 문의를 계속해서 수집했습니다. 그 결과, 결혼 예물보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악세서리 류의 주얼리 문의가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등래퍼’ 라는 프로그램이 방영할 당시 ‘양홍원 귀걸이’에 대한 요청이 쇄도했어요.

현재 온라인으로 주얼리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결혼 예물을 준비하는 세대보다 젊고 트렌디한 상품을 찾는 10-20대 들이었습니다. 플랫폼 내에 악세서리 견적 요청이 들어오는데, 전체 견적 요청의 25% 이상이 연예인 악세서리였을 때 저희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고가의 주얼리만 서비스 할 것이 아니라 목표 고객 연령을 더 내려야겠다’.

마침 주얼리 브랜드 중 귀금속 매장을 갖고 있지 않은 젊은 주얼리 디자이너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젊은 브랜드일수록 매장 판매가 아닌 SNS와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들을 고객과 이어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얼리의 A부터 Z까지 다 해보자’는 목표로 디자인 악세서리부터 고가 주얼리 전부를 취급하는 마켓플레이스 ‘아몬즈’를 출시했습니다.

Q. 아몬즈를 운영하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플랫폼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소규모 주얼리 디자이너 분들의 사업 확장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었습니다.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능력이 필요한데, 디자이너분들은 훌륭한 디자인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제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능력이나 브랜딩 능력은 부족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는 많은 필요 역량이 있는데, 퀄리티 높은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어떤 공장을 선택할 것인지도 중요하고, 고객의 필요를 해결하는 CS도 갖춰야 하고, 제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도 적절히 이루어져야 했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의 역량을 디자이너가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저희가 어떻게 디자이너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저희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 것이 ‘우리가 직접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어서 운영해보고 이를 토대로 느낀 인사이트를 디자이너분들에게 전달하자’ 였습니다. 저희가 신속하게 주얼리 브랜드를 런칭하고, 이 브랜드를 저희가 운영하는 아몬즈 플랫폼이 아닌 기존에 패션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을 시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체 브랜드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비주얼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과 감도들은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트렌드에 적합한 상품이 많았고 즉각적으로 소비자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저희가 주얼리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여러 개의 라인을 만들고, 그 라인마다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입혔습니다.

예를 들어, ‘A주얼리 라인은 젠더리스에게 매력적으로 통용되는 라인이고, B라인은 조금 더 트렌디한 디자인의 라인’ 이런 식으로요. 자체 브랜드가 시장 출시 1년 만에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냈고, 국내 주요 온라인 백화점과 온라인 면세점에 모두 입점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Q.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창업의 근본은 자기 자신을 챌린지하는 것을 즐기는 자세에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에 ‘하이 리스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이 리스크high risk’가 높은 위험이라는 말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의미는 ‘Hi risk(리스크야 반갑다)’예요. 위험이나 챌린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내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물론 이건 제가 만들어낸 말은 아닙니다.

또, 창업가는 어떤 일이 주어지든 귀찮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귀찮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데, 무엇이든지 창업자가 먼저 진취적으로 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자신이 실행해보고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해요. 그저 내가 하기 귀찮은 일이라고 해서 등한시하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없습니다.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아요. 누군가 나에게 혹은 내 사업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고 질문했을 때, ‘그게 아니야’라고 반박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고 ‘이 사람이 왜 이 얘기를 나에게 할까’ 귀 기울여 듣는 게 사업 초기에 굉장히 중요한 자세인 것 같아요.

줏대 없이 남의 말을 들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가로서 자신의 기준은 명확히 하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Q. 비주얼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미국의 주얼리 시장은 국내 시장보다 약 100배 정도 큽니다. 또한, 전체 주얼리 거래의 22%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반면, 국내 주얼리 시장은 2017년도 기준 온라인 거래가 약 4.4% 정도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이 미국의 시장 스타일을 따라가면 온라인으로 주얼리를 소비하는 시장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실제로 2019년도 기준 온라인 거래량이 약 10%까지 점유율을 높인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의 슬로건은 ‘Be jewelize everyone’입니다. 저희는 모든 고객을 빛나게 하고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시키는 것이 목표예요. 주얼리 시장은 온라인 기준으로 봤을 때 이제 성장을 시작한 걸음마 단계입니다.

하지만 걸음마에서 시작해 두 발을 땅에 딛고 뛰어나갈 만큼 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주얼리 시장이 필연적으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건 당연한 흐름입니다. 저는 그 흐름이 더 커졌을 때 모든 주얼리 브랜드가 온라인 거래 시장에 조금 더 편하게 올라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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