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5000마리의 유기견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수의사 이야기


구매 아닌 입양 권하는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동물은 ‘사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뜻이 붙은 ‘애완동물’이란 말이 더 자연스러운 시절이었고요. 하지만 동물 병원에서 판매하는 강아지들이 일명 ‘강아지 공장’에서 온다는 애견 산업의 실태나 무책임하게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의 행각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구매보다 분양, 애완동물보다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더 많이 들려오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2018년 기준 12.1마리). 개체 수가 너무 많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아이들이 그중 20%나 되고요. ‘동물권’이라는 말까지 언론을 통해 등장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동물 유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반려동물 입양 문화를 확산하는 데 노력해 온 포인핸드의 대표 이환희 님을 EO가 만났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소셜 벤처 포인핸드의 대표이자 수의사 이환희라고 합니다.

포인핸드는 유기동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서 잃어버린 동물은 빠르게 찾을 수 있고, 주인이 버린 동물들은 다른 사람에게 입양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현재 사용자는 10만 명, 안드로이드·iOS 누적 다운로드 수는 80만 건을 넘어섰어요.

전국적으로 입양되는 유기동물의 수가 1년에 2만 건이 조금 안 되는데요. 포인핸드에 1년에 5천 건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으니 새 가족을 찾는 유기동물의 1/4이 포인핸드를 통해 입양되고 있는 셈입니다.

Q. 수의사라는 직함으로도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어떻게 수의사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어릴 때 뽀삐라는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뽀삐가 목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 집에 온 거예요. 그 당시에는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에, 그냥 빨간 약만 발라주고 말았는데요. 다음 날 아침 저희 집 앞 호박밭에 뽀삐가 얼어 죽어 있었어요.

나중에 진로를 선택할 때가 되어서까지도 어릴 때 뽀삐한테 적절한 치료를 못 해준 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동물을 치료해주는 수의사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후에 재수를 하긴 했지만 , 열심히 공부해서 정말 수의사가 됐고요.

Q. 수의사가 되어서 유기동물을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가고시를 통과해서 수의사 자격증을 따면 수의사들은 공중방역수의사라는 형태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저도 2013년에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했는데요. 유기동물 보호소라고 하면 그 동물들이 제대로 보호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대로 된 치료나 미용을 받지도 못하고, 더러운 모습 그대로 사진을 찍어서 주인을 찾아주거나 입양을 보내는 업무를 할 뿐이에요. 동물 보호소에 동물 보호가 없는 거죠.

심지어 유기동물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니까 보호소 여건상 안락사라는 형태로 개체 수 조절이 되는데요. 아프지도 않고, 전혀 죽을 거 같지 않은 동물들을 대상으로 안락사가 진행되는 모습이 안타깝다 못해 고통스러웠습니다. 수의사로서 동물을 살리기도 하지만, 동물을 죽여야 하는 경험을 그때 많이 하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어요.

동물이 죽는 모습은 계속 봐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아요. 매번 동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안락사 현장이 생각이 나요. 언제는 그 현장에 함께 있었던 분들과 술을 막 마신 적이 있는데요. 속상해서 팀장님에게 이 동물들을 좀 더 알려서 지금보다 많이 입양 보내고 보호하자고 말했는데, 직원들이 불평만 많이 하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Q.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 유기동물 문제는 보호소 운영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가요?

2018년만 해도 전국적으로 11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구조됐는데요. 그중 입양 비율은 21%, 자연사는 20%, 안락사는 20% 정도 돼요. 쉽게 얘기하면 3마리가 들어오면 1마리가 죽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애초에 동물들을 버리지 못해야 하고, 동물을 키울 자격조차 없는 사람들은 분양을 받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그 조치가 현실적으로 취해지지 못하다 보니 지금은 다른 방편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정부는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매년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해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고요. 또, 봉사자들은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보호소로 유기동물을 보내고 계세요.

법적으로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어요. 민법에도 사람과 물건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동물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일단 그 규정이 생겨야 동물을 생명으로 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그다음에 유기동물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이런 법 개정이나 추가적인 법 제정에 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예요. 이렇게 유기동물 문제에는 한 가지 솔루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요소가 산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Q. 수의사로서 많은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지만, 그래도 앱 개발을 하는 건 다소 생뚱맞은 전개 같기도 해요.

대학생 때 제 취미가 앱 개발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앱을 선택하게 됐죠. 사람들이 매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잖아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저 스마트폰들 안에 유기동물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유기동물 정보를 전달하는 앱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서 개발했습니다. 전국 보호소에 유기동물이 구조될 때, 공공데이터 포털에 관련 데이터가 계속 기록되거든요. 처음에는 그저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자들이 소소하게 이용하는 앱이었는데요. 제가 봉사자분들에게 앱을 쓰면서 뭐가 불편하고 뭐가 필요한지 등 정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 개선하다 보니 점점 사람들에게 알려졌어요.

Q. 포인핸드를 창업하면서 수의사의 삶은 바로 놓으신 건가요?

제가 포인핸드를 창업한 게 2017년 12월이었는데요. 그전까지는 수의사 일을 병행했습니다. 저녁 7~8시에 퇴근하면 집에 와서 포인핸드 운영을 했죠. 그런데 사용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니까 서버 비용이 100만 원을 넘고, 150만 원 가까이 되더라고요.

수의사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포인핸드 서버 유지 비용을 충당하는 느낌이었어요. 포인핸드 플랫폼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저는 현실적으로 불행해지더라고요. 수의사와 포인핸드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 거죠.

그때 제가 결혼도 준비하고 있었다 보니 안정적인 수의사의 길을 잠시 내려놓고 사업을 한다는 게 고민스러웠어요. 그래도 ‘좀 더 많은 동물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포인핸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창업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Q. 사업 구조는 어떻게 구축하셨나요?

더 많은 유기동물을 입양 보내자는 생각만 하고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에 창업 초기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플랫폼 안에 절대 광고를 달지 않겠다는 고집도 부렸고요. 그래서 초창기에는 정부 지원 사업이나 창업 경진 대회 같은 데 나가서 얻은 상금이나 지원금을 통해서 운영을 이어나갔어요.

기업과의 협업 캠페인을 진행하고 소소하게 돈을 벌기도 했는데요. 가장 효과적이었던 캠페인은 ‘철창 탈옥 캠페인’이라고, 철창 스티커를 떼는 영상을 SNS에 공유하기 식이었어요. 연예인분들 중에 자발적으로 올려주신 분도 계시고, 지금까지 2천 명이 넘는 분들이 SNS에 영상을 올려주셨죠.

광고에 대한 고집도 버렸습니다. 광고를 했을 때, 유기동물 입양자분들이 상품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신청하면 저희가 그 상품을 드리고 있어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광고 단가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수익원으로서 지금까지 기능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굿즈 상품 판매를 통한 비즈니스도 있습니다. 시작은 뉴스 펀딩에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배지였어요. 그 뒤로 맨투맨, 키링, 팔찌까지 다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고객분들이 굿즈를 착용하고 한 번 더 SNS에 올리면서 유기동물 입양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까지 해주시니까 캠페인과 접목하기에도 안성맞춤이죠.

유기동물 사진전 같은 경우도 캠페인 성격이 강한데요. 사람들이 유기동물 하면 뭔가 아프고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씻기고 미용하면 똑같이 예쁘다는 걸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때 이케아에서 연락이 왔던 거죠. 기획 중인 유기견 사진 전시회를 한번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역으로 제안을 드렸고, 이케아 광명점에서 유기견 사진 전시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수의사의 삶이 아닌 포인핸드 대표의 삶을 살면서 더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가요?

회사의 대표로서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 매일 도전의 연속이에요. 압박이 되긴 하지만,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이 입양되어서 행복해진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수의사 시절에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누리고 있어요.

Q. 앞으로 포인핸드가 바라보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포인핸드는 중립적인 반려동물 플랫폼 형태를 가져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동물 보호 단체와 영리 기업의 가운데 단계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한 저희 팀이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람들이 유기동물들을 입양해 주지 않으면 플랫폼을 만들어도 가치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저희 포인핸드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영한 분들이 대단하신 거 같아요.

그분들은 유기동물들이 ‘버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끔 부단히 노력하시거든요. 그 과정을 이겨내신 분들은 유기동물들과 누구보다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세요. 나아가 또 다른 유기동물들을 돕기 위해 항상 캠페인에 참여하고, 굿즈까지 구매해 주실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계세요.

저희 포인핸드도 그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팔지 않고 가족으로 입양할 수 있는 문화를 더 단단히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유기동물 25%를 구하는 어플 포인핸드의 대표 이환희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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