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본사 MD 정욱진 디렉터가 말하는 ‘Just do it’ 정신


맥킨지에서 나이키로 페이컷하며 이직하고도 행복한 이유, 나이키 정욱진 디렉터

직장인에게 연봉은 경제적 자존심과 같습니다. 연공서열제를 따른다면 오르는 건 당연하고, 오르지 않으면 억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이직을 결심한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반 토막이면 어떨까요? 게다가 직무까지 경영 컨설턴트에서 스포츠웨어 MD로 바꾸었다면? 멀리서 보면 의아하기만 한 정욱진 MD가 나이키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16년째 근무하며 몸으로 체득한 나이키 특유의 기업 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나이키 미국 본사의 MD 정욱진입니다. MD는 상황에 따라 역할이 천차만별인데, 그중에서도 GMM(General Merchandising Manager)에 해당합니다. 주로 아시아와 남미 지역에 나라별 특성을 고려해서 언제 어디서 어떤 제품을 소싱할지 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나이키에 입사한 지는 어느덧 16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중 11년을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면서 기반을 다졌고, 미국 본사에서 근무한 건 4년째입니다. 나이키 본사에는 저를 포함한 한국인이 꽤 많이 있습니다. 저 같은 케이스와 반대로 처음부터 이쪽으로 지원해서 입사한 분들도 더러 있어요. 제품 디자인이나 개발 파트가 대표적입니다.

Q. 나이키 이전에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 근무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나이키에 오기 전까지 맥킨지 앤드 컴퍼니에 다녔습니다. 사실 저처럼 경영 컨설팅계에서 나이키 같은 의류·소비재를 마케팅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어요. 보통은 계속 컨설팅을 하거나 아니면 금융권으로 나아가는 편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저는 화려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것에 강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대신 직접 제품을 만져가며, 또 스스로 그 제품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일을 할 때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게 샘솟았어요.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오면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생각해서 나이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에는 이직을 조금 고민했습니다. 나이키에서 제시한 연봉이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받은 금액의 절반이었으니까요. 가까운 지인들은 미쳤다고 했어요. 그래도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금전적인 손해를 무릅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Q. 이직을 하며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일단 입사 첫날부터 문화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키에서는 발표를 할 때 자료에 많은 단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영상이나 이미지로 감정에 호소합니다. 자료에는 운동하는 사람, 즉 소비자가 많이 등장해요. 그래서 보다 보면 사내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이입해서 울컥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운동이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서 직원 모두가 고객의 관점을 마음으로 이해합니다.

더불어 나이키에서는 항상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접합니다. 저 역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커스 트레이닝’이라는 이름부터 생소했던 운동 종목에 도전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동작을 해내면서 제 몸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그런 새로운 도전 하나하나가 짜릿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됩니다. 회사 안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저는 이곳에서 하루하루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한국·미국을 불문하고 직원들이 대체로 아침형 인간일 것 같은데, 보통 일과는 어떤가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합니다. 아침에 한두 시간 동안 혼자서 생각하고, 메일 체크를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인 코어 업무 시간에는 미팅의 연속이에요. 중간에 식사를 할 겨를도 없을 정도로 얼굴을 보고 직접 얘기하거나 전화로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곤 합니다.

미팅은 크게 두 가지 종류입니다. 하나는 이번 시즌에 나온 제품이나 그에 관한 전략을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또 하나는 팀원들과의 1:1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팀원과의 미팅에서는 주로 매니저로서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Q. 나이키라는 회사의 핵심 정신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정의하면 ‘We serve athletes’, 즉 우리는 운동선수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나이키는 꼭 프로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신체가 있다면 누구나 선수라고 말합니다. 회사를 설립한 필 나이트를 시작으로 나이키는 언제나 모든 운동하는 사람을 위한 운동 도구와 용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어떤 논란이 생기더라도 의사결정에 큰 문제가 없어요. ‘이 제품을 사용하면 누군가의 운동 능력이 향상될까?’라는 궁극적인 기준을 떠올리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캠퍼스 곳곳을 다니다 보면 그런 나이키만의 가치관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우선, 캠퍼스에 있는 건물의 이름을 모두 나이키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들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체육관만 두 개가 있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러닝 코스도 다양해요. 직원 중에는 현역 선수부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선수까지, 여러 분야의 운동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팅을 하다가도 중간에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모두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가 곧 삶 그 자체인 셈입니다.

Q. 그런 나이키를 대표하는 슬로건이라면 단연 ‘Just do it’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간 마케팅 전략을 내세운다고 들었습니다.

‘Just do it’은 여전히 나이키를 대표하는 표어이지만, 요즘 회사 내에서는 ‘Fail fast’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빨리 실패하고, 그다음 새로운 도전을 하라’라는 뜻이에요. 그래야 나이키도 빠르게 변하는 업계와 소비자의 속도에 맞춰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오프라인이 점점 죽어간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희 직원들은 오프라인 자체가 죽은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지 소비자 관점에서 따분하고 재미없는 매장, ‘Boring retail’이 있을 뿐입니다.

이 점에서 최근에 나이키는 온라인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했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물리적인 요소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분야를 실험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나이키 멤버십에 가입한 멤버라면 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제품 혹은 매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일반 고객과 달라지는 식입니다.*

* 나이키는 멤버십 가입 고객에게 7가지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링크

Q. 운동을 사랑하는 나이키 입사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나이키에는 인포메이셔널(informational)이라는 기업 문화가 있어요. 어떤 직원이 지금은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른 팀에서 일하고 싶을 때 해당 팀에 자기 PR을 합니다. 1:1 미팅을 신청해서 자신을 소개하고, 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어떤 문화권에서 온 직원이든 자신이 회사에서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꿋꿋이 일하면서 언젠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잖아요. 과거에 그런 시절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당당히 요구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집니다. 열정을 가진 분야에 몸담고 있다면 꼭 자신감을 갖고 확실하게 어필하세요.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있는 분들이라면 언어적 장벽을 너무 크게 여기지 마세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기본기를 잘 쌓아놨다가 도전해 보세요. 한국 사람들이 기본기가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절대 부족하지 않아요. 물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일을 하는 것이 겁날 수도 있지만, 두려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Just do it’이라는 말처럼 주저하지 말고 하루라도 더 빨리 몸을 던지세요.

👆🏻정욱진 MD가 말하는 나이키의 힘찬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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